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초라한 꼴로 부랴부랴 도망치는 조경수를 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진혼파 오너이자 명성이 자자한 무도 마스터가 놀라서 도망쳤다고? 오너의 위엄은? 마스터의 존엄은? 다 버리고 그냥 도망쳤어?’“사부님, 어디 가세요?”양재걸도 잠깐 넋을 놓았다가 다급하게 물었다.“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해결하고 올게.”조경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더 빠르게 도망쳤다.‘X발, 저번에 블랙 숲에서 다친 것도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오늘 여기서 또 만나다니.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늦어.’만약 유진우와 제대로 붙는다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남자라면 가끔은 굽힐 줄도 알아야 했다. 체면을 잃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할 말을 잃은 양재걸은 입가를 파르르 떨었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입문한 후로 사부가 이토록 당황해하는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조금 전 그의 모습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대체 무엇이 사부를 이토록 두려움에 떨게 했을까?“어떻게 된 거야? 조경수 마스터님 왜 도망갔어?”“나... 나도 몰라. 집에 와이프가 애라도 낳나?”“혹시... 무서워서?”부랴부랴 도망치는 조경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그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등장할 때는 무척이나 위풍당당했고 무도 마스터의 위엄이 한껏 넘쳤다. 심지어 사람들은 유진우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경수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늙은 여우가 빨리도 도망가네.”유진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서 조경수가 도망칠 거라고는 유진우도 생각지 못했다.원래는 잘난 척 허세를 부리다가 링 위에서 승부를 가려야 정상인데 결과는 어떠한가
“한 집사님, 바로 저기 있어요. 우리 애들이 들어오는 걸 봤대요.”그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무도 연맹의 집법팀이 위풍당당하게 연무장으로 들어왔다.맨 앞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무도 연맹의 검은 옷 집사였다. 그리고 옆에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가 있었는데 바로 조금 전 유진우에게 얻어맞은 집법팀 팀장이었다.“큰일 났어. 무도 연맹 집법팀이 찾아왔어.”그 모습을 본 임다해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유진우의 앞을 막아섰다.“선배님, 저 사람들은 선배님을 찾으러 왔어요. 제가 막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세요!”아까 유진우가 그녀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기에 이젠 은혜를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다해야, 왜 저 사람 신경 쓰고 그래? 무도 연맹은 사람이 많아서 함부로 덤비면 안 돼. 일단 숨어!”도영민은 바로 겁에 질렸다. 자신감이 넘치긴 했지만 무도 연맹과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선배님, 얼른 가세요! 안 가면 늦어요.”유진우가 꿈쩍도 하질 않자 임다해는 애가 탔다.“조경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저런 조무래기들을 두려워하겠어? 날 선배라고 부르니까 그냥 말 놓을게.”유진우는 웃으면서 임다해를 뒤쪽으로 끌어당겼다.“선배님...”임다해가 뭐라 더 말하려는데 집법팀이 이미 도착했다.“아까 어떤 놈이 무도 연맹 집법팀을 때렸어? 당장 나와서 사과해!”맨 앞에 선 검은 옷 집사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 얻어맞은 집법팀 팀장은 인파 속에 있는 유진우를 바로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집사님, 바로 저놈이에요. 저놈이 절 이렇게 때렸고 무도 연맹의 권위에 도발했어요.”“그래? 배짱은 두둑하네. 감히...”검은 옷 집사는 팀장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뭐라 소리 지르려던 순간 마치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리고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인마! 감히 날 때려?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집법팀 팀장은 흉악스럽게 웃으며 마치 죽은 사람을 쳐다보
유진우가 이토록 대단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원래는 그저 작은 파벌의 제자거나 기껏해봤자 실력이 조금 뛰어날 줄 알았다.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젊은이가 소년 마스터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무도 대회에서부터 놀라움을 보여줬고 청양호에서 자양지존을 죽였으며 그다음에는 블랙 숲에서 엄청난 위엄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늘은 무도 연맹의 맹주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모두 세상을 뒤흔들만한 일이었고 또 이런 일들로 인하여 강남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최강 괴물이 되었다.유진우는 또래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고 명성은 이미 나이가 있는 마스터를 뛰어넘어 강남 무도계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그런 전설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당연히 놀랄만 하지.“저... 저... 저 사람이 소년 마스터라고?”양재걸은 겁에 질린 나머지 오금이 저렸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조금 전 자신이 도발한 사람이 전설 속의 괴물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러니까 한 손가락으로 날 쉽게 이겼고 사부님마저 겁에 질려서 도망갔지. 그게 다 이유가 있었어.’블랙 숲에서의 결투를 그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소문을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유진우는 아주 쉽게 마스터 세 명에게 중상을 입혔고 현장을 압도했다고 들었다.그 후로 조경수는 트라우마가 생겼고 조금 전 초라한 꼴로 도망친 것이었다. 그 누구라도 이런 괴물을 만난다면 진정하지 못할 것이다.“어쩐지...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 저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었구나!”그 시각 태소원의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두 눈에는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다.청양호 마스터 전투에서 태소원은 유진우의 위엄을 봤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까이하고 나서야 그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생겼고 매력이 넘친다는 걸 알았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일까?“진우 선배님이... 무도 마스터였어?”눈앞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던 임다해의
집법팀 팀장은 꿈에서 깨기라도 한 듯 재빨리 달려가 유진우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마스터님, 제가 몰라뵙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그러더니 연신 머리를 조아리면서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이 쓸모없는 것들!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그때 우레와 같은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송천수가 무도 연맹 임원들과 함께 연무장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집법팀 팀장과 굽신거리는 검은 옷 집사를 보자마자 송천수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무능한 놈들아, 너희들 때문에 우리 무도 연맹의 체면이 밑바닥까지 떨어졌어!”송천수는 재빨리 다가와서 두 사람을 마구 때렸다.짝, 짝, 짝...심하게 얻어맞은 두 사람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코와 입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전혀 반항하지 못했고 불만이 있어도 꾹 삼키기만 했다. 무도 마스터를 건드렸는데 당연히 빌어야지, 죽기를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장로님, 이분이 바로 송 맹주님께 도전장을 건넨 유진우 마스터입니다.”검은 옷 집사는 송천수가 양해하길 바라며 계속 말했다.“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분노가 치밀어 오른 송천수는 다시 손을 들어 따귀를 날리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무림 맹주님께 도전한 사람은 우리 무도 연맹의 적인데 감히 적한테 무릎을 꿇어? 창피한 것도 모르는 놈!”“저...”검은 옷 집사는 얼얼한 볼을 움켜쥔 채 말을 잇지 못했다.‘X발, 말은 참 쉽게 하네. 너 같으면 무도 마스터를 도발할 수 있어? 아주 얻어터질 거면서.’“네가 바로 유진우야?”화풀이하던 송천수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유진우를 째려보았다. 그의 두 눈에 살기와 분노, 그리고 짙은 원한이 담겨있었다.“접니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누구시죠?”“무도 연맹의 장로 송천수다!”송천수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네놈이 어젯밤에 우리 아들을 죽였다면서? 이미 죽을죄를 지었는데 또 무
“3대 호법까지 모셔오다니, 송천수가 아주 큰 마음을 먹었구나!”“듣건대 3대 호법 모두 무도 마스터래. 유진우가 강하긴 하지만 혼자서 세 명을 상대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일 거야.”“무도 연맹 왜 저런대? 유진우는 무도 연맹 맹주한테 도전하러 왔는데 쪽수로 밀어붙여? 정말 무인의 도덕이라곤 전혀 없어.”가면을 쓴 세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무도 연맹의 3대 호법은 무도 연맹의 숨은 힘이었다. 지위가 장로보다 높았고 맹주와 부맹주 다음이었다.평소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무도 연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나타났다. 하여 3대 호법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을 본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으니까.3대 호법이 지난번에 모습을 드러낸 건 10년 전에 송만규가 맹주 자리를 물려받을 때였다.그날 한 무리의 나쁜 세력들이 취임식을 망치려 했었는데 3대 호법이 나서서 무서운 기세로 그들을 손쉽게 해결해버렸다. 그 후로 3대 호법은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무도 연맹에서 3대 호법은 가장 강한 장벽이었다. 아무도 이 장벽을 뚫지 못했고 무도 연맹의 뿌리를 흔들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유진우를 상대하기 위해 3대 호법까지 동원했다. 세력을 믿고 남을 괴롭히는 게 분명했다.“3대 호법?”주변을 둘러보던 유진우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송천수, 이 사람들이 바로 너의 비장의 카드야?”유진우는 3대 호법이 일반 무도 마스터가 아니라는 걸 바로 느꼈다. 그들은 사술만 수련하는 남다른 존재들이었다.기운이 음산하고 눈빛이 날카로웠으며 몸에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 사술을 연마하면 실력이 빨리 늘긴 하지만 단점이 많았다. 단점 중 하나가 바로 계속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눌러 미치광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세 사람에게서 특별한 냄새가 풍기는 것만 봐도 이 점을 충분히 증명했다. 다시 말해 무도 연맹의 3대 호법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죽인 3대 악마였다.무도 연맹은 많은
“넌 누구야? 뭔데 끼어들어?”송천수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전 현무문의 제자입니다. 장로님의 행동을 정말 더는 못 봐주겠어요.”태소원이 또박또박 말했다.“무도 연맹은 공평과 공정을 중히 여겨야죠. 유진우 마스터님은 분명 미리 도전장을 보냈고 무도 연맹에서도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송 맹주님이 나타나기도 전에 함부로 유진우 마스터님을 죽이려 하면 무도 연맹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어떻게 될지, 위엄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어요?”“맞아요! 싸우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싸워야지, 쪽수로 밀어붙인다는 게 말이 돼요?”“유진우 마스터님이 혼자 상대하는 건 무도 연맹에 대한 존중인데 무도 연맹에서도 마땅히 예의 있게 굴어야죠. 링 위에서 싸워야만 사람들이 인정할 겁니다.”“당신들 무서워서 이러는 거죠? 유진우 마스터님이 송 맹주님의 자리를 위협하기라도 할까 봐 이런 수작 부리는 거죠?”그 시각 많은 무사들이 질책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무도 연맹 맹주에게 도전하는 게 몇 년만의 일인지 모른다. 유진우가 이기든 지든 중요하지 않았고 적어도 용기가 있는 건 인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도 연맹의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다.“닥쳐! 다들 닥치라고!”송천수는 약이 바싹 올랐다.“유진우 이 자식이 내 아들을 죽였어. 아버지로서 아들의 복수를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복수하는 건 문제없지만 무도 연맹의 힘을 빌려선 안 되죠. 이건 공적인 힘을 빌려서 사적인 복수를 하는 거잖아요!”태소원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이... 이년이!”송천수는 너무도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빈틈없는 경계망을 친 건 유진우를 잡기 위해서였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나타나서 방해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장로님, 복수하고 싶어도 마스터님의 도전이 끝난 다음에 하세요. 안 그러면 저희 동의 못 합니다.”“맞아요! 무도 연맹 맹주와의 도전은 아무도 방해해선 안 돼요. 두 사람 사이에 피맺힌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참으세요!”태소원이 앞장서자 점점 더 많은 무인들이 나서
“부맹주님,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모두 무도 연맹의 명예를 위해서입니다.”송천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자는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무도 연맹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습니다. 즉시 잡지 않으면 앞으로 큰 화를 불러올 거란 말입니다!”“송 장로님, 조금 전의 상황은 제가 모두 똑똑히 봤습니다. 장로님께서 계속 몰아붙이고 오만하게 행동한 거예요.”진원효는 차분하게 말했다.“게다가, 당신은 맹주님의 명령도 없이 3대 호법을 마음대로 사용했으니 규칙을 어긴 것입니다. 만약 장로님께서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법을 알고도 어긴 죄가 더해질 것입니다!”“당신!”화가 난 송천수는 이를 악물더니 곧 목소리를 낮췄다.“부맹주님, 우리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설마 이 젊은이 때문에 저와 맞서려는 건가요?”“장로님, 저는 언제나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지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습니다.”진원효는 단호하게 말했다.“옳고 그름은 누구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 있는 모두가 정정당당한 맹주 도전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고 믿어요. 누구든 비열한 수단으로 방해하려는 자는 강남무림의 공공의 적이 될 것입니다!”“맞습니다! 무림 맹주에게 도전하는 것은 무사로서의 권리입니다.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여러 무사들이 동조하며 말했다.무도계는 원래 강자가 존중받는 곳이다. 소위 강남무림 맹주라는 것도 강한 실력을 바탕으로 얻은 자리이다.마스터 경지에 이르면 누구나 강남 무림 맹주에게 도전할 수 있으며 이는 불문율이다. 그리고 만약 맹주가 싸움을 피하거나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면, 그 권위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부맹주님, 정말 그렇게 하시겠습니까?”송천수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왜요? 불만이라도 있습니까?”그러자 진원효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불만이 있다면 저에게 도전하셔도 됩니다. 자격이 있으니까요. 저를 이기면 부맹주를 드리죠.”“당신...”송천수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단지 선천 무사였
“유진우 씨, 반드시 멋지게 싸워서 이름을 알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뭐가 진정한 무도 고수인지 보여주세요!”태소원은 그 듬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눈에는 사랑과 경외심이 가득한 채 말이다.대장부라면 세 자루의 검을 들고 세상에 나아가 불후의 공을 세워야 한다. 비록 앞길이 험난하고 위험할지라도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하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인 것이다.“무림 맹주에 도전하다니,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다!”안색이 어두워진 양재걸이 속으로 저주했다. 그는 유진우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송만규에게 죽임을 당하기만을 바랐다.“흥! 어차피 죽을 놈이야. 몇 분 더 살았을 뿐이지.”송천수는 비열하게 웃으며 악의에 찬 눈빛을 보냈다.“선배님, 제발 무사해야 해요!”임다해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제기랄, 저 자식이 정말 올라갔어? 설마 자기가 진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도영민은 눈에 질투와 증오를 가득 담고 말했다.‘분명 같은 나이대인데 왜 유진우는 무도 마스터고 나는 선천 경지조차 돌파하지 못한 거지? 왜? 내가 어디가 모자라서?’“여기 정말 시끌벅적하네!”갑자기 특수한 통일 복을 입은 일행이 연병장에 들어섰다.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사람은 팔자 수염에 얼굴이 뾰족한 남자였고 그의 뒤에는 여러 명의 기이한 인물들이 따랐다.그들은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어떤 이는 흉측하게 생겼고, 어떤 이는 아름답게 생겨 그들의 외모와 체격은 매우 다양했다.하지만 그들 모두는 굉장히 강력한 존재들이었다.“진무사? 저 사람들 진무사의 사람들이잖아!”“맙소사! 진무사가 왜 여기 온 거지? 혹시 이곳에 엄청난 죄인이 있는 건가?”상황을 파악한 현장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진무사는 용국의 공식 기관으로 그 안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하며 강자들이 넘쳐난다.진무사의 임무는 바로 전 세계의 무사들을 관리하고 무력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강남무림 연맹, 강북무림 연맹, 그리고 여러 파벌들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