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전쟁의 신 조무진 아냐?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지?”“헐! 진짜 전생의 신이야! 이번에 제대로 볼거리가 생겼군!”“어머나! 전쟁의 신 진짜 잘생겼다!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멋져!”조무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특히 젊은 여성들은 두 눈이 반짝이며 얼굴에 가득 사랑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용국에는 네 명의 군신이 있지만 그중 전쟁의 신은 단 한명뿐이었다.전쟁의 신이라 함은 용맹과 지략을 겸비한 인물로 조무진은 그 이름에 걸맞은 인물이었다.그는 용맹할 뿐만 아니라 지략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외모까지 갖추고 있었다.인기도 면에서 조무진은 용국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어디를 가든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한비영, 그만하지. 밤늦게 집에 가서 푹 자는 게 낫지 않나? 여기서 싸움질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조무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한비영이 턱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누군지 중요한가? 천재의 발아래에선 모두 규칙을 따라야 해. 그리고 너희는 이미 충분히 소란을 피웠어. 이 이상 계속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조무진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네 말투를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듯하군.”한비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곤 곧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까지 온 건 유장혁을 돕기 위해서인 것 같군. 그렇지만 오늘 일이 그렇게 쉽게 묻힐 거라 생각하나?”“한비영 너는 무림인이잖아. 매일 술 마시고 의협심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어? 여기에 얽힐 필요는 없잖아.”조무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무림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우리 세계는 오직 실력으로 존중받는 곳이라는 것도 알겠지.”한비영은 당당하게 외쳤다.“오랜 세월 동안 나는 백전백승이었고 적수를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외롭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지금 강한 상대가 필요하다. 유장혁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상대지. 유장혁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조무진, 너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쟁의 신이잖아.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한비영이 일부러 자극했다.“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지. 너희는 1대1을 즐기지만 우리는 단체 싸움에 익숙하지. 그러니 우리 방식도 좀 존중해 주는 게 어때?”조무진은 여유 있게 말했다.“참...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한비영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무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됐고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라. 싸울 거면 싸우고 아니면 가라. 여자애처럼 망설이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군.”조무진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이 말에 한비영은 분통이 터졌고 이를 악물며 참고 있었다.말로 다투다가는 자신이 더 불리해질 거란 걸 알기에 이 이상 시간 끌어봤자 득이 될 게 없었다.지금 상황으로는 잠시 물러나는 게 최선이었다.“조무진, 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어. 하지만 너무 기뻐하지 마라. 네가 나타남으로써 유장혁의 정체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어. 잘 생각해봐라. 그럼 이만!”한비영은 이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조무진은 유진우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보였다.한비영의 말대로 유진우의 정체가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내성에서 벌어진 일이 밤새 연경 전체에 퍼질 것이고 조씨 가문의 영향력으로도 완벽히 숨기기는 어려울 터였다.억지로 막으려 할수록 오히려 의심만 키울 뿐이었다.“괜찮아. 흘러가는 대로 두자.”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연경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다.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었고 잠시 피할 수 있을지언정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이제는 정면으로 맞설 때가 온 것이다.“세리 씨,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사람들 속에서 봉연주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한
“응?”유진우의 차가운 미소를 보며 봉연주는 온몸이 떨려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정신을 차린 뒤, 서둘러 애원하듯 말했다.“유... 유진우, 말로 해결해. 이전 일들은 오해였어. 사정이 있으면 우리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잖아.”“내가 너희를 살려줘야 할 이유를 대봐.”유진우가 천천히 다가오며 눈에 살기를 띄웠다.“이유? 이유라면... 우리가 살아 있는 게 너에게도 이득이 될 테니까!”봉연주는 재빨리 지혜를 발휘해 말했다.“우리의 재산 절반을 원한다고 했잖아? 네가 원했던 조건을 받아들일게. 우리를 살려만 준다면 어떤 조건이든 따를 거야.”“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조금이라도 일찍 이 정도 각오를 했더라면 한 번쯤은 살려줄까 생각해 봤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희가 얼마나 고집불통이고 죽어도 마땅한 자들인지 깨달았어.”“유진우, 우리가 잘못했어! 우린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봉연주는 당황해서 안세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도와달라고 속삭였다.“세리 씨, 뭐라도 좀 말해봐요. 이러다간 우리 다 끝장이에요!”“뭐가 그렇게 겁나요? 정말 못났네요.”이 순간 안세리는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들며 강하게 말했다.“유진우,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나는 절대 그런 굴욕스러운 일은 참을 수 없어! 나는 당당한 명문가의 자손이야. 너 같은 천민에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다고!”이 말에 봉연주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죽고 싶지 않은 거 맞아요?”“흥! 우리가 빌어본들 유진우가 마음을 바꿀 것 같아요? 꿈 깨요!”안세리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겁먹을수록 유진우는 더 기고만장해질 테니 저 자식의 오만함을 부추겨선 안 돼요!”“그렇게 자극하다가 유진우가 화라도 내면 어쩌려고 그래요?”봉연주는 울상이 되어 말했다.유진우의 힘을 방금 직접 목격했기에 그의 강함을 실감하고 있었다.천재 한비영조차 손을 못 대고 물러난 걸 보면 유진우의 능력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자각 못 하네.”유진우는 피식 코웃음 쳤다.“네 생각에는 내가 문관옥을 두려워할 것 같아? 진짜 두려워했다면 내가 어떻게 문한성까지 죽였겠어?”이 말에 안세리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하니 굳어버렸다.그녀는 거의 잊고 있었다. 유진우는 문한성조차 죽일 만큼 대담했으니 자신들이라 해서 예외일 리 없었다.‘완전히 미친놈 아니야?’“그만하지. 이제 너희랑 말장난할 기력도 없다. 감옥에 가면 자연스럽게 다 불게 될 거야.”유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끌고 가.”조무진이 손짓을 하자 두 명의 여자 부하들이 안세리와 봉연주를 끌고 차에 태우려 했다.“안 돼! 난 감옥에 가기 싫어!”“유진우, 제발 날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 앞으로는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100% 네 말에만 따를게. 부탁이야!”봉연주는 진심으로 두려워하며 울부짖었다. 온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말이다.봉씨 가문은 이미 몰락해 더는 그녀를 지켜줄 수도 없었다. 감옥에 가는 순간, 그녀는 고통 속에서 생지옥을 경험할 것이 분명했다.유진우가 반응하지 않자 봉연주는 안세리를 향해 소리쳤다.“안세리! 너 뭐해? 빨리 사과해! 죽고 싶은 건 알겠지만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그제야 안세리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렸다.이제는 모든 걸 잃었고 조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유진우와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다 말할게!”“유진우, 제발... 우리를 놓아주기만 한다면 알고 싶은 건 뭐든 다 말해줄게!”안세리는 마치 시들어버린 식물처럼 완전히 기가 꺾인 채로 말했다.“너는 나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 지금부터 너희가 음모를 꾸민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해. 그리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지.”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알았어... 다 말할게.”그렇게 안세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던 순간,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불빛이 반짝였다.곧이어 퍽 하는
바닥에 쓰러진 두 구의 시신을 바라보며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무도 고수라면 예민한 오감을 지니고 있어 공격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해 피하거나 막는 행동을 취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조금 전의 두 발은 너무 은밀했고 유진우에게 직접적인 살의를 품지 않았기에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안세리와 봉연주의 생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유진우의 면전에서 사람을 죽이고 증거를 없애려 하다니, 이것은 대놓고 도발하는 꼴이었다.유진우는 고개를 들어 총알이 날아온 위치를 바라봤다.그곳은 시야가 탁 트인 높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람이 사라진 상태였다.“빨리! 현장을 즉시 봉쇄하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라!”상황을 파악한 뒤, 조무진은 결단력 있게 명령을 내렸다.“그럴 필요 없어. 범인은 이미 도망갔어.”유진우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안세리와 봉연주는 죽어도 쌌고 굳이 사람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들이 너무 빨리 죽어버려서 정보도 못 얻었고 속도 풀지 못했다는 점이다.약간 찜찜했다.“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조무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확실하진 않지만 대충 짐작은 가.”유진우는 담담히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범인은 문관옥의 사람일 거야.”“문관옥?”그러자 조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이상하네. 그 사람이 왜 저들을 죽였을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암살할 가치가 있을까?”“아마 나와 관련이 있을 거야.”유진우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문관옥은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이 두 여자를 이용해 나를 위한 함정을 파고 한비영의 손을 빌려 증거를 없애려 했을 거야.”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관옥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 평범한 사람을 처리하는 데 복잡한 방식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명령 한마디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쓴 건 분명히 무언가 꺼리는 것이 있었다는 증거다.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당연하지.”유진우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십 년 전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날 수 없어.”“좋아! 형이 그렇게 결심했다면 나도 무조건 지원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조무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안심해, 사양할 생각 없으니까.”그러자 유진우도 살짝 웃었다.“때 되면 힘든 일은 전부 너에게 맡길 테니 기대해.”“말이 좀 그렇네. 내가 힘든 일만 도맡아 하는 사람이야?”조무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능력 있는 사람이 일을 많이 해야지. 너는 세상에 이름을 떨친 전쟁의 신인데 못 해낼 일이 뭐가 있겠어?”유진우는 능청스럽게 칭찬했다.“뭐, 그렇긴 하지.”그 말에 조무진도 자부심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너도 천재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나만 못하지.”“응, 맞지, 맞아.”유진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충 맞장구쳤다.“이 일은 그만두고 일단 시신을 처리해 줘. 난 먼저 갈게.”그는 조무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너희들 봤지? 대단한 유씨 가문의 천재도 결국 나한테 부탁한다 이거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조무진은 뒤에 있는 두 여자 부하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대단하십니다.”두 여자 부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무진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은 게 아닌가 싶었다.남의 일을 대신 해주고도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지체 높고 고귀한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안세리와 봉연주의 죽음은 유진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조무진과 작별한 후, 그는 바로 별장으로 돌아왔다.문관옥이 또 다른 술책을 꾸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진우 형님, 돌아오셨군요?”별장 입구에 들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왕현이 다가오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무슨 일이에요?”유진
“이청성 씨였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유진우는 금세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 늦은 밤에 누구의 부탁을 받고 오신 건가요?”그는 이청성을 알지 못했지만 미인도에서 반쪽 옆모습만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선생님께서 편지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겁니다.”이청성은 설명 없이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유진우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고맙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편지 내용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편지에는 서명이나 인사도 없이 단 한 줄의 문구만 적혀 있었다.[임강왕 이만기, 현재 진산의 서하사에 거처 중, 법명은 각진.]글을 보는 순간, 유진우는 이 편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예상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약속한 삼일이 정확히 지켜졌다니... 좀 놀라운 속도인데?’“그분께 감사 인사 전해 주세요.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라 하세요.”곧 유진우는 손가락을 튕겨 봉투를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편지 외에 고모께서 한 마디 더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이청성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최근 궁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요.”“경고 고맙습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었다.“유장혁 씨, 세상은 변하고 십 년 전의 일이 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운명의 섭리입니다.”이청성은 나지막이 말했다.“운명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전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의 의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유장혁 씨가 그곳에 가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이 물건을 받아주길 바랍니다.”이청성은 이렇게 말하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금빛 부적을 꺼내어 두 손으로 유진우에게 건넸다.부적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고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그 부적에서 묘하게 신비롭고 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건 제가 구한 호신 부적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유장혁 씨가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몰라요.”이청성이 설명했다.“호신 부적이요?”유진우는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저를 도와주는 건가요?”“유장혁 씨는 죽어선 안 돼요. 적어도 지금은.”이청성의 목소리는 진지했다.유장혁의 목숨은 귀중하고 용국의 국운과 연결되어 있어 그가 연경에서 죽게 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이청성은 그런 사태를 막고 싶었고 그를 도와 이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것이 운명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그녀의 책임이었다.“이청성 씨의 대의에 감사드립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서슴없이 호신 부적을 받아들었다.조금 전의 대화를 통해 그는 이청성의 진짜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그녀는 친제감 소속일 가능성이 컸다.친제감은 용국에서 매우 신비로운 부서로 그곳의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부터 지리까지 두루 알고 있으며 예언과 점술로 국운을 예측할 수 있다.능력이 뛰어난 자는 하늘을 날고 요괴를 물리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다만 친제감은 평소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나라의 안위에 관한 일에만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제가 할 말은 다 했고 할 일도 다 했으니 이제는 유장혁 씨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호신 부적을 건네고 나서 이청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인간의 일은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그
삼 분 후, 모든 호룡각의 킬러들은 이미 피를 뿌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유진우는 흔들리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내면의 강력한 진기 역시 모두 사라지면서 그는 이제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 눈앞의 풍경은 점점 흐릿해지고 심장박동은 거의 멈춰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위험을 겪고도 결국엔 내가 내 사람의 손에 죽다니, 정말 웃기네.” 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두 손으로 칼을 움켜잡고 힘껏 뽑았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때 칼이 몸에 꽂혀 있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을 빼자 유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결국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이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유진우가 쓰러질 때 그의 몸에 항상 지니고 있던 부적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금빛으로 변하며 유진우의 이마에 흡수되더니 사라졌다. 영혼 부적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진우의 사지와 백골을 휘감으며 퍼졌다. 이전에 사철수가 뿌린 이상한 독은 이 에너지에 접촉하자마자 급속히 분해되었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유진우의 내부 상처와 방금 뚫린 치명적인 칼자국도 이 에너지를 받고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 에너지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러 원래 생명을 잃었던 유진우를 천천히 죽음의 문턱에서부터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시각,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비밀 저택에서 명상 중이던 이청성은 갑자기 몸이 움찔하더니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호신 부적이 손상된 건가?” 이청성은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수를 놓으며 계산을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청성은 곧바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한 줄기의 빛으로 바뀌더니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이 시각, 호룡각의 비밀 기지 안에서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금색 의
이제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죽는 것뿐이었다. “응?” 유진우의 빠른 철권을 맞닥뜨린 사철수는 눈이 커지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철수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졌고 그의 몸은 마치 자루처럼 10미터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유진우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철수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 손으로 인을 그렸고 발을 힘껏 구르자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옷만 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문둔술이었다. “와!” 사철수가 도망친 뒤 유진우는 거칠게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했다. 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몸은 독에 중독되었으며 가슴을 관통한 그 칼이 여전히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 유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다가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하!” 손도운은 절망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우 형님!” 왕현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설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게다가 호룡각의 킬러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았다. “왕현 씨! 손도운을 데리고 먼저 가요!” 유진우는 부서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칼이 몸에서 뽑지 않는 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진우 형님! 그럼 형님은요?” 왕현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세 사람 중 유진우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수련이 깊으니 죽지 않아요.” 유진우는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 떠들고 손도운 데리고 가요!” 왕현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유진우의 호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손도운을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호룡각의 킬러들은 두 사람을 쫓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두 명
유진우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을 습격한 사철수를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의심해 왔다. 왕현, 유공권 등도 그중 하나였지만 유독 사철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왕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그는 사철수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랬기에 아까 전심을 다해 치료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독에 걸리고 상처를 입어도 사철수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부의 결사대원이었고 마치 가족처럼 여기던 사철수가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장혁아,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만 했어.” 사철수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고 그 눈빛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그때의 진실을 조사하지 말라고. 그런 건 죽음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그런데 왜? 왜 너는 그걸 듣지 않았니? 너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 죽으려 드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사철수는 서경 중군 부장이지만 그전에 내 진짜 신분은 호룡각의 밀사였다.” 사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룡각의 밀사?” 유진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철수가 호룡각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그를 습격한 것은 사철수가 미리 정보로 전달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때 터졌던 검은 독기 역시 사철수의 짓이라고?’ 사철수는 일부러 자신을 독에 중독시켜 유진우에게 독을 풀게 하면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얽힌 계략은 그를 완벽하게 속여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 거
두 손이 맞붙으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유진우는 몸을 한 번만 움찔했을 뿐인데 모든 힘을 가볍게 막아냈다. 반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의 한 손에 의해 수십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떨어졌고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온몸의 경락이 반쯤 부서져버렸다. “너... 너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가슴을 움켜잡았고 얼굴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유진우는 분명 독에 중독되었고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한 한 방으로 나를 이렇게 쉽게 물리친 거지? 우리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컸던 건가?’ “내가 기습당하기 전에 내 실력을 조사하지 않았나?”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사철수 몸속의 독은 이미 모두 빠져나갔고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유진우 자신은 부상을 입고 독에 중독되었지만 깊은 수련 덕분에 당장 쓰러지지는 않았다. “넌 아무리 강해도 결국 그냥 무도 마스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호룡각이 파괴된 날, 그곳의 고위 인물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싸웠고 사실상 더 이상 조직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잘 모르지만 서경 왕부의 음모였고 유진우가 그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었다. 오늘 그는 유진우가 서경 왕부의 밀사를 만나러 온다는 비밀 정보를 받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복수를 꿈꿨지만 상대가 이토록 강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흥! 만약 내가 그저 평범한 무도 마스터였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 거야.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건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우가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라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쳤다. 전신의 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뒤에서 기습 공격을 한 탓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진우가 여전히 사철수를 치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긴 칼을 내리칠 때 유진우는 재빨리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몸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쾅!”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긴 칼이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진기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엄청난 반동에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칼은 튕겨져 나가고 그는 몸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자신은 전력을 다해 칼을 내리쳤고 심지어 기습 공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유진우는 죽지는 않아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전혀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밀려서 뒤로 물러섰다. ‘이 어린놈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윽!” 그때, 치료 중이던 유진우가 갑자기 검은 피를 토했다. 얼굴은 온통 새카맣게 변했다. 방금 전 독기는 너무 강력해서 유진우의 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철수를 치료하는 데 너무 많은 진기를 소모한 탓이었다. 그로 인해 독소를 억제할 수 없었고 그대로 오장육부에 침투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기습에 맞서려고 무리하게 방어를 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충격이 겹쳐 결국 피를 토하게 된 것이다. “하하하, 결국 너도 다 죽어가고 있구나!”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한 방에 바로 무너지네.’ “이번엔 너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떨어진 칼을 다시 움켜잡고 유진우에게 달려들어 한 번 더 칼을 휘둘렀다. “전하!” 중상을 입
“난 너랑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꺼져!”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더 이상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서로 비슷한 수준이던 손도운은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결국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전에 손도운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와 팽팽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뜨거운 혈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손도운의 그 우세는 사라졌고 남은 건 오직 순수한 실력 차이였다. 이제 싸움은 더 이상 간단한 기술이나 혈기 싸움이 아니었다. 실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죽어라!”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격렬해졌다. 손도운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방어할 뿐 반격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3분 내로 손도운은 완전히 패배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 모습을 본 유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앞에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경계심이 솟구쳤다.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퍼져 나갔다.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검은 안개는 마치 영혼처럼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뚫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안개가 눈, 귀, 입, 코, 그리고 피부의 모든 모공을 통해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유진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리 많은 것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호신 진기마저 막지 못하는 이런 괴이한 안개는 대체 뭐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유진우는 곧바로 기운을 모아 독을 빼내려 했다. 비록 이 검은 안개가 매우 이상하긴 했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혁아! 괜찮아? 아무
손도운의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게다가 그의 검술은 극히 사납고 위압적이며 전형적인 군무 스타일로 꾸밈이 없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었다.그의 모든 움직임과 검법은 살인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깔끔하고 효과적이면서 매우 폭력적이었다.4대 호법의 진형이 신비롭기는 했지만, 손도운의 빠른 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들이 진형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손도운은 빈틈을 발견하고 빠른 검으로 돌파했다.한 차례의 교전 끝에 네 사람은 완전히 제압당해 반격할 여지가 없었다.“손 장군님이 이렇게 강한 무도 마스터인 줄 몰랐네요!” 사철수는 조금 놀랐다.“유만수의 근위병이자 밀정단까지 이끄는 자인데 당연히 평범할 리가 없죠.” 유진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도운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는 예사롭지 않을 거라고 느꼈다.유만수로부터 중임을 받고 연경까지 먼 길을 왔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손 장군님의 나이를 보아하니 겨우 30대에 불과한데 이런 성취를 거둘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위왕 님 곁에는 숨은 인재들이 많네요.”사철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끝났네요.”유진우가 불쑥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도운의 공세가 거세졌다.거센 파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칼날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초반부터 기세가 꺾인 4대 호법은 순간적으로 압박을 받아 열수를 버티기도 전에 손도운의 빠른 검에 처져 입과 코로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졌다.“흥! 감히 전하를 해치려고 해? 그전에 내가 든 검이 동의하는지 물어봐!”손도운은 살기가 가득한 아우라를 뿜으며 위풍당당하게 말했다.그가 유진우를 마주했을 때 보여준 겸손함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고수를 만났네.”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손을 들어 계속 공격하려는 4대 호법을 제지했다.“이제 당신 차례야!”손도운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고 칼끝을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얼굴을 향해 겨눴다.“흥! 네가 4명을 이겼다고 해서
그들은 어둠 속을 지니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용사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소중하고 중점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전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도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하의 신분이 특수하여 모든 세력이 은밀히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밀정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손 장군님, 왕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유진우가 다시 물었다.“전하, 지금 상황은...”손도운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갑자기 아래층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눈길을 주고받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가면을 쓴 암살자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암살자들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선두에 선 한 사람은 붉은 옷을 입었고 그 옆에 있는 네 명은 흰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다.“당신들 누구야?”왕현이 가장 먼저 검을 뽑아 유진우의 앞에 막아섰다.“전하, 먼저 가세요. 제가 뒤따라가겠습니다.”손도운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천천히 뽑았다.“유장혁! 네가 우리 호룡각을 무너뜨리고 각주를 죽였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고작 당신들 몇 명만으로 날 죽일 수 있겠어요?”유진우는 조용히 앉아서 차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전혀 개의치 않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이 오만한 놈아, 오늘 호룡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진 쳐! 저놈을 죽여라!”“예!”옆에 있던 흰옷의 암살자 네 명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네 사람의 속도가 매우 빨랐고 움직임이 신비로웠으며 그들이 피하고 이동하는 모습은 거의 잔상만 보일 뿐이었다.가장 관건적인 것은 네 사람의 공격과 방어가 매우 잘 조율되어 있었고 진법이 완성되면서 살상력이 배가되었다.“나
“짧게는 반달, 길게는 1년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유진우의 몸은 경직되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자신이 늘 유만수의 부작위를 원망했어도 그들은 결국 같은 피가 흐르는 부자였다.유만수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었다.그의 곁에 남아있는 가족은 몇 명밖에 안 되는데 유만수까지 떠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 소식 확실한가요?”유진우는 침착해 보이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전하, 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확실합니다. 어르신께서 제가 전하께 알려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시지만, 저는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손도운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어르신께서 항상 몸이 정정하셨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사철수가 물었다.“지난 10년 동안 어르신께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서경을 지키고, 오랑캐의 침략을 막고, 모든 내부 세력도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손도운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유만수의 근위병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안중에 두고 있었다.예전의 서경왕은 손가락만 까딱해도 조정과 민간을 뒤흔들 정도로 위엄있고 패기가 넘쳤다.그러나 이제 영웅은 죽어가고 있으며 그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휴... 어르신께서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셨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서경 전체뿐만 아니라 용국의 절반에 가까운 영토도 함께 짊어지셨습니다. 비록 높은 공들을 세웠지만 몸이 너무 많이 상했습니다.”손도운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유만수...또 다른 말은 없었어요?” 유진우는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경은 전하의 영원한 집이니 전하께서 힘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언제든지 돌아오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손도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