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 이젠 끝장이야!”서태영이 체포되자 우현은 벼락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황상수의 등장부터 서태영의 체포까지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단 하나 명확한 건 황상수가 인정사정없이 사위까지 체포했다는 사실이다.동아줄로 여겼던 장인어른이 순식간에 목숨을 위협하는 악마가 돼버렸다.세상사 한 치 앞도 헤아릴 수가 없다!우현은 넋 놓고 있다가 고개 돌려 무덤덤한 표정의 유진우를 힐긋 쳐다봤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우는 이 모든 걸 짐작이라도 한 듯 줄곧 덤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황상수까지 이토록 겁에 질리게 하다니? 안도균, 너 대체 무슨 괴물을 건드린 거냐고?!’“그리고 이 사람들도 싹 다 체포해!”황상수의 명령 하에 우현 일행도 전부 체포됐다.함께 역경을 물리쳤던 두 친구는 후회가 밀려와 눈만 멀뚱거렸다.오늘 본인들이 끝장났다는 걸 체감한 듯싶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갑자기 판이 뒤바뀌자 조선미도 어안이 벙벙했다.황상수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이 번거로워질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황상수는 유진우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서태영을 체포하다니...가족도 전혀 봐주지 않는 그의 행동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황상수 씨가... 우릴 돕고 있어?!”이청아도 못 믿겠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황상수와 서태영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녀는 내심 불안했다.심지어 본인과 유진우가 함께 끝장날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결과는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설마 황상수가 이토록 정의롭고 청렴한 관직자란 말인가?“자네가 바로 유진우인가? 역시 듣던 대로 인물이 출중하군.”모든 걸 해결한 황상수가 유진우의 앞으로 걸어갔다.근엄한 얼굴에 드디어 한줄기 미소가 드러났다.“처음 뵙겠습니다, 황상수 씨.”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수그렸다.“오늘 일은 실로 미안하게 됐네. 다
그 시각, 모 정원의 별장 안에서.안도균이 한창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남자의 뒤엔 도복을 입은 여자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여자 호위는 허리에 장검을 차고 늠름하게 서 있었는데 아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할 아우라를 내뿜었다.“도균 씨가 말한 우금환이 그렇게 대단해요?”화려한 옷차림의 남자가 커피잔을 들고 먼저 질문을 건넸다.“그렇다니까요, 경준 씨.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아주 대단해요.”안도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얼마 전에 갑자기 내상을 입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우금환 한 알을 먹고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어요. 만병을 치료하는 알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말로만 들어선 짐작이 안 가네요. 물건 어디 있어요? 일단 한번 볼게요.”화려한 남자가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우금환이 워낙 진귀하다 보니 저에게 아직 재고가 없어요.”“재고도 없으면서 한밤중에 왜 날 이리로 불렀어요? 지금 날 놀려요?!”진경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경준 씨, 제가 어찌 감히 경준 씨를 놀리겠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약 처방을 구해오라고 했으니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안도균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감히 현무문을 농락했다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진경준이 으름장을 놓았다.“당연하죠. 약 처방만 얻으면 제가 바로 제작해서 첫 번째로 생산된 우금환을 전부 경준 씨에게 드릴게요.”안도균이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그래요, 역시 일 처사가 깔끔하네요.”진경준이 흡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안도균 씨에 관한 미담을 몇 마디 해야겠어요. 혹시 알아요? 아버지가 기쁜 마음에 도균 씨를 높은 자리에 올리실지!”“고마워요, 경준 씨!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안도균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전에 그는 직접 조사에 나섰는데 우금환이 내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무사의 수련에도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이 약재는
“안도균, 당장 나와!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의 고함이 천둥처럼 정원 상공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이제 막 문 앞에 다다른 안도균이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울화가 치밀었다.“어떤 바보가 감히 내 저택에서 설쳐대?!”안도균이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자 살짝 놀란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너였어... 너 이 녀석 이미 체포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도망쳐 나왔지?”안도균이 서태영을 매수하여 유진우를 감방에 처넣었다.제아무리 조선미가 지켜준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유진우가 탈출해 나올 수가 없다.“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거 너 맞지?”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이미 답이 정해진 거 아니야?”안도균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내가 그렇게 했어! 그러게 누가 너더러 눈치 없이 굴래? 이미 기회를 많이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런 하책을 댈 수밖에 없지!”“그래, 인정하면 된 거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네게 속죄할 시간을 줄게. 스스로 두 팔을 자르고 강능에서 썩 꺼져. 영원히 돌아오지 마. 그렇게 하면 나도 더는 캐묻지 않을게.”“스스로 두 팔을 잘라? 강능에서 꺼져?”안도균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박장대소했다.“야 이 자식아! 너 약 잘못 먹었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딴 식으로 말을 뱉어? 조선미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아마도 유진우가 조선미의 도움을 받고 감방에서 나온 거로 여기는 듯싶었다.“그럼 내 제안을 거부하는 거네?”유진우가 싸늘하게 되물었다.“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 네가 제멋대로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 지금 널 죽여도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해! 물론, 내가 워낙 인자하다 보니 네게 살 기회를 한 번 줄게. 우금환의 처방을 내놓는다면 네 목숨을 한 번 살려줄 거야.”안도균이 실눈을 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도균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순간 식은땀이 쫙 났다.그는 무려 내공이 절정에 치닫는 고수라 검을 한번 휘두르면 천근 무게의 거대한 파워가 생성된다!대체 누가 손가락으로 그의 검을 절단한단 말인가?유진우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내가 누군지는 진작 알고 있었잖아!”유진우가 서서히 다가오며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안도균이 당황해하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우금환 처방은 됐어. 이번 일은 서로 한발 물러서!”“난 이미 기회를 줬어. 네가 헛되이 한 거지. 인제 와서 후회해? 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힘껏 짓눌렀다.철컥철컥,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안도균의 두 팔이 전부 부러졌다.“으악!”극심한 고통에 안도균은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비명을 미처 지르지도 못한 채 유진우가 또다시 그의 복부에 주먹을 한 방 휘둘렀다.에너지가 폭발하며 안도균의 단전이 그대로 파열됐고 그의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안도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하지 않았다.“네가... 감히 내 무공을 폐기해?!”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안 회장 체면을 봐서 널 살려둘게. 그렇다고 온전히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 넌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유진우는 코웃음 치며 안도균의 옷깃을 확 잡더니 뒤로 힘껏 내팽개쳤다.안도균의 몸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대문에 쾅 하고 부딪혔다.이때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병서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차가운 얼굴로 안에 들어왔다.“병서 형! 나 좀 살려줘요! 제발요!”피를 토하던 안도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찾은 듯 애원하기 시작했다.“살려줘?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안병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요행으로 목숨 한 번 건졌다고 생각하지 마. 남은 수십 년 동안 넌 블랙 프리즌에서 지내야 할 거야. 오늘의 네 행위를 평생 속죄하며 살아!”“블랙 프리즌이라니?”안도균의
유진우의 신분을 알게 된 안도균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그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본인은 이미 끝장났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다.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고 또 감히 그럴 수도 없다.“이 녀석 끌어내.”안병서의 명령 하에 부하들이 안도균을 꽁꽁 묶어 차에 실었다.비록 진실을 알게 됐지만 안도균은 여전히 평생 블랙 프리즌에 갇혀 있어야 한다.그곳에서 나갈 방법은 단 하나, 죽은 뒤 사람들에게 들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뿐이다.“멈춰!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안도균 씨를 내려놔!”이때 진경준이 두 명의 여자 호위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걸어 나왔다.실은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도균의 실력이 너무 볼품없었다!싸움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잡혀가기까지 하다니, 참다못한 진경준이 그제야 입을 열고 이 상황을 말렸다.안도균이 폐인인 건 맞지만 아직 조금이나마 이용 가치가 남아있다.우금환을 손에 넣기 전까지 안도균에게 일말의 사고도 일어나선 안 된다.“상관없는 사람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병서가 차갑게 경고장을 날렸다.“내가 한사코 참견하겠다면 어쩔 건데?!”진경준이 두 손을 옷 주머니에 넣고 거만을 떨며 앞으로 다가왔다.“넌 도균의 부하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부하? 나 참... 걔가 내 따까리겠지!”진경준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다만 개를 패더라도 주인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내 허락도 없이 누가 감히 안도균을 데려가래? 나 화내기 전에 얼른 안도균 풀어!”“내가 싫다면?”유진우가 되물었다.“싫어? 하하...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아냐고?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진경준이 능멸에 가까운 눈빛으로 말을 쏘아붙였다.“네가 누군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관심도 없어. 안도균은 오늘 아무도 못 구해. 그러니까 너도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이
그 시각, 이씨 일가의 별장 안에서.이청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청아야! 너 드디어 왔구나.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누나! 괜찮아? 안에서 뭐 나쁜 짓 당하진 않았어?”장경화, 이현 일행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으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이청아가 서태영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은 줄곧 두려워하며 딸아이가 걱정됐다. 이청아가 봉변이라도 당했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하여 갖은 인맥을 동원하고 돈도 가득 건넸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다들 불안하고 초조해할 때 뜻밖에도 이청아가 스스로 집에 돌아왔다.“엄마, 나 괜찮아요.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해요.”이청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오늘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무사하게 집에 돌아왔다.“이게 다 그 재수탱이 유진우 때문이야! 걔만 아니면 너도 잡혀들어갈 일이 없잖아!”장경화가 원망을 늘려놓았다.“맞아! 비겁하고 파렴치한 자식, 부도덕한 일만 골라서 하지! 누나 앞으로 그 녀석 멀리해. 안 그러면 조만간 피해를 볼 거야!”이현도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이번 일은 진우랑 상관없어. 누군가가 일부러 우릴 함정에 빠트렸어.”이청아가 해명했다.“왜 상관이 없어? 걔가 떳떳하면 어떻게 잡힐 리가 있겠어?”“맞아!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진우만 해쳐? 걔 성품이 비열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주잖아!”두 모자는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이청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도 호준이가 제일이라니까. 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 나서며 도움을 청했어. 이런 남자야말로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인물이야!”장경화가 불쑥 화제를 돌렸다.“맞아, 누나! 이번에 호준 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누난 아마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이현이 옆에서 부추겼다.“호준 선배가 도와줬다고? 확실해?”이청아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형이 아니면 또 누가 있어? 강씨 일가와 돈독한 사이라 강천호 씨한테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조선미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입은 왜 그래요? 불편해요?”“그거 아니고요. 나한테 뽀뽀 하라고요.”조선미는 할 말을 잃었다.“네?”유진우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그 ... 그래도 돼요?”“안 하면 말고요.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어요.”조선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어이구, 주는 기회도 놓쳐버리는 바보 멍청이야!”2층에서 훔쳐보던 애꾸눈 노인이 참다못해 한숨 쉬며 한마디 했다.“가만히 계셔.”유진우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조선미의 완벽한 얼굴과 앵두 같은 주홍빛 입술을 보는 순간 문득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 이제 일 얘기해요.”조선미는 화제를 다른데 돌렸다.“최근에 우리 조신 의약의 핵심 인력들이 강천호한테 스카우트되여 지금 중요한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부족해요. 진우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명예 수석 의사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그건... 제가 할 수 있을까요?”유진우는 난감했다. 환자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자신 있지만 리더를 한다는 건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별로 할 거 없어요. 그냥 가끔씩 저를 도와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주면 돼요.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놔요. 나중에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바로 바꿔드릴게요.”유진우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본 조선미는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진우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는 조신 의약이 강천호한테 당하는 걸 지켜만 봐야 돼요.”그 말에 유진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볼게요.”“도와줄 줄 알았어요!”조선미는 눈썹을 치켜뜨고 웃으며 말했다.“가요.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해요.”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바로 차에 탔다.30분 후, 천향원 내.조아영과 어머니 진서현은 한창 두 명의 손님과 얘기하고 있었다.한 명은 잘 차려입고 잘생
“선미야, 왜 데려왔어?”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여긴 내 집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데려올 수 있어요.”조선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수석 의사 자리의 담당자는 바로 유진우 씨에요.”“뭐?”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미야 너 농담하는 거지? 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우리 조씨 가문의 수석 의사를 맡는다는 거야?”진서현은 다소 불쾌했다.“진우 씨는 의술도 뛰어나고 약학에도 능통하니 수석 의사를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조선미가 강하게 말했다.“너 ...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진서현은 약간 흥분했다.“다들 그만해요. 싸우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조아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유진우 씨, 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전에 만나 뵀었죠. 그리고 이분은 저의 사촌 오빠 조준서에요.”“사모님 안녕하세요. 조준서 씨 안녕하세요.”유진우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가 바로 선미를 귀찮게 하는 기생오라비야?”조준서는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경멸하는 눈길은 발밑의 개미를 보는 듯했다.유진우의 눈썹에 살짝 주름이 잡혔었지만 금세 평상심으로 돌아왔다.“대답 안 해? 왜 벙어리야?”조준서가 턱을 들어 올리며 명령했다.“조준서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멍청한 척하는 거야?”조준서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또 말했다.“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네가 라희 죽였어?”“제가 죽였어요, 그런데 ...”유진우가 해명하려는데 조준서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알았어. 인정했으니 됐군. 라희는 우리 조씨 가문의 핵심 인력이야, 이렇게 그냥 죽을 수는 없지.”조준서는 위패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계속했다.“당장 라희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응?”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는 그냥 경멸이었다면 지금은 노골적인 굴욕감을 주었다.“뭘 오해하신 것 같네요? 당신이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