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도구를 치우면서 Root에게 말했다.“마침 저도 가볼 일이 있어서 같이 갑시다. 비행기 티켓은 비서한테 예약해 놓으라고 할게요. 어떤 가요?” 새로 개발한 창산고원 지역은 현재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머지않아 이 땅은 분명 매우 경쟁력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되었다. 그래서 이진도 항상 땅을 노려보고 있었다.이번 기회를 빌어서 이진도 현지에 가서 땅의 시장가치를 잘 확인하려고 하였다.이진의 제안을 들은 Root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어차피 백 년 된 성학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이진이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그리고 이것이 그가 이진의 진영에 합류한 것을 의미하는지는 이젠 중요하지 않다.“알았어요, 출발 시간이 정해지면 알려줄게요.”이진은 회사에 다른 볼일이 있어 Root의 집에 많이 머물지 않았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곧장 떠났다.한편 윤이건은 이미 아침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그의 앞에는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번쩍이는 스크린에는 그가 결재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회의록이 자세히 보였다.윤이건의 두 눈은 이렇게 멍하니 위의 검은 글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은 다른 곳에 팔고 있었다.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아침 이진이 남긴 아침식사를 되새겼다.‘샌드위치 정말 맛있었는데…….’따뜻한 우유도 그가 평소 마시던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한 것 같았다.그리고 어젯밤, 이진의 작은 입고 향긋하고 달콤했다.윤이건의 생각은 점점 멀어져갔고, 낮 12시가 되어 컴퓨터 안의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바로 일어서서 의자 등받이에 있는 양복 외투를 집어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이진을 찾아가 같이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다.윤이건은 차를 몰고 질주하여 곧 회사에 도착했지만 강해란을 통해 이진이 아직 회의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진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는 강해란이 소식을 전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대신 이진을 놀라게
윤이건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진을 품에 안았다.이진은 윤이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코웃음 하였다.“환절기라 흩날리는 꽃들이 참 많네요!”‘질투했네, 근데 아니라고, 여자들이란!’근데 이런 이진도 윤이건에게 치명적인 유혹이다.윤이건은 몸을 숙이고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여자의 부드러운 어깨너머에 묻은 다음 입가를 헤벌리고 혼자 슬그머니 웃었다.이때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창산고원 그 프로젝트 며칠 동안 현장 조사를 갈 거예요. 마침 Root 할머니를 치료할 벽년성학연도 거기에 있으니 그것도 찾아와야 되고요.”“제가 집에 없는 동안 몸조리 잘하고 밥 잘 챙겨 먹어요.”그 말에 윤이건은 미소가 굳어지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오전만 헤어졌는데도 이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도 제대로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 며칠이면 아예 그리워 죽을 수도 있다.‘나 짝사랑 안 해, 며칠이라도 안 돼!’이진이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나 현장 조사 가는 거예요. 할머니 치료 약도 찾아야 하고, 놀러간 거 아니거든요.”“알아. 나도 그냥 가는 게 아니야. 나 경험 있어. 프로젝트 분석도 도와줄 수 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거야.”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너 혼자 보내기에는 그 산이 너무 위험해, 난 널 지키고 싶어.”“나 거기 가본적이 있으니까 너희들 가이드도 될 수 있어.”이렇게까지 말하니 이진도 더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사실 이진도 마음속으로 윤이건이 함께 가기를 바랬지만 그에게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진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하였다.그러나 그 눈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과 달콤함으로 가득 차 있다.이때 마침 이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Root의 전화이다.전화를 받자마자 Root의 당황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방금 이영의 전화가 왔어요. 회사자료를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가요?”이진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이건 Root가 나랑 같은 전선에 서겠다는 뜻인가?’‘좋아!’Root와 손을
이 말을 들은 이진과 윤이건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이건이 뭘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다른 한 승무원이 한 사람 부축하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였다. 그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걸어와 이진 옆자리에 앉았다.손님이 자리를 잡자 두 승무원의 얼굴에는 적절한 예의의 미소가 번졌다.“즐거운 여행 되십시오!”이 말을 마치자 그녀들은 자리를 떠나 다른 승객들을 도와주었다.승무원이 떠나자 넋을 잃고 있던 한시혁의 눈빛도 다시 청명을 찾고 깊어졌다. 마치 아까 눈먼 척을 하며 동정을 받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온화하고 유려했지만 이진과 윤이건 눈에는 오히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보였다.윤이건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그의 먹빛 눈동자에는 찬 빛이 번쩍였다. 이번에도 역시 한시혁이 몰래 비행기 좌석에 손을 댄 것이 분명하다.장애인인 척하면 좌석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미리 좌석을 정했더라도 그가 입을 열면 항공사 직원들은 먼저 조율해서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장애인들 앞에서 윤이건의 신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였고 항공사 직원들도 자연히 윤이건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자리를 바꾸면서 윤이건의 좌석은 일등석 맨 뒷줄로 바뀌었고, 이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있었다.이진도 그 경위를 깨닫고 이를 갈며 말했다.“넌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어. 장애인을 ‘방패’ 로 삼다니, 짐승만도 못해!”이진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한시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기만 했다. 그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참 묘한 인연이야. 나 마침 창산에 촬영하러 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가는 길에 여러모로 많이 부탁해.”윤이건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참 만에야 이 염치없는 얼굴에 잔혹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파렴치한 이 사람과 교감할 생각이 없는 윤이건은 돌아서서 승무원을 찾아갔다.“난 자리 바꾸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 장애인 아니예요.
“여러분, 이번 C타운행 비행기는 이륙했습니다…….”비행기는 곧 활주 궤도에 올라 고공으로 날아갔다.한시혁은 멀지 않은 곳의 윤이건을 돌아보며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윤이건의 눈에 비친 경고를 무시하고 한시혁은 자꾸 이진을 건드렸다.“진아, 오늘 날씨도 좋은데 내리고 나랑 밥 먹자.”“진아, 창산고원의 그 프로젝트를 조사하기 위해 C타운에 가는 거야?”“진아…….”이진은 옆에서 자꾸 자기를 ‘진’이라고 부르며 혼잣말을 하는 남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이진은 한시혁에서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약간 몸을 돌려 눈을 감고 잠자는 척하였다.하지만 한시혁은 모처럼의 이 윤이건을 쓰러뜨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한시혁은 이진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그는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가벼운 숨소리를 내더니 다음 순간 그는 이진의 귓불을 한 입에 물고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두 사람의 자세는 갑자기 애매해졌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윤이건은 이걸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만약 지금 비행 중이 아니라면 그는 분명 한시혁을 평생 동안 침대에서 보내게 죽도록 팼을 것이다.이진은 몸을 움찔하더니 문득 눈을 떴다. 그녀의 예쁜 눈에는 살의가 겹겹이 번졌다.그리고 한시혁을 향해 바로 한 주먹을 날렸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주먹이 한시혁의 아랫배에 무겁게 내려앉았다.“장애인이 되고 싶으면 내가 만들어 줄게!”“한번만 날 더 건드리면 정말 무릎 꿇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테니까. 한번 해보시던가!”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이건도 당연히 이 상황을 보았다. 한시혁의 자신의 여자에게 심하게 당한 것을 보고 그는 속으로 기뻐하였다.남은 시간 한시현은 과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진도 조용히 잠을 잘 수 있었다.두 시간 후 비행기는 무사히 창산공항에 착륙했다.그들은 VIP 통로를 빠져나왔고 한시혁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승무원의 부축을 받으며
이때 갑자기 방의 초인종이 울렸고, 이진은 윤이건이 돌아온 줄 알고 별 생각 없이 가운을 입고 문을 열었다.문을 열며 이진은 습관처럼 말했다.“돌아왔어요!”그러나 사람을 알아보고 이진 얼굴의 표정은 굳어졌다.“또 너야!”이때 한시혁은 이미 양복을 갈아입고 아름다운 장미 붓다발을 들고 문 밖에 서 있었다.앞에 가운만 입은 이 여자를 보고 한시혁은 가슴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이진의 보일 듯 말 듯한 몸매에 한시혁의 그윽한 먹빛 눈동자는 이진을 향해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그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이진은 갑자기 자신이 목욕 가운 한 벌만 입었던 것이 생각나서 화내며 문을 힘껏 닫으려고 하였다.한시혁은 다리를 쭉 뻗고 문 닫기 전에 가로 막았다.이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시혁은 이미 문밖에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고 뒤쪽 문을 밀어 닫았다.지금 이 방에는 이진과 한시혁 두 사람만 있다. ‘윤이건이 빨리 돌아오지는 않을 거고, 이진과 단둘이 방에 있다니…….’이렇게 생각하고 한시혁의 숨결은 뜨거워졌다.이진은 그의 행동을 보고 또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꽃을 힐끗 쳐다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에서 경계하는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지금 뭘 하려는 거야?”마음을 가다듬고 한시혁은 얼굴에 온화하고 유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공항에서 미안했어. 팬들이 너무 열광해서…….”이진은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하고, 손을 내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난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별일 없으면 빨리 가, 널 보고 싶지 않아.”그러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안 돼.”“팬들이 널 미는 거 봤어. 그때 내가 멀리 있지 않았더라면 널 지켜줬을 거야.”그러면서 장미꽃을 들어올렸다.한시혁은 고개를 숙이고 장미꽃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꽃다발을 이진의 앞에 내밀었다.그녀의 예쁜 눈동자에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마침 한시혁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방 문틈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방 열쇠가 긁히
한시혁은 이를 악물고 불쾌감을 참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장미꽃을 주워들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진과 윤이건 두 사람만 남았고 굳어진 분위기도 한순간에 다시 뜨거워졌다.윤이건은 싸늘한 기운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가운을 입은 여자의 섹시한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왜요…….”이진은 그의 먹빛 눈동자에 약간 부끄러워하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윤이건의 눈을 가렸다.“나쁜 놈!”윤이건은 이진의 허리를 집고 그대로 그녀를 문에 기대게 하였다. 여자의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를 만지던 그는 즐기며 손을 떼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는 이진의 어깨너머에 턱을 얹었다. 코끝에는 샤워젤과 샴푸향이 감돌았다. 윤이건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다소 억울한 듯 말했다.“나 방금 한시혁이 너를 안는 걸 봤어.”말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여 손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일부러 당신을 화나게 한 거예요. 나 아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짧은 설명이다. 그러나 이진은 윤이건이 자기를 믿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알아.”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무룩했다.“난 그냥 그 자식이 널 가까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터치하는 거는 더욱 싫어. 정말 싫어 죽겠어…….”윤이건의 갑작스러운 애교에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인식하고 웃으며 윤이건을 놀렸다.“방금 사람을 때리던 그 기세 어디 갔죠?”“뭐 남자 답기는 해요!”“나 원래 상남자거든…….”이진이 그를 비웃는 것을 느끼자 윤이건은 다시 냉담하게 흥얼거렸다.“나 지금 괴로워 죽겠는데, 넌 이렇게 빈정대도 되는 거야!”그리고 윤이건은 손을 내밀어 옆에서 빈정대고 있는 어느 한 여자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었다.이진은 끙끙거렸고 이어 아리송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과 하얀 이빨 사이로 넘쳐흘렀다.그 소리에 윤이건의 그윽한 눈동자가 번뜩이자 갑자기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 꿈틀거렸다.“너 정말 나쁜 여자야!”남자는 이를 악물고 몸
약속에 따라 아침을 먹은 후, 이진, 윤이건, Root는 호텔 입구에서 만났다.이진은 보바마자 Root는 예절 바르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좋은 아침입니다.”그리고 이진 목에 가로세로로 엇갈린 키스 자국을 한눈에 보았다.Root는 비록 아직 남녀사이의 일을 잘 모르지만 무슨 뜻인 거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 이진과 윤이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았다.Root는 재빨리 눈을 떼고 또 몇 번 가볍게 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감추었다.그들은 차례로 짐을 전용차의 트렁크에 넣고 점검한 후 차를 타고 창산 고원으로 출발했다.전용열차는 도심에서 벗어나 창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 우회도로로 향했다.최근 몇 년 동안 산맥의 부지가 계속 개발되었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창산의 풍경과 환경 자원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조사하러 왔기 때문에 이곳의 도로는 일찍이 완성되었고 매우 평평하고 걷기 좋았다.처음에는 몇 사람 모두 불편한 점이 없었다.그러나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Root는 점점 힘들어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뒤집히는 증상까지 느끼기 시작했다.차를 너무 빨리 몰아서 그런 줄 알고 이진은 운전사에게 천천히 운전하라고 잘 부탁했다.해발 2500m 지점에서 전용차가 달리자 Root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이 상황을 본 전용 차 운전사도 감히 더 높은 곳으로 차를 몰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이지은 급히 차에서 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아이 곁으로 돌아가 그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Root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입가에는 가끔 흰 거품이 흘러내리기도 했다.이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Root는 분명 고산병이다.지금의 해발고도에서 병원에 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그때쯤이면 Root의 증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다행히 이진은 의술이 뛰어나 응급처치를 할 줄 알았다.이진이 Root를 도와주려고 할 때 윤이건은 트렁크에서 산소통을 구해 Root의 곁으로 몇 걸음 다
이건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잔잔한 시냇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말투가 이진을 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이진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이건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그가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땐 아직 도로가 채 건설되지 않아, 지금처럼 차로 올라갈 수 없었어. 그 당시 산에 올라가기 위해 하루 종일 걸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발에 물집이 생겨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어. 결국 눈을 조금 녹여 발에 발라, 물집이 좀 가라앉은 후에 다시 산을 올랐어.”이건의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그가 여태껏 알고 있던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이기도 했다.특히 루트가 알고 있던 이건은 늘 차갑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그런 이건이 쪼그리고 앉아 루트에게 자신의 재미있는 추억들을 들려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루트는 이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윤 대표님께서는 아시는 게 정말 많으시네요.”그리고 재밌는 사람이기도 했다.이진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흐뭇한 표정으로 이건을 보고 있었다.그들은 한참 쉬고는 다시 출발했다.루트는 몸이 많이 나아졌기에 가는 길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모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였다.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갑자기 고장 나 눈 속에 갇힌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이건과 이진은 차를 에워싸고 한바탕 검사를 해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저희를 산속에 갇히기 위해 누군가가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일부러 저희 차를 고장 냈어요.”이건은 한쪽으로 가서 구조 전화를 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구조대는 큰 눈 때문에 길이 막혀 내일이 되어야 저희를 구하러 올라올 수 있답니다.”“그렇다면.”이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같은 차에 탄 운전기사가 C 타운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은 애초에 C 타운의 지역과 도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