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도 매우 빠르면서 정확하기까지 했다.“최운장!”도영민에게 가까이 다가간 태소원은 손바닥을 펼쳐 그의 복부를 내리치려 했다.“흥, 이깟 잔기술!”도영민이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뻗으려던 그 순간 태소원의 손바닥이 그의 가슴팍을 가격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영민은 마치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수 미터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피까지 토한 바람에 시뻘건 안개가 생겼다.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이삼 미터 정도 밀려나서야 겨우 멈췄다.“선배!”그 광경을 목격한 경월궁 제자들이 경악한 얼굴로 재빨리 달려갔다. 늘 자랑스럽게 여겼던 큰 선배가 일격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한 방에 날아갔어? 너무 약한 거 아니야?’“붙기 전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면서 온갖 허세를 다 부리더니. 고작 이 정도였어?”“실력이 형편없구나. 일격도 버티지 못하면서 태소원한테 덤볐어? 정말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이래서 작은 파벌이라 하나 봐. 현무문 같은 거물이랑 아예 비교도 안 되잖아. 정말 압도적이었어.”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는 도영민을 보며 사람들은 경멸 섞인 표정을 지었다.‘태소원의 일격도 당해내지 못하면서 소년 마스터를 넘어서겠다고? 제정신이야?’“쓸모없는 놈!”태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너 같은 놈은 소년 마스터의 시중 들 자격도 없어. 대체 무슨 용기로 그런 큰소리친 거야?”“너...”그녀의 말에 비틀거리면서 겨우 일어선 도영민이 또다시 시뻘건 피를 토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앞으로 밖에서는 말조심 좀 해. 다시 한번 소년 마스터를 모욕했다간 절대 가만 안 둬!”태소원은 옷소매를 휘날리며 돌아섰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터주었다.“감히 날 모욕해? 죽여버릴 거야!”도영민은 이를 꽉 깨물더니 갑자기 옆 사람들을 밀쳐내고는 미친 산짐승처럼 태소원을 향해 돌격했다.“죽어!”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도영민은 펄쩍 뛰어오른 후 태소원의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려 했다.“조심해요!”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약한 놈은 어쩔 수 없나 봐. 실력도 안 되면서 기습은 왜 한대?”“한 방에 꼬꾸라진 것도 충분히 창피한데 이젠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어.”“내가 만약 저 사람이었더라면 쥐구멍에 들어갔을 거야.”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돌아온 도영민을 보며 사람들은 박장대소했고 얼굴에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지...“말... 말도 안 돼!”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에 도영민은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는 경월궁에서 가장 강한 제자였고 앞으로 마스터가 될 남자였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손꼽히는 정도인데 여자에게 졌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이기지 못한 건 그렇다 쳐도 아주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심지어 기습도 성공 못 하고 되레 자신만 꼬꾸라지고 말았다.‘나랑 저 여자 실력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고? 난 정말 안 되는 거야?’“비겁한 놈, 목숨 살려줬더니 귀한 줄 모르고 몰래 기습해?”태소원이 천천히 돌아서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잔인하단 소리 하지 마!”그러더니 갑자기 검을 뽑아 들고 발끝을 살짝 내디딘 후 도영민을 향해 달려갔다. 날카로운 검은 마치 허공을 두 개로 가르듯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뭐야?”도영민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일어서려고 발버둥 쳤지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의 공포가 갑자기 그를 덮쳤다.“안 돼요!”위기의 순간 임다해는 몸을 날려 도영민의 앞을 막았다.“죽으려고 작정했구나!”태소원의 검은 멈출 기미가 없었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다.슉!쨍!검이 임다해에게 닿을 무렵 은침 하나가 날아와 정확히 검을 명중했다. 엄청난 충격에 장검은 그대로 날아갔고 태소원마저도 연신 뒷걸음질 쳐서야 겨우 멈춰 섰다.“누구야? 누가 몰래 기습했어?”태소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니라고 두 손을 들었다.“태소원
세간에 언제 이런 젊은 고수가 또 생겨났을까?“소원아, 무슨 일이야?”그때 평상복 차림의 한 남자가 몇몇 젊은 무인과 함께 다가왔다. 평상복 남자는 용모가 단정하고 위엄이 있었으며 눈빛도 날카로운 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져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입은 옷 보니까 진혼파 사람 같은데?”“맞아! 맨 앞에 선 사람이 바로 진혼파 수석 제자 양재걸이야!”“뭐? 양재걸? 창법이 아주 대단하고 실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들었어. 젊은 세대 중에서 최고의 고수이고 태소원보다도 훨씬 더 강한 고수야.”“양재걸까지 오다니, 이거 아주 재미있겠는데?”양재걸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이목이 전부 그에게 쏠렸다.진혼파와 현무문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도의 명문 파벌이었다. 비록 현무문보다 제자가 적었지만 전부 다 엘리트 제자였다. 특히 수석 제자인 양재걸은 극히 드문 무도 천재였다.진혼파 장교에게 직접 전수받은 양재걸은 30대 초반이 되는 나이에 벌써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한 고수가 되었다.“안녕하세요, 선배.”태소원은 주먹을 가슴 앞에 맞잡고 인사를 올렸다.그녀는 현무문 진당의 수석 제자지만 신분과 지위 그리고 실력 모두 양재걸보다 조금씩 뒤처졌다. 양재걸 레벨에 도달하면 현무문의 8대 당이 아니라 4대 타에 버금갔다.“소원아, 귀찮은 일이 생겼다며? 대체 무슨 일이야?”양재걸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는 태소원에게 늘 호감이 있었다. 만약 미인을 구하고 영웅이 될 기회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아니에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태소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재는 천재의 자존심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소원아, 우리 두 파벌이 관계가 얼마나 좋은데 뭘 그렇게까지 거절하고 그래.”양재걸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날카롭게 말했다.“방금 누가 소원이 괴롭혔어? 배짱 있으면 나와!”“선배, 저 사람이에요.”그때 진당의 한 제자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유진우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아까
“대박,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양재걸한테 저렇게 말해?”“완전히 미쳐 날뛰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보잘것없는 파벌의 무인 주제에 감히 진혼파 수석 제자한테 덤벼?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유진우의 말에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무인들은 이러쿵저러쿵 의견이 분분했고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 양재걸 같은 고수 앞에서는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면 아무 일 없을 텐데 말이다.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면서 듣기 좋은 소리 몇 마디 하는 게 창피하긴 하지만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도발했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저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태소원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그녀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유진우가 한 말은 갈등을 완전히 극대화했다. 이젠 그녀의 일이 아니라 진혼파의 명성과 존엄에 직결되는 문제였다.“선배님, 저 사람은 진혼파 수석 제자예요.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지금 당장 사과드려요.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조급해진 임다해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태소원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더 강한 양재걸까지 나타났으니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인마,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한 번 더 얘기해볼래?”실눈을 뜬 양재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 보였다. 이름을 날린 후로 그를 이렇게까지 무시한 사람은 없었다.“못 들었다고? 그래, 그럼 한 번 더 말할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네 사부조차 나한테 이딴 식으로 무례하게 굴지 못해. 그런데 넌 뭐냐고 했어.”그의 말에 임다해의 표정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망했어, 완전히 망했어. 되돌릴 여지도 없어, 이젠.’“야! 너 미쳤어? 우리까지 죽일 셈이야?”이젠 자부심이 대단했던 도영민마저도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 맞붙은 후 그는 현실을 깨달았고 큰 파벌과 작은 파벌의 차이를 뼈저리게
“선배, 받아요!”한 진혼파 제자가 쇠로 만든 창을 힘껏 던졌다. 창을 손에 쥐자 양재걸의 기세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날카롭고 예리했으며 카리스마도 넘쳤다.양재걸은 창술에 능했고 수련한 시간도 길었다. 게다가 세간에서 쌓은 경험이 많아 줄곧 상대하기 어려운 적수였다.오늘 자신의 필살기로 다시 한번 세간을 놀라게 하겠다고 다짐했다.“인마, 최근 몇 년간 날 창을 쓰게 만든 사람이 아주 적었어. 그런데 네가 그중 하나야. 오늘 내 창 아래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양재걸이 흉악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창을 튕기자 창이 화살처럼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양재걸은 한 발짝 내디디고 빠른 속도로 창을 쫓아가 잡은 후 휙 돌았다.그 순간 양재걸은 창과 함께 검은 급류로 변하더니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급류가 지나가는 곳마다 폭풍이 휘몰아쳤고 주변의 무인들이 들고 있던 무기마저 진동했다.“추성간월!”양재걸은 창과 하나 되어 하늘과 땅을 뒤흔들 기세로 유진우를 향해 돌격했다. 엄청난 위압감에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고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엄청난 창술이야! 역시 창술 대가님이셔!”“추성간월은 양재걸의 이름을 알린 필살기야. 이 공격을 지금까지 막아낸 사람이 없었어.”“처음부터 필살기를 선보이다니, 저 자식 오늘 죽었겠구나!”“흥, 감히 진혼파의 수석 제자한테 덤볐으니 죽어도 싸지.”“...”양재걸의 공격을 본 무인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고 알아서 물러났다.“너무 느려.”마주 향해 날아오는 창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고 그저 손가락만 까딱였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손가락이었지만 아주 간사한 각도로 정확하게 양재걸의 창끝에 닿았다.쾅!폭발음과 함께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던 창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양재걸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두 팔이 저릿했다. 창은 마치 큰 산에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뭐야?”그 광경에 양재결은 충격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의 창을 막은 게 방패나 다른 무기가 아
“대박!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지금 손가락 하나로 진혼파 수석 제자를 이겼어?”“어떻게 된 거야? 저 자식 왜 저렇게 강해?”“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야? 양재걸을 압도적으로 이겼어. 너무 무서운데?”“...”예상치 못한 상황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양재걸이 무조건 이길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유진우가 되레 아주 쉽게 이겼다. 양측의 실력 차이를 똑똑히 목격한 순간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저렇게 강한 실력자였어?”태소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그저 유진우가 암살 무기에 능한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실력도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단 한 손가락으로 양재걸을 날려버리다니, 강남 전체의 젊은 세대 무인 중에 아마 가능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진... 진우 선배가 양재걸을 이겼어?”임다해는 혹시 잘못 본 건 아닌지 착각이 들어 두 눈을 비볐다.진혼파의 수석 제자는 늘 그들이 우러러보던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고수를 유진우는 단 일격에 처리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진혼파 수석 제자라는 사람 실력이 왜 저래? 너무 형편없는 거 아니야? 저런 놈 하나 해결하지 못하다니, 쓸모없는 놈!”도영민은 한껏 경멸했다. 그는 유진우의 실력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유진우가 양재걸을 이겼으니 그가 나간다면 마찬가지로 멋지게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그 생각에 잃었던 자신감마저 되찾았다.“너... 너 대체 누구야?”양재걸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시선이 다시 유진우에게 향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또래 사람에게 이토록 처참하게 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반항조차도 하지 못했다.“내가 누군지 넌 알 자격 없어. 가서 네 사부나 불러와.”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인마, 적당히 나대!”양재걸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네 실력이 강한 건 알아. 하지만 우리 사부님한테 도전하려면 아직 자격 미달이야.”“도전? 아니, 오해한 거 같은데 내가 좀 가르치려고 그래.
목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시끄러운 현장의 소리를 다 덮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위압감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우람한 체격에 흰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은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었고 눈빛이 매우 날카로웠다.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바스락거렸다.그 어떤 무서운 기세도 내뿜지 않았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져 기를 펼 수가 없었다. 노인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이 사람이 바로 진혼파 오너 조경수였다.“세상에나! 조경수 마스터님이 오셨어. 이거 큰일 나겠는데?”“저 자식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마스터님께 덤빈 거야? 곧 큰 화를 입겠구나!”“쓸데없이 나대긴 왜 나대?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좋아. 마스터님이 오셨으니 저 자식 어떻게 수습하나 보자!”“이래서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해.”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며 지적했다.이젠 유진우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잘난 척하다가 정말로 조경수를 불러내고 말았다. 이런 게 바로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었다.“망했어,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임다해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고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X발, 사람이 어쩜 저렇게 어리석어? 하필 무도 마스터를 건드려서는 죽음을 자초했잖아. 우리한테까지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데.”도영민은 당황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무도 마스터 앞에서는 건방을 떨진 못했다.“어휴... 천재 하나가 오늘 또 사라지겠구나.”태소원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조경수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유진우는 목숨을 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회도 없었다.“사부님, 드디어 오셨군요!”양재걸은 조경수를 보자마자 바로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무슨 일이야? 왜 이리 심하게 다쳤어?”조경수는 양재걸을 아래위로 훑다가 얼굴을 찌푸렸다.“사부님, 방금 어떤 놈이 진혼파에 도발했어요. 절 이렇게 만들
“뭐야...”초라한 꼴로 부랴부랴 도망치는 조경수를 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진혼파 오너이자 명성이 자자한 무도 마스터가 놀라서 도망쳤다고? 오너의 위엄은? 마스터의 존엄은? 다 버리고 그냥 도망쳤어?’“사부님, 어디 가세요?”양재걸도 잠깐 넋을 놓았다가 다급하게 물었다.“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해결하고 올게.”조경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더 빠르게 도망쳤다.‘X발, 저번에 블랙 숲에서 다친 것도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오늘 여기서 또 만나다니.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늦어.’만약 유진우와 제대로 붙는다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남자라면 가끔은 굽힐 줄도 알아야 했다. 체면을 잃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할 말을 잃은 양재걸은 입가를 파르르 떨었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입문한 후로 사부가 이토록 당황해하는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조금 전 그의 모습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대체 무엇이 사부를 이토록 두려움에 떨게 했을까?“어떻게 된 거야? 조경수 마스터님 왜 도망갔어?”“나... 나도 몰라. 집에 와이프가 애라도 낳나?”“혹시... 무서워서?”부랴부랴 도망치는 조경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그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등장할 때는 무척이나 위풍당당했고 무도 마스터의 위엄이 한껏 넘쳤다. 심지어 사람들은 유진우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경수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늙은 여우가 빨리도 도망가네.”유진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서 조경수가 도망칠 거라고는 유진우도 생각지 못했다.원래는 잘난 척 허세를 부리다가 링 위에서 승부를 가려야 정상인데 결과는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