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 이젠 끝장이야!”서태영이 체포되자 우현은 벼락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황상수의 등장부터 서태영의 체포까지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단 하나 명확한 건 황상수가 인정사정없이 사위까지 체포했다는 사실이다.동아줄로 여겼던 장인어른이 순식간에 목숨을 위협하는 악마가 돼버렸다.세상사 한 치 앞도 헤아릴 수가 없다!우현은 넋 놓고 있다가 고개 돌려 무덤덤한 표정의 유진우를 힐긋 쳐다봤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우는 이 모든 걸 짐작이라도 한 듯 줄곧 덤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황상수까지 이토록 겁에 질리게 하다니? 안도균, 너 대체 무슨 괴물을 건드린 거냐고?!’“그리고 이 사람들도 싹 다 체포해!”황상수의 명령 하에 우현 일행도 전부 체포됐다.함께 역경을 물리쳤던 두 친구는 후회가 밀려와 눈만 멀뚱거렸다.오늘 본인들이 끝장났다는 걸 체감한 듯싶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갑자기 판이 뒤바뀌자 조선미도 어안이 벙벙했다.황상수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이 번거로워질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황상수는 유진우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서태영을 체포하다니...가족도 전혀 봐주지 않는 그의 행동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황상수 씨가... 우릴 돕고 있어?!”이청아도 못 믿겠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황상수와 서태영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녀는 내심 불안했다.심지어 본인과 유진우가 함께 끝장날 거로 여겼다.그런데 정작 결과는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설마 황상수가 이토록 정의롭고 청렴한 관직자란 말인가?“자네가 바로 유진우인가? 역시 듣던 대로 인물이 출중하군.”모든 걸 해결한 황상수가 유진우의 앞으로 걸어갔다.근엄한 얼굴에 드디어 한줄기 미소가 드러났다.“처음 뵙겠습니다, 황상수 씨.”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수그렸다.“오늘 일은 실로 미안하게 됐네. 다
그 시각, 모 정원의 별장 안에서.안도균이 한창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남자의 뒤엔 도복을 입은 여자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여자 호위는 허리에 장검을 차고 늠름하게 서 있었는데 아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할 아우라를 내뿜었다.“도균 씨가 말한 우금환이 그렇게 대단해요?”화려한 옷차림의 남자가 커피잔을 들고 먼저 질문을 건넸다.“그렇다니까요, 경준 씨.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아주 대단해요.”안도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얼마 전에 갑자기 내상을 입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우금환 한 알을 먹고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어요. 만병을 치료하는 알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말로만 들어선 짐작이 안 가네요. 물건 어디 있어요? 일단 한번 볼게요.”화려한 남자가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우금환이 워낙 진귀하다 보니 저에게 아직 재고가 없어요.”“재고도 없으면서 한밤중에 왜 날 이리로 불렀어요? 지금 날 놀려요?!”진경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경준 씨, 제가 어찌 감히 경준 씨를 놀리겠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약 처방을 구해오라고 했으니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안도균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감히 현무문을 농락했다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진경준이 으름장을 놓았다.“당연하죠. 약 처방만 얻으면 제가 바로 제작해서 첫 번째로 생산된 우금환을 전부 경준 씨에게 드릴게요.”안도균이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그래요, 역시 일 처사가 깔끔하네요.”진경준이 흡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안도균 씨에 관한 미담을 몇 마디 해야겠어요. 혹시 알아요? 아버지가 기쁜 마음에 도균 씨를 높은 자리에 올리실지!”“고마워요, 경준 씨!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안도균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전에 그는 직접 조사에 나섰는데 우금환이 내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무사의 수련에도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이 약재는
“안도균, 당장 나와!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의 고함이 천둥처럼 정원 상공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이제 막 문 앞에 다다른 안도균이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울화가 치밀었다.“어떤 바보가 감히 내 저택에서 설쳐대?!”안도균이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자 살짝 놀란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너였어... 너 이 녀석 이미 체포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도망쳐 나왔지?”안도균이 서태영을 매수하여 유진우를 감방에 처넣었다.제아무리 조선미가 지켜준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유진우가 탈출해 나올 수가 없다.“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거 너 맞지?”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이미 답이 정해진 거 아니야?”안도균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내가 그렇게 했어! 그러게 누가 너더러 눈치 없이 굴래? 이미 기회를 많이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런 하책을 댈 수밖에 없지!”“그래, 인정하면 된 거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네게 속죄할 시간을 줄게. 스스로 두 팔을 자르고 강능에서 썩 꺼져. 영원히 돌아오지 마. 그렇게 하면 나도 더는 캐묻지 않을게.”“스스로 두 팔을 잘라? 강능에서 꺼져?”안도균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박장대소했다.“야 이 자식아! 너 약 잘못 먹었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딴 식으로 말을 뱉어? 조선미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아마도 유진우가 조선미의 도움을 받고 감방에서 나온 거로 여기는 듯싶었다.“그럼 내 제안을 거부하는 거네?”유진우가 싸늘하게 되물었다.“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 네가 제멋대로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 지금 널 죽여도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해! 물론, 내가 워낙 인자하다 보니 네게 살 기회를 한 번 줄게. 우금환의 처방을 내놓는다면 네 목숨을 한 번 살려줄 거야.”안도균이 실눈을 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도균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순간 식은땀이 쫙 났다.그는 무려 내공이 절정에 치닫는 고수라 검을 한번 휘두르면 천근 무게의 거대한 파워가 생성된다!대체 누가 손가락으로 그의 검을 절단한단 말인가?유진우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내가 누군지는 진작 알고 있었잖아!”유진우가 서서히 다가오며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안도균이 당황해하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우금환 처방은 됐어. 이번 일은 서로 한발 물러서!”“난 이미 기회를 줬어. 네가 헛되이 한 거지. 인제 와서 후회해? 이미 늦었어!”유진우는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힘껏 짓눌렀다.철컥철컥,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안도균의 두 팔이 전부 부러졌다.“으악!”극심한 고통에 안도균은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비명을 미처 지르지도 못한 채 유진우가 또다시 그의 복부에 주먹을 한 방 휘둘렀다.에너지가 폭발하며 안도균의 단전이 그대로 파열됐고 그의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안도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하지 않았다.“네가... 감히 내 무공을 폐기해?!”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안 회장 체면을 봐서 널 살려둘게. 그렇다고 온전히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 넌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유진우는 코웃음 치며 안도균의 옷깃을 확 잡더니 뒤로 힘껏 내팽개쳤다.안도균의 몸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대문에 쾅 하고 부딪혔다.이때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병서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차가운 얼굴로 안에 들어왔다.“병서 형! 나 좀 살려줘요! 제발요!”피를 토하던 안도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찾은 듯 애원하기 시작했다.“살려줘?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안병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요행으로 목숨 한 번 건졌다고 생각하지 마. 남은 수십 년 동안 넌 블랙 프리즌에서 지내야 할 거야. 오늘의 네 행위를 평생 속죄하며 살아!”“블랙 프리즌이라니?”안도균의
유진우의 신분을 알게 된 안도균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그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본인은 이미 끝장났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다.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고 또 감히 그럴 수도 없다.“이 녀석 끌어내.”안병서의 명령 하에 부하들이 안도균을 꽁꽁 묶어 차에 실었다.비록 진실을 알게 됐지만 안도균은 여전히 평생 블랙 프리즌에 갇혀 있어야 한다.그곳에서 나갈 방법은 단 하나, 죽은 뒤 사람들에게 들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뿐이다.“멈춰!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안도균 씨를 내려놔!”이때 진경준이 두 명의 여자 호위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걸어 나왔다.실은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도균의 실력이 너무 볼품없었다!싸움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잡혀가기까지 하다니, 참다못한 진경준이 그제야 입을 열고 이 상황을 말렸다.안도균이 폐인인 건 맞지만 아직 조금이나마 이용 가치가 남아있다.우금환을 손에 넣기 전까지 안도균에게 일말의 사고도 일어나선 안 된다.“상관없는 사람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병서가 차갑게 경고장을 날렸다.“내가 한사코 참견하겠다면 어쩔 건데?!”진경준이 두 손을 옷 주머니에 넣고 거만을 떨며 앞으로 다가왔다.“넌 도균의 부하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부하? 나 참... 걔가 내 따까리겠지!”진경준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다만 개를 패더라도 주인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내 허락도 없이 누가 감히 안도균을 데려가래? 나 화내기 전에 얼른 안도균 풀어!”“내가 싫다면?”유진우가 되물었다.“싫어? 하하...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아냐고?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진경준이 능멸에 가까운 눈빛으로 말을 쏘아붙였다.“네가 누군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관심도 없어. 안도균은 오늘 아무도 못 구해. 그러니까 너도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이
그 시각, 이씨 일가의 별장 안에서.이청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청아야! 너 드디어 왔구나.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누나! 괜찮아? 안에서 뭐 나쁜 짓 당하진 않았어?”장경화, 이현 일행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으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이청아가 서태영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은 줄곧 두려워하며 딸아이가 걱정됐다. 이청아가 봉변이라도 당했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하여 갖은 인맥을 동원하고 돈도 가득 건넸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다들 불안하고 초조해할 때 뜻밖에도 이청아가 스스로 집에 돌아왔다.“엄마, 나 괜찮아요.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해요.”이청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오늘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무사하게 집에 돌아왔다.“이게 다 그 재수탱이 유진우 때문이야! 걔만 아니면 너도 잡혀들어갈 일이 없잖아!”장경화가 원망을 늘려놓았다.“맞아! 비겁하고 파렴치한 자식, 부도덕한 일만 골라서 하지! 누나 앞으로 그 녀석 멀리해. 안 그러면 조만간 피해를 볼 거야!”이현도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이번 일은 진우랑 상관없어. 누군가가 일부러 우릴 함정에 빠트렸어.”이청아가 해명했다.“왜 상관이 없어? 걔가 떳떳하면 어떻게 잡힐 리가 있겠어?”“맞아!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진우만 해쳐? 걔 성품이 비열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주잖아!”두 모자는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이청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도 호준이가 제일이라니까. 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 나서며 도움을 청했어. 이런 남자야말로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인물이야!”장경화가 불쑥 화제를 돌렸다.“맞아, 누나! 이번에 호준 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누난 아마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이현이 옆에서 부추겼다.“호준 선배가 도와줬다고? 확실해?”이청아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형이 아니면 또 누가 있어? 강씨 일가와 돈독한 사이라 강천호 씨한테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조선미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입은 왜 그래요? 불편해요?”“그거 아니고요. 나한테 뽀뽀 하라고요.”조선미는 할 말을 잃었다.“네?”유진우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그 ... 그래도 돼요?”“안 하면 말고요.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어요.”조선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어이구, 주는 기회도 놓쳐버리는 바보 멍청이야!”2층에서 훔쳐보던 애꾸눈 노인이 참다못해 한숨 쉬며 한마디 했다.“가만히 계셔.”유진우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조선미의 완벽한 얼굴과 앵두 같은 주홍빛 입술을 보는 순간 문득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 이제 일 얘기해요.”조선미는 화제를 다른데 돌렸다.“최근에 우리 조신 의약의 핵심 인력들이 강천호한테 스카우트되여 지금 중요한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부족해요. 진우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명예 수석 의사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그건... 제가 할 수 있을까요?”유진우는 난감했다. 환자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자신 있지만 리더를 한다는 건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별로 할 거 없어요. 그냥 가끔씩 저를 도와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주면 돼요.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놔요. 나중에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바로 바꿔드릴게요.”유진우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본 조선미는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진우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는 조신 의약이 강천호한테 당하는 걸 지켜만 봐야 돼요.”그 말에 유진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볼게요.”“도와줄 줄 알았어요!”조선미는 눈썹을 치켜뜨고 웃으며 말했다.“가요.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해요.”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바로 차에 탔다.30분 후, 천향원 내.조아영과 어머니 진서현은 한창 두 명의 손님과 얘기하고 있었다.한 명은 잘 차려입고 잘생
“선미야, 왜 데려왔어?”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여긴 내 집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데려올 수 있어요.”조선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수석 의사 자리의 담당자는 바로 유진우 씨에요.”“뭐?”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미야 너 농담하는 거지? 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우리 조씨 가문의 수석 의사를 맡는다는 거야?”진서현은 다소 불쾌했다.“진우 씨는 의술도 뛰어나고 약학에도 능통하니 수석 의사를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조선미가 강하게 말했다.“너 ...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진서현은 약간 흥분했다.“다들 그만해요. 싸우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조아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유진우 씨, 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전에 만나 뵀었죠. 그리고 이분은 저의 사촌 오빠 조준서에요.”“사모님 안녕하세요. 조준서 씨 안녕하세요.”유진우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가 바로 선미를 귀찮게 하는 기생오라비야?”조준서는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경멸하는 눈길은 발밑의 개미를 보는 듯했다.유진우의 눈썹에 살짝 주름이 잡혔었지만 금세 평상심으로 돌아왔다.“대답 안 해? 왜 벙어리야?”조준서가 턱을 들어 올리며 명령했다.“조준서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멍청한 척하는 거야?”조준서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또 말했다.“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네가 라희 죽였어?”“제가 죽였어요, 그런데 ...”유진우가 해명하려는데 조준서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알았어. 인정했으니 됐군. 라희는 우리 조씨 가문의 핵심 인력이야, 이렇게 그냥 죽을 수는 없지.”조준서는 위패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계속했다.“당장 라희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응?”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는 그냥 경멸이었다면 지금은 노골적인 굴욕감을 주었다.“뭘 오해하신 것 같네요? 당신이
오아시스 속의 경험은 그에게 있어 지워지지 않는 악몽과도 같았다.그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으며 다시 그곳을 탐험할 용기는 전혀 나지 않았다.“뭐가 걱정이야? 내가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자네를 건들지 못할 거야. 아무리 위험해도 난 자네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어.” 조이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선배님, 그곳은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만만하지 않습니다.”바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우리는 그 외곽을 잠시 돌아봤을 뿐인데도 각종 위협에 시달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어요. 내부 지역은 아예 탐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해요. 안으로 갈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고, 더 강한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 말이죠. 무도 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어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자네는 겨우 선천무사에 불과하면서 어떻게 무도 마스터의 강함을 알겠어?”조이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대꾸했다.“그건 그렇다 쳐도 난 평범한 무도 마스터가 아니야. 괴물 몇 마리 정도는 금방 처리할 수 있어.”“선배님의 실력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죠. 하지만 오아시스 안에는 너무 많은 미지의 것이 숨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조심해야 해요.” 바람은 다시 한번 경고했다.“알겠어. 자네가 그렇게 겁먹은 모습이 보이니 굳이 강요하지 않을게. 대신 지도 하나 그려줄래? 그곳으로 가는 경로와 자네가 봤던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조이준은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제가 해드릴 수 있어요.”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비하면 지도를 그리는 일이야 뭐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다....그 시각, 마을의 찻집 안에서는 엄기준과 연우혁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진우 때문에 유룡종과 비설파의 제자들은 잠시 동맹을 맺게 되었다.“방금 다치셨죠? 이건 우리 비설파의 설화금옥환입니다. 내상을 치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니 한번 드셔보시죠.”연우혁은 약을 꺼내 엄기준에게 건넸
“열에 아홉은 죽는다고요? 정말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요?”서지석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바람은 오행문의 천재적인 제자로서 그의 실력은 서지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오아시스 속 괴물들이 정말 평범하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괜히 겁주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그곳은 정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제 몇몇 선후배들이 모두 괴물에게 잡아먹혔어요. 제가 그때 빠르게 도망친 덕에 운 좋게 살아남았지, 아니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바람의 얼굴엔 지울 수 없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형제와도 같은 선후배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아프게 남아 있었다.“이번 임무, 상당히 위험하군요.”서지석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오행문은 서남 지역의 주류 파벌은 아니었지만 그 세력은 금도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탐험에 나섰던 엘리트 제자들이 거의 전멸한 것을 보면 오아시스의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해 보였다.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그곳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문파의 고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터였다.“위험은 늘 기회와 함께 있지. 보물을 얻고 싶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두려운 자는 떠나도 좋아. 나는 말리지 않겠어.”조이준은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무도 마스터인 그의 강력한 실력은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그에겐 그 어떤 괴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선배님, 저희도 그만한 각오를 하고 죽음의 사막에 온 겁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의미 없이 죽을 순 없습니다. 바람 씨가 말한 대로 오아시스엔 위험이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더 많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서지석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정 그러면 오아시스에 들어가서 각자 따로 움직이면 되니까.”조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눈엔 이들이 짐처럼 보
조이준의 말에 유진우는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서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얼른 대답하세요. 이건 정말 둘도 없는 기회라고요!”서지석은 초조하게 유진우에게 눈짓을 보내며 재촉했다.조이준이 누구냐고?그는 바로 사막의 교룡, 서남 5대 강자 중 하나, 자신의 스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존재였다.그의 실력은 이미 마스터 수준에 이르렀다.매년 무수한 무사들이 조이준의 제자가 되기를 갈망했다.그러나 조이준은 콧대가 높고 변덕이 심해 그들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혼자였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고오한 사막의 교룡이 스스로 제자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선배님의 호의는 충분히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난 쉽게 제자를 받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도록 하거라.”조이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의 위상과 능력을 생각하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무사들이 매일 줄을 서는 상황이었으니 유진우가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진우 씨!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 이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요! 만약 선배님의 제자가 되면 비설파든 유룡종이든 그 누구도 진우 씨를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예요! 얼른요!”서지석은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유진우를 재촉했다.그는 유진우가 조이준의 명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절한다고 생각했다.마스터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단연코 최고의 기회가 틀림없었다.게다가 조이준은 그동안 제자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동의하면 바로 조이준의 정통 제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릴 터였다.“선배님의 호의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말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유진우는 한 번 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분명히
“이제 제가 사람을 넘겨야 할까요?”유진우는 엄기준을 내려다보며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콜록... 콜록...”엄기준은 피를 뱉으며 끙끙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유룡종에 맞서다니!”“제가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화나기 전에 얼른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피를 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요.”“너는!”엄기준은 이를 악물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참았다.상대의 실력이 분명히 더 강했기에 지금 싸움을 걸었다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종문 장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와 맞서 싸우면 될 것이다.“기억해 둬! 오늘 일 잊지 않을 거야! 오늘의 수치는 반드시 열 배, 백 배로 되갚아줄 거야!”엄기준은 협박을 던지고 나서 제자들과 함께 풀이 죽은 채로 떠났다.“여러분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제가 음식 대접이라도 할 줄 아셨나요?”유진우는 눈을 돌려 비설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너무 거만하지 마.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곧 큰 화를 입을 거야!”연우혁은 유진우를 노려보며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엄기준조차 도망쳤으니 더는 그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유룡종과 비설파가 떠나자, 나머지 세력들도 차례로 흩어졌다.마음속으로 탐탁지 않았지만 그들은 유진우로부터 사람을 빼앗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엄기준조차 패배했는데 누가 유진우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이제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음모를 꾸미거나 더 강력한 고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다.“진우 씨, 실력이 이렇게 강하실 줄 몰랐어요. 정말 놀랍네요!”서지석은 웃으며 유진우에게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유진우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컸다.“사소한 기술일 뿐이에요. 별것 아니에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세요. 진우 씨의 재능과 실력이라면 어떤 문파에
“웅!”엄기준의 손에 들린 검이 미세하게 떨리며 가냘픈 울림을 냈다.날카로운 검날이 유진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밀리지 않았다.“뭐야? 막았어?”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무도 유진우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맨손으로 엄기준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냈다.대체 저 녀석은 얼마나 강한 거지?“어... 어떻게?”엄기준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방금 전의 공격은 비록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7할의 힘을 실었다.보통의 선천 무사라면 절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유진우처럼 두 손가락만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게 되었다.“저 녀석... 설마 저것밖에 못 하는 건가?”비설파 제자 중 한 명인 올림머리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전에 호텔 식당에서도 유진우는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검날을 잡아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지금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엄기준에게 적용되었고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이 정도 실력이었네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건방진 놈! 너를 죽일 거야!”엄기준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유진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단검은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고 분명 독이 묻어 있었다.선천 고수에게는 피부만 긁히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어리석은 짓이에요!”유진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번개처럼 움직이며 검지로 엄기준의 가슴을 찔렀다.“쾅!”폭발음과 함께 엄기준의 단검은 유진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하고 마치 포탄처럼 10미터 이상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그는 코피를 흘리며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졌다.“형님!”그 광경을 본 유룡종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강력한 엄기준이 한 방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유룡종 최강의 천재인 대선배도 이런 능력이 없을 것이다.“저 녀석 대체 어디 출
“서지석, 상대는 나다.”연우혁은 동시에 검을 뽑아 서지석의 앞길을 막았다.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졌다.서지석은 온 마음을 다해 도우려 했지만 두 대문파의 합동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유룡종 제자들이 유진우에게 달려드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유진우가 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퍽퍽”두 번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렸고 유룡종 제자 두 명이 유진우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유진우는 한 손으로 한 명씩, 총 두 명을 날려 버렸다. 그들은 땅에 나뒹굴며 정신을 잃고 일어설 수 없었다.모든 일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고 거의 반응할 틈도 없이 벌어졌다.“어?”서지석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룡종 제자들은 백 명 중 한 명을 뽑는 엘리트 무사들이었고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유진우는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유룡종 엘리트 제자 두 명을 제압했다. 그의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추측되었고 대문파에서도 손꼽히는 제자 수준이었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서지석뿐만 아니라 연우혁, 엄기준도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유진우가 무문무파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첫 대면에서 유룡종의 엘리트 제자 두 명을 해치운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흥! 인정할 수밖에 없군. 너 실력이 꽤 있구나. 어쩐지 그렇게 거만하다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엄기준은 천천히 재킷을 벗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원래는 너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기회를 놓쳤어. 내 두 제자를 다치게 했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왜? 무서워? 이미 늦었어!”엄기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