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집주인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무시하고 루트를 향해 걸어갔다.루트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 루트는 이진과 이건이 레스토랑에 나타났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분명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방금 루트는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그들의 짓일 거다.루트는 기회를 찾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을 알아내려고 했는데 마침 집주인이 나타난 거다.그들이 자신의 방금 전의 난처한 모습을 봤다는 생각에 루트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방금부터 계속 절 따라오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시죠?”이진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해커 신분을 그에게 알려줬다.루트는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손으로 이진을 가리켰다.“당, 당신이 정말.”이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제가 바로 그 해커예요. 저희가 국제 해커 순위에서 대등한 상대라는 건 인정해요. 심지어 당신이 저보다 대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봐요.”루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여자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이건은 한쪽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루트를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이 녀석, 설마 날 못 본 척하는 거야? 감히 내 앞에서 대놓고 내 아내를 훑어보다니?’하지만 루트가 놀라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현재 그가 알기로는 국제 해커 순위 10위 안에 이미 신분을 공개한 해커 중에는 아직 여자 해커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이진은 그가 본 첫 번째 여자 해커였다.루트는 그와 국제 차트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하던 해커가 여자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결국 루트는 이진의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당신은 분명 그분을 사칭하고 있는 거겠죠! 차라리 증거라도 보여주세요.”이진이 인정사정없이 부정당하는 것을 보자 이건은 화가 나서 입을 열려고 했는데 이진이 그를 가로막았다.이진은 가방에서 검은 글씨가 촘촘히 적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상 이진도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지금 많은 돈이 필요해서 이영 씨를 도와 제 회사에 손을 대신 거죠?”루트는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전 과거 따위 따지지 않고 루트 씨를 도와드릴게요. 제 조건은 바로 이영 씨와 협력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저희 회사에 출근하시길 바랍니다. 루트 씨가 저희 회사에 들어오신다면 가장 좋은 설비는 물론 이영이 주지 못할 만큼 좋은 대우를 드릴 겁니다.” 루트는 이진이 먼저 제기했던 요구는 예측했으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자신을 스카우트할 줄을 전혀 몰랐다.루트는 이진의 회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은 확실히 루트의 해커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게다가 이진이 있다면 루트는 반드시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진이 제시한 후한 조건에 대해 루트는 매우 설레었지만 이것은 분명 고객을 배신하는 것이다.루트의 해커 신분을 보았을 때 이영은 거리낌 없이 버려도 되는 고객이었다. 게다가 이 업계에서는 누가 돈을 더 많이 주느냐가 더 중요했다.하지만 루트는 고려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루트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이진도 조급해하진 않고는 자신의 명함을 루트에게 건넸다.“시간은 충족히 드릴 테니 결정을 내리신 뒤 이 번호에 연락을 주시죠.”이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또 덧붙여 말했다.“저희 회사의 이익을 위해 루트 씨께서 심어 놓으신 기밀 누설 시스템은 이미 해독해 두었어요. 만약 자신의 계정에 소식이 없다는 걸 이영이 발견한다면 분명 루트 씨를 찾을 것이니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요. 정확한 선택을 하시 길 바랍니다.”이진이 루트를 쳐다보는 눈빛은 의미심장했다.이진은 이 말을 마치고는 아직도 골목에 쓰러져있는 집주인을 매정하게 걷어차 깨우고는 돈을 몇 장 던졌다.“이건 방금 저 소년의 이번 달 집세예요. 제가 먼저 대신 냈으니 다시
시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진아, 왜 이렇게 나한테 편견이 심한 거야? 위험에 처한 널 지금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난데 왜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그냥 너 같은 놈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이진은 비꼬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시혁을 보았다.시혁은 이 말을 듣자 조금 화가 난 듯해 보였다. 그러나 시혁은 여전히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을 보였고 입가의 미소를 매우 따뜻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흑심이 가득한 미소였다.이진도 그의 표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내가 한시혁을 잘 알지 않았더라면 방금 그 말들을 믿었겠지?’“난 정말 이해가 안 돼. 윤이건이 도대체 왜 좋은 거야? 그놈이 줄 수 있는 건 나도 모두 줄 수 있어. 게다가 난 윤이건이 못하는 것도 할 수 있어. 지금처럼 네가 위험할 때 가장 먼저 네 곁에 있어주는 사람은 나잖아.”시혁은 이건의 회사에 긴급회의가 열려 한동안 이곳에 나타나지 못한 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이건의 회의가 끝날 때쯤은 이곳도 끝났을 것이다.이진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도 그분은 항상 달려올 거야. 안 그래? 그분이 조금 늦게 오더라도 머릿속에 사람을 어떻게 해칠지 가득 찬 너보다는 훨씬 나아.”이진은 이 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시혁을 상대하지 않은 채 사방을 둘러보며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방법을 찾았다.이진은 곧 엘리베이터 왼쪽에서 구조 요청 버튼을 찾았다.이진이 버튼을 눌러 구조를 요청하려던 참에 시혁은 일부러 이진과 맞서려는 것처럼 먼저 자신의 몸으로 그 버튼을 가로막았다.이진은 이미 주먹을 꽉 쥐고 있었는데 지금의 처지를 생각해서 시혁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는 충동을 참았다.“비켜, 난 너 같은 놈 이랑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시혁은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좋아, 나랑 데이트하기로 약속한다면 바로 비켜 줄게.”시혁은 또 그럴듯한 표정으로 이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비록 넌 결혼했던 몸이지만 난
이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미친 듯이 이진을 문 쪽에 가두고는 이진의 붉은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리고 즉시 이진을 품에 꽉 안은 채 자신의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정말 왜 이렇게 날 걱정하게 만드는 거야! 방금 정말 너 때문에 놀라 죽을 뻔했어! 방금 밑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불이 켜지지 않았고 한시혁의 차가 부근에 주차되어 있어 혹시나 싶어 찾아갔던 건데 모든 계단을 찾아봐도 네가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보았는데 디스플레이가 꺼져 있어 네가 혹시나 엘리베이터에 갇힌 건 아닌가 싶어 서둘러 사람을 찾아 널 구한 거야.”이진은 조용히 이건을 껴안고는 손으로 가볍게 이건의 등을 두드리며 그를 다독였다.조용한 방 안에서 이진은 이건의 낮고 허스키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시냇물이 천천히 흐르는 소리와 같았다.이건의 차분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안긴 몸을 통해 이진에게 들려왔다.이진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어 가볍게 입을 열었다.“이건 씨.”이진은 갑자기 자신의 목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느꼈는데 뭔가 뜨거운 액체가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같았다.이진은 놀란 마음에 손을 들어 이건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우시는 거예요?”이건은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이진의 손을 잡아 자신이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어루만지도록 했다. “이제 알겠어? 난 그동안 남자로서 눈물 따위는 쉽게 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도 모자라 그녀의 옆에 흑심을 품은 남자가 있다는 것에 정말 무너지고 말았어.”이진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눈앞의 이건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이진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기억했으면 해. 만약 널 잃게 된다면 난 울뿐만 아니라 미쳐버릴 수도 있어.”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의 손을 풀어주고는 두 손으로 이진의 어깨를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까 늘 내 옆에서 건강하게 있을 거라고 약속해!”“네, 약속
이진은 눈썹을 가볍게 찡긋거리더니 대담한 추측을 했다.‘신의라고? 설마.’이런 생각에 이진은 루트와 시간을 약속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이튿날, 이진은 이건과 함께 또다시 루트가 일하는 그 레스토랑을 찾아갔다.이진은 루트를 보자마자 떠보듯이 물었다.“이영 씨가 신의의 이름에 대해 알려드린 적 있나요?”루트는 두 글자를 말했는데 그건 역시 이진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번쩍이고는 이건을 쳐다보았는데 두 사람은 모두 웃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라면 이 일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다.왜냐하면 이영이 루트에게 알려준 그 신의가 이진이기 때문이다!이진은 이 신분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었기에 이진의 의사 신분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그렇다면 이영은 절대로 신의의 진짜 신분을 알 리가 없었고 연락방식은 더욱 있을 리가 없었다.이런 상황에 이영이 허풍을 떨 수 있었던 건 루트가 그만큼 애절했기 때문이다.불쌍한 루트는 할머니를 구하는 데만 전념하였기에 이영한테 속은 것이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웃음은 이영에 대한 경멸과 루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섞여 있었다.이진이 웃음을 터뜨리자 루트는 호기심을 금치 못하고 물었다.“왜 웃으시는 거죠?”이진은 입을 오므리더니 루트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직접 밝히진 않으려고 했다.이진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이영 씨한테 정말 신의의 연락처가 있긴 한가요? 이영 씨와 이렇게 오랫동안 합작하셨는데 신의에 관한 단서를 드린 적이 있나요?”이진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루트가 스스로 생각하게 내버려 뒀다.이진의 말을 들은 루트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이영 씨가 절 속이고 있다는 건가요?”이진은 루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루트는 이영과 합작했던 과정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이영은 그저 처음에 신의의 이름을 말해준 뒤 더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매번 루트가 물어볼 때마다 이영은
이진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오늘 직접 나타나 그를 도우려고 했던 거다.루트는 흔치 않은 인재였는데 어리석은 이영이 루트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다.이진의 최종 목적은 루트를 자신의 회사로 들이는 것인데 그전에 루트의 할머니를 도와주는 게 먼저였다.루트가 가려는 것을 보자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루트를 불렀다.“절 믿어 주신 다면 제가 신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루트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다시 돌아서서 이진을 향해 걸어왔다.루트는 다시 희망을 찾기라도 한 듯이 눈을 반짝였다.레스토랑 안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루트는 이진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방금 한 말씀 사실이에요? 정말 신의를 찾으실 수 있어요?”루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또다시 의기소침해졌다.“진짜 신의를 찾으셨다고 해도 신의께서 절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이진은 정중하게 약속을 했다.“제가 장담하는데 전 신의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루트 씨의 할머니를 무료로 진찰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요.”루트는 이 말을 듣자 미친 듯이 기뻐하였다. 정말 이진의 말대로 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이진은 루트의 은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이진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루트는 얼마 전에 이영한테도 이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그때의 루트는 순진하게 이영이 정말 할머니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기극에 불과했던 거다.그래서 이번에 루트는 누구도 쉽게 믿지 않으려고 했다.이런 생각에 루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전 더 이상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보나 마나 두 분 모두 절 이용하려는 거겠죠.”루트는 아직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떠올리더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루트는 고개를 힘껏 저으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전 당신들이 이복자매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씨 가문은 모두 사기꾼들인가 봐요!”결국 루트는 믿을
다음날 아침 이진은 일찍 깨어났다.그녀는 어제 Root와 오늘 아침에 ‘신의’를 데리고 그의 할머니 병세를 보러 갈 거라고 약속했다.곁에서 아직 잠들어 있는 남자를 보고 이진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였다.잠자는 윤이건은 옆이 비어 있는 것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아직 잠에 덜 깨어난 모습으로 긴 팔을 뻗어 이진을 다시 끌어당겼다.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웃었다.그녀는 흐트러졌지만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얼굴에 가볍게 키스했고, 윤이건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손을 놓았다.한 시간쯤 후에 윤이건도 일어났다.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익숙한 그녀의 모습은 찾지 못했고 식탁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이것은 이진이 떠나기 전에 남긴 것이다.“이건 씨, 아침은 제가 해 놓았고요, 부엌 밥솥에 넣어놓고 보온하고 있으니 일어나 아침 먹고 회사 출근해요.”윤이건은 마음속으로 크게 감동하였다.‘역시 내 부인.’한편 이진은 빈민가에 도착했고 지난번Root미행했던 기억으로 여러 개의 허름한 골목길을 헤집고 마침내 Root의 집을 찾았다.Root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이진을 봤을 때 그의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이진 손에 든 약상자를 보고 두 사람의 약속을 떠올리고는 정신을 차렸다.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진을 자신의 작은 방으로 초대했다.“신의가 오신다고 해서 제가 어제 특별히 방 청소했어요. 봐 보세요 깨끗한지, 그 신의 친구분이 마음에 들어 할가요?”Root는 분명 그의 눈앞에 있는 이진이가 그들이 오랫동안 언급해 온 '신의'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예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요.” Root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에게 질문했다.“근데 신의는 언제 오시나요?”신의가 오면 할머니 병을 고칠 수 있고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끝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Root도 많이 기뻤다.이
이진은 도구를 치우면서 Root에게 말했다.“마침 저도 가볼 일이 있어서 같이 갑시다. 비행기 티켓은 비서한테 예약해 놓으라고 할게요. 어떤 가요?” 새로 개발한 창산고원 지역은 현재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머지않아 이 땅은 분명 매우 경쟁력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되었다. 그래서 이진도 항상 땅을 노려보고 있었다.이번 기회를 빌어서 이진도 현지에 가서 땅의 시장가치를 잘 확인하려고 하였다.이진의 제안을 들은 Root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어차피 백 년 된 성학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이진이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그리고 이것이 그가 이진의 진영에 합류한 것을 의미하는지는 이젠 중요하지 않다.“알았어요, 출발 시간이 정해지면 알려줄게요.”이진은 회사에 다른 볼일이 있어 Root의 집에 많이 머물지 않았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곧장 떠났다.한편 윤이건은 이미 아침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그의 앞에는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번쩍이는 스크린에는 그가 결재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회의록이 자세히 보였다.윤이건의 두 눈은 이렇게 멍하니 위의 검은 글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은 다른 곳에 팔고 있었다.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아침 이진이 남긴 아침식사를 되새겼다.‘샌드위치 정말 맛있었는데…….’따뜻한 우유도 그가 평소 마시던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한 것 같았다.그리고 어젯밤, 이진의 작은 입고 향긋하고 달콤했다.윤이건의 생각은 점점 멀어져갔고, 낮 12시가 되어 컴퓨터 안의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바로 일어서서 의자 등받이에 있는 양복 외투를 집어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이진을 찾아가 같이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다.윤이건은 차를 몰고 질주하여 곧 회사에 도착했지만 강해란을 통해 이진이 아직 회의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진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는 강해란이 소식을 전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대신 이진을 놀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