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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조무진, 너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쟁의 신이잖아.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한비영이 일부러 자극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지. 너희는 1대1을 즐기지만 우리는 단체 싸움에 익숙하지. 그러니 우리 방식도 좀 존중해 주는 게 어때?”

조무진은 여유 있게 말했다.

“참...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한비영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무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됐고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라. 싸울 거면 싸우고 아니면 가라. 여자애처럼 망설이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군.”

조무진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이 말에 한비영은 분통이 터졌고 이를 악물며 참고 있었다.

말로 다투다가는 자신이 더 불리해질 거란 걸 알기에 이 이상 시간 끌어봤자 득이 될 게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잠시 물러나는 게 최선이었다.

“조무진, 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어. 하지만 너무 기뻐하지 마라. 네가 나타남으로써 유장혁의 정체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어. 잘 생각해봐라. 그럼 이만!”

한비영은 이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

조무진은 유진우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보였다.

한비영의 말대로 유진우의 정체가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

내성에서 벌어진 일이 밤새 연경 전체에 퍼질 것이고 조씨 가문의 영향력으로도 완벽히 숨기기는 어려울 터였다.

억지로 막으려 할수록 오히려 의심만 키울 뿐이었다.

“괜찮아. 흘러가는 대로 두자.”

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연경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었고 잠시 피할 수 있을지언정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정면으로 맞설 때가 온 것이다.

“세리 씨,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

사람들 속에서 봉연주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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