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익다고요?”진원효는 호기심에 가득 차 물었다.“오 당주님, 혹시 이전에 유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아마 내가 착각한 것 같군.”오연호는 팔자 수염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의 기억력으로는 뛰어난 무사를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편이었다.유진우처럼 어린 나이에 무도 마스터가 된 인물은 매우 드문데, 그런 천재를 만난 적이 있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내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분명 처음 만났다는 증거겠지.’“오 당주님,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자리로 모시겠습니다.”진원효는 한 손으로 손짓하며 안내했다.“천천히 가자고. 먼저 이 젊은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눠보겠네.”오연호는 이렇게 말하고 바로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이 모습을 본 진원효는 잠시 미간을 찡그렸지만 이내 다시 평정을 찾았다.진무사가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는 정책에 있다.정의롭든 사악하든, 일단 실력만 있다면 그 사람은 진무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오연호는 유진우의 재능과 실력을 보고 그를 영입하려 했다.진원효는 비록 불만스러웠지만, 무도계 전체가 진무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젊은 친구, 용기가 대단하군. 무림 맹주에게 도전하다니.”오연호는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진무사인가요?”유진우는 천천히 눈을 뜨고, 상대의 가슴에 있는 휘장을 보고 그의 신분을 알아차렸다.“눈썰미가 좋군. 나는 진무사의 10대 당주 중 한 명인 오연호라네.”오연호는 자신을 소개했다.“오 당주님이시군요. 무슨 용건이 있으신가요?”유진우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진무사의 영향력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당주 자리에 오르려면 단지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배경과 철저한 수단이 필요했다.“젊은 친구, 자네는 타고난 재능이 있고 미래가 창창해. 이런 작은 곳에 머물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진무사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오연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무대 아래가 술렁이기
“젊은 친구, 진무사에 가입만 하면 내가 보장하건대 제단사 자리 하나 내어주지!”오연호는 유진우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진무사에서 제단사는 관리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자리이다.막 입문한 사람에게 이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죄송합니다만, 그래도 흥미가 없습니다.”유진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계속되는 거절에 오연호는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이미 충분히 체면을 지켜주었지만, 유진우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니 말이다.“아니, 진무사의 제단사 제안을 거절하다니, 이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지?”“진무사의 중용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얼른 감사히 넙죽 받는 게 아니고... 정말 미친 거 아니야?”“흥! 소년 마스터라 해도, 진무사 앞에서는 별거 아니네!”몇몇 질투하는 무사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진무사에 가입하는 것은 많은 무사들에게 있어서 큰 영광으로 여겨진다.그러나 유진우는 이를 여러 차례 거절하며 진무사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가 매우 오만하다고 생각되게 만들었다.“기회는 놓치면 다신 오지 않아. 진짜 진무사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건가?”오연호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고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그는 자신의 체면을 구기며 직접 나섰지만, 유진우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네. 저는 오늘 무림 맹주에게 도전하러 왔을 뿐, 다른 일에는 흥미가 없습니다.”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사람마다 뜻이 다른 법이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네!”곧이어 오연호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무대를 내려갔다. 얼굴에는 불쾌함과 약간의 분노로 가득했다.“오 당주님, 여기 앉아 차 한 잔 드세요.”진원효는 웃으며 오연호 일행을 중앙 자리에 안내했다.그 자리는 각 파벌의 장로들이 앉는 자리로, 최소 반보 마스터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그중에는 몇몇 무도 마스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천학문의 선조와 장수현, 대비사의 방 장로와 격심대사 등
“도착했다고요?”이 말을 들은 몇몇 사람들은 즉시 장수현의 시선을 따라갔다.곧이어 무림연맹 본부 건물의 옥상에서 한 흰색 실루엣이 갑자기 뛰어내렸다. 그 실루엣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가볍게 떨어져 마치 하얀 깃털처럼 보였다.“오셨다, 오셨어! 송 맹주님이 오셨다!”하늘에서 내려오는 실루엣을 보자 연병장은 즉시 소란스러워졌다.무림의 맹주 송만규가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흰옷을 입은 송만규는 두 손을 뒤로하고 바람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마치 신선처럼 내려왔다.그에게는 압도적인 위엄도 강력한 기운도 없었다.대신, 누구도 감히 직시할 수 없는 신성하고 고귀한 분위기가 있었다.이 순간, 송만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눈 부신 빛처럼 보였다.대지를 비추며 어둠을 몰아내는 존재 같은 그에게 누구도 경외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송 맹주님께 경의를 표합니다!”송천수가 먼저 일어나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송 맹주님께 경의를 표합니다!”그 뒤를 이어 많은 무림연맹 제자들이 일어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져 연병장 상공에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현장에 있던 모든 무사들은 감동하여 즉시 일어나 예를 표했다. 무림 맹주는 강남 무도의 최강자이기에 이와 같은 존경을 받을 만했다.“어쩐지 실력이 또 향상된 것 같군.”진원효는 미간을 찡그리며 더욱 긴장해 했다.그는 유진우를 이용해 송만규의 권위에 도전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송만규는 대 마스터 경지에 반걸음 정도만 남아 있었고 빠르다면 석 달 내로 돌파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렇게 되면 그는 거대한 힘을 얻게 되어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때문에 진원효는 이제 송만규에게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맹주님이 등장하셨으니 이제 좋은 구경거리가 펼쳐지겠군.”“소년 마스터가 무림 맹주에게 도전하다니, 이 싸움은 무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야.”“2년 후에 붙었다면 어찌어찌 실력이 비슷했겠지만 지금은 둘의 실력
‘무슨 소리야? 권력과 지위를 위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림 맹주에게 도전한 게 아니었나? 어쩐지 복수를 위해 도전한 것처럼 들리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 거야?’“당돌한 놈! 감히 무림의 맹주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용서받지 못할 거야!”송천수가 테이블을 치며 소리 높여 꾸짖었다.그러자 곧이어 무도 연맹의 무사들 역시 분노에 가득 차 고함을 쳤다.송만규는 무림의 얼굴이었고, 그를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됐습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송만규는 천천히 손을 들어 무도 연맹 구성원들의 소란을 막았다. 그러고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유진우,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법이야. 나는 언제나 정직하고 공정하게 행동해왔어. 고작 그 몇 마디 거짓말로 내 명성을 더럽힐 수 있을 것 같아?”“더럽힌다고요? 풉...”유진우는 피식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당신은 신의를 배반한 배은망덕한 사람입니다. 당신 같은 위선자는 돼지와 개보다 못한 존재예요! 이런 가증스러운 위선자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합니다!”“건방진 놈!”송만규는 얼굴을 찡그리며 분노에 차 말했다.“유진우! 지금은 그래도 너를 후배로 여겨 참아주고 있는거야. 다시 더 선 넘으면 그땐 가만두지 않겠어!”“지금 저 위협하시는 거예요?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게 설마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그러더니 유진우는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잘 들어요!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실력을 겨룰 뿐만 아니라 생사를 결정지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마자 현장은 크게 술렁였다.“뭐라고? 생사를 건 경기? 이 자식 미친 거 아냐?”“내가 잘못 들은 거지? 저 녀석 지금 송 맹주님께 생사를 건 결투를 요구한 거야?”“자기 주제를 모르는구나! 완전히 미쳤어!”“그냥 도전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인데, 생사를 건 결투라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어!”유진우의 오만한 발언은 모든 무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무림 맹주에게 도전하는
송만규의 외침에 따라 생사 결투의 서약서가 무대 위로 올라왔고 두 사람은 말없이 차례대로 서약서에 서명한 뒤 지문을 찍었다.무대 위의 결투는 원래 승자와 패자가 각자의 운명에 맡기는 것이었지만, 일반적으로 큰 원한이 없는 한 승자는 패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불문율이었다.하지만 생사 결투의 서약서에 서명함으로써 이 규칙은 깨졌다. 이제는 자비도, 물러설 곳도 없는 오직 목숨을 건 싸움만이 남았다.“유진우, 이것은 네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다.”서명을 마치고 나자 송만규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이전의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그는 이제 날카로운 기운과 위엄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마치 산과 같은 압도적인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순간적으로 연병장을 뒤덮었다.바로 그때, 무대 아래에 있던 무사들은 마치 거대한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숨쉬기조차 힘들어졌고 힘이 약한 자들은 그보다 더욱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이게 바로 무림 맹주의 진정한 실력인가?”많은 사람들이 송만규를 바라보며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꼈다.그는 불과 몇 초 만에 온화한 모습에서 무시무시한 금강으로 변했다. 무림 맹주의 위엄과 강함이 이 순간 완전히 드러난 것이다.“악행이 많으면 반드시 스스로 망하는 법이지요. 오늘이 바로 당신이 죽을 날입니다!”유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러자 그의 발밑 땅이 갈라지면서 동일하게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송만규의 기운과 대치했다.두 사람의 강력한 기운이 충돌하며 무대 위에 반투명한 장벽을 형성했다.장벽은 마치 경계선처럼 무대를 두 부분으로 나눴다.왼쪽은 유진우의 영역, 오른쪽은 송만규의 영역이었다.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기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유진우, 네가 강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강남 전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너 같은 무도 천재를 찾기는 힘들 거야.”송만규는 한 걸음씩 다가가며 자신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마치 불도저처럼 그는
마스터에도 강한 자가 있고 약한 자가 있었는데 아무리 그 차이가 작을지언정 그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장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오 당주님, 저 자식을 너무 높게 평가하신 것 같네요. 만약 제가 본 것이 맞다면, 송 맹주님께서는 이번 폐관 후 실력이 한층 더 강화되었습니다. 때문에 유진우를 상대하는 데는 세 번의 공격이면 충분할 겁니다.”“오? 그런가요?”오연호는 놀란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몇 년 전에 이미 마스터 대원만 수준에 도달했었는데... 만약 더 발전했다면 대 마스터 경지에 거의 도달한 셈이 되는 거군. 만약 정말 그렇다면, 송만규의 가치를 우리 진무사에서 재평가해봐야 해.’“유진우, 네가 잘못한 건 바로 나한테 도전했다는 거야. 블랙 숲에서 이미 너에게 기회를 주었건만 너는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어.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을 거다!”송만규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자신의 기세를 높였다.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만 같은 기세였다.쩌억-송만규의 강력한 압박 속에 유진우 주변의 기장이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깨지기 직전의 큰 유리 조각처럼 보였다. 균열은 빠르게 확산되며 더욱 밀집되었다.윙-유진우의 뒤에서 천으로 감싸인 창공검이 급격히 떨리며 가벼운 울림을 내기 시작했다.마치 전투에 나가고 싶어 안달 난 것 같았다.유진우는 손을 뻗어 검을 쓰다듬으며 그 울림을 멈추게 했다.아직은 검을 뽑을 때가 아니었다.“유진우,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송만규는 극한으로 몰아붙이다가 불쑥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곧이어 ‘펑’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기장 방어막이 순간적으로 산산조각 났다.“죽어라!”송만규는 기회를 잡아 한 발을 내디디고 하얀 광채로 변하더니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 그가 간 길을 따라 공기가 갈라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견고한 무대의 바닥에조차 깊은 홈이 패였다.그 속도와 기세는 마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과 같았다.“이리 와!”유진우는 눈을 빛
바람이 잠잠해지자, 무대 아래의 무사들은 등 뒤가 오싹해지며 두려움을 느꼈다.조금 전의 공격으로 인한 여파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만약 미리 준비하고 피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다들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나쁘지 않아, 실력이 블랙 숲에서 봤던 것보다 나아졌어.”송만규는 한 손을 등 뒤에 두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하지만 오늘 네가 죽을 거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정말 실력이 있다면 지금 다 보여주세요. 안 그럼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요.”유진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조금 전의 공격으로 그는 송만규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의 예측대로 송만규는 대 마스터 경지에 거의 도달했지만 아직 완전히 돌파하지는 못했다.만약 돌파했더라면 더 어려운 상대가 되었을 것이다.“흥! 아직도 건방지게 구는구나!”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송만규는 다시 기세를 높였고 그의 옷은 바람에 휘날리며 ‘윙윙’ 소리를 냈다.“진짜 내 실력이 보고 싶은 거야? 좋아, 오늘 내가 널 완전히 굴복시켜주마!”말을 마치자마자 송만규의 몸이 한 번 흔들리더니 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그의 몸을 감싸는 이 금빛은 마치 갑옷처럼 그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그 광경은 마치 하늘에서 신이 내려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가 뿜어내는 위엄은 모든 생명을 압도하는 것이었다.무대 아래의 무사들은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거리를 두고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좋습니다, 맹주님께서 드디어 본때를 보여주시려는군요!”장수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유명한 맹주님의 무극태천공을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군.”오연호도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하하, 송 맹주님의 무극태천공에 의해 죽는 것은 그 자식에게 큰 영광일 것입니다.
송만규는 반쯤 올라서다 갑자기 공중에서 멈춰 섰다.햇빛이 내리비치자, 그의 금빛 갑옷은 더욱 눈부시게 빛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 검은 파운공이라 불린다. 나는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3년 동안 폐관 수련을 했지. 지금까지 외부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어. 오늘 이 검에 죽는 걸, 너는 영광으로 삼아야 할 거다! 받아라!”말이 끝나자 금빛 검이 갑자기 흔들렸고 송민규는 눈부신 금빛 광채로 변해 유진우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그 기세는 마치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강력하고 막을 수 없는 힘이었다.“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지?! 이건 신의 심판인가? 너무 무서워!”“이 검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거야. 소년 마스터, 자네는 죽어도 명예롭게 죽는 거라고!”송만규의 검은 연병장의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그 금빛 광채는 마치 태양처럼 눈 부셔서 아무도 저항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검이 떨어지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 같았다.“창공!”곧이어 송만규가 검을 내리칠 때, 유진우도 동시에 움직였다.그가 가볍게 한 번 손을 뻗자 천으로 감싸인 검은 검이 순식간에 칼집에서 빠져나왔다.동시에 유진우는 단 한 손으로 두 개의 은침을 꺼내어 자신의 후두부에 꽂았다.그 순간, 유진우의 눈은 붉게 빛났고 얼굴에는 파란색 핏줄이 돋아났다.그러더니 그의 온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마치 산을 쏟아내듯 뿜어져 나왔다.이것은 바로 목숨을 걸고 경지를 돌파하는 유씨 가문의 비법기술이었다.“길을 안내해!”유진우는 갑자기 뛰어올라 공중에 있는 검을 잡고 검은 빛으로 변해 금빛을 향해 돌진했다.송만규는 온몸에 금빛 광채를 두르고 마치 신과 같았고, 유진우는 검은 기운에 휩싸여 마치 악마 같았다.두 사람은 각자 최강의 일격을 담아 정면으로 충돌했다.순식간에 하늘이 흔들리고 대지가 떨렸다.“쾅!”“쾅!”“쾅!!”눈 부신 빛이 지나간 후, 세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첫 번째 폭발음은 송만규의 금빛 검이 폭발하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