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무도 연맹 본부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제 유진우가 송만규에게 도전장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무림 전체가 뒤흔들렸다.여러 파벌과 많은 무사들이 이 결투를 보려고 몰려들었다.유진우가 소년 마스터라는 소문은 이미 강남 무도 연맹 전체에 널리 알려졌다. 무도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 자양지존을 죽이던 모습, 그리고 블랙 숲에서의 놀라운 모습은 이미 전설로 남아 널리 퍼졌다.수많은 젊은 무사들이 유진우를 롤모델로 삼고 따라잡아야 하는 목표로 삼았다.물론 송만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남 무도 연맹의 맹주이자 무도계의 일인자인 그는 무도 연맹을 쥐고 흔드는 최강자였다. 많은 수식어 중에서 하나만 골라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수식어였다.소년 마스터와 무도 연맹 맹주 두 강자의 대결은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그 시각 무도 연맹 대문 앞에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강남의 크고 작은 파벌들이 거의 다 왔다. 천학문, 청양종, 진혼파, 대비사, 질풍당, 성라문 등등 전부 다 왔다. 그중 어떤 파벌들은 블랙 숲 사건 때문에 유진우에 대한 원망이 꽤 깊었다.이번에 결투를 보러온 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돈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유진우가 송만규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자 무도 연맹의 대문도 드디어 열렸다. 각 파벌이 속속들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무장 안을 가득 메웠다. 작은 파벌이나 나중에 온 사람들은 서서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질서를 유지하고 누군가 소란을 피우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무도 연맹에서는 집법팀까지 출동시켰다.“이봐, 무슨 뜻이야? 왜 못 들어가는 건데?”그때 무도 연맹 대문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집법팀이 몇몇 젊은 남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연무장은 이미 꽉 차서 더는 아무도 못 들어가니까 다시 돌아가.”집법팀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내쫓았다.“못 들어간다고? 그럼
짝!찰진 따귀 소리와 함께 도영민은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나지도 못했다.“야! 사람 왜 때려? 막무가내가 따로 없네!”양갈래 머리 소녀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도 연맹 사람들이 걸핏하면 사람을 때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막무가내? 막무가내인 건 너희들이지.”집법팀 팀장이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너희 같은 삼류 파벌들이 무슨 자격으로 무도 연맹에 들어가 관전해? 제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저리 썩 꺼져. 안 그러면 내 눈에 띌 때마다 확 때릴 거니까.”“지금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긴다 이거지? 신고할 거야!”양갈래 머리 소녀가 분노를 터트렸다.“신고?”집법팀 팀장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이년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그러더니 갑자기 칼을 뽑아 들고 양갈래 머리 소녀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화들짝 놀란 소녀가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그런데 칼이 거의 소녀에게 닿을 무렵 커다란 손이 나타나더니 집법팀 팀장의 팔을 확 잡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허공에 멈춘 채 꿈쩍도 하질 않았다.나선 사람은 잘생긴 얼굴에 옷차림이 평범한 한 청년 남자였다. 그리고 남자 뒤에는 심하게 야윈 노인 한 명이 있었다.“넌 뭐야? 감히 날 막아?”집법팀 팀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떻게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고 죽여? 무도 연맹 사람은 다 이렇게 무지막지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무도 연맹은 늘 이래왔어. 불만 있어?”집법팀 팀장이 흉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인마, 경고하는데 오지랖 넓게 끼어들지 마. 안 그러면 너도 가만 안 둬.”“무도 연맹 참 대단하네. 난폭하고 약자도 괴롭히고. 그 좋던 무도 연맹이 너희들 때문에 개판이 됐어.”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내 손에 죽는 수가 있어.”집법팀 팀장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어리석은 것.”유진우는 손가락을 내밀어 집법팀 팀장의 가슴팍을 살짝 튕겼다.쾅!
그때 양갈래 머리 소녀가 유진우와 장 어르신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인사했다.“경월궁의 제자 임다해라고 합니다.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난 유진우, 이분은 장 어르신이에요.”유진우가 간단하게 소개했다.“유진우 선배님, 장 어르신.”임다해는 다시 한번 깍듯하게 인사했다.“X발, 날 때렸어? 죽여버릴 거야.”조금 전 따귀를 맞은 도영민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집법팀 팀장 앞으로 달려가더니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 분노를 터트렸다.다짜고짜 한 대 얻어맞아서 죽이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됐어요, 그만 해요, 선배. 더 때렸다간 죽겠어요.”상황이 심상치 않자 임다해가 재빨리 나서서 말렸다.“흥, 이런 놈은 맞아 죽어도 싸. 빌어먹을 놈!”도영민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발길질을 두 번 더 하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돌아섰다.“선배님, 어르신, 저희 큰 선배 도영민입니다.”임다해가 재빨리 소개했다.“반갑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까딱였다.“흥! 방금 쓸데없이 끼어든 게 당신들이야?”도영민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유진우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했다.‘이 자식 약 잘못 먹었나?’“선배, 지금 이게 무슨 태도예요? 방금은 이분들이 우릴 도와주셨어요.”임다해가 재빨리 설명했다.“도와줬다고? 저 사람들 도움이 필요해? 저 사람들이 나서지 않아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어.”도영민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겨우 자신을 내세울 기회가 생겼는데 남에게 뺏겼으니 당연히 언짢았다.“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따귀 한 방에 그렇게 꼬꾸라지진 않았겠지.”장 어르신이 불쑥 한마디 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도영민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아까 저놈이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날 다치게 했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당신들 다 덤벼도 내 상대가 아니야.”“맞아! 우리 큰 선배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도 강해. 혼자서 백 명쯤 해
“됐어요, 선배. 그만 해요!”장 어르신의 한계가 거의 다다를 무렵 임다해가 나서서 말렸다.“어쨌거나 두 분은 우릴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했어요.”조금 전 유진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임다해는 이미 황천길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도영민이 예의 없게 함부로 구는 바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다해야, 그게 아니라 이 자식들이 지금 우리 경월궁을 깔보잖아. 경월궁의 필살기를 보여줘야만 더는 업신여기지 않지.”도영민이 또박또박 말했다.“보여주긴 뭘 보여줘요? 이건 그냥 도발이잖아요! 계속 이러면 화낼 거예요!”임다해가 눈살을 찌푸렸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가만히 있을 테니까 화내지 마.”도영민은 임다해에게 잘 보이려는 듯 웃음을 잃지 않았다.“선배님, 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선배가 좀 충동적이었어요. 부디 너그러이 봐주세요.”임다해는 돌아서서 유진우와 장 어르신에게 허리 굽혀 사과했다.“됐어. 이 아가씨를 봐서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장 어르신은 결국 참아냈다.“흥! 잘난 척하긴.”도영민이 입을 삐죽거렸다.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주먹 두어 방에 상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선배님, 어르신, 안으로 들어가시죠.”임다해가 한 손으로 안내했다.“들어가시죠.”유진우는 별다른 말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그들 일행은 무도 연맹으로 들어온 후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시각 연무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여러 파벌이 한 데 모여있었다. 물론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림에서 이름 있는 자들이었다.경월궁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신분에 이런 성대한 결투를 본 적이 없었다. 자리한 사람들 중에는 평소 그들이 우러러보던 거물들이 매우 많았다.“어머, 저 사람은 질풍당의 박충재 아니야? 발기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러서 눈을 밟아도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 정도래. 정말 강남 무림의 젊은 세대 중에서 최고 고수야.”“박충재뿐만이 아니라 성라문의 서도훈
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의 무사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디서 튀어나온 X신이야? 감히 소년 마스터랑 비교해?’소년 마스터는 자양지존을 죽이고 무도 연맹 맹주에게 도전장을 내민 최고의 강자였다. 명문 파벌의 천재 수석마저 함부로 나대지 못하는데 이름도 없는 놈이 큰소리를 치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선배, 말조심해요!”임다해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소년 마스터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도 천재예요. 우리 같은 사람이 함부로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소년 마스터는 20대에 무도 마스터가 되었지만 그들은 아직 본투비 레벨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양측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그들이 평생 노력한다고 해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다해야, 상대를 과대평가하고 우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 난 나중에 마스터가 될 사람이야. 소년 마스터와 비교하면 아무 차이 없어.”도영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맞아! 선배가 제대로 수련한다면 언젠가는 마스터를 돌파할 수 있어.”경월궁의 몇몇 제자들은 도영민의 편을 들었다.“젊은 사람이 이렇게 자기 주제를 몰라서야, 원. 고작 후천무사인 주제에 마스터가 되겠다고?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네.”장 어르신이 불쑥 한마디 했다.수십 년간 수련한 그도 지금은 반보 마스터였고 아직 마스터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천부적인 재능도 없고 실력도 없는 놈이 마스터가 되는 걸 식은 죽 먹기라 했고 심지어 유진우와도 비교했다. 정말 무지몽매하기 짝이 없었다.“흥,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영감이 내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리가 있겠어?”도영민은 고개를 쳐들고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큰소리치는 게 아니라 나한테 5년만 주면 무조건 마스터 경지로 돌파할 수 있어.”“5년?”장 어르신이 코웃음을 쳤다.“50년 줘도 절대 불가능하니까 꿈 깨!”“어쭈? 영감탱이가 날 무시한다 이거야? 나랑 붙어볼래?”두 눈을 부릅뜬 도영민은 당장이
“뭐? 진당의 수석 제자 태소원?”그 소리에 주변이 떠들썩해졌다.현무문은 강남에서 손꼽히는 명문 파벌이었고 진당의 수석 제자인 태소원은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실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검법도 아주 뛰어났다. 또래 중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였다.“듣건대 태소원은 엄청 매정해서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대. 저 자식들 큰일 났다.”“쌤통이야. 삼류 파벌 제자 주제에 소년 마스터와 비교하다니. 정말 무지몽매하단 말이지.”“...”사람들은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무도계에서는 주먹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고 실력이 강한 사람의 말을 들어야 했다.“소원 선배님이시군요.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임다해는 두 주먹을 가슴 앞에 맞잡고 인사를 건네면서 조금 전의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태소원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도영민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너 방금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도 강하다고 했지? 어디 한번 보자, 어느 정도인지.”그러더니 장검을 뽑은 다음 칼집을 도영민의 발밑에 던졌다.무도계에서 이 행동은 도전을 뜻했다. 만약 도전장을 받는다면 제대로 한판 붙어야 했고 받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명성이 바닥날 것이다.“선배님, 저희 큰 선배가 방금 농담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상황이 심상치 않자 임다해가 웃으면서 수습하려 했다.“오늘은 마스터들의 결투를 보러 온 거잖아요. 우리끼리 싸워서야 하겠어요? 부디 넓은 마음으로 봐주세요.”“흥! 소년 마스터는 내 롤모델이란 말이야. 네까짓 게 뭔데 그런 큰소리를 쳐?”태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두 가지 선택을 줄게. 무릎 꿇고 사과하거나 도전을 받고 두 다리가 부러지거나!”“태소원! 적당히 나대!”참다못한 도영민이 폭발했다.“현무문 믿고 이렇게 까부는 거잖아. 네가 그렇게 대단해? 일대일로 붙는다면 널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선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그의 말에 임
속도도 매우 빠르면서 정확하기까지 했다.“최운장!”도영민에게 가까이 다가간 태소원은 손바닥을 펼쳐 그의 복부를 내리치려 했다.“흥, 이깟 잔기술!”도영민이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뻗으려던 그 순간 태소원의 손바닥이 그의 가슴팍을 가격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영민은 마치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수 미터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피까지 토한 바람에 시뻘건 안개가 생겼다.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이삼 미터 정도 밀려나서야 겨우 멈췄다.“선배!”그 광경을 목격한 경월궁 제자들이 경악한 얼굴로 재빨리 달려갔다. 늘 자랑스럽게 여겼던 큰 선배가 일격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한 방에 날아갔어? 너무 약한 거 아니야?’“붙기 전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면서 온갖 허세를 다 부리더니. 고작 이 정도였어?”“실력이 형편없구나. 일격도 버티지 못하면서 태소원한테 덤볐어? 정말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이래서 작은 파벌이라 하나 봐. 현무문 같은 거물이랑 아예 비교도 안 되잖아. 정말 압도적이었어.”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는 도영민을 보며 사람들은 경멸 섞인 표정을 지었다.‘태소원의 일격도 당해내지 못하면서 소년 마스터를 넘어서겠다고? 제정신이야?’“쓸모없는 놈!”태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너 같은 놈은 소년 마스터의 시중 들 자격도 없어. 대체 무슨 용기로 그런 큰소리친 거야?”“너...”그녀의 말에 비틀거리면서 겨우 일어선 도영민이 또다시 시뻘건 피를 토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앞으로 밖에서는 말조심 좀 해. 다시 한번 소년 마스터를 모욕했다간 절대 가만 안 둬!”태소원은 옷소매를 휘날리며 돌아섰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터주었다.“감히 날 모욕해? 죽여버릴 거야!”도영민은 이를 꽉 깨물더니 갑자기 옆 사람들을 밀쳐내고는 미친 산짐승처럼 태소원을 향해 돌격했다.“죽어!”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도영민은 펄쩍 뛰어오른 후 태소원의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려 했다.“조심해요!”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약한 놈은 어쩔 수 없나 봐. 실력도 안 되면서 기습은 왜 한대?”“한 방에 꼬꾸라진 것도 충분히 창피한데 이젠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어.”“내가 만약 저 사람이었더라면 쥐구멍에 들어갔을 거야.”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돌아온 도영민을 보며 사람들은 박장대소했고 얼굴에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지...“말... 말도 안 돼!”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에 도영민은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는 경월궁에서 가장 강한 제자였고 앞으로 마스터가 될 남자였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손꼽히는 정도인데 여자에게 졌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이기지 못한 건 그렇다 쳐도 아주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심지어 기습도 성공 못 하고 되레 자신만 꼬꾸라지고 말았다.‘나랑 저 여자 실력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고? 난 정말 안 되는 거야?’“비겁한 놈, 목숨 살려줬더니 귀한 줄 모르고 몰래 기습해?”태소원이 천천히 돌아서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잔인하단 소리 하지 마!”그러더니 갑자기 검을 뽑아 들고 발끝을 살짝 내디딘 후 도영민을 향해 달려갔다. 날카로운 검은 마치 허공을 두 개로 가르듯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뭐야?”도영민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일어서려고 발버둥 쳤지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의 공포가 갑자기 그를 덮쳤다.“안 돼요!”위기의 순간 임다해는 몸을 날려 도영민의 앞을 막았다.“죽으려고 작정했구나!”태소원의 검은 멈출 기미가 없었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다.슉!쨍!검이 임다해에게 닿을 무렵 은침 하나가 날아와 정확히 검을 명중했다. 엄청난 충격에 장검은 그대로 날아갔고 태소원마저도 연신 뒷걸음질 쳐서야 겨우 멈춰 섰다.“누구야? 누가 몰래 기습했어?”태소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니라고 두 손을 들었다.“태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