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조무진, 너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쟁의 신이잖아.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한비영이 일부러 자극했다.“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지. 너희는 1대1을 즐기지만 우리는 단체 싸움에 익숙하지. 그러니 우리 방식도 좀 존중해 주는 게 어때?”조무진은 여유 있게 말했다.“참...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한비영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무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됐고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라. 싸울 거면 싸우고 아니면 가라. 여자애처럼 망설이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군.”조무진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이 말에 한비영은 분통이 터졌고 이를 악물며 참고 있었다.말로 다투다가는 자신이 더 불리해질 거란 걸 알기에 이 이상 시간 끌어봤자 득이 될 게 없었다.지금 상황으로는 잠시 물러나는 게 최선이었다.“조무진, 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어. 하지만 너무 기뻐하지 마라. 네가 나타남으로써 유장혁의 정체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어. 잘 생각해봐라. 그럼 이만!”한비영은 이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조무진은 유진우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보였다.한비영의 말대로 유진우의 정체가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내성에서 벌어진 일이 밤새 연경 전체에 퍼질 것이고 조씨 가문의 영향력으로도 완벽히 숨기기는 어려울 터였다.억지로 막으려 할수록 오히려 의심만 키울 뿐이었다.“괜찮아. 흘러가는 대로 두자.”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연경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다.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었고 잠시 피할 수 있을지언정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이제는 정면으로 맞설 때가 온 것이다.“세리 씨,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사람들 속에서 봉연주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한
“응?”유진우의 차가운 미소를 보며 봉연주는 온몸이 떨려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정신을 차린 뒤, 서둘러 애원하듯 말했다.“유... 유진우, 말로 해결해. 이전 일들은 오해였어. 사정이 있으면 우리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잖아.”“내가 너희를 살려줘야 할 이유를 대봐.”유진우가 천천히 다가오며 눈에 살기를 띄웠다.“이유? 이유라면... 우리가 살아 있는 게 너에게도 이득이 될 테니까!”봉연주는 재빨리 지혜를 발휘해 말했다.“우리의 재산 절반을 원한다고 했잖아? 네가 원했던 조건을 받아들일게. 우리를 살려만 준다면 어떤 조건이든 따를 거야.”“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조금이라도 일찍 이 정도 각오를 했더라면 한 번쯤은 살려줄까 생각해 봤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희가 얼마나 고집불통이고 죽어도 마땅한 자들인지 깨달았어.”“유진우, 우리가 잘못했어! 우린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봉연주는 당황해서 안세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도와달라고 속삭였다.“세리 씨, 뭐라도 좀 말해봐요. 이러다간 우리 다 끝장이에요!”“뭐가 그렇게 겁나요? 정말 못났네요.”이 순간 안세리는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들며 강하게 말했다.“유진우,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나는 절대 그런 굴욕스러운 일은 참을 수 없어! 나는 당당한 명문가의 자손이야. 너 같은 천민에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다고!”이 말에 봉연주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죽고 싶지 않은 거 맞아요?”“흥! 우리가 빌어본들 유진우가 마음을 바꿀 것 같아요? 꿈 깨요!”안세리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겁먹을수록 유진우는 더 기고만장해질 테니 저 자식의 오만함을 부추겨선 안 돼요!”“그렇게 자극하다가 유진우가 화라도 내면 어쩌려고 그래요?”봉연주는 울상이 되어 말했다.유진우의 힘을 방금 직접 목격했기에 그의 강함을 실감하고 있었다.천재 한비영조차 손을 못 대고 물러난 걸 보면 유진우의 능력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자각 못 하네.”유진우는 피식 코웃음 쳤다.“네 생각에는 내가 문관옥을 두려워할 것 같아? 진짜 두려워했다면 내가 어떻게 문한성까지 죽였겠어?”이 말에 안세리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하니 굳어버렸다.그녀는 거의 잊고 있었다. 유진우는 문한성조차 죽일 만큼 대담했으니 자신들이라 해서 예외일 리 없었다.‘완전히 미친놈 아니야?’“그만하지. 이제 너희랑 말장난할 기력도 없다. 감옥에 가면 자연스럽게 다 불게 될 거야.”유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끌고 가.”조무진이 손짓을 하자 두 명의 여자 부하들이 안세리와 봉연주를 끌고 차에 태우려 했다.“안 돼! 난 감옥에 가기 싫어!”“유진우, 제발 날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 앞으로는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100% 네 말에만 따를게. 부탁이야!”봉연주는 진심으로 두려워하며 울부짖었다. 온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말이다.봉씨 가문은 이미 몰락해 더는 그녀를 지켜줄 수도 없었다. 감옥에 가는 순간, 그녀는 고통 속에서 생지옥을 경험할 것이 분명했다.유진우가 반응하지 않자 봉연주는 안세리를 향해 소리쳤다.“안세리! 너 뭐해? 빨리 사과해! 죽고 싶은 건 알겠지만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그제야 안세리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렸다.이제는 모든 걸 잃었고 조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유진우와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다 말할게!”“유진우, 제발... 우리를 놓아주기만 한다면 알고 싶은 건 뭐든 다 말해줄게!”안세리는 마치 시들어버린 식물처럼 완전히 기가 꺾인 채로 말했다.“너는 나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 지금부터 너희가 음모를 꾸민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해. 그리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지.”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알았어... 다 말할게.”그렇게 안세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던 순간,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불빛이 반짝였다.곧이어 퍽 하는
바닥에 쓰러진 두 구의 시신을 바라보며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무도 고수라면 예민한 오감을 지니고 있어 공격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해 피하거나 막는 행동을 취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조금 전의 두 발은 너무 은밀했고 유진우에게 직접적인 살의를 품지 않았기에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안세리와 봉연주의 생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유진우의 면전에서 사람을 죽이고 증거를 없애려 하다니, 이것은 대놓고 도발하는 꼴이었다.유진우는 고개를 들어 총알이 날아온 위치를 바라봤다.그곳은 시야가 탁 트인 높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람이 사라진 상태였다.“빨리! 현장을 즉시 봉쇄하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라!”상황을 파악한 뒤, 조무진은 결단력 있게 명령을 내렸다.“그럴 필요 없어. 범인은 이미 도망갔어.”유진우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안세리와 봉연주는 죽어도 쌌고 굳이 사람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들이 너무 빨리 죽어버려서 정보도 못 얻었고 속도 풀지 못했다는 점이다.약간 찜찜했다.“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조무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확실하진 않지만 대충 짐작은 가.”유진우는 담담히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범인은 문관옥의 사람일 거야.”“문관옥?”그러자 조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이상하네. 그 사람이 왜 저들을 죽였을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암살할 가치가 있을까?”“아마 나와 관련이 있을 거야.”유진우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문관옥은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이 두 여자를 이용해 나를 위한 함정을 파고 한비영의 손을 빌려 증거를 없애려 했을 거야.”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관옥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 평범한 사람을 처리하는 데 복잡한 방식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명령 한마디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쓴 건 분명히 무언가 꺼리는 것이 있었다는 증거다.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당연하지.”유진우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십 년 전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날 수 없어.”“좋아! 형이 그렇게 결심했다면 나도 무조건 지원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조무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안심해, 사양할 생각 없으니까.”그러자 유진우도 살짝 웃었다.“때 되면 힘든 일은 전부 너에게 맡길 테니 기대해.”“말이 좀 그렇네. 내가 힘든 일만 도맡아 하는 사람이야?”조무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능력 있는 사람이 일을 많이 해야지. 너는 세상에 이름을 떨친 전쟁의 신인데 못 해낼 일이 뭐가 있겠어?”유진우는 능청스럽게 칭찬했다.“뭐, 그렇긴 하지.”그 말에 조무진도 자부심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너도 천재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나만 못하지.”“응, 맞지, 맞아.”유진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충 맞장구쳤다.“이 일은 그만두고 일단 시신을 처리해 줘. 난 먼저 갈게.”그는 조무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너희들 봤지? 대단한 유씨 가문의 천재도 결국 나한테 부탁한다 이거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조무진은 뒤에 있는 두 여자 부하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대단하십니다.”두 여자 부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무진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은 게 아닌가 싶었다.남의 일을 대신 해주고도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지체 높고 고귀한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안세리와 봉연주의 죽음은 유진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조무진과 작별한 후, 그는 바로 별장으로 돌아왔다.문관옥이 또 다른 술책을 꾸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진우 형님, 돌아오셨군요?”별장 입구에 들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왕현이 다가오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무슨 일이에요?”유진
“이청성 씨였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유진우는 금세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 늦은 밤에 누구의 부탁을 받고 오신 건가요?”그는 이청성을 알지 못했지만 미인도에서 반쪽 옆모습만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선생님께서 편지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겁니다.”이청성은 설명 없이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유진우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고맙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편지 내용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편지에는 서명이나 인사도 없이 단 한 줄의 문구만 적혀 있었다.[임강왕 이만기, 현재 진산의 서하사에 거처 중, 법명은 각진.]글을 보는 순간, 유진우는 이 편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예상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약속한 삼일이 정확히 지켜졌다니... 좀 놀라운 속도인데?’“그분께 감사 인사 전해 주세요.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라 하세요.”곧 유진우는 손가락을 튕겨 봉투를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편지 외에 고모께서 한 마디 더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이청성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최근 궁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요.”“경고 고맙습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었다.“유장혁 씨, 세상은 변하고 십 년 전의 일이 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운명의 섭리입니다.”이청성은 나지막이 말했다.“운명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전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의 의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유장혁 씨가 그곳에 가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이 물건을 받아주길 바랍니다.”이청성은 이렇게 말하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금빛 부적을 꺼내어 두 손으로 유진우에게 건넸다.부적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고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그 부적에서 묘하게 신비롭고 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건 제가 구한 호신 부적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유장혁 씨가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몰라요.”이청성이 설명했다.“호신 부적이요?”유진우는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저를 도와주는 건가요?”“유장혁 씨는 죽어선 안 돼요. 적어도 지금은.”이청성의 목소리는 진지했다.유장혁의 목숨은 귀중하고 용국의 국운과 연결되어 있어 그가 연경에서 죽게 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이청성은 그런 사태를 막고 싶었고 그를 도와 이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것이 운명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그녀의 책임이었다.“이청성 씨의 대의에 감사드립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서슴없이 호신 부적을 받아들었다.조금 전의 대화를 통해 그는 이청성의 진짜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그녀는 친제감 소속일 가능성이 컸다.친제감은 용국에서 매우 신비로운 부서로 그곳의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부터 지리까지 두루 알고 있으며 예언과 점술로 국운을 예측할 수 있다.능력이 뛰어난 자는 하늘을 날고 요괴를 물리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다만 친제감은 평소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나라의 안위에 관한 일에만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제가 할 말은 다 했고 할 일도 다 했으니 이제는 유장혁 씨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호신 부적을 건네고 나서 이청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인간의 일은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그
밤은 금세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세면을 마친 유진우는 옷을 갈아입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형님, 이번 길이 험난할 텐데 제가 같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서로 보탬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왕현은 어깨에 검을 멘 채로 방에서 달려 나왔다.비록 실력은 부족하지만 유진우를 위해 망을 봐주고 지키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었다.“괜찮아요. 왕현 씨가 할 일은 집에서 잘 머무르면서 아저씨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에요.”유진우는 왕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기억해요. 무슨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아저씨와 함께 바로 떠나야 해요.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왕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저씨의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요. 난 그저 잠시 다녀오는 것뿐이니 잠깐 주의만 하면 돼요. 그럼 다녀올게요.”유진우는 이렇게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혼자서 문을 나섰다.진산은 외곽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어 차로 약 두 시간가량 걸렸다.사람의 발길이 드문 탓에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진산 위에 있는 서하사는 더욱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다.이청성의 도움 없이는 유진우도 한때 권세를 떨쳤던 임강왕이 작은 사찰에서 불경을 외며 은둔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일은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유진우가 서하사로 향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연경 안에서 일기 시작했다.각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이 시각, 옥면 산장 서재 안에서는 문관옥이 군사 전략을 연구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어르신!”이때, 한 심복이 급히 뛰어 들어와 정중하게 보고했다.“방금 급히 전해진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당장 확인하셔야 할 듯합니다.”“응? 가져와 봐라.”문관옥은 한 손으로 봉투를 받아 펼쳐 보았고 이내 그 내용에 눈빛이 반짝였다.“유장혁이 진산 서하사로 향한다. 강력히 저지하되 필요시 가차 없이 처단하라!”문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