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 이젠 끝장이야!”서태영이 체포되자 우현은 벼락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황상수의 등장부터 서태영의 체포까지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단 하나 명확한 건 황상수가 인정사정없이 사위까지 체포했다는 사실이다.동아줄로 여겼던 장인어른이 순식간에 목숨을 위협하는 악마가 돼버렸다.세상사 한 치 앞도 헤아릴 수가 없다!우현은 넋 놓고 있다가 고개 돌려 무덤덤한 표정의 유진우를 힐긋 쳐다봤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우는 이 모든 걸 짐작이라도 한 듯 줄곧 덤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황상수까지 이토록 겁에 질리게 하다니? 안도균, 너 대체 무슨 괴물을 건드린 거냐고?!’“그리고 이 사람들도 싹 다 체포해!”황상수의 명령 하에 우현 일행도 전부 체포됐다.함께 역경을 물리쳤던 두 친구는 후회가 밀려와 눈만 멀뚱거렸다.오늘 본인들이 끝장났다는 걸 체감한 듯싶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갑자기 판이 뒤바뀌자 조선미도 어안이 벙벙했다.황상수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이 번거로워질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황상수는 유진우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서태영을 체포하다니...가족도 전혀 봐주지 않는 그의 행동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황상수 씨가... 우릴 돕고 있어?!”이청아도 못 믿겠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황상수와 서태영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녀는 내심 불안했다.심지어 본인과 유진우가 함께 끝장날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결과는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설마 황상수가 이토록 정의롭고 청렴한 관직자란 말인가?“자네가 바로 유진우인가? 역시 듣던 대로 인물이 출중하군.”모든 걸 해결한 황상수가 유진우의 앞으로 걸어갔다.근엄한 얼굴에 드디어 한줄기 미소가 드러났다.“처음 뵙겠습니다, 황상수 씨.”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수그렸다.“오늘 일은 실로 미안하게 됐네. 다
그 시각, 모 정원의 별장 안에서.안도균이 한창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남자의 뒤엔 도복을 입은 여자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여자 호위는 허리에 장검을 차고 늠름하게 서 있었는데 아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할 아우라를 내뿜었다.“도균 씨가 말한 우금환이 그렇게 대단해요?”화려한 옷차림의 남자가 커피잔을 들고 먼저 질문을 건넸다.“그렇다니까요, 경준 씨.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아주 대단해요.”안도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얼마 전에 갑자기 내상을 입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우금환 한 알을 먹고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어요. 만병을 치료하는 알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말로만 들어선 짐작이 안 가네요. 물건 어디 있어요? 일단 한번 볼게요.”화려한 남자가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우금환이 워낙 진귀하다 보니 저에게 아직 재고가 없어요.”“재고도 없으면서 한밤중에 왜 날 이리로 불렀어요? 지금 날 놀려요?!”진경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경준 씨, 제가 어찌 감히 경준 씨를 놀리겠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약 처방을 구해오라고 했으니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안도균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감히 현무문을 농락했다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진경준이 으름장을 놓았다.“당연하죠. 약 처방만 얻으면 제가 바로 제작해서 첫 번째로 생산된 우금환을 전부 경준 씨에게 드릴게요.”안도균이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그래요, 역시 일 처사가 깔끔하네요.”진경준이 흡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안도균 씨에 관한 미담을 몇 마디 해야겠어요. 혹시 알아요? 아버지가 기쁜 마음에 도균 씨를 높은 자리에 올리실지!”“고마워요, 경준 씨!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안도균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전에 그는 직접 조사에 나섰는데 우금환이 내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무사의 수련에도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이 약재는
“안도균, 당장 나와!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의 고함이 천둥처럼 정원 상공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이제 막 문 앞에 다다른 안도균이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울화가 치밀었다.“어떤 바보가 감히 내 저택에서 설쳐대?!”안도균이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자 살짝 놀란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너였어... 너 이 녀석 이미 체포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도망쳐 나왔지?”안도균이 서태영을 매수하여 유진우를 감방에 처넣었다.제아무리 조선미가 지켜준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유진우가 탈출해 나올 수가 없다.“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거 너 맞지?”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이미 답이 정해진 거 아니야?”안도균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내가 그렇게 했어! 그러게 누가 너더러 눈치 없이 굴래? 이미 기회를 많이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런 하책을 댈 수밖에 없지!”“그래, 인정하면 된 거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네게 속죄할 시간을 줄게. 스스로 두 팔을 자르고 강능에서 썩 꺼져. 영원히 돌아오지 마. 그렇게 하면 나도 더는 캐묻지 않을게.”“스스로 두 팔을 잘라? 강능에서 꺼져?”안도균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박장대소했다.“야 이 자식아! 너 약 잘못 먹었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딴 식으로 말을 뱉어? 조선미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아마도 유진우가 조선미의 도움을 받고 감방에서 나온 거로 여기는 듯싶었다.“그럼 내 제안을 거부하는 거네?”유진우가 싸늘하게 되물었다.“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 네가 제멋대로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 지금 널 죽여도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해! 물론, 내가 워낙 인자하다 보니 네게 살 기회를 한 번 줄게. 우금환의 처방을 내놓는다면 네 목숨을 한 번 살려줄 거야.”안도균이 실눈을 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도균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순간 식은땀이 쫙 났다.그는 무려 내공이 절정에 치닫는 고수라 검을 한번 휘두르면 천근 무게의 거대한 파워가 생성된다!대체 누가 손가락으로 그의 검을 절단한단 말인가?유진우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내가 누군지는 진작 알고 있었잖아!”유진우가 서서히 다가오며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안도균이 당황해하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우금환 처방은 됐어. 이번 일은 서로 한발 물러서!”“난 이미 기회를 줬어. 네가 헛되이 한 거지. 인제 와서 후회해? 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힘껏 짓눌렀다.철컥철컥,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안도균의 두 팔이 전부 부러졌다.“으악!”극심한 고통에 안도균은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비명을 미처 지르지도 못한 채 유진우가 또다시 그의 복부에 주먹을 한 방 휘둘렀다.에너지가 폭발하며 안도균의 단전이 그대로 파열됐고 그의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안도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하지 않았다.“네가... 감히 내 무공을 폐기해?!”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안 회장 체면을 봐서 널 살려둘게. 그렇다고 온전히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 넌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유진우는 코웃음 치며 안도균의 옷깃을 확 잡더니 뒤로 힘껏 내팽개쳤다.안도균의 몸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대문에 쾅 하고 부딪혔다.이때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병서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차가운 얼굴로 안에 들어왔다.“병서 형! 나 좀 살려줘요! 제발요!”피를 토하던 안도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찾은 듯 애원하기 시작했다.“살려줘?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안병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요행으로 목숨 한 번 건졌다고 생각하지 마. 남은 수십 년 동안 넌 블랙 프리즌에서 지내야 할 거야. 오늘의 네 행위를 평생 속죄하며 살아!”“블랙 프리즌이라니?”안도균의
유진우의 신분을 알게 된 안도균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그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본인은 이미 끝장났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다.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고 또 감히 그럴 수도 없다.“이 녀석 끌어내.”안병서의 명령 하에 부하들이 안도균을 꽁꽁 묶어 차에 실었다.비록 진실을 알게 됐지만 안도균은 여전히 평생 블랙 프리즌에 갇혀 있어야 한다.그곳에서 나갈 방법은 단 하나, 죽은 뒤 사람들에게 들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뿐이다.“멈춰!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안도균 씨를 내려놔!”이때 진경준이 두 명의 여자 호위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걸어 나왔다.실은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도균의 실력이 너무 볼품없었다!싸움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잡혀가기까지 하다니, 참다못한 진경준이 그제야 입을 열고 이 상황을 말렸다.안도균이 폐인인 건 맞지만 아직 조금이나마 이용 가치가 남아있다.우금환을 손에 넣기 전까지 안도균에게 일말의 사고도 일어나선 안 된다.“상관없는 사람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병서가 차갑게 경고장을 날렸다.“내가 한사코 참견하겠다면 어쩔 건데?!”진경준이 두 손을 옷 주머니에 넣고 거만을 떨며 앞으로 다가왔다.“넌 도균의 부하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부하? 나 참... 걔가 내 따까리겠지!”진경준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다만 개를 패더라도 주인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내 허락도 없이 누가 감히 안도균을 데려가래? 나 화내기 전에 얼른 안도균 풀어!”“내가 싫다면?”유진우가 되물었다.“싫어? 하하...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아냐고?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진경준이 능멸에 가까운 눈빛으로 말을 쏘아붙였다.“네가 누군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관심도 없어. 안도균은 오늘 아무도 못 구해. 그러니까 너도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이
그 시각, 이씨 일가의 별장 안에서.이청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청아야! 너 드디어 왔구나.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누나! 괜찮아? 안에서 뭐 나쁜 짓 당하진 않았어?”장경화, 이현 일행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으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이청아가 서태영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은 줄곧 두려워하며 딸아이가 걱정됐다. 이청아가 봉변이라도 당했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하여 갖은 인맥을 동원하고 돈도 가득 건넸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다들 불안하고 초조해할 때 뜻밖에도 이청아가 스스로 집에 돌아왔다.“엄마, 나 괜찮아요.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해요.”이청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오늘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무사하게 집에 돌아왔다.“이게 다 그 재수탱이 유진우 때문이야! 걔만 아니면 너도 잡혀들어갈 일이 없잖아!”장경화가 원망을 늘려놓았다.“맞아! 비겁하고 파렴치한 자식, 부도덕한 일만 골라서 하지! 누나 앞으로 그 녀석 멀리해. 안 그러면 조만간 피해를 볼 거야!”이현도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이번 일은 진우랑 상관없어. 누군가가 일부러 우릴 함정에 빠트렸어.”이청아가 해명했다.“왜 상관이 없어? 걔가 떳떳하면 어떻게 잡힐 리가 있겠어?”“맞아!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진우만 해쳐? 걔 성품이 비열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주잖아!”두 모자는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이청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도 호준이가 제일이라니까. 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 나서며 도움을 청했어. 이런 남자야말로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인물이야!”장경화가 불쑥 화제를 돌렸다.“맞아, 누나! 이번에 호준 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누난 아마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이현이 옆에서 부추겼다.“호준 선배가 도와줬다고? 확실해?”이청아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형이 아니면 또 누가 있어? 강씨 일가와 돈독한 사이라 강천호 씨한테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조선미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입은 왜 그래요? 불편해요?”“그거 아니고요. 나한테 뽀뽀 하라고요.”조선미는 할 말을 잃었다.“네?”유진우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그 ... 그래도 돼요?”“안 하면 말고요.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어요.”조선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어이구, 주는 기회도 놓쳐버리는 바보 멍청이야!”2층에서 훔쳐보던 애꾸눈 노인이 참다못해 한숨 쉬며 한마디 했다.“가만히 계셔.”유진우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조선미의 완벽한 얼굴과 앵두 같은 주홍빛 입술을 보는 순간 문득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 이제 일 얘기해요.”조선미는 화제를 다른데 돌렸다.“최근에 우리 조신 의약의 핵심 인력들이 강천호한테 스카우트되여 지금 중요한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부족해요. 진우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명예 수석 의사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그건... 제가 할 수 있을까요?”유진우는 난감했다. 환자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자신 있지만 리더를 한다는 건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별로 할 거 없어요. 그냥 가끔씩 저를 도와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주면 돼요.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놔요. 나중에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바로 바꿔드릴게요.”유진우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본 조선미는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진우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는 조신 의약이 강천호한테 당하는 걸 지켜만 봐야 돼요.”그 말에 유진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볼게요.”“도와줄 줄 알았어요!”조선미는 눈썹을 치켜뜨고 웃으며 말했다.“가요.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해요.”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바로 차에 탔다.30분 후, 천향원 내.조아영과 어머니 진서현은 한창 두 명의 손님과 얘기하고 있었다.한 명은 잘 차려입고 잘생
“선미야, 왜 데려왔어?”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여긴 내 집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데려올 수 있어요.”조선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수석 의사 자리의 담당자는 바로 유진우 씨에요.”“뭐?”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미야 너 농담하는 거지? 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우리 조씨 가문의 수석 의사를 맡는다는 거야?”진서현은 다소 불쾌했다.“진우 씨는 의술도 뛰어나고 약학에도 능통하니 수석 의사를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조선미가 강하게 말했다.“너 ...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진서현은 약간 흥분했다.“다들 그만해요. 싸우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조아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유진우 씨, 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전에 만나 뵀었죠. 그리고 이분은 저의 사촌 오빠 조준서에요.”“사모님 안녕하세요. 조준서 씨 안녕하세요.”유진우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가 바로 선미를 귀찮게 하는 기생오라비야?”조준서는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경멸하는 눈길은 발밑의 개미를 보는 듯했다.유진우의 눈썹에 살짝 주름이 잡혔었지만 금세 평상심으로 돌아왔다.“대답 안 해? 왜 벙어리야?”조준서가 턱을 들어 올리며 명령했다.“조준서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멍청한 척하는 거야?”조준서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또 말했다.“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네가 라희 죽였어?”“제가 죽였어요, 그런데 ...”유진우가 해명하려는데 조준서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알았어. 인정했으니 됐군. 라희는 우리 조씨 가문의 핵심 인력이야, 이렇게 그냥 죽을 수는 없지.”조준서는 위패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계속했다.“당장 라희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응?”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는 그냥 경멸이었다면 지금은 노골적인 굴욕감을 주었다.“뭘 오해하신 것 같네요? 당신이
도미숙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우더니 양강인 일행에게 눈짓을 보냈다.“지금이에요, 움직이세요!”“죽여라!”신호를 받은 양강인은 짧게 외치고는 양손에 쥔 금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온몸이 허공을 가르며 솟구쳤고 곧장 유진우의 머리 위를 향해 벼락처럼 검을 내리찍었다.양강인이 먼저 움직이자 도미숙도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좌우 양손에 들린 원앙도가 동시에 번뜩이며 유진우의 목덜미를 향해 겨눴다.두 명의 고수가 선공에 나서자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의 실력을 펼쳐 일제히 유진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그 순간, 유진우는 마치 과녁이 된 듯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 속에 갇히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강한 진기를 일으키며 몸을 강하게 떨었다.“쾅!”굉음과 함께 눈부신 진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진기는 순식간에 투명한 보호막으로 변해 유진우의 몸을 감싸는 방패가 되었다.보호막은 바람을 타고 점점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반구형의 보호막이 형성되었고 마치 거대한 달걀껍데기처럼 그를 단단히 감쌌다.“타다닥!”수많은 공격이 그 보호막에 부딪치며 귀를 째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눈부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양강인의 금도, 도미숙의 원앙도,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맹렬한 공격 모두 유진우의 보호막에 한 점의 상처조차 내지 못한 채 멈춰 서고 말았다.“뭐라고?”양강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얼굴엔 놀라움이 스쳤다.방금 자신이 휘두른 공격은 보호막을 미세하게 흔들었을 뿐, 그 어떤 실질적인 타격도 주지 못했다.무기를 쓰지 않고 내공만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그 실력은 실로 경이롭고도 무시무시했다.“강인 씨! 저를 엄호해 주세요. 저놈의 진기를 뚫을 방법이 있습니다!”첫 공격이 통하지 않자 도미숙은 곧장 낮은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양강인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검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맹렬한 공격을
“뭐라고?!”두 명의 반보 마스터들이 유진우의 손바닥 하나에 날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순간 모두가 숨을 삼키며 경악했다.방금 쓰러진 두 사람은 비록 마스터 급에는 못 미쳤지만 깊은 내공과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보통의 무도 마스터와 충분히 겨뤄볼 만한 인물들이었다.그러나 방금 단 한 방에 두 사람을 생사의 경계까지 던져놓은 것을 보니 유진우의 실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라 할 만했다.그러니 그가 비설파의 오너 공진혁을 꺾었다는 이야기도 허튼 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다 같이 덤비자!”도미숙과 양강인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몸을 날려 좌우에서 유진우를 공격했다.도미숙은 원앙단도를 사용했다. 그 움직임은 날렵하고 교묘했으며 칼끝은 매번 치명적인 급소를 정확히 겨냥해 들어왔다.그 검술은 마치 꽃 사이를 누비는 나비처럼 우아하면서도 숨겨진 날카로움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반면 양강인은 금빛의 보검을 들고 있었다. 그 금도는 쇠를 자를 수 있을 듯 무겁고 날카로웠으며 털끝을 스치면 모든 걸 두 동강 낼 정도였다.이 검은 금도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으로 세 대에 걸쳐 내려왔으며 오너의 손에서 단련과 수련을 거쳐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금도문만의 비전 검법과 함께 사용할 경우 그 위력은 두 배가 되어 모든 공격마다 하늘과 땅을 가를 듯한 기세를 뿜어내게 된다.그 위압감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고수라도 정면으로 맞서기 힘들 정도였다.도미숙과 양강인이 움직이자 다른 반보 마스터 고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각자 몸을 날려 사방에서 유진우에게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그러나 그런 협공 앞에서 유진우는 불현듯 발을 굴렀다. 순간 그의 몸이 솟구쳐 오르더니 마치 포탄처럼 지붕을 뚫고 허공으로 튀어 올라 한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도망치는 거냐!”공격이 먹히지 않자 도미숙과 양강인은 즉시 지붕 위로 몸을 솟구쳐 추격에 나섰고 다른 이들도 잇따라 그 뒤를 따랐다.그러나 여관을 벗어난 순간 그들은 곧바로 알 수 있었
새벽녘,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포위하듯 천천히 여관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의 움직임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어떠한 기척도 일으키지 않고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 떼처럼 신중하고 치밀했다. 그 속에는 짙은 살기도 서려 있었다.이때 여관 정문 앞에는 두 명의 경호팀 팀원이 경계하며 서 있었다.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그들은 주변의 이상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후!”그 순간 산들바람이 불어와 옅은 연기와 함께 묘한 향기를 실어 날랐다.그러자 두 사람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현기증을 느꼈다. 상황을 알아차릴 틈도 없이 눈앞이 깜깜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보초를 서던 두 사람을 처리하자 야행복을 입은 금도문과 원앙문의 고수들이 재빨리 여관을 포위했다.그러나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바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약을 써서 길을 트기로 했다.그들은 창문과 문틈 사이로 모든 방에 일제히 약을 뿌리기 시작했다.그 약은 원앙문에서 비밀리에 제조한 약으로서 극소량으로도 강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약을 흡입하면 선천무사조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강인 씨, 어때요? 다 처리됐습니까?”약을 뿌리고 난 후 두 세력은 복도 끝에서 마주쳐 서로 상황을 주고받았다.“잡졸들은 전부 쓰러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유씨 성을 가진 마스터 한 명뿐입니다.”양강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그자의 방은 2층 동쪽 끝이에요. 제가 먼저 십향연골산을 뿌릴 테니 틈을 봐서 단숨에 중상을 입히세요. 그러면 이 일은 끝입니다.”도미숙이 낮게 속삭였다.“알겠습니다.”양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미숙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 후 몇몇 고수들과 함께 살금살금 계단을 올랐다.양강인 일행도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대부분의 무사들을 1층에 남겨 돌발 상황에 대비하게 했다.함께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무사는 모두 반보 마스터 급인 강자들뿐이었다.양강인과 도미숙은 손꼽히는 무도 마스터였고 그 외에도 여섯 명의 반보 마스터가 함께했기에 이 전력은
십향연골산이 없었다면 양강인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는 이 귀한 약이 있고 거기에 금도문과 원앙문의 고수들까지 있었으니 유진우 일행을 단숨에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일이 끝나고 얻는 전리품은 우리 두 파벌이 절반씩 나누는 게 어떤가요?”도미숙이 웃으며 물었다.“좋습니다!”양강인은 주저 없이 응했다.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의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잠깐만요!”그때, 뒤편에 서 있던 서지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사부님, 유진우 씨와 이청성 씨는 한때 저희와 함께 협력했던 동료들입니다. 게다가 은혜도 입었는데 지금 우리가 이렇게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건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서지석은 항상 은혜와 원한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죽음의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유진우와 이청성 덕분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많은 보물까지 손에 넣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이제 금방 돌아온 마당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 너무나도 비열한 짓이었다.“비겁할 게 뭐가 있느냐? 그들과 피가 섞인 것도 아니니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양강인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말했다.“게다가 이곳은 본디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보물을 독차지하고 있다 해도 지킬 능력은 부족해. 우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분명 다른 세력들이 탐을 낼 것이고 어쩌면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런데 우리는 단지 보물을 바랄 뿐 그들의 목숨은 원하지 않아. 오히려 그들에게는 자비로운 셈이지.”“하지만 사부님,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신 게 뭡니까? 사람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을 보면 그 비열한 졸개들과 뭐가 다릅니까?”서지석은 굽히지 않고 맞섰다.“버릇없이 지금 어딜 감히!”양강인은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서지
십향연골산은 무색무취의 미약으로 무림에서는 그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는 무도 마스터들을 제압하는 데 특화된 약물이었다.한 번 십향연골산에 중독되면 아무리 강한 마스터라 해도 팔다리에 힘이 풀리고 꼼짝도 못 하게 된다. 결국 손 하나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사부님께서 이미 준비해 두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장은경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 십향연골산만 있다면 우린 틀림없이 계획을 완벽히 성공시킬 수 있을 거예요!”이청성의 일행 가운데 가장 큰 위협은 유진우였다. 유진우만 처리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오너님, 금도문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그때, 원앙문의 한 제자가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어서 모셔오거라.”도미숙은 눈을 반짝이며 손짓으로 제자에게 사람을 안내하라 지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앙문 제자의 인도로 열댓 명 남짓한 사람들이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섰다.선두에 선 이는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였다.그의 손에는 금빛 대도가 들려 있었고 거친 인상에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며 발걸음마다 강한 위압감을 드러냈다. 그가 들어서자 원앙문 제자들은 하나둘씩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이 인물은 바로 금도문의 오너, 양강인이었다.그 뒤로는 금도문 소속의 고수들이 줄줄이 따랐으며 수제자 서지석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강인 씨, 오랜만입니다. 별일 없으셨지요?”도미숙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제자들과 함께 예를 표했다.양강인은 실력이나 명망 모두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인물이었다. 예의를 갖추는 것이 당연했다.“미숙 씨, 우린 오랜 친구 사이 아닙니까? 파벌 제자들도 늘 혼인으로 인연을 맺고 있으니 그런 형식적인 말은 필요 없어요.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말씀만 하세요. 금도문은 절대 거절하지 않겠습니다!”양강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해마다 원앙문에서는 절세 미녀 여제자 둘을 금도문에 보냈고 함께 쌍수수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이제 원앙문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니 그 역
문을 닫은 유진우는 이제 막 침상에 올라 명상하려던 참이었다. 유진우는 자신의 방 안에 낯선 여인이 들어와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베일 달린 모자를 쓴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맑고 생기가 넘쳤다.몸 전체에 풍기는 고귀하고도 우아한 기운은 그 자체로도 사람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압도적이었다.그 여인은 다름 아닌 이청성이었다.“어? 언제 들어온 거예요?”유진우는 잠시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전까지 장은경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던 그는 이청성의 존재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진우 씨, 저 밤에 혼자 있으려니 외롭고 무서워서 그런데 조금만 같이 있어 줄 수 있을까요?”이청성은 방금 전 장은경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하던 말을 흉내 내며 장난을 쳤다.“청성 씨, 그래도 한 나라의 공주인데 좀 정상적으로 굴 수는 없어요?”유진우는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하하하... 진우 씨,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네요. 미인이 먼저 안기려 들다니 말이에요.”이청성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더니 말했다.“저였으면 그냥 그 흐름대로 받아줬을 거예요. 저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 있나? 괜히 이상한 취향이 있다고 오해받는 것보단 낫잖아요.”“하하... 제가 그렇게 쉬운 남잔 줄 알아요?”유진우는 마지못해 웃으며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그러면서 차를 두 잔 따르더니 첫 잔을 이청성에게 건넸다.“그래서요, 밤늦게 무슨 일로 찾아온 거예요?”“별건 아니고요, 그냥 조심하라고 알려주러 왔어요. 우리, 누군가에게 찍힌 것 같아요.”이청성은 따뜻한 찻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불어 식히며 말했다.“왕 아저씨가 순찰 돌다가 우리가 묵는 여관 근처에서 수상한 자들이 어슬렁거리는 걸 봤대요. 누가 봐도 이상한 수작 부릴 게 분명해 보였대요.”“그래요?”유진우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 한 귀퉁이를 살짝 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과연 몇몇 그림자가 여관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감시
장은경은 말을 하며 천천히 다가오더니 가냘픈 손으로 자연스럽게 유진우의 단단한 가슴팍을 어루만졌다.그녀의 촉촉한 눈동자는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매혹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그 시선은 마치 사람의 영혼까지 삼켜버릴 듯이 치명적이었다.평범한 무사라면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금세 정신을 빼앗기고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이것이 바로 원앙문의 간판 매혹술, 홍안취였다.원앙문이 서남 지역에서 오래 세력을 유지하며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 홍안취라는 매혹술의 공이 컸다.얼굴이 아름다울수록 이 매혹술을 깊이 수련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남자에게 끼치는 유혹의 힘도 강해졌다.장은경은 어릴 적부터 홍안취를 익혀온 터라 벌써 십수 년의 세월 동안 그 기술을 연마해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게다가 그녀는 외모와 몸매 모두 뛰어나 그녀의 유혹을 버텨낼 수 있는 남자는 드물었다.금도문의 서지석도 이 매혹술에 빠져 그녀에게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유진우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욕망의 틈을 보이기만 하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마음의 방어선을 무너뜨려 그를 손에 넣겠다고 결심했다.“저기요, 적당히 하세요. 할 만큼 했으면 얼른 돌아가 쉬세요. 저도 자야 하니까요.”장은경이 요염하게 몸을 흔들며 농염한 눈빛으로 다가갔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차갑게 응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히려 불쾌함이 어렸다.“뭐라고요?”장은경의 미소가 한 순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멍하니 서 있었다.자신의 매혹술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내라도 그녀가 유혹하면 반드시 흔들리는 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고 욕망의 기색은커녕 오히려 불쾌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이런 경우는 그녀에게 처음이었다.“진우 씨, 저 오늘 밤 혼자라서 너무 외롭고 무서워요. 진우 씨가 저 좀 위로해 주면 안 돼요?”장은경은 연약하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태도를 바꿨다.방금
어둠은 빠르게 내려앉았다.여관에서 이청성의 경호팀 팀원들은 저녁을 먹은 뒤 일찌감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단 두 조의 인원만 남겨 교대로 순찰과 경계를 서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죽음의 사막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은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이제야 비로소 그곳을 벗어났으니 오늘 밤만큼은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한편, 2층의 한 객실 안에서는 유진우가 따뜻한 물로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두 눈을 감고 고생한 몸을 풀기 시작했다.이번 임무는 그야말로 완벽했다.보물이라 불리는 것들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그는 그저 영액 한 병만 가지고 돌아왔다.이런 걸 마시는 건 처음이라 그저 간단하게 맛이나 보자는 생각이었다.유진우 정도의 실력이면 사실 영액으로 얻을 수 있는 상승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손에는 무림의 최고 보물이라 불리는 천영 구슬이 있었다. 그 덕에 수련 속도는 비약적일 것이다.그러니 영액 같은 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그리고 사실상 영액을 과하게 마시면 몸에 상당한 부담이 쌓이게 되고 한편으로는 체력과 잠재력을 미리 소모하는 셈이었다.물론 영액은 단기간 내에 실력을 끌어올리고 경계를 돌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그러나 그렇게 급하게 돌파한 경지는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매우 불안정하고 한편으론 쉽게 흐트러져 정신이 붕괴되는 위험이 따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힘으로 노력해 경지를 돌파한 무사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영액의 효능은 엄청났다.단지 수련의 경지를 올리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했다.대부분의 무사들에게 한 단계 높은 경지는 평생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과도 같다는 건 잔인한 현실이었다.그런 그들에게 영액으로 경지를 돌파하고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건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똑똑...유진우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때 문득 문을
“뭐라고? 영액이라고?”그 말을 들은 원앙문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영액은 무사에게 있어 수련의 보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충분한 양의 영액만 있다면 평범한 무사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꿈으로만 바라던 마스터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게 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액은 너무나도 희귀하고 귀한 보물이었다. 대개 자연의 천연적인 약재 속에 소량 존재하며 이를 추출하고 정제해 얻는 데는 큰 정성과 시간이 소요된다.한 방울의 영액은 천금의 가치를 지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병 하나의 영액만으로도 피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만약 장은경이 가져온 물주머니가 죄다 영액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네, 맞습니다. 이 물주머니 안에 든 건 영액이에요. 게다가 이 한 주머니가 끝이 아닙니다. 무려 여덟 자루나 가져왔어요.”장은경의 말은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여... 여덟 자루의 영액이라고?”도미숙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손마저 덜덜 떨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이 빠진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그 순간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만약 정말 그 물주머니가 전부 영액으로 가득 찼다면 원앙문에는 지금껏 없었던 하늘이 내린 기회가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렇게 많은 영액이 있다면 원앙문은 단번에 일류 파벌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좋다! 정말 잘 됐다!”“이 영액만 있다면 우리 원앙문도 일떠설 수 있어!”“은경아! 넌 정말 우리 원앙문의 복덩어리야!”“지금 당장 선언하마. 오늘부터 넌 원앙문의 차기 오너로 임명된다. 장로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야!”도미숙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벅찬 감정으로 직접 장은경을 차기 오너의 자리에 앉혔다.이에 대해 장로들이나 호법들 모두 의견이 없었다.장은경은 원앙문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제자였고 언젠가는 오너 자리를 물려받을 인물이었다. 이번 공로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