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유진우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십 년 전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날 수 없어.”“좋아! 형이 그렇게 결심했다면 나도 무조건 지원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조무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안심해, 사양할 생각 없으니까.”그러자 유진우도 살짝 웃었다.“때 되면 힘든 일은 전부 너에게 맡길 테니 기대해.”“말이 좀 그렇네. 내가 힘든 일만 도맡아 하는 사람이야?”조무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능력 있는 사람이 일을 많이 해야지. 너는 세상에 이름을 떨친 전쟁의 신인데 못 해낼 일이 뭐가 있겠어?”유진우는 능청스럽게 칭찬했다.“뭐, 그렇긴 하지.”그 말에 조무진도 자부심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너도 천재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나만 못하지.”“응, 맞지, 맞아.”유진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충 맞장구쳤다.“이 일은 그만두고 일단 시신을 처리해 줘. 난 먼저 갈게.”그는 조무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너희들 봤지? 대단한 유씨 가문의 천재도 결국 나한테 부탁한다 이거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조무진은 뒤에 있는 두 여자 부하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대단하십니다.”두 여자 부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무진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은 게 아닌가 싶었다.남의 일을 대신 해주고도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지체 높고 고귀한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안세리와 봉연주의 죽음은 유진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조무진과 작별한 후, 그는 바로 별장으로 돌아왔다.문관옥이 또 다른 술책을 꾸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진우 형님, 돌아오셨군요?”별장 입구에 들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왕현이 다가오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무슨 일이에요?”유진
“이청성 씨였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유진우는 금세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 늦은 밤에 누구의 부탁을 받고 오신 건가요?”그는 이청성을 알지 못했지만 미인도에서 반쪽 옆모습만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선생님께서 편지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겁니다.”이청성은 설명 없이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유진우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고맙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편지 내용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편지에는 서명이나 인사도 없이 단 한 줄의 문구만 적혀 있었다.[임강왕 이만기, 현재 진산의 서하사에 거처 중, 법명은 각진.]글을 보는 순간, 유진우는 이 편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예상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약속한 삼일이 정확히 지켜졌다니... 좀 놀라운 속도인데?’“그분께 감사 인사 전해 주세요.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라 하세요.”곧 유진우는 손가락을 튕겨 봉투를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편지 외에 고모께서 한 마디 더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이청성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최근 궁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요.”“경고 고맙습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었다.“유장혁 씨, 세상은 변하고 십 년 전의 일이 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운명의 섭리입니다.”이청성은 나지막이 말했다.“운명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전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의 의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유장혁 씨가 그곳에 가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이 물건을 받아주길 바랍니다.”이청성은 이렇게 말하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금빛 부적을 꺼내어 두 손으로 유진우에게 건넸다.부적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고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그 부적에서 묘하게 신비롭고 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건 제가 구한 호신 부적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유장혁 씨가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몰라요.”이청성이 설명했다.“호신 부적이요?”유진우는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저를 도와주는 건가요?”“유장혁 씨는 죽어선 안 돼요. 적어도 지금은.”이청성의 목소리는 진지했다.유장혁의 목숨은 귀중하고 용국의 국운과 연결되어 있어 그가 연경에서 죽게 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이청성은 그런 사태를 막고 싶었고 그를 도와 이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것이 운명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그녀의 책임이었다.“이청성 씨의 대의에 감사드립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서슴없이 호신 부적을 받아들었다.조금 전의 대화를 통해 그는 이청성의 진짜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그녀는 친제감 소속일 가능성이 컸다.친제감은 용국에서 매우 신비로운 부서로 그곳의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부터 지리까지 두루 알고 있으며 예언과 점술로 국운을 예측할 수 있다.능력이 뛰어난 자는 하늘을 날고 요괴를 물리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다만 친제감은 평소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나라의 안위에 관한 일에만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제가 할 말은 다 했고 할 일도 다 했으니 이제는 유장혁 씨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호신 부적을 건네고 나서 이청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인간의 일은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그
밤은 금세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세면을 마친 유진우는 옷을 갈아입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형님, 이번 길이 험난할 텐데 제가 같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서로 보탬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왕현은 어깨에 검을 멘 채로 방에서 달려 나왔다.비록 실력은 부족하지만 유진우를 위해 망을 봐주고 지키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었다.“괜찮아요. 왕현 씨가 할 일은 집에서 잘 머무르면서 아저씨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에요.”유진우는 왕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기억해요. 무슨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아저씨와 함께 바로 떠나야 해요.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왕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저씨의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요. 난 그저 잠시 다녀오는 것뿐이니 잠깐 주의만 하면 돼요. 그럼 다녀올게요.”유진우는 이렇게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혼자서 문을 나섰다.진산은 외곽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어 차로 약 두 시간가량 걸렸다.사람의 발길이 드문 탓에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진산 위에 있는 서하사는 더욱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다.이청성의 도움 없이는 유진우도 한때 권세를 떨쳤던 임강왕이 작은 사찰에서 불경을 외며 은둔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일은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유진우가 서하사로 향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연경 안에서 일기 시작했다.각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이 시각, 옥면 산장 서재 안에서는 문관옥이 군사 전략을 연구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어르신!”이때, 한 심복이 급히 뛰어 들어와 정중하게 보고했다.“방금 급히 전해진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당장 확인하셔야 할 듯합니다.”“응? 가져와 봐라.”문관옥은 한 손으로 봉투를 받아 펼쳐 보았고 이내 그 내용에 눈빛이 반짝였다.“유장혁이 진산 서하사로 향한다. 강력히 저지하되 필요시 가차 없이 처단하라!”문관옥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한비영은 천천히 눈을 뜨고 물었다.“누구지?”“나다.”곧 흰 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하얀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노인은 학처럼 곧은 자세에 자연스러운 위엄이 느껴지는 얼굴로 온몸에 속세를 벗어난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 인물은 바로 천하회의 종주, 소명이었다!“스승님?”한비영은 순간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일어섰다.“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그저 너를 보러 왔다.”소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비영아, 요즘 수련의 진전은 어떠냐?”“이미 마스터 대원만에 도달하여 대 마스터까지는 한 걸음 남았습니다.”한비영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지금의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사용한다면 일반 대 마스터와 맞설 수 있을 정도였다.“훌륭하구나. 젊은 나이에 이 경지에 도달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라. 나도 그때 너만큼은 못했지.”소명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과찬이십니다. 스승님께서 정성껏 가르쳐 주신 덕분에 제가 오늘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겁니다.”한비영은 고개를 숙였다.“겸손해할 필요 없다. 네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네 노력 덕분이다.”소명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 누군가와 크게 싸웠다지? 천신사상결을 사용했다던데 사실이냐?”“그렇습니다.”한비영은 부인하지 않았다.“상대는 굉장히 강했는데 천신사상결의 첫 세 가지 형태를 막아낼 정도였습니다. 아쉽게도 네 번째 형태인 전신의 분노까지는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었을 텐데...”“아주 좋다.”만족스러운 대답에 소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오늘 너에게 설욕할 기회가 생겼구나.”“네?”한비영은 잠시 멍해졌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젯밤 네 상대는 천재 유장혁이었다.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소명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늘 아침, 옛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우리 천하회
청풍산, 한빙담.상반신을 드러낸 한 젊고 잘생긴 청년이 물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그의 몸은 마치 가벼운 배처럼 물결을 따라 미묘하게 위아래로 일렁이고 있었다.청년의 머리 위로는 몇 마리 새들이 날아다니며 입에 짚과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물속에서는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청년 주위를 맴돌며 장난치듯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청년은 이 순간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하늘과 땅, 만물과 공명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똑!”그때, 한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호수 위에 가볍게 내려섰다.그의 두 발이 물결을 일으켜 물속의 물고기들은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고 새들도 깜짝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시기가 되었다. 스승님께서 당장 산에서 내려가라고 명하셨어. 늦어선 안 된다고 하시네.”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말했다.하지만 청년은 여전히 눈을 감고 물 위에 조용히 앉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했다.검은 옷의 인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임무의 목표는 천재 유장혁이야. 네가 한번 겨뤄보고 싶어 하던 상대 아닌가? 이번이 절호의 기회야.”이 말에 청년은 마침내 천천히 눈을 떴다.나른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눈에 드문드문 생기가 돌았다.“장소는?”청년이 담담히 물었다.“진산 서하사.”검은 옷의 인물이 답했다.청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물 위에서 천천히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그리고 한 발을 딛자마자 온몸이 금빛으로 변하며 그는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사라졌다.“몸을 칼처럼 만들어 하늘을 날다니... 설마 또 경지를 뛰어넘은 건가?”검은 옷의 인물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이십 대 초반에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하다니... 온 세상을 둘러봐도 맞설 자가 누가 있을까?’심지어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그보다는 약간 부족할 뿐이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하 무쌍이었다!...운래진, 평안촌.수염이 덥수룩하고 온몸이 흙투성
결국 돌멩이랑 나무 조각만 잔뜩 남았다."어휴 이 바보야 왜 이렇게 순진한 거야. 밤새 고생해서 잡은 물고기를 싹 다 뺏겼잖아."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아 맞다, 어젯밤에 강풍 때문에 우리 집 기와가 날아갔는데, 이따가 시내 가서 좀 사다가 얹어줘. 알겠지?"바보는 말없이 씩 웃기만 했다. "어휴. 진짜 순진한 녀석이라니까. 어서 가봐, 마누라가 아침밥 차려놓고 기다리겠다."할아버지는 손을 저으며 바보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안 촌은 작은 마을이었다. 늙은이부터 어린아이까지 다 합쳐도 겨우 백여 명 정도가 사는 곳이었다.근데 이 바보만큼은 마을에서 좀 특이한 경우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이 바보는, 마을 사람들 기억엔 그저 말도 못 하는 순진한 바보였다. 누가 속이든 괴롭히든 그저 헤벌쭉 웃기만 했고, 그 모습은 늘 한결같았다.바보는 마을 앞에서 뒤까지 걸어가더니, 울타리가 있는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집이 크진 않고 좀 남루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울타리로 둘러싼 마당에는 닭이랑 오리가 몇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늙은 황구 한 마리가 대문 앞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바보가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바보야, 왔어?" 소리를 듣고 중년 여자가 문밖으로 나와서는, 가까이서 보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다 뭐야, 돌멩이랑 나무토막뿐이네? 생선이랑 새우는? 설마 또 누구한테 다 빼앗긴 거 아니지?"바보는 말이 없었고,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숙하게 웃기만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중년 아줌마는 화가 나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아이고 바보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니. 그 녀석들 말 믿지 말라고. 벌써 몇 번이나 속았는데? 왜 정신을 못 차리니?""친구.... 친구...." 바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됐어, 됐어. 너한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하는데."중년 여자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바보의 어깨에 묻은 흙
바보는 용작검을 깨끗이 닦은 뒤 검집에 넣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그릇과 젓가락을 정리하고, 집 안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그러고는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오고, 닭과 오리에게 먹이를 주었다.모든 일을 끝낸 후, 바보는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검집을 등에 메고 천천히 집을 나섰다.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양 갈래머리를 한 어린 여자아이가 급히 달려왔다. 아이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였고, 얼굴은 좀 검었지만,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예뻐서, 앞으로 미인이 될 상이었다.눈가가 붓고 코 주변에 핏자국이 있어, 방금 누군가와 싸운 듯했다."바보 오빠!" 여자아이는 한 손에 물고기를, 다른 손에 게 몇 마리를 들고서 바보 앞으로 달려와 자랑스레 말했다. "봐, 내가 네 것들을 되찾아 왔어. 어때, 대단하지?" "또 싸운 거니?" 바보가 쪼그리고 앉았다."걔들이 오빠를 괴롭히고 물건을 가로챘잖아. 돌려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해서, 혼내준 거야!" 여자아이는 고개를 치켜들고 뽐내듯 말했다. "내가 말라 보여도 힘이 엄청나게 세. 걔들 울면서 도망갔어!" "이런 것들 가지고 그럴 필요 없었는데." 바보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어쨌든 난 걔들이 오빠를 괴롭히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해!"여자아이는 완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는 내 친구니까, 누가 오빠를 괴롭히면 내가 대신 혼내줄 거야!" "친구라고?" 바보는 살짝 웃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두야,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난 정말 행운이야.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게."바보는 가슴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여자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이건 내 평생의 노력이 담긴 거야. 이제 네게 주는 거야. 네게 도움이 됐으면 해." "어? 책?" 여자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근데 난 글자를 못 읽어." "괜찮아, 글자를 배우고 나서 읽어도 돼." 바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자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