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천호 병원의 한 사무실 안에서.강천호가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똑, 똑, 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요.”강천호가 천천히 눈을 뜨자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방민철을 보았다.“무슨 일이야?”그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표정이었다.“천호 씨, 방금 들었는데 어젯밤에 용 관장이 크게 다쳤대.”방민철이 말했다.“뭐? 용 관장이 다쳤다고? 누구 짓이야?”강천호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유진우야!”방민철은 심각한 얼굴로 계속했다.“유진우를 잡으려고 용 관장이 직접 나갔는데 처참하게 졌어.”“유진우? 그 녀석이 정말 그렇게 강해?”강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용 관장은 그의 오른팔이었고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맞설 상대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듣고도 무서워할 정도였다.평소 까다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서서 쉽게 해결해 줬던 고수가 유진우한테 패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천호 씨, 어젯밤 유진우가 용 관장한테 전달하라고 한 말이 있대.”방민철이 말하다가 멈칫했다.“무슨 말인데?”“오늘 향란이를 사과하러 보내라고 했대, 아니면 직접 찾아올 거라고.”“흠! 이 새끼가 감히 날 협박해? 배짱이 대단하네!”강천호는 너무 화가 나서 식탁을 내리쳤다. 강씨 집안 사람을 두들겨 패고 나서 또 사과하러 오라고?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행위였다!“천호 씨, 진정해. 그놈이 쉬운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당분간 부딪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방민철이 충고했다.“그냥 놔두라고?”강천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안 되지!”방민철이 머리를 저었다.“유진우의 무공은 강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경솔하고 무모한 일반인일 뿐이야. 우린 그냥 우리의 세력으로 그를 제압하면 되는 거야.”“계속해.”강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개발한 백령환은 여러 세력들이 모두 탐내는 약이야. 그중에는 조씨 가문도 있지. 우리는 이 부분을 이용하여 조씨 가문이 우리와 협조하
“고칠 수 없다고?”강천호는 얼굴을 깊게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유진우 그 자식만이 내 딸을 살릴 수 있다는 거야?”“결자해지라고 점혈을 한 사람을 찾아야 해요.”의사가 말했다.“그 자식 정말 악랄하네. 이런 얄팍한 수법을 쓰다니!”강천호는 사나운 눈빛을 하고 이를 악물었다.“천호 씨, 이제 어떡해?”방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선미에 대한 뇌물 공작은 실패했고 용 관장은 중상을 입었다.강약 작전을 모두 해봤지만 유진우를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강향란의 목숨이 유진우한테 달려 있다는 것이다.지금 상황으로선 다른 무슨 대책이 있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강천호는 겨우 입을 열었다.“그 자식한테 전화해! 협상해야지!”“그래!”방민철은 망설임 없이 서둘러 유진우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발신한 후 강천호에게 넘겼다.“여보세요, 누구세요?”유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나 강천호.”강천호는 화를 참으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너 내 딸한테 무슨 짓 한 거야?”“아 ... 강천호 대표님이세요. 점혈법을 말씀하시는 거면 제가 한 거 맞아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너 정말 배짱이 크구나!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강천호는 이를 갈았다.“따님께서 무슨 짓을 했는지 먼저 물어보시죠. 사람을 그 정도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제가 왜 그렇게까지 하겠어요?”유진우는 무심하게 말했다.“흠! 너랑 얘기하기도 싫으니까! 당장 내 딸 몸에 점혈을 풀어!”강천호가 명령조로 말했다.“그냥 풀어주라고요? 그렇게 쉽게 풀어줄 수는 없죠.”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나랑 거래를 하자는 건가? 그래 좋아. 내 딸을 살려주면 앞으로 너한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지.”“허 ... 그걸 로요?”“그리고 이씨 가문의 금지령도 바로 해제해 주지.”“강 대표님, 감이 많이 떨어지시네요.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그럼 원하는 게 뭔데?”“아주 간단합니다. 따님의 사과요
“그만해!”장경화가 호통치며 소란을 피우자 이 어르신이 소리쳤다.“지금은 책임을 추궁을 할 때가 아니야, 어려운 일이 생겼으니 서로 도와서 난관을 헤쳐 나가야지, 여기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말은 쉽죠. 강씨 가문에서 내린 금지령이라고요. 며칠 안에 우리는 파산할 거고 그러면 우린 강능에서 더 이상 못 살아요.”장경화는 분노했다.“맞아요! 유진우가 사고만 치지 않았어도 우리 가문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이현도 덧붙였다.“진우 씨,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봐”이청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강향란이 너무 제멋대로 날뛰어서 한바탕 훈계했을 뿐이야.”유진우는 부인하지 않았다.“모두 들었죠. 사람을 때린 것도 사고를 친 사람도 유진우에요. 우리 가문이 금지령을 당하고 망하는 건 이 자식 때문이라고요.”장경화는 더욱 격렬하게 소리쳤다.“유진우! 이 재수 없는 놈아!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큰 피해를 입었으니 오늘 당장 해명해!”“내 생각엔 그냥 묶어서 강씨 집안에 넘겨 강 대표의 분노를 풀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여러 의견들이 난발하며 심지어 누군가는 유진우를 묶으려고 하였다.“진우 씨, 너무 충동적이었어! 강향란을 왜 때렸어?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는 알고 있지?”이청아는 눈썹에 주름을 잡았다.“그러니까 너의 말은 네가 맞고 굴욕당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야 한다는 거야?”유진우의 표정은 차가웠다.장경화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청아가 자신을 탓하는 건 너무 실망이었다.“그게 아니고, 내가 말하려는 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그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지금 너 때문에 우리도 그렇고 너 자신도 곤경에 처했잖아.”이청아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난 너희들처럼 그렇게 많은 걸 생각 안 해. 단지 은혜든 원한이든 있으면 반드시 갚는 것뿐이야.”유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들었지! 이 자식은 뉘우칠 줄도 모르
“어?!”무릎을 꿇고 있는 강씨 일가를 바라보던 이씨네 사람들은 바로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하나둘씩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늘 높고 위압적이었던 강씨 일가가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다.오늘 왜 이러는 거지?약을 잘못 먹었나?“무슨 일이야? 강씨 집안에서 보복하러 온 거 아니야? 왜 다들 무릎을 꿇은 거야?”“강씨 집안에서 지금 무슨 꿍꿍이야?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일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더 큰 계략을 꾸미는 거 아닐까?”무릎을 꿇은 강씨 가족을 바라보며 이씨 가족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극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에 다리의 힘이 풀려 똑바로 서있지도 못했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위풍당당하던 대 가문에서 그들한테 왜 무릎을 꿇었을까?이런 상황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이청아 씨, 정말 죄송합니다.”“어젯밤에는 우리가 잘못했기에, 오늘 우리 아가씨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드리오니 이청아 씨가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강 집사가 앞장서서 말을 마친 후 직접 허리를 굽히고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이청아 씨, 용서해 주세요!”뒤에 있던 강씨 가족 기타 일행들도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던 체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땅바닥에 머리를 숙였다.이 장면은 이씨 가족을 다시 한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이건 사실이다! 강씨 가족이 지금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일까?“강 집사님, 왜 이러세요?”병상에 누워있던 이청아가 드디어 더 이상 침착하지 못하고 바로 일어섰다.‘화를 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거지?’“우리 강씨 가문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막 나가는 가문 아닙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해야죠. 이청아 씨, 용서해 주십시오.”강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강 집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빨리 일어나세요! 어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저희가 어찌
강향란 일행이 떠난 후.이씨 가족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천하의 강향란이 그렇게 맞고도 주동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이건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 강씨네 가족 왜 저래요? 저렇게 겸손하다니?”“그러게, 나 꼬집어 봤는데 꿈이 아닌 건 확실해.”“설마 강향란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하러 왔다고?”“말도 안 돼! 강씨네 집안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고?”이씨네 사람들은 서로들 한마디씩 하며 의논을 하고 있었다.“설마 유진우 때문은 아니겠죠?”단소홍의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어젯밤 사람을 때린 것부터 시작해서 유진우는 평소와 사뭇 다른 침착함을 보였었다.마치 모든 것이 자기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상황 파악이 안 되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꿰뚫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하지만 유진우가 사촌 언니와 결혼한 3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강씨 가문을 굴복 시켰다는 건 믿을 수가 없었다.모두가 의아해 할 때 잘 차려입고 풍채가 좋은 여호준이 갑자기 들어왔다.“어? 다들 계셨군요, 마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강씨 가문에서 금지령을 해제했어요!”여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호준아 아까 그것도 다 너 때문인 거지?”장경화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눈빛이 반짝거렸다.“맞아요! 호준 형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이현도 바로 반응했다.“그런 거죠. 강씨 집안에서 사과한 건 다 호준 씨 덕분이네요!”“그래요! 호준 씨 아니면 누가 이런 능력이 있겠어요!”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궁금증이 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씨 가문에서 사과를 한 이유는 바로 여호준이 압력을 넣어서 그런 것이라고 확신했다.“왜 들 그러세요? 방금 무슨 일 있었어요?”여호준은 조금 의아했다. 여기저기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니 아무리 재치 있는 여호준이라 할지언정 어리둥절했다.“호준아 숨기지 마, 네가 한 거
“나?”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단소홍한테 쏟아졌다. 그냥 옆에서 재미나 보려고 했는데 불통이 자기한테 넘어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소홍아, 뭘 봤는지 숨기지 말고 말해.”장경화가 말했다.“그래, 소홍아 이놈의 거짓말을 밝혀내야지.”모두들 외쳤다.“그게 ...”단소홍은 말하려다가 더듬거렸다.이런 반응에 사람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여호준은 심장이 북 치듯 뛰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아까 유진우가 진실을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이미 충분히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만약 단소홍마저 정말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서 거짓말이 밝혀지면 체면이 크게 구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단소홍, 어제 일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우 씨! 그만해, 너의 체면을 생각해.”이청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소홍아, 이모가 있으니 겁내지 말고 네가 알고 있는 걸 다 얘기해.”장경화는 지켜줄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젯밤 ...”단소홍은 몇 초간 망설이더니 갑자기 눈빛이 굳어졌다.“어젯밤에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아는 건 유진우가 강향란 씨를 때렸다는 것뿐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유진우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단소홍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의로 사실을 왜곡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유진우 들었지? 이게 진실이야! 이제 또 뭐라고 할 건데?”장경화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유진우, 넌 감사해할 줄도 모를뿐더러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이야!”사람들은 경멸과 야유를 표하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증거가 분명해졌으니 어떤 궤변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하 ...”이청아는 실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몇 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고집불통이었고, 그녀가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한다고 생각했다.“유진우 씨, 저는 분명히 당신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저를 모독하는 거예요? 다행히 소홍 씨가 정직한 사람이어서
“팍!”이청아는 유진우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과도한 힘 때문에 붕대로 감겨 있던 상처마저 다시 찢어져서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유진우는 뜨거운 얼굴을 만지며 희비가 없는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오해와 멸시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한때 아내였던 사람이 다른 남자 때문에 뺨을 때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왜? 왜 반성하지 않는 거야?”이청아는 이를 악물고 증오의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며 유진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심하고, 질투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심지어 은혜를 원수로 갚기까지 하다니 온갖 나쁜 품성이 몸에 배어 있다고 생각되어 뺨으로 유진우를 깨워주고 싶었다.“흠! 나한테 덤벼? 어리석은 놈!”두 사람이 서로 원수가 된 걸 보고 여호준은 속으로 웃었다. 비록 이빨 두 개를 잃었지만, 이청아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며 유진우의 뺨을 때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잘했어! 이런 놈은 맞아야 돼!”장경화의 눈이 번쩍 뜨였다.“맞아! 교훈을 주지 않으면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알아.”이현이 끼어들었다.“허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유진우는 갑자기 혼자서 웃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싸움은커녕 다툰 적도 거의 없었다.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방금 때린 거로 우리 모든 게 끝났어. 이제부터 서로 빚진 거 없어.”유진우는 심호흡을 하더니 침착하게 돌아서서 나갔다.분노도 으르렁거림도 없이 예상치 못한 무관심만 가득했다.“어?”그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청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똑, 똑, 똑,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까 나갔던 강 집사가 다시 돌아왔다.“저기, 유진우 씨 어디 계시나요?”“강 집사님, 그놈은 왜 찾으시는지요?”장경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 저희 강 대표님께서 유진우 씨와 화해를 하고 싶다고 선물을 보내셨습니다.”강 집사가 말했다.“선물을요?”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
이청아가 비틀거리며 병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고 표정은 무뚝뚝했으며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다. 심지어 붕대를 감은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떠나는 유진우의 절망적인 눈빛이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렀다.그녀는 두 사람이 점점 더 멀어졌다는 것을 알았다.과거에는 항상 커리어에 집중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많은 것을 소홀히 하고 또 많은 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혼하던 날부터 그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미 너무 늦었다.“청아야, 방금 알아봤는데 ...”병실로 들어오는 이청아를 보자마자 장경화는 반갑게 다가가서 해명했다.“유진우가 수작 부린 거야. 그 자식이 강향란 씨 몸에 나쁜 짓을 하고 그걸로 강 대표를 협박하여 사과하게 만든 거야. 결국에는 교활한 수법을 쓴 거야.”“맞아. 유진우 그 자식이 자기를 내세우려고 비열한 짓을 한 거야.”이현도 덧붙였다.처음에는 자기들 몰래 도와준 사람이 유진우라고 하자 무척 놀라워 하더니 강씨 가문이 유진우가 무서운 게 아니고 그한테 협박당해서였다는 걸 알고 난 뒤 또다시 막말을 해댔다.“엄마, 다들 나가요, 나 혼자 있고 싶어요.”이청아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청아야, 우리가 유진우를 오해했더라도 괜찮아. 원래 유진우가 사고 친 거잖아. 그 자식은 자기 잘못을 만회한 것뿐이야. 우린 그놈한테 빚진 거 없어.”장경화는 계속했다.“엄마, 나 피곤해서 좀 쉬고 싶으니까 나가세요.”“청아야 ...”“나가요!”이청아의 초췌한 얼굴을 본 장경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사람들을 이끌고 병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이번 일의 가장 큰 공신이 유진우가 될 줄은 정말 생각 밖이야, 이외로 여호준 씨 진짜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병실 밖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감탄했다.“공신은 무슨, 우리를 그 상황에 빠뜨린 게 누군데.”장경화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호준이는
오아시스 속의 경험은 그에게 있어 지워지지 않는 악몽과도 같았다.그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으며 다시 그곳을 탐험할 용기는 전혀 나지 않았다.“뭐가 걱정이야? 내가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자네를 건들지 못할 거야. 아무리 위험해도 난 자네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어.” 조이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선배님, 그곳은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만만하지 않습니다.”바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우리는 그 외곽을 잠시 돌아봤을 뿐인데도 각종 위협에 시달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어요. 내부 지역은 아예 탐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해요. 안으로 갈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고, 더 강한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 말이죠. 무도 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어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자네는 겨우 선천무사에 불과하면서 어떻게 무도 마스터의 강함을 알겠어?”조이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대꾸했다.“그건 그렇다 쳐도 난 평범한 무도 마스터가 아니야. 괴물 몇 마리 정도는 금방 처리할 수 있어.”“선배님의 실력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죠. 하지만 오아시스 안에는 너무 많은 미지의 것이 숨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조심해야 해요.” 바람은 다시 한번 경고했다.“알겠어. 자네가 그렇게 겁먹은 모습이 보이니 굳이 강요하지 않을게. 대신 지도 하나 그려줄래? 그곳으로 가는 경로와 자네가 봤던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조이준은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제가 해드릴 수 있어요.”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비하면 지도를 그리는 일이야 뭐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다....그 시각, 마을의 찻집 안에서는 엄기준과 연우혁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진우 때문에 유룡종과 비설파의 제자들은 잠시 동맹을 맺게 되었다.“방금 다치셨죠? 이건 우리 비설파의 설화금옥환입니다. 내상을 치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니 한번 드셔보시죠.”연우혁은 약을 꺼내 엄기준에게 건넸
“열에 아홉은 죽는다고요? 정말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요?”서지석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바람은 오행문의 천재적인 제자로서 그의 실력은 서지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오아시스 속 괴물들이 정말 평범하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괜히 겁주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그곳은 정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제 몇몇 선후배들이 모두 괴물에게 잡아먹혔어요. 제가 그때 빠르게 도망친 덕에 운 좋게 살아남았지, 아니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바람의 얼굴엔 지울 수 없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형제와도 같은 선후배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아프게 남아 있었다.“이번 임무, 상당히 위험하군요.”서지석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오행문은 서남 지역의 주류 파벌은 아니었지만 그 세력은 금도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탐험에 나섰던 엘리트 제자들이 거의 전멸한 것을 보면 오아시스의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해 보였다.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그곳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문파의 고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터였다.“위험은 늘 기회와 함께 있지. 보물을 얻고 싶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두려운 자는 떠나도 좋아. 나는 말리지 않겠어.”조이준은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무도 마스터인 그의 강력한 실력은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그에겐 그 어떤 괴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선배님, 저희도 그만한 각오를 하고 죽음의 사막에 온 겁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의미 없이 죽을 순 없습니다. 바람 씨가 말한 대로 오아시스엔 위험이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더 많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서지석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정 그러면 오아시스에 들어가서 각자 따로 움직이면 되니까.”조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눈엔 이들이 짐처럼 보
조이준의 말에 유진우는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서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얼른 대답하세요. 이건 정말 둘도 없는 기회라고요!”서지석은 초조하게 유진우에게 눈짓을 보내며 재촉했다.조이준이 누구냐고?그는 바로 사막의 교룡, 서남 5대 강자 중 하나, 자신의 스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존재였다.그의 실력은 이미 마스터 수준에 이르렀다.매년 무수한 무사들이 조이준의 제자가 되기를 갈망했다.그러나 조이준은 콧대가 높고 변덕이 심해 그들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혼자였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고오한 사막의 교룡이 스스로 제자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선배님의 호의는 충분히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난 쉽게 제자를 받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도록 하거라.”조이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의 위상과 능력을 생각하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무사들이 매일 줄을 서는 상황이었으니 유진우가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진우 씨!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 이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요! 만약 선배님의 제자가 되면 비설파든 유룡종이든 그 누구도 진우 씨를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예요! 얼른요!”서지석은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유진우를 재촉했다.그는 유진우가 조이준의 명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절한다고 생각했다.마스터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단연코 최고의 기회가 틀림없었다.게다가 조이준은 그동안 제자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동의하면 바로 조이준의 정통 제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릴 터였다.“선배님의 호의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말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유진우는 한 번 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분명히
“이제 제가 사람을 넘겨야 할까요?”유진우는 엄기준을 내려다보며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콜록... 콜록...”엄기준은 피를 뱉으며 끙끙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유룡종에 맞서다니!”“제가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화나기 전에 얼른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피를 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요.”“너는!”엄기준은 이를 악물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참았다.상대의 실력이 분명히 더 강했기에 지금 싸움을 걸었다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종문 장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와 맞서 싸우면 될 것이다.“기억해 둬! 오늘 일 잊지 않을 거야! 오늘의 수치는 반드시 열 배, 백 배로 되갚아줄 거야!”엄기준은 협박을 던지고 나서 제자들과 함께 풀이 죽은 채로 떠났다.“여러분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제가 음식 대접이라도 할 줄 아셨나요?”유진우는 눈을 돌려 비설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너무 거만하지 마.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곧 큰 화를 입을 거야!”연우혁은 유진우를 노려보며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엄기준조차 도망쳤으니 더는 그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유룡종과 비설파가 떠나자, 나머지 세력들도 차례로 흩어졌다.마음속으로 탐탁지 않았지만 그들은 유진우로부터 사람을 빼앗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엄기준조차 패배했는데 누가 유진우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이제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음모를 꾸미거나 더 강력한 고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다.“진우 씨, 실력이 이렇게 강하실 줄 몰랐어요. 정말 놀랍네요!”서지석은 웃으며 유진우에게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유진우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컸다.“사소한 기술일 뿐이에요. 별것 아니에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세요. 진우 씨의 재능과 실력이라면 어떤 문파에
“웅!”엄기준의 손에 들린 검이 미세하게 떨리며 가냘픈 울림을 냈다.날카로운 검날이 유진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밀리지 않았다.“뭐야? 막았어?”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무도 유진우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맨손으로 엄기준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냈다.대체 저 녀석은 얼마나 강한 거지?“어... 어떻게?”엄기준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방금 전의 공격은 비록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7할의 힘을 실었다.보통의 선천 무사라면 절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유진우처럼 두 손가락만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게 되었다.“저 녀석... 설마 저것밖에 못 하는 건가?”비설파 제자 중 한 명인 올림머리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전에 호텔 식당에서도 유진우는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검날을 잡아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지금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엄기준에게 적용되었고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이 정도 실력이었네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건방진 놈! 너를 죽일 거야!”엄기준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유진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단검은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고 분명 독이 묻어 있었다.선천 고수에게는 피부만 긁히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어리석은 짓이에요!”유진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번개처럼 움직이며 검지로 엄기준의 가슴을 찔렀다.“쾅!”폭발음과 함께 엄기준의 단검은 유진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하고 마치 포탄처럼 10미터 이상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그는 코피를 흘리며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졌다.“형님!”그 광경을 본 유룡종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강력한 엄기준이 한 방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유룡종 최강의 천재인 대선배도 이런 능력이 없을 것이다.“저 녀석 대체 어디 출
“서지석, 상대는 나다.”연우혁은 동시에 검을 뽑아 서지석의 앞길을 막았다.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졌다.서지석은 온 마음을 다해 도우려 했지만 두 대문파의 합동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유룡종 제자들이 유진우에게 달려드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유진우가 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퍽퍽”두 번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렸고 유룡종 제자 두 명이 유진우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유진우는 한 손으로 한 명씩, 총 두 명을 날려 버렸다. 그들은 땅에 나뒹굴며 정신을 잃고 일어설 수 없었다.모든 일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고 거의 반응할 틈도 없이 벌어졌다.“어?”서지석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룡종 제자들은 백 명 중 한 명을 뽑는 엘리트 무사들이었고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유진우는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유룡종 엘리트 제자 두 명을 제압했다. 그의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추측되었고 대문파에서도 손꼽히는 제자 수준이었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서지석뿐만 아니라 연우혁, 엄기준도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유진우가 무문무파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첫 대면에서 유룡종의 엘리트 제자 두 명을 해치운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흥! 인정할 수밖에 없군. 너 실력이 꽤 있구나. 어쩐지 그렇게 거만하다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엄기준은 천천히 재킷을 벗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원래는 너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기회를 놓쳤어. 내 두 제자를 다치게 했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왜? 무서워? 이미 늦었어!”엄기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