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 이젠 끝장이야!”서태영이 체포되자 우현은 벼락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황상수의 등장부터 서태영의 체포까지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단 하나 명확한 건 황상수가 인정사정없이 사위까지 체포했다는 사실이다.동아줄로 여겼던 장인어른이 순식간에 목숨을 위협하는 악마가 돼버렸다.세상사 한 치 앞도 헤아릴 수가 없다!우현은 넋 놓고 있다가 고개 돌려 무덤덤한 표정의 유진우를 힐긋 쳐다봤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우는 이 모든 걸 짐작이라도 한 듯 줄곧 덤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황상수까지 이토록 겁에 질리게 하다니? 안도균, 너 대체 무슨 괴물을 건드린 거냐고?!’“그리고 이 사람들도 싹 다 체포해!”황상수의 명령 하에 우현 일행도 전부 체포됐다.함께 역경을 물리쳤던 두 친구는 후회가 밀려와 눈만 멀뚱거렸다.오늘 본인들이 끝장났다는 걸 체감한 듯싶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갑자기 판이 뒤바뀌자 조선미도 어안이 벙벙했다.황상수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이 번거로워질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황상수는 유진우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서태영을 체포하다니...가족도 전혀 봐주지 않는 그의 행동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황상수 씨가... 우릴 돕고 있어?!”이청아도 못 믿겠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황상수와 서태영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녀는 내심 불안했다.심지어 본인과 유진우가 함께 끝장날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결과는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설마 황상수가 이토록 정의롭고 청렴한 관직자란 말인가?“자네가 바로 유진우인가? 역시 듣던 대로 인물이 출중하군.”모든 걸 해결한 황상수가 유진우의 앞으로 걸어갔다.근엄한 얼굴에 드디어 한줄기 미소가 드러났다.“처음 뵙겠습니다, 황상수 씨.”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수그렸다.“오늘 일은 실로 미안하게 됐네. 다
그 시각, 모 정원의 별장 안에서.안도균이 한창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남자의 뒤엔 도복을 입은 여자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여자 호위는 허리에 장검을 차고 늠름하게 서 있었는데 아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할 아우라를 내뿜었다.“도균 씨가 말한 우금환이 그렇게 대단해요?”화려한 옷차림의 남자가 커피잔을 들고 먼저 질문을 건넸다.“그렇다니까요, 경준 씨.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아주 대단해요.”안도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얼마 전에 갑자기 내상을 입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우금환 한 알을 먹고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어요. 만병을 치료하는 알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말로만 들어선 짐작이 안 가네요. 물건 어디 있어요? 일단 한번 볼게요.”화려한 남자가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우금환이 워낙 진귀하다 보니 저에게 아직 재고가 없어요.”“재고도 없으면서 한밤중에 왜 날 이리로 불렀어요? 지금 날 놀려요?!”진경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경준 씨, 제가 어찌 감히 경준 씨를 놀리겠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약 처방을 구해오라고 했으니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안도균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감히 현무문을 농락했다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진경준이 으름장을 놓았다.“당연하죠. 약 처방만 얻으면 제가 바로 제작해서 첫 번째로 생산된 우금환을 전부 경준 씨에게 드릴게요.”안도균이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그래요, 역시 일 처사가 깔끔하네요.”진경준이 흡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안도균 씨에 관한 미담을 몇 마디 해야겠어요. 혹시 알아요? 아버지가 기쁜 마음에 도균 씨를 높은 자리에 올리실지!”“고마워요, 경준 씨!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안도균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전에 그는 직접 조사에 나섰는데 우금환이 내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무사의 수련에도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이 약재는
“안도균, 당장 나와!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의 고함이 천둥처럼 정원 상공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이제 막 문 앞에 다다른 안도균이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울화가 치밀었다.“어떤 바보가 감히 내 저택에서 설쳐대?!”안도균이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자 살짝 놀란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너였어... 너 이 녀석 이미 체포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도망쳐 나왔지?”안도균이 서태영을 매수하여 유진우를 감방에 처넣었다.제아무리 조선미가 지켜준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유진우가 탈출해 나올 수가 없다.“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거 너 맞지?”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이미 답이 정해진 거 아니야?”안도균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내가 그렇게 했어! 그러게 누가 너더러 눈치 없이 굴래? 이미 기회를 많이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런 하책을 댈 수밖에 없지!”“그래, 인정하면 된 거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네게 속죄할 시간을 줄게. 스스로 두 팔을 자르고 강능에서 썩 꺼져. 영원히 돌아오지 마. 그렇게 하면 나도 더는 캐묻지 않을게.”“스스로 두 팔을 잘라? 강능에서 꺼져?”안도균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박장대소했다.“야 이 자식아! 너 약 잘못 먹었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딴 식으로 말을 뱉어? 조선미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아마도 유진우가 조선미의 도움을 받고 감방에서 나온 거로 여기는 듯싶었다.“그럼 내 제안을 거부하는 거네?”유진우가 싸늘하게 되물었다.“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 네가 제멋대로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 지금 널 죽여도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해! 물론, 내가 워낙 인자하다 보니 네게 살 기회를 한 번 줄게. 우금환의 처방을 내놓는다면 네 목숨을 한 번 살려줄 거야.”안도균이 실눈을 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도균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순간 식은땀이 쫙 났다.그는 무려 내공이 절정에 치닫는 고수라 검을 한번 휘두르면 천근 무게의 거대한 파워가 생성된다!대체 누가 손가락으로 그의 검을 절단한단 말인가?유진우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내가 누군지는 진작 알고 있었잖아!”유진우가 서서히 다가오며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안도균이 당황해하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우금환 처방은 됐어. 이번 일은 서로 한발 물러서!”“난 이미 기회를 줬어. 네가 헛되이 한 거지. 인제 와서 후회해? 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힘껏 짓눌렀다.철컥철컥,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안도균의 두 팔이 전부 부러졌다.“으악!”극심한 고통에 안도균은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비명을 미처 지르지도 못한 채 유진우가 또다시 그의 복부에 주먹을 한 방 휘둘렀다.에너지가 폭발하며 안도균의 단전이 그대로 파열됐고 그의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안도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하지 않았다.“네가... 감히 내 무공을 폐기해?!”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안 회장 체면을 봐서 널 살려둘게. 그렇다고 온전히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 넌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유진우는 코웃음 치며 안도균의 옷깃을 확 잡더니 뒤로 힘껏 내팽개쳤다.안도균의 몸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대문에 쾅 하고 부딪혔다.이때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병서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차가운 얼굴로 안에 들어왔다.“병서 형! 나 좀 살려줘요! 제발요!”피를 토하던 안도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찾은 듯 애원하기 시작했다.“살려줘?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안병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요행으로 목숨 한 번 건졌다고 생각하지 마. 남은 수십 년 동안 넌 블랙 프리즌에서 지내야 할 거야. 오늘의 네 행위를 평생 속죄하며 살아!”“블랙 프리즌이라니?”안도균의
유진우의 신분을 알게 된 안도균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그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본인은 이미 끝장났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다.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고 또 감히 그럴 수도 없다.“이 녀석 끌어내.”안병서의 명령 하에 부하들이 안도균을 꽁꽁 묶어 차에 실었다.비록 진실을 알게 됐지만 안도균은 여전히 평생 블랙 프리즌에 갇혀 있어야 한다.그곳에서 나갈 방법은 단 하나, 죽은 뒤 사람들에게 들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뿐이다.“멈춰!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안도균 씨를 내려놔!”이때 진경준이 두 명의 여자 호위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걸어 나왔다.실은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도균의 실력이 너무 볼품없었다!싸움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잡혀가기까지 하다니, 참다못한 진경준이 그제야 입을 열고 이 상황을 말렸다.안도균이 폐인인 건 맞지만 아직 조금이나마 이용 가치가 남아있다.우금환을 손에 넣기 전까지 안도균에게 일말의 사고도 일어나선 안 된다.“상관없는 사람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병서가 차갑게 경고장을 날렸다.“내가 한사코 참견하겠다면 어쩔 건데?!”진경준이 두 손을 옷 주머니에 넣고 거만을 떨며 앞으로 다가왔다.“넌 도균의 부하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부하? 나 참... 걔가 내 따까리겠지!”진경준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다만 개를 패더라도 주인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내 허락도 없이 누가 감히 안도균을 데려가래? 나 화내기 전에 얼른 안도균 풀어!”“내가 싫다면?”유진우가 되물었다.“싫어? 하하...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아냐고?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진경준이 능멸에 가까운 눈빛으로 말을 쏘아붙였다.“네가 누군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관심도 없어. 안도균은 오늘 아무도 못 구해. 그러니까 너도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이
그 시각, 이씨 일가의 별장 안에서.이청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청아야! 너 드디어 왔구나.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누나! 괜찮아? 안에서 뭐 나쁜 짓 당하진 않았어?”장경화, 이현 일행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으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이청아가 서태영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은 줄곧 두려워하며 딸아이가 걱정됐다. 이청아가 봉변이라도 당했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하여 갖은 인맥을 동원하고 돈도 가득 건넸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다들 불안하고 초조해할 때 뜻밖에도 이청아가 스스로 집에 돌아왔다.“엄마, 나 괜찮아요.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해요.”이청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오늘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무사하게 집에 돌아왔다.“이게 다 그 재수탱이 유진우 때문이야! 걔만 아니면 너도 잡혀들어갈 일이 없잖아!”장경화가 원망을 늘려놓았다.“맞아! 비겁하고 파렴치한 자식, 부도덕한 일만 골라서 하지! 누나 앞으로 그 녀석 멀리해. 안 그러면 조만간 피해를 볼 거야!”이현도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이번 일은 진우랑 상관없어. 누군가가 일부러 우릴 함정에 빠트렸어.”이청아가 해명했다.“왜 상관이 없어? 걔가 떳떳하면 어떻게 잡힐 리가 있겠어?”“맞아!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진우만 해쳐? 걔 성품이 비열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주잖아!”두 모자는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이청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도 호준이가 제일이라니까. 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 나서며 도움을 청했어. 이런 남자야말로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인물이야!”장경화가 불쑥 화제를 돌렸다.“맞아, 누나! 이번에 호준 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누난 아마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이현이 옆에서 부추겼다.“호준 선배가 도와줬다고? 확실해?”이청아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형이 아니면 또 누가 있어? 강씨 일가와 돈독한 사이라 강천호 씨한테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조선미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입은 왜 그래요? 불편해요?”“그거 아니고요. 나한테 뽀뽀 하라고요.”조선미는 할 말을 잃었다.“네?”유진우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그 ... 그래도 돼요?”“안 하면 말고요.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어요.”조선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어이구, 주는 기회도 놓쳐버리는 바보 멍청이야!”2층에서 훔쳐보던 애꾸눈 노인이 참다못해 한숨 쉬며 한마디 했다.“가만히 계셔.”유진우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조선미의 완벽한 얼굴과 앵두 같은 주홍빛 입술을 보는 순간 문득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 이제 일 얘기해요.”조선미는 화제를 다른데 돌렸다.“최근에 우리 조신 의약의 핵심 인력들이 강천호한테 스카우트되여 지금 중요한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부족해요. 진우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명예 수석 의사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그건... 제가 할 수 있을까요?”유진우는 난감했다. 환자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자신 있지만 리더를 한다는 건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별로 할 거 없어요. 그냥 가끔씩 저를 도와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주면 돼요.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놔요. 나중에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바로 바꿔드릴게요.”유진우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본 조선미는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진우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는 조신 의약이 강천호한테 당하는 걸 지켜만 봐야 돼요.”그 말에 유진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볼게요.”“도와줄 줄 알았어요!”조선미는 눈썹을 치켜뜨고 웃으며 말했다.“가요.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해요.”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바로 차에 탔다.30분 후, 천향원 내.조아영과 어머니 진서현은 한창 두 명의 손님과 얘기하고 있었다.한 명은 잘 차려입고 잘생
“선미야, 왜 데려왔어?”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여긴 내 집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데려올 수 있어요.”조선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수석 의사 자리의 담당자는 바로 유진우 씨에요.”“뭐?”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미야 너 농담하는 거지? 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우리 조씨 가문의 수석 의사를 맡는다는 거야?”진서현은 다소 불쾌했다.“진우 씨는 의술도 뛰어나고 약학에도 능통하니 수석 의사를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조선미가 강하게 말했다.“너 ...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진서현은 약간 흥분했다.“다들 그만해요. 싸우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조아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유진우 씨, 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전에 만나 뵀었죠. 그리고 이분은 저의 사촌 오빠 조준서에요.”“사모님 안녕하세요. 조준서 씨 안녕하세요.”유진우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가 바로 선미를 귀찮게 하는 기생오라비야?”조준서는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경멸하는 눈길은 발밑의 개미를 보는 듯했다.유진우의 눈썹에 살짝 주름이 잡혔었지만 금세 평상심으로 돌아왔다.“대답 안 해? 왜 벙어리야?”조준서가 턱을 들어 올리며 명령했다.“조준서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멍청한 척하는 거야?”조준서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또 말했다.“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네가 라희 죽였어?”“제가 죽였어요, 그런데 ...”유진우가 해명하려는데 조준서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알았어. 인정했으니 됐군. 라희는 우리 조씨 가문의 핵심 인력이야, 이렇게 그냥 죽을 수는 없지.”조준서는 위패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계속했다.“당장 라희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응?”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는 그냥 경멸이었다면 지금은 노골적인 굴욕감을 주었다.“뭘 오해하신 것 같네요?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