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잠잠해지자, 무대 아래의 무사들은 등 뒤가 오싹해지며 두려움을 느꼈다.조금 전의 공격으로 인한 여파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만약 미리 준비하고 피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다들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나쁘지 않아, 실력이 블랙 숲에서 봤던 것보다 나아졌어.”송만규는 한 손을 등 뒤에 두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하지만 오늘 네가 죽을 거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정말 실력이 있다면 지금 다 보여주세요. 안 그럼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요.”유진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조금 전의 공격으로 그는 송만규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의 예측대로 송만규는 대 마스터 경지에 거의 도달했지만 아직 완전히 돌파하지는 못했다.만약 돌파했더라면 더 어려운 상대가 되었을 것이다.“흥! 아직도 건방지게 구는구나!”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송만규는 다시 기세를 높였고 그의 옷은 바람에 휘날리며 ‘윙윙’ 소리를 냈다.“진짜 내 실력이 보고 싶은 거야? 좋아, 오늘 내가 널 완전히 굴복시켜주마!”말을 마치자마자 송만규의 몸이 한 번 흔들리더니 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그의 몸을 감싸는 이 금빛은 마치 갑옷처럼 그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그 광경은 마치 하늘에서 신이 내려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가 뿜어내는 위엄은 모든 생명을 압도하는 것이었다.무대 아래의 무사들은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거리를 두고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좋습니다, 맹주님께서 드디어 본때를 보여주시려는군요!”장수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유명한 맹주님의 무극태천공을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군.”오연호도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하하, 송 맹주님의 무극태천공에 의해 죽는 것은 그 자식에게 큰 영광일 것입니다.
송만규는 반쯤 올라서다 갑자기 공중에서 멈춰 섰다.햇빛이 내리비치자, 그의 금빛 갑옷은 더욱 눈부시게 빛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 검은 파운공이라 불린다. 나는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3년 동안 폐관 수련을 했지. 지금까지 외부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어. 오늘 이 검에 죽는 걸, 너는 영광으로 삼아야 할 거다! 받아라!”말이 끝나자 금빛 검이 갑자기 흔들렸고 송민규는 눈부신 금빛 광채로 변해 유진우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그 기세는 마치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강력하고 막을 수 없는 힘이었다.“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지?! 이건 신의 심판인가? 너무 무서워!”“이 검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거야. 소년 마스터, 자네는 죽어도 명예롭게 죽는 거라고!”송만규의 검은 연병장의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그 금빛 광채는 마치 태양처럼 눈 부셔서 아무도 저항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검이 떨어지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 같았다.“창공!”곧이어 송만규가 검을 내리칠 때, 유진우도 동시에 움직였다.그가 가볍게 한 번 손을 뻗자 천으로 감싸인 검은 검이 순식간에 칼집에서 빠져나왔다.동시에 유진우는 단 한 손으로 두 개의 은침을 꺼내어 자신의 후두부에 꽂았다.그 순간, 유진우의 눈은 붉게 빛났고 얼굴에는 파란색 핏줄이 돋아났다.그러더니 그의 온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마치 산을 쏟아내듯 뿜어져 나왔다.이것은 바로 목숨을 걸고 경지를 돌파하는 유씨 가문의 비법기술이었다.“길을 안내해!”유진우는 갑자기 뛰어올라 공중에 있는 검을 잡고 검은 빛으로 변해 금빛을 향해 돌진했다.송만규는 온몸에 금빛 광채를 두르고 마치 신과 같았고, 유진우는 검은 기운에 휩싸여 마치 악마 같았다.두 사람은 각자 최강의 일격을 담아 정면으로 충돌했다.순식간에 하늘이 흔들리고 대지가 떨렸다.“쾅!”“쾅!”“쾅!!”눈 부신 빛이 지나간 후, 세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첫 번째 폭발음은 송만규의 금빛 검이 폭발하
“어... 그럴 리가!”송만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송만규는 무극태천공과 파운공을 사용했는데도 패배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무척 처참하게 패배했다.‘어? 이럴 수가!’이것은 그의 가장 강한 한방이었다.강남 전체를 놓고 말해도 이 내공을 막을 수도, 깨뜨릴 수도, 이를 대적할 사람도 몇 없었다.‘왜? 왜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이 나를 이길 수 있지?’푸!송만규는 움찔하더니 바로 피를 뿜어냈다.그리고 무릎에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회색빛을 띠었다.조금 전 유진우의 공포의 칼집은 송만규의 팔을 절단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대부분 경맥을 파괴했다.지금 송만규의 몸은 이미 심하게 손상되어 더는 싸울 힘이 없었다.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송만규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고 현장은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이 순간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결과는 너무 뜻밖이었고 충격적이었으며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송만규가 가장 강력한 내공으로 칼을 휘둘렀을 때 사람들은 모두 유진우가 반드시 패하리라 생각했다.하늘이 내리신 신의 벌이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공포의 신의 벌에 유진우는 다치지 않을뿐더러 되려 역전승하여 송만규에게 중상을 입혔다.이런 반전은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 신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었다.정말 말도 안 되었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송맹주가 패한 거야?”“아니... 아닐 거야... 신분이 높으신 무림 맹주가, 강남 무도계의 일인자가 어떻게 이 녀석의 손에 패할 수 있어?”“어머!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믿을 수 없어! 정말 기이한 현상이야!”“...”짧은 정적 후 연무장 전체가 순간 난리가 났다!잔잔한 호수에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떠들썩
그러나 지금 이 산이 무너진 것이었다.모든 전설, 모든 영광은 지금 이 순간 처참하게 파괴되었다.“이겼어! 유선배가 이겼어! 너무 잘 됐어!”잠시 멍해 있던 임다해도 바로 환호하면서 소리쳤다.“역시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셔! 역시 천하무적이야!”태소원은 너무 흥분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졌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유진우가 멋지게 이긴 것만은 확실했다.만인의 관심 속에서 무림 맹주 송만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이때부터 유진우는 천하에 널리 이름을 떨쳤다.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실력이었다.“잘했어! 너무 잘했어!”이때 속마음을 잘 드러내놓지 않던 진원효조차도 참지 못하고 손뼉을 쳤다.진원효는 송만규에 의해 꼬박 10년을 짓눌렸다.그러나 지금 유진우가 뜻밖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것도 송만규를 크게 손상시켜 과거의 전설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 아래 제일 큰 경사였다.이번 기회에 진원효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터벅! 터벅! 터벅!무대 아래의 떠들썩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진우는 창공 보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송만규 앞으로 다가갔다.검은 검에서는 아직도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무림 맹주?불패신화? 흥! 그냥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뿐이네요.”유진우는 눈이 붉어지면서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우는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처럼 무섭고 강했다.“당신... 왜 이렇게 강해졌어요? 어떻게 나를 이긴 겁니까?”송만규는 무릎을 꿇은 채로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머리에는 온통 의문으로 가득하였다.송만규는 자신이 왜 패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송만규의 현재 내공으로는 대 마스터 외에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당신은 나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패했어요.”유진우는 서서히 검을 들고 높은 자태로 물었다.“지금 무슨 유언이라도 있으신지요?”“하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유진우는 차갑고 무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만!”유진우가 처참하게 죽이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동시에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 하나가 누군가의 거센 힘에 실려 창공 보검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다.쾅!“음?”유진우는 멈칫하더니 검을 쥔 손을 멈추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무대 아래를 보았다.오연호는 이미 일어났고 손에는 활을 들고 있었다.방금 그 화살이 바로 오연호가 쏜 것이다.“오당주, 무슨 뜻입니까?”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유진우, 당신이 이겼어.”오연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면 훗날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는 거야. 적어도 숨 쉴 틈은 남겨줘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오당주, 저와 송맹주는 생사를 건 싸움입니다. 이 무대 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무도계의 규칙이죠.”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무도계의 규칙은 진무사가 정한 것이야. 여기서 내 관직이 가장 크니 모든 것은 나의 한마디에 달린 거 아닌가?”오연호는 포악한 말투로 말했다.오연호가 이번에 나선 이유는 유진우가 이전에 호의를 무시했기도 했고 또 송만규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강남 무림 맹주로서 송만규의 신분과 지위는 여전히 손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일단 죽으면 강남 무림에서 분명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그때 되면 진무사가 뒤처리하러 다니느라 바빠질 것이다.“오당주, 규칙은 규칙대로 실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생사 확인서에 서명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송만규를 감싸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유진우는 냉랭하게 물었다.“쓸데없는 소리! 송맹주는 무도계의 명성이 높으신 분이시고 국가의 기둥이야. 이런 인재를 우리 진무사가 꼭 살리고 말 거야!”“오당주, 내 기억으로는 진무사가 내부 싸움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었죠.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나선다면 명분도 서지 않을뿐더러 이치에도 안 맞는거 모르세요?”“나에게 수작을 부리는 거야? 그래!”오연호는 콧방귀를 꼈다. 그리고 시선을 송만규에
송만규가 만약 죽는다면 아마 다음 차례는 장수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흥! 진무사가 우리 후원자인데 네 놈이 아무리 강한들 소용없을걸! 결국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할거야!”송천수가 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송천수는 방금 송씨 집안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오연호가 제때 나타나서 이 불행을 막아주었다.“너무 아쉬워. 한 끗 차이로 성공 못 했어.”진원효는 한탄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유감스러웠다.오연호라는 이 변고가 없었더라면 오늘은 원만했을 것이다.“역시 진무사야! 두세 마디에 유진우 이 자식을 겁먹게 하다니.”“흥, 진무사 앞에서는 신도 머리를 숙여야 할걸요.”무대 아래 적지 않은 무사들이 시름을 놓았다.송만규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눈앞의 상황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목숨은 건졌기 때문이다.결국 그 누구도 바보처럼 진무사와 맞서지는 못할 것이다.“유진우, 네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인정해. 실력이 한 수 위라는 것도 인정해. 하지만 아쉽게도 날 죽이지는 못하는군.”“내가 죽지 않으면 네가 이긴 것도 아닐 테니까.”송만규는 겨우겨우 버티며 일어섰다. 그리고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었다.“또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난 이미 대 마스터 문턱까지 닿았어. 3개월 안에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을걸. 그때 넌 곧 내 먹잇감이 되겠지.”“어때? 많이 화났어? 아주 무서워? 너무 무기력하지 않아? 하지만 넌 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걸!”“난 지금 진무사의 사람이야.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만약 함부로 행동한다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족과 친구들도 함께 고통을 받게 될 거야!”“넌 인정해야 해. 넌 복수도 할 수 없고 이 결과를 바꿀 수도 없다는 걸! 넌 영원히 나에게 짓밟힐 수밖에 없어!”송만규의 조금 전 비겁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기세는 또 예전처럼 위풍당당해졌다.진무사가 후원자로 된 후로 송만규는 두려움도 없었고 자신이 꼭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오늘 이 고비를 넘긴 후, 송
쿵!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진우는 선 자리에서 갑자기 손에 쥔 검으로 송만규의 머리를 잘라버렸다.모든 과정에는 아무런 징후도, 망설임도 없었다.검을 휘두르자 무림의 자존이자 강남 무도계 일인자의 머리가 바로 땅에 떨어졌다.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었을 것이다!검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송만규의 머리가 발아래로 굴러떨어졌지만 몸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송만규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공포가 역력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더 해졌다.송만규는 처참하게 죽었다. 송만규는 유진우가 정말 진무사를 건드리면서까지도, 천하의 큰 죄를 저지르면서까지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죽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정... 정말 죽인 거야?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미쳤어, 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어! 진무사 당주 앞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저런 미친놈 같으니라고!”“정말 독하네요! 목숨과 목숨을 바꾸는 거나 다름없네요!”“여태까지 살아봤지만 누가 감히 진무사의 명령을 어긴 사람은 못 봤어. 갓 난 송아지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일세!”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연무장은 발칵 뒤집혔다.모든 무사는 유진우의 대담함에 깜짝 놀랐다.송만규는 진무사에 가입했으며 공식 기관의 보호를 받는 특수 인물이었다.특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세 속의 규칙도 지킬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유진우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송만규를 단칼에 죽여버린 것이었다.이런 행위는 분명히 진무사를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 나아가서 무림 전체를 도발한 것과 다름없었다.“저런! 유진우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태소원의 안색은 변했고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무도계에서는 실력이 있는 사람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범할 수 없는 금기가 있었다.진무사가 그중 하나였다.예나 지금이나 그 누구든지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진무사의 추격자 명단에 오르기만 하면 결국 죽는 수밖에 없었다.“에쿠! 유 사형, 너무 충동적이네요. 사람들 앞에서 송맹주를 죽이다
이때 점점 더 많은 파벌이 포위 대군에 합류했다.멀리 바라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온통 까만색 물로 물든 것 같았다.무대 전체가 이미 꽉 막혔다.유진우는 순식간에 무림 공공의 적이 되었고 모두에게 쫓기는 역적이 되었다.송만규는 이미 여러 해 무림 맹주 자리를 맡았다. 그는 덕망이 높고 권위가 있었으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지금 유진우에게 살해당했으니 사람들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무사가 명령을 내려서 유진우가 이미 추격자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두 유진우를 토벌해야 했다.형세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유진우! 네 눈에는 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흉악하고 잔인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당장 항복하고 우리를 따라 진무사의 심판을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살해당할 것이다!”오연호는 노발대발했다.진무사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들에게 굴욕을 준 것과 다름없었다.“저와 송맹주의 개인적인 원한입니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유진우는 오만한 자태로 무대 위에 서서 창공 보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유진우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강남 무림의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대항하고 있었다.“흥! 불덩이가 코앞에 떨어져야만 정신을 차리는구먼!”“모든 무사 들어라! 이 도적을 살해한 자에게 진무사가 큰 상을 내리게 될 것이다!”오연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죽여라!!”큰 상을 준다는 소리에 수천만 명의 무사들이 천지를 뒤흔드는 웨침 소리와 함께 벌떼처럼 유진우를 향해 몰려들었다.그 소리는 호탕하고 기세등등했다.휙!그때 갑자기 검은 칼날이 허공을 파헤치며 날아가더니 마치 거대한 낫처럼 무대의 가장자리로 힘차게 박혀 들어갔다.펑!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튼튼한 무대였지만 그 칼날에 의해 길고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