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란 일행이 떠난 후.이씨 가족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천하의 강향란이 그렇게 맞고도 주동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이건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 강씨네 가족 왜 저래요? 저렇게 겸손하다니?”“그러게, 나 꼬집어 봤는데 꿈이 아닌 건 확실해.”“설마 강향란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하러 왔다고?”“말도 안 돼! 강씨네 집안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고?”이씨네 사람들은 서로들 한마디씩 하며 의논을 하고 있었다.“설마 유진우 때문은 아니겠죠?”단소홍의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어젯밤 사람을 때린 것부터 시작해서 유진우는 평소와 사뭇 다른 침착함을 보였었다.마치 모든 것이 자기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상황 파악이 안 되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꿰뚫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하지만 유진우가 사촌 언니와 결혼한 3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강씨 가문을 굴복 시켰다는 건 믿을 수가 없었다.모두가 의아해 할 때 잘 차려입고 풍채가 좋은 여호준이 갑자기 들어왔다.“어? 다들 계셨군요, 마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강씨 가문에서 금지령을 해제했어요!”여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호준아 아까 그것도 다 너 때문인 거지?”장경화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눈빛이 반짝거렸다.“맞아요! 호준 형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이현도 바로 반응했다.“그런 거죠. 강씨 집안에서 사과한 건 다 호준 씨 덕분이네요!”“그래요! 호준 씨 아니면 누가 이런 능력이 있겠어요!”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궁금증이 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씨 가문에서 사과를 한 이유는 바로 여호준이 압력을 넣어서 그런 것이라고 확신했다.“왜 들 그러세요? 방금 무슨 일 있었어요?”여호준은 조금 의아했다. 여기저기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니 아무리 재치 있는 여호준이라 할지언정 어리둥절했다.“호준아 숨기지 마, 네가 한 거
“나?”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단소홍한테 쏟아졌다. 그냥 옆에서 재미나 보려고 했는데 불통이 자기한테 넘어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소홍아, 뭘 봤는지 숨기지 말고 말해.”장경화가 말했다.“그래, 소홍아 이놈의 거짓말을 밝혀내야지.”모두들 외쳤다.“그게 ...”단소홍은 말하려다가 더듬거렸다.이런 반응에 사람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여호준은 심장이 북 치듯 뛰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아까 유진우가 진실을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이미 충분히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만약 단소홍마저 정말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서 거짓말이 밝혀지면 체면이 크게 구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단소홍, 어제 일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우 씨! 그만해, 너의 체면을 생각해.”이청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소홍아, 이모가 있으니 겁내지 말고 네가 알고 있는 걸 다 얘기해.”장경화는 지켜줄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젯밤 ...”단소홍은 몇 초간 망설이더니 갑자기 눈빛이 굳어졌다.“어젯밤에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아는 건 유진우가 강향란 씨를 때렸다는 것뿐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유진우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단소홍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의로 사실을 왜곡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유진우 들었지? 이게 진실이야! 이제 또 뭐라고 할 건데?”장경화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유진우, 넌 감사해할 줄도 모를뿐더러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이야!”사람들은 경멸과 야유를 표하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증거가 분명해졌으니 어떤 궤변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하 ...”이청아는 실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몇 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고집불통이었고, 그녀가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한다고 생각했다.“유진우 씨, 저는 분명히 당신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저를 모독하는 거예요? 다행히 소홍 씨가 정직한 사람이어서
“팍!”이청아는 유진우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과도한 힘 때문에 붕대로 감겨 있던 상처마저 다시 찢어져서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유진우는 뜨거운 얼굴을 만지며 희비가 없는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오해와 멸시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한때 아내였던 사람이 다른 남자 때문에 뺨을 때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왜? 왜 반성하지 않는 거야?”이청아는 이를 악물고 증오의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며 유진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심하고, 질투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심지어 은혜를 원수로 갚기까지 하다니 온갖 나쁜 품성이 몸에 배어 있다고 생각되어 뺨으로 유진우를 깨워주고 싶었다.“흠! 나한테 덤벼? 어리석은 놈!”두 사람이 서로 원수가 된 걸 보고 여호준은 속으로 웃었다. 비록 이빨 두 개를 잃었지만, 이청아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며 유진우의 뺨을 때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잘했어! 이런 놈은 맞아야 돼!”장경화의 눈이 번쩍 뜨였다.“맞아! 교훈을 주지 않으면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알아.”이현이 끼어들었다.“허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유진우는 갑자기 혼자서 웃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싸움은커녕 다툰 적도 거의 없었다.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방금 때린 거로 우리 모든 게 끝났어. 이제부터 서로 빚진 거 없어.”유진우는 심호흡을 하더니 침착하게 돌아서서 나갔다.분노도 으르렁거림도 없이 예상치 못한 무관심만 가득했다.“어?”그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청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똑, 똑, 똑,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까 나갔던 강 집사가 다시 돌아왔다.“저기, 유진우 씨 어디 계시나요?”“강 집사님, 그놈은 왜 찾으시는지요?”장경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 저희 강 대표님께서 유진우 씨와 화해를 하고 싶다고 선물을 보내셨습니다.”강 집사가 말했다.“선물을요?”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
이청아가 비틀거리며 병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고 표정은 무뚝뚝했으며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다. 심지어 붕대를 감은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떠나는 유진우의 절망적인 눈빛이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렀다.그녀는 두 사람이 점점 더 멀어졌다는 것을 알았다.과거에는 항상 커리어에 집중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많은 것을 소홀히 하고 또 많은 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혼하던 날부터 그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미 너무 늦었다.“청아야, 방금 알아봤는데 ...”병실로 들어오는 이청아를 보자마자 장경화는 반갑게 다가가서 해명했다.“유진우가 수작 부린 거야. 그 자식이 강향란 씨 몸에 나쁜 짓을 하고 그걸로 강 대표를 협박하여 사과하게 만든 거야. 결국에는 교활한 수법을 쓴 거야.”“맞아. 유진우 그 자식이 자기를 내세우려고 비열한 짓을 한 거야.”이현도 덧붙였다.처음에는 자기들 몰래 도와준 사람이 유진우라고 하자 무척 놀라워 하더니 강씨 가문이 유진우가 무서운 게 아니고 그한테 협박당해서였다는 걸 알고 난 뒤 또다시 막말을 해댔다.“엄마, 다들 나가요, 나 혼자 있고 싶어요.”이청아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청아야, 우리가 유진우를 오해했더라도 괜찮아. 원래 유진우가 사고 친 거잖아. 그 자식은 자기 잘못을 만회한 것뿐이야. 우린 그놈한테 빚진 거 없어.”장경화는 계속했다.“엄마, 나 피곤해서 좀 쉬고 싶으니까 나가세요.”“청아야 ...”“나가요!”이청아의 초췌한 얼굴을 본 장경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사람들을 이끌고 병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이번 일의 가장 큰 공신이 유진우가 될 줄은 정말 생각 밖이야, 이외로 여호준 씨 진짜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병실 밖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감탄했다.“공신은 무슨, 우리를 그 상황에 빠뜨린 게 누군데.”장경화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호준이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온 후, 유진우는 답답한 마음에 혼자 술을 마셨다. 한잔 또 한잔 끊임없이 술잔을 비웠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속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3년 동안의 감정을 어쩌면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았다.“선생님, 선생님...”유진우가 취기가 살짝 올라왔을 무렵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의원 대문을 열어보니 밖에 아리따운 소녀 두 명이 서 있었다. 그중 한 소녀는 하얀 옷차림에 얼굴은 한없이 청순하고 귀여웠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순진해 보였다.그리고 다른 한 소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기개가 흘러넘쳤다. 그런데 상처 입은 복부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얼굴에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저기 오빠, 여기 혹시 의사 선생님 계세요? 제 친구가 다쳤는데 급히 치료받아야 해서요!”흰옷 차림의 소녀가 다급하게 말했다.“제가 의사예요. 얼른 들어와요.”유진우가 길을 비켜주었다.“고마워요, 오빠.”흰옷 차림의 소녀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옆 사람에게 말했다.“언니, 내가 부축해줄 테니까 들어가요.”“잠깐!”도윤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설아, 이 사람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게 주정뱅이가 틀림없어. 나 이 사람 못 믿어!”“그런데 언니 지금 피를 많이 흘려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어요.”남궁은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나 더 버틸 수 있어. 지원팀이 오길 기다리면 돼. 아무튼 내 목숨을 절대 이런 사람한테 맡길 수는 없어!”도윤진이 입술을 꽉 깨물며 강렬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녀의 상처는 찰과상이 아니라서 일반 의사들은 치료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술주정뱅이에게는 더욱 맡길 수가 없었다.“실례지만 지원팀이 30분 내로 도착하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도윤진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다름이 아니라 지금 가슴 쪽에 혈기가 쌓여있고 경맥이 막힌데다가 복부에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어
“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누군가가 의원 대문을 발로 걷어찼다. 일고여덟 명 정도의 검은 옷차림에 복면을 쓴 킬러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쳐들어왔다.“큰일 났어! 저 사람들이 쫓아왔어!”도윤진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전에 킬러들에게 매복 공격당한 바람에 경호팀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도윤진과 남궁은설만 겨우 빠져나왔다. 성공적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으나 킬러들이 끝까지 쫓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설아, 내가 저들을 막고 있을 테니까 넌 얼른 뒷문으로 도망쳐!”도윤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내가 도망치면 언니는 죽어요. 저들의 목표는 나예요. 차라리 그냥 잡혀가는 게 나아요!”남궁은설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설아, 난 경호팀 팀장으로서 너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내 직책이야. 그러니까 언니 말 들어!”도윤진이 몸으로 막아서며 강렬한 눈빛을 내뿜었다.“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오늘 둘 다 도망 못 가!”한 민머리 남자가 흉악스럽게 웃으며 걸어왔다. 다른 킬러와 달리 그는 복면을 쓰지 않았고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송강?”도윤진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요즘 4대 악인이 살인 같은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4인의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미치광이 같아 걱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그리고 송강이 바로 4대 악인 중 한 사람이었다.“어? 윤진 씨가 날 알고 있었네?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일세.”흉악스럽게 웃는 송강의 눈빛에 조롱이 가득 담겨있었다.“송강! 누가 너한테 시켰든 내가 두 배로 줄 테니까 여기서 멈춰!”도윤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윤진 씨, 돈이 좋긴 하지만 난 사람한테 더 관심이 있어. 두 사람을 잡아가면 돈이 부족할 일이 없을걸?”송강이 비웃듯이 말했다.“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잘 알 텐데!”도윤진이 경고를 날렸다.“죽이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단지 두 사람의 신분을 빌려서 일을 좀 처리하려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다치고 싶
“아주 겁이 없는 녀석이로구나! 좋아!”한바탕 웃고 난 뒤 송강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너처럼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은 정말 오랜만이야!”“잔말 말고 얼른 돈이나 물어내.”유진우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기분도 별로인데 쓸데없는 소리까지 지껄이니 한대 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하하... 처맞기 전까지 계속 돈 달라고 할 건가 보네?”송강이 흉악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손을 흔들었다.“가서 저 자식의 손발을 부러뜨려! 언제까지 큰소리 치나 똑똑히 지켜보겠어.”“네!”킬러 몇몇이 두말없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저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갈 기세였다.“잠깐! 아까 분명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남궁은설이 큰 소리로 말했다.“은설 씨, 난 단지 저 자식을 죽이지 않겠다고만 약속했어. 그런데 저 자식이 죽음을 자초하는데 나라고 뭐 별다른 수가 있겠어? 혼쭐이라도 좀 내줘야지!”송강이 입을 쩍 벌리고 웃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던 킬러들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맥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들 순식간에 온몸이 굳으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쓰러진 킬러들을 자세히 살피던 사람들은 킬러들의 목에 은침 하나가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송강마저도 화들짝 놀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은침으로 혈을 찌르는 건 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은침을 날려 혈 자리를 찔러서 쓰러 눕히는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저 사람 은침도 날릴 줄 알았어?”도윤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은침을 날리는 스킬은 암살 스킬 중 하나인데 일반 암살 스킬보다 수련하기 훨씬 더 어려웠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10년을 하루같이 매일 수련하는 노력이 필요했다.“야 이 자식아, 너 대체 누구야? 누군데 감히 내 일에 끼어들어?”송강이 실눈을 뜨며 천천히 칼을 빼 들었다.
“독충? 당신도 독충에 대해서 알아요?”도윤진이 고개를 돌려 의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조금 알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정통 무술이 아니라 비뚤어진 무술을 하는 자만이 남을 미혹시키는 이런 독충술을 배우죠. 역시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도윤진이 갑자기 칼을 유진우에게 겨누며 살기를 내뿜었다.“당신 대체 누구예요!”“언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 오빠는 우리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라고요.”남궁은설이 재빨리 몸으로 막아섰다.“설아, 비켜! 정체불명인 이 사람을 반드시 제대로 조사해야 해!”도윤진의 눈빛이 살아있었다.“날 조사하기 전에 아무래도 그쪽 머리부터 어떻게 된 건 아닌지 검사받는 게 좋겠어요.”유진우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독충술로도 병을 치료하고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거 몰라요? 독충술에 능한 자들 중에 나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다 나쁜 건 아니잖아요. 쓰는 사람의 인품이 어떤지 봐야죠. 그리고 당신 같은 정통 무술파들은 뭐 나쁜 짓을 안 하는 줄 알아요? 민가를 습격하여 약탈하고 재물을 빼앗았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아요!”“헛소리하지 말아요! 지금 궤변이나 늘어놓고 있잖아요!”도윤진이 호통쳤다.“궤변?”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지금 당신 행동 좀 봐봐요. 정통 무술 집안 출신인 사람들은 다 당신처럼 은혜를 원수로 갚나요?”“당신...”도윤진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언니, 제발 그만 해요! 오빠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아까 왜 우릴 살려줬겠어요?”남궁은설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마음으로 살려줬는지 어떻게 알아?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어!”도윤진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투가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도리에 어긋남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부르릉!”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차량 십여 대가 의원 문 앞에 나란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면서 엘리트 경호원들이 빠르게 내리더니 의원을 물샐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