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럴 리가!”송만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송만규는 무극태천공과 파운공을 사용했는데도 패배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무척 처참하게 패배했다.‘어? 이럴 수가!’이것은 그의 가장 강한 한방이었다.강남 전체를 놓고 말해도 이 내공을 막을 수도, 깨뜨릴 수도, 이를 대적할 사람도 몇 없었다.‘왜? 왜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이 나를 이길 수 있지?’푸!송만규는 움찔하더니 바로 피를 뿜어냈다.그리고 무릎에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회색빛을 띠었다.조금 전 유진우의 공포의 칼집은 송만규의 팔을 절단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대부분 경맥을 파괴했다.지금 송만규의 몸은 이미 심하게 손상되어 더는 싸울 힘이 없었다.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송만규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고 현장은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이 순간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결과는 너무 뜻밖이었고 충격적이었으며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송만규가 가장 강력한 내공으로 칼을 휘둘렀을 때 사람들은 모두 유진우가 반드시 패하리라 생각했다.하늘이 내리신 신의 벌이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공포의 신의 벌에 유진우는 다치지 않을뿐더러 되려 역전승하여 송만규에게 중상을 입혔다.이런 반전은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 신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었다.정말 말도 안 되었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송맹주가 패한 거야?”“아니... 아닐 거야... 신분이 높으신 무림 맹주가, 강남 무도계의 일인자가 어떻게 이 녀석의 손에 패할 수 있어?”“어머!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믿을 수 없어! 정말 기이한 현상이야!”“...”짧은 정적 후 연무장 전체가 순간 난리가 났다!잔잔한 호수에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떠들썩
그러나 지금 이 산이 무너진 것이었다.모든 전설, 모든 영광은 지금 이 순간 처참하게 파괴되었다.“이겼어! 유선배가 이겼어! 너무 잘 됐어!”잠시 멍해 있던 임다해도 바로 환호하면서 소리쳤다.“역시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셔! 역시 천하무적이야!”태소원은 너무 흥분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졌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유진우가 멋지게 이긴 것만은 확실했다.만인의 관심 속에서 무림 맹주 송만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이때부터 유진우는 천하에 널리 이름을 떨쳤다.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실력이었다.“잘했어! 너무 잘했어!”이때 속마음을 잘 드러내놓지 않던 진원효조차도 참지 못하고 손뼉을 쳤다.진원효는 송만규에 의해 꼬박 10년을 짓눌렸다.그러나 지금 유진우가 뜻밖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것도 송만규를 크게 손상시켜 과거의 전설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 아래 제일 큰 경사였다.이번 기회에 진원효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터벅! 터벅! 터벅!무대 아래의 떠들썩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진우는 창공 보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송만규 앞으로 다가갔다.검은 검에서는 아직도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무림 맹주?불패신화? 흥! 그냥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뿐이네요.”유진우는 눈이 붉어지면서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우는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처럼 무섭고 강했다.“당신... 왜 이렇게 강해졌어요? 어떻게 나를 이긴 겁니까?”송만규는 무릎을 꿇은 채로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머리에는 온통 의문으로 가득하였다.송만규는 자신이 왜 패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송만규의 현재 내공으로는 대 마스터 외에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당신은 나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패했어요.”유진우는 서서히 검을 들고 높은 자태로 물었다.“지금 무슨 유언이라도 있으신지요?”“하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유진우는 차갑고 무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만!”유진우가 처참하게 죽이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동시에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 하나가 누군가의 거센 힘에 실려 창공 보검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다.쾅!“음?”유진우는 멈칫하더니 검을 쥔 손을 멈추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무대 아래를 보았다.오연호는 이미 일어났고 손에는 활을 들고 있었다.방금 그 화살이 바로 오연호가 쏜 것이다.“오당주, 무슨 뜻입니까?”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유진우, 당신이 이겼어.”오연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면 훗날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는 거야. 적어도 숨 쉴 틈은 남겨줘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오당주, 저와 송맹주는 생사를 건 싸움입니다. 이 무대 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무도계의 규칙이죠.”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무도계의 규칙은 진무사가 정한 것이야. 여기서 내 관직이 가장 크니 모든 것은 나의 한마디에 달린 거 아닌가?”오연호는 포악한 말투로 말했다.오연호가 이번에 나선 이유는 유진우가 이전에 호의를 무시했기도 했고 또 송만규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강남 무림 맹주로서 송만규의 신분과 지위는 여전히 손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일단 죽으면 강남 무림에서 분명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그때 되면 진무사가 뒤처리하러 다니느라 바빠질 것이다.“오당주, 규칙은 규칙대로 실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생사 확인서에 서명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송만규를 감싸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유진우는 냉랭하게 물었다.“쓸데없는 소리! 송맹주는 무도계의 명성이 높으신 분이시고 국가의 기둥이야. 이런 인재를 우리 진무사가 꼭 살리고 말 거야!”“오당주, 내 기억으로는 진무사가 내부 싸움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었죠.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나선다면 명분도 서지 않을뿐더러 이치에도 안 맞는거 모르세요?”“나에게 수작을 부리는 거야? 그래!”오연호는 콧방귀를 꼈다. 그리고 시선을 송만규에
송만규가 만약 죽는다면 아마 다음 차례는 장수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흥! 진무사가 우리 후원자인데 네 놈이 아무리 강한들 소용없을걸! 결국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할거야!”송천수가 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송천수는 방금 송씨 집안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오연호가 제때 나타나서 이 불행을 막아주었다.“너무 아쉬워. 한 끗 차이로 성공 못 했어.”진원효는 한탄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유감스러웠다.오연호라는 이 변고가 없었더라면 오늘은 원만했을 것이다.“역시 진무사야! 두세 마디에 유진우 이 자식을 겁먹게 하다니.”“흥, 진무사 앞에서는 신도 머리를 숙여야 할걸요.”무대 아래 적지 않은 무사들이 시름을 놓았다.송만규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눈앞의 상황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목숨은 건졌기 때문이다.결국 그 누구도 바보처럼 진무사와 맞서지는 못할 것이다.“유진우, 네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인정해. 실력이 한 수 위라는 것도 인정해. 하지만 아쉽게도 날 죽이지는 못하는군.”“내가 죽지 않으면 네가 이긴 것도 아닐 테니까.”송만규는 겨우겨우 버티며 일어섰다. 그리고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었다.“또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난 이미 대 마스터 문턱까지 닿았어. 3개월 안에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을걸. 그때 넌 곧 내 먹잇감이 되겠지.”“어때? 많이 화났어? 아주 무서워? 너무 무기력하지 않아? 하지만 넌 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걸!”“난 지금 진무사의 사람이야.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만약 함부로 행동한다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족과 친구들도 함께 고통을 받게 될 거야!”“넌 인정해야 해. 넌 복수도 할 수 없고 이 결과를 바꿀 수도 없다는 걸! 넌 영원히 나에게 짓밟힐 수밖에 없어!”송만규의 조금 전 비겁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기세는 또 예전처럼 위풍당당해졌다.진무사가 후원자로 된 후로 송만규는 두려움도 없었고 자신이 꼭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오늘 이 고비를 넘긴 후, 송
쿵!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진우는 선 자리에서 갑자기 손에 쥔 검으로 송만규의 머리를 잘라버렸다.모든 과정에는 아무런 징후도, 망설임도 없었다.검을 휘두르자 무림의 자존이자 강남 무도계 일인자의 머리가 바로 땅에 떨어졌다.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었을 것이다!검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송만규의 머리가 발아래로 굴러떨어졌지만 몸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송만규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공포가 역력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더 해졌다.송만규는 처참하게 죽었다. 송만규는 유진우가 정말 진무사를 건드리면서까지도, 천하의 큰 죄를 저지르면서까지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죽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정... 정말 죽인 거야?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미쳤어, 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어! 진무사 당주 앞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저런 미친놈 같으니라고!”“정말 독하네요! 목숨과 목숨을 바꾸는 거나 다름없네요!”“여태까지 살아봤지만 누가 감히 진무사의 명령을 어긴 사람은 못 봤어. 갓 난 송아지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일세!”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연무장은 발칵 뒤집혔다.모든 무사는 유진우의 대담함에 깜짝 놀랐다.송만규는 진무사에 가입했으며 공식 기관의 보호를 받는 특수 인물이었다.특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세 속의 규칙도 지킬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유진우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송만규를 단칼에 죽여버린 것이었다.이런 행위는 분명히 진무사를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 나아가서 무림 전체를 도발한 것과 다름없었다.“저런! 유진우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태소원의 안색은 변했고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무도계에서는 실력이 있는 사람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범할 수 없는 금기가 있었다.진무사가 그중 하나였다.예나 지금이나 그 누구든지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진무사의 추격자 명단에 오르기만 하면 결국 죽는 수밖에 없었다.“에쿠! 유 사형, 너무 충동적이네요. 사람들 앞에서 송맹주를 죽이다
이때 점점 더 많은 파벌이 포위 대군에 합류했다.멀리 바라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온통 까만색 물로 물든 것 같았다.무대 전체가 이미 꽉 막혔다.유진우는 순식간에 무림 공공의 적이 되었고 모두에게 쫓기는 역적이 되었다.송만규는 이미 여러 해 무림 맹주 자리를 맡았다. 그는 덕망이 높고 권위가 있었으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지금 유진우에게 살해당했으니 사람들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무사가 명령을 내려서 유진우가 이미 추격자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두 유진우를 토벌해야 했다.형세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유진우! 네 눈에는 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흉악하고 잔인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당장 항복하고 우리를 따라 진무사의 심판을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살해당할 것이다!”오연호는 노발대발했다.진무사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들에게 굴욕을 준 것과 다름없었다.“저와 송맹주의 개인적인 원한입니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유진우는 오만한 자태로 무대 위에 서서 창공 보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유진우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강남 무림의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대항하고 있었다.“흥! 불덩이가 코앞에 떨어져야만 정신을 차리는구먼!”“모든 무사 들어라! 이 도적을 살해한 자에게 진무사가 큰 상을 내리게 될 것이다!”오연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죽여라!!”큰 상을 준다는 소리에 수천만 명의 무사들이 천지를 뒤흔드는 웨침 소리와 함께 벌떼처럼 유진우를 향해 몰려들었다.그 소리는 호탕하고 기세등등했다.휙!그때 갑자기 검은 칼날이 허공을 파헤치며 날아가더니 마치 거대한 낫처럼 무대의 가장자리로 힘차게 박혀 들어갔다.펑!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튼튼한 무대였지만 그 칼날에 의해 길고
현재 위치는 무대 위였다.유진우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유진우는 홀로 모든 사람을 기세로 제압했다. 수천만 명의 무사들이 전전긍긍하며 무서워했고 서로에게 싸움을 미루기 시작했다.누구도 감히 먼저 앞서가지 못했다.오연호는 이 광경을 보면서 무척 화났고 분노로 가득찼다.“당신들! 뭘 무서워하는 거지?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의 옆에는 누구도 없어. 당신들이 같이 한꺼번에 몰려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저놈을 죽일 수 있다고!”모든 무사가 감히 나서지 못하자 오연호는 다시 여러 파벌의 장교들에게 눈을 돌리며 일일이 지명했다.“장 마스터, 천 부맹주, 격심 대사, 로 수장, 풍 장교... 당신들은 무림 고수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으십니까! 당장 제자들을 데리고 저놈을 죽이세요!”“이...”그 말을 들은 장수현 일행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구호를 외치는 일은 아무런 곤란도 없었다.하지만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면 심히 잘 헤아려 봐야 했다.송만규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이라면 그들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일단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었다.지금의 상황은 좀 애매했다.보통 무사들의 실력은 유진우를 위협할 수 없었고 여러 파벌의 고수들은 또 목숨을 매우 아꼈기 때문에 앞장서서 죽이려 하지 않았다.문득 현장의 형세는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었다.“정말 쓸모없는 녀석들이구먼!”그 장면을 본 오연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빨개졌다.무림의 사람들은 역시 잡으면 흘러내리는 모래와도 같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진무사의 집법팀이라면 적이 아무리 강해도 주저하지 않고 명령을 집행할 것이다.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오연호가 직접 나서야만 비로소 이 국면을 바꾸게 할 수 있었다.많은 생각에 잠겨있던 오연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시 활을 잡아당겼다.주석으로 만들어진 화살촉은 유진우의 심장을 겨누었다.“찌이익!”오연호는 천천히 힘을 가하기 시작했고 궁은 조금씩 구부러져 변형
오연호뿐만 아니라 장수현 일행도 애꾸눈 노인을 보며 깜짝 놀랐다.그들은 모두 무도의 마스터였기 때문에 감지력이 매우 뛰어났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마스터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없었다.그러나 애꾸눈 노인이 나타났을 때 이상하게도 마스터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눈에는 애꾸눈 노인 기운의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평범해 보여서 다른 늙은이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그런데 이 평범한 늙은이가 오연호의 화살을 받을 수 있었다.그럴 리가 없었다!마스터들이 애꾸눈 노인의 내공을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었다.그것은 바로 앞에 서 있는 애꾸눈 노인 실력이 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었다.“누구야? 진무사의 일에 관여하다니!”오연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유진우 한 사람도 상대하기에 충분히 힘든데 또 최고의 강자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진무사가 그렇게 대단해? 내가 그날 들락날락할 때도 너희들이 내게 감히 아무 짓도 못 하던데?”애꾸눈 노인은 콧구멍을 후비며 느른한 표정으로 말했다.“건방진 노인네!”오연호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웬 미친 늙은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 감히 아무 소리나 막 해대다니! 죽고 싶어?”“아무 소리나 막 한다고?”애꾸눈 노인은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콧구멍에서 시커먼 코딱지를 파내어 오연호를 향해 튕겨 보냈다.휙!코딱지는 총알처럼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100미터 거리를 가르며 오연호를 향해 날아갔다.펑!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오연호는 마치 기차에 부딪힌 듯 십여 미터나 날아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순간 입과 코에 피가 뿜어져 나왔고 오연호는 비명을 질렀다.“어?”이 광경을 본 현장의 사람들은 들끓기 시작했다.진무사의 당주가 되려면 최소한 무도 마스터 실력이어야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눈앞의 노인은 코딱지로 무도 마스터에게 중상을 입혔다.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어디서 나타난 늙은 괴
그래야만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라도 지킬 수 있다.지금 왕위를 이어받을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은 표기 대장군 유태범밖에 없었다.첫째로 유태범은 유씨 가문 사람이라 왕족에 속했기에 명분이 정당했다. 둘째로 표기 대장군으로서 서경의 절반에 달하는 군대를 거느리고 있어 권력이 하늘을 찔렀다. 셋째로 유태범은 오랜 시간 동안 힘을 키워왔다. 인맥, 위신, 공로 모두 왕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현재 유태범이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적지 않은 관원들은 애도를 표한 후 바로 대장군 저택으로 가서 유태범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었다.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서경왕부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의진은 그들을 제압할 힘이 없었다.“어머니, 벌써 종일 여기 계셨어요. 들어가서 쉬세요. 이러다가 몸이 상하실까 걱정됩니다.”수심과 피곤이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본 유천우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어찌 편히 쉴 수 있겠어.”이의진이 고개를 내저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까 더 조심해야죠. 서경왕부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왕비인 어머니가 버티셔야 합니다. 절대 쓰러져선 안 돼요.”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이의진은 뭐라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유천우가 가로챘다.“어머니, 이번에는 제 말을 들어주세요. 먼저 들어가서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아버지 곁을 지켜도 괜찮아요.”이의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천우는 도우미 두 명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너희 둘, 어머니를 방으로 모시고 잘 보살펴드려.”“알겠습니다.”두 도우미는 대답한 후 이의진을 부축했다. 무릎을 하도 오랜 시간 꿇고 있어 다리가 저린 나머지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천우야, 너도 몸 잘 챙겨. 절대 방심해선 안 돼.”이의진이 당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유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나가는 걸 본 후에야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다들 돌아가. 여긴 나 혼자 지키면
그 시각 서경왕부 문 앞.유태범 등 3인은 한 무리의 근위병들을 이끌고 서둘러 걸어 나왔다.서경왕부를 떠난 후 조군영이 참다못해 물었다.“대장군님, 이의진 모자가 주제도 모르고 저렇게 날뛰는데 계속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합니까?”“당연히 내버려 둘 순 없지. 하지만 너무 대놓고 움직여서도 안 돼. 흑용군의 대부분 고급 장교들이 서경왕부에 충성해서 정말 싸우기라도 한다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유태범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조군영이 또 물었다.“대놓고 움직일 수 없다면 몰래 압력을 가해야지.”유태범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경에 내란이 일어서 서경왕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리더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야.”“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이간질시킬게요. 백성들의 원한이 커져서 서경왕부도 감당이 안 될 때 대장군님이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서경의 백성들은 대장군님께 고마워할 것이고 새로운 서경왕으로 모시겠죠.”눈치가 참 빠른 조군영이었다.“맞아. 아주 영특하구나, 너. 나중에 내가 서경왕 자리에 앉으면 표기 대장군 자리는 네 것이 될 거야.”유태범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대장군님.”조군영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얼른 움직여. 빠를수록 좋아. 절대 그 어떤 흔적도 남겨선 안 된다는 거 명심해.”유태범이 신신당부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조군영은 인사를 올린 후 자리를 떠났다.“대장군님, 일반적인 내란이라면 서경왕부의 뿌리를 흔드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반드시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고원이 귀띔했다.“그건 나도 알고 있어.”유태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난 내 사람을 몰래 키워왔어. 8대 제후 중에 절반이 내 사람이야. 내 명령 한마디면 주저하지 않고 날 도와줄 거야.”“진작 준비하고 계셨군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고원이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왕이 되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
“유태범은 오랫동안 야심을 숨겨왔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 기회에 무조건 권력을 빼앗으려고 할 겁니다. 이 일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요.”유천우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맞아. 대놓고 움직이진 못해도 뒤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할 거야. 앞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해.”이의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위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절대 함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유천우가 한탄하듯 말했다.“천우야, 네 능력도 네 형 못지않아. 네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이의진이 그를 격려했다.“어머니, 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어요. 형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합니다.”유천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이의진이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 장례식이 끝난 후에 폐하께 말씀드려서 너한테 왕위를 물려주게 할 거야. 앞으로 서경왕은 너고 그 중책을 맡아야 해.”“어머니, 왕위는 형 거예요. 전 그 자리를 물려받을 생각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서경왕은 형만이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요.”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천우야, 다른 일은 남한테 양보해도 이건 절대 안 돼!”이의진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그 자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에 그리는 자리인지 알아?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거라고!”“전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저한테 있어서 권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아버지처럼 매일 애쓰고 힘들게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유천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왕이 되면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걱정거리만 태산일 텐데. 그럴 바엔 맨날 먹고 놀면서 편히 살겠어.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이 녀석아, 일이 네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전에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건 다 네 아버지가 있어서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금 아무 권력도 손에 쥐지 않는다면 나중에 아주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거란
“유장혁?”그 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때 유씨 가문의 천재는 이름을 널리 떨쳤었다. 그런데 10년 전 자금성의 난이 터진 후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런 그의 이름을 갑자기 들으니 놀랄 만도 했다.“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세자 전하의 생사도 불투명한 데다가 어디 있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그런 분한테 서경왕의 자리를 맡긴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닌가요?”조군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손까지 펼쳐 보였다.“그러게요, 도련님. 제발 현실을 잘 알고 말씀하세요. 세자 전하께 기댈 바엔 차라리 대장군님께 기대는 게 더 낫죠.”고원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천우가 자기 자신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실종된 지 10년이나 된 사람을 얘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얘기는 없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형도 꼭 돌아올 겁니다. 그때 가서 형이 왕위를 이어받아도 문제없죠.”유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하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세자 전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면 어떡해요? 서경왕의 자리를 계속 비워둘 작정인가요?”조군영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형님 죽지 않았고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러니까 조 장군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천우가 말했다.“살아있다면 지금 어디 계시는 거죠? 왜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조군영은 일부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형님한테 소식을 전했으니 꼭 올 겁니다.”유천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설마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니죠?”조군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위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퍼지면 서경 전체가 크게 흔들릴 거예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요. 지금 당장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도 나서서 유천우를 설득했다.“형한테 자리를 물려주는 건 아버지의 유언이에요. 지금 명령을 거역하겠단 겁니까?”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거친 삼베옷을 입고 상복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남자는 위엄이 넘쳤고 온몸에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빈 조군영과 고원마저도 그를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표정이 진지해졌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유만수의 작은 아들 유천우였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천우는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하여 예전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도 많이 저질렀었고 서경의 사고뭉치라 불리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유천우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더는 빈둥빈둥 놀지 않고 군에 들어가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처음에 사람들은 유천우가 군대에서 3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 도련님이 군대의 혹독한 훈련을 버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유천우는 군대에서 자리를 잡았고 공까지 세웠다.짧은 2년 사이에 병사에서 흑용군의 부장으로 성장했다. 든든한 배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놀라운 성과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유천우가 응석받이로 자란 도련님이 아니라 군사 천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천우야, 드디어 온 거야?”아들을 보자마자 이의진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 저도 모르게 밀려왔다.“어머니, 소식 다 들었어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유천우는 어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군영과 고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그게...”조군영은 고원의 눈치를 슬쩍 봤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대국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현재 서경왕부에 리더가 없어서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많은 문제가 생길 거예요.”“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은 충성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대국?”유천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더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
“서경 대원수의 직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투표를 거칠 뿐만 아니라 폐하께 보고하여 최종적으로는 폐하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이의진의 눈빛이 경계로 가득했다.유태범이 왔을 때 그녀는 처음에는 형제 간의 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군영과 고원의 몇 마디 말에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유태범은 흑용군에서 유만수 다음가는 위망을 가지고 있었다.표기대장군으로서 그는 많은 심복 장수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반의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왕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유태범이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태범이 지금 이미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왕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탈취하려 하다니, 그녀는 그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유만수의 죽음이 이 자들과 호룡각 잔당들이 암묵적으로 결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만약 유태범이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할 것이다.“마마, 급할 때는 권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찌 폐하의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빨리 국면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군영이 계속해서 말했다.“맞습니다!”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장수가 밖에 있으면 군령도 받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폐하는 상황을 전혀 모르니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그래야만 소인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폐하에게 보고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내부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요.” 이의진이 다시 말했다.“투표라니요? 이게 투표할 일입니까? 전 서경을 둘러봐도 대장군님보다 원수 자리에 더 적합한 분이 누가 있습니까?” 조군영이 말했다.“그렇습니다, 왕비마마! 공적으로 보나, 위망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고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땅에 무릎을 꿇고 세 번 크게 머리를 조아렸다.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비록 똑같이 연기였지만 조군영보다는 훨씬 진실되어 보였다.“표기대장군 도착하셨습니다!”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울렸다.곧이어 금빛 갑옷을 입고 기상이 비범한 중년 남자가 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일품 표기대장군 유태범이었다!유태범은 표기대장군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만수의 사촌 동생이기도 했다.유태범은 어릴 때부터 문무를 겸비하고 천부적 재능이 있어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만약 유만수가 없었다면 분명 유씨 가문의 가장 빛나는 천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만수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 앞에서는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대장군께 인사드립니다!”유태범을 보자 조군영과 고원은 즉시 가식적인 표정을 거두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들 둘은 모두 유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진정한 측근 장수들이었다.마치 유만수와 석태혁의 관계처럼 영광도 함께 하고 손실도 함께했다.“형님!”유태범은 두 심복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영당에 들어서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떨리며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의 빛이 어려 있었다.“어찌 이럴 수가? 우리 형님이 어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한 짓입니까?!”유태범이 붉은 눈으로 연달아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호룡각의 잔당들입니다. 그들이 자객을 부내에 잠입시켜 어젯밤 어르신을 암살했습니다.” 이의진의 얼굴이 흐리멍덩했다.“호룡각?”유태범이 이를 갈며 분노에 차 있다가 즉시 고함쳤다. “누구 없느냐! 즉시 군대를 집결시켜 전 성을 수색하라. 반드시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잠깐만요!”이의진이 갑자기 나서서 제지했다.“태범 씨, 매우 비통한 것을 알지만 지금은 아직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습니다.”“형님이 이미 돌아가셨는데 무
이 말이 나오자 조군영과 고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두 사람이 오늘 온 것은 본래 기세를 과시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이의진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입을 열자마자 반역이라는 죄명을 들이대다니.이런 죄가 뒤집어씌워진다면 그들은 아마 왕부의 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마마, 농담 마십시오. 반역은 사형감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그런 일은 감히 못 하지요!” 고원이 연달아 해명했다.“맞습니다. 저희는 왕께 항상 충성을 다해왔는데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조군영도 따라서 부인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그런 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명백히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반역할 생각이 없다면 어째서 갑옷을 입고 부내에 들어오시는 것입니까? 규칙도 모르십니까?” 이의진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꾸짖었다.그저 이품 장군일 뿐인데 군권이 조금 있다고 감히 왕부 안에서 눈깔을 찌푸리고 있다니.유만수가 살아있을 때 이 둘은 감히 이러지 못했다.“아이고! 제 정신 좀 보세요, 왕부의 규칙을 잊었네요. 마마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군영이 헛웃음을 지었다.이어서 갑옷을 벗고 차고 있던 칼을 내려 왕부의 경비에게 건넸다.“저희가 급히 오느라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으니 개의치마시지요.” 고원이 웃으며 말했고 즉시 갑옷과 칼을 벗었다.이 광경을 보고 이의진의 안색이 비로소 조금 누그러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차가웠다.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왕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저희 둘이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고원이 가식적으로 말했다.“소식통이 꽤나 빠르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이의진이 차갑게 말했다.“늦었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두 사람이 의아한 척했다.이의진은 설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돌려 영당으로 향했다.왕부 밖은 비록 동정이 없었지만 왕부 안에는 이미 흰 만장이 가득
“알겠습니다. 제가 경비병 신분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들어가시기 전에 먼저 변장을 하셔야 합니다.” 손도운이 결국 타협했다.비록 위험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정오 무렵, 서경 왕부 안.비록 유만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봉쇄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관리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어떤 이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조문을 왔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목적을 품고 있었다.“보국대장군 도착!”“운미대장군 도착!”왕부 문 앞에서 두 번의 외침이 들렸다.곧이어 갑옷을 입은 체격이 우람한 중년 남자 둘이 각각 친병들을 대동하고 걸어 들어왔다.이 친병들은 모두 허리에 장도를 차고 있었고 보기에도 험상궂었다.온 이들은 바로 이품 관직인 보국대장군 조군영과 운미대장군 고원이었다.“두 분, 왕부에 들어오시기 전에는 반드시 갑옷과 무기를 해제하셔야 합니다.”한 왕부 친위가 조군영과 고원을 막아서며 동시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흥! 난 밖에 나올 때 갑옷을 벗지 않아. 꺼져!” 조군영이 노하여 꾸짖었다.“조 장군, 이건 왕부의 규칙입니다. 따라주시기 바랍니다.”왕부 친위가 말했다.“규칙? 나한테 감히 규칙을 운운한 건가?”조군영이 왕부 친위의 얼굴을 때리며 소리쳤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규칙을 들먹이며 나를 압박하느냐? 죽고 싶나?”“조 장군, 소인도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 것뿐입니다.” 왕부 친위는 동요하지 않았다.“헛소리 작작 하고 비켜. 그렇지 않으면 네 목을 벨 것이다!”조군영이 갑자기 칼을 뽑아 왕부 친위의 목에 겨누었고 그의 모습은 매우 포악하고 극도로 횡포했다.“제 머리를 베신다 해도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왕부 친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 개자식! 관짝을 보기 전에는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조군영은 마침내 화를 내며 칼을 거세게 들어 왕부 친위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멈추세요!”이때 한 소리의 여성의 호통이 울렸다.삼베 흰옷을 입은 이의진이 석태혁 일행을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