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미친 듯이 이진을 문 쪽에 가두고는 이진의 붉은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리고 즉시 이진을 품에 꽉 안은 채 자신의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정말 왜 이렇게 날 걱정하게 만드는 거야! 방금 정말 너 때문에 놀라 죽을 뻔했어! 방금 밑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불이 켜지지 않았고 한시혁의 차가 부근에 주차되어 있어 혹시나 싶어 찾아갔던 건데 모든 계단을 찾아봐도 네가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보았는데 디스플레이가 꺼져 있어 네가 혹시나 엘리베이터에 갇힌 건 아닌가 싶어 서둘러 사람을 찾아 널 구한 거야.”이진은 조용히 이건을 껴안고는 손으로 가볍게 이건의 등을 두드리며 그를 다독였다.조용한 방 안에서 이진은 이건의 낮고 허스키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시냇물이 천천히 흐르는 소리와 같았다.이건의 차분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안긴 몸을 통해 이진에게 들려왔다.이진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어 가볍게 입을 열었다.“이건 씨.”이진은 갑자기 자신의 목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느꼈는데 뭔가 뜨거운 액체가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같았다.이진은 놀란 마음에 손을 들어 이건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우시는 거예요?”이건은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이진의 손을 잡아 자신이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어루만지도록 했다. “이제 알겠어? 난 그동안 남자로서 눈물 따위는 쉽게 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도 모자라 그녀의 옆에 흑심을 품은 남자가 있다는 것에 정말 무너지고 말았어.”이진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눈앞의 이건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이진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기억했으면 해. 만약 널 잃게 된다면 난 울뿐만 아니라 미쳐버릴 수도 있어.”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의 손을 풀어주고는 두 손으로 이진의 어깨를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까 늘 내 옆에서 건강하게 있을 거라고 약속해!”“네, 약속
이진은 눈썹을 가볍게 찡긋거리더니 대담한 추측을 했다.‘신의라고? 설마.’이런 생각에 이진은 루트와 시간을 약속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이튿날, 이진은 이건과 함께 또다시 루트가 일하는 그 레스토랑을 찾아갔다.이진은 루트를 보자마자 떠보듯이 물었다.“이영 씨가 신의의 이름에 대해 알려드린 적 있나요?”루트는 두 글자를 말했는데 그건 역시 이진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번쩍이고는 이건을 쳐다보았는데 두 사람은 모두 웃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라면 이 일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다.왜냐하면 이영이 루트에게 알려준 그 신의가 이진이기 때문이다!이진은 이 신분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었기에 이진의 의사 신분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그렇다면 이영은 절대로 신의의 진짜 신분을 알 리가 없었고 연락방식은 더욱 있을 리가 없었다.이런 상황에 이영이 허풍을 떨 수 있었던 건 루트가 그만큼 애절했기 때문이다.불쌍한 루트는 할머니를 구하는 데만 전념하였기에 이영한테 속은 것이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웃음은 이영에 대한 경멸과 루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섞여 있었다.이진이 웃음을 터뜨리자 루트는 호기심을 금치 못하고 물었다.“왜 웃으시는 거죠?”이진은 입을 오므리더니 루트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직접 밝히진 않으려고 했다.이진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이영 씨한테 정말 신의의 연락처가 있긴 한가요? 이영 씨와 이렇게 오랫동안 합작하셨는데 신의에 관한 단서를 드린 적이 있나요?”이진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루트가 스스로 생각하게 내버려 뒀다.이진의 말을 들은 루트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이영 씨가 절 속이고 있다는 건가요?”이진은 루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루트는 이영과 합작했던 과정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이영은 그저 처음에 신의의 이름을 말해준 뒤 더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매번 루트가 물어볼 때마다 이영은
이진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오늘 직접 나타나 그를 도우려고 했던 거다.루트는 흔치 않은 인재였는데 어리석은 이영이 루트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다.이진의 최종 목적은 루트를 자신의 회사로 들이는 것인데 그전에 루트의 할머니를 도와주는 게 먼저였다.루트가 가려는 것을 보자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루트를 불렀다.“절 믿어 주신 다면 제가 신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루트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다시 돌아서서 이진을 향해 걸어왔다.루트는 다시 희망을 찾기라도 한 듯이 눈을 반짝였다.레스토랑 안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루트는 이진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방금 한 말씀 사실이에요? 정말 신의를 찾으실 수 있어요?”루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또다시 의기소침해졌다.“진짜 신의를 찾으셨다고 해도 신의께서 절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이진은 정중하게 약속을 했다.“제가 장담하는데 전 신의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루트 씨의 할머니를 무료로 진찰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요.”루트는 이 말을 듣자 미친 듯이 기뻐하였다. 정말 이진의 말대로 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이진은 루트의 은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이진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루트는 얼마 전에 이영한테도 이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그때의 루트는 순진하게 이영이 정말 할머니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기극에 불과했던 거다.그래서 이번에 루트는 누구도 쉽게 믿지 않으려고 했다.이런 생각에 루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전 더 이상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보나 마나 두 분 모두 절 이용하려는 거겠죠.”루트는 아직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떠올리더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루트는 고개를 힘껏 저으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전 당신들이 이복자매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씨 가문은 모두 사기꾼들인가 봐요!”결국 루트는 믿을
다음날 아침 이진은 일찍 깨어났다.그녀는 어제 Root와 오늘 아침에 ‘신의’를 데리고 그의 할머니 병세를 보러 갈 거라고 약속했다.곁에서 아직 잠들어 있는 남자를 보고 이진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였다.잠자는 윤이건은 옆이 비어 있는 것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아직 잠에 덜 깨어난 모습으로 긴 팔을 뻗어 이진을 다시 끌어당겼다.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웃었다.그녀는 흐트러졌지만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얼굴에 가볍게 키스했고, 윤이건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손을 놓았다.한 시간쯤 후에 윤이건도 일어났다.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익숙한 그녀의 모습은 찾지 못했고 식탁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이것은 이진이 떠나기 전에 남긴 것이다.“이건 씨, 아침은 제가 해 놓았고요, 부엌 밥솥에 넣어놓고 보온하고 있으니 일어나 아침 먹고 회사 출근해요.”윤이건은 마음속으로 크게 감동하였다.‘역시 내 부인.’한편 이진은 빈민가에 도착했고 지난번Root미행했던 기억으로 여러 개의 허름한 골목길을 헤집고 마침내 Root의 집을 찾았다.Root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이진을 봤을 때 그의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이진 손에 든 약상자를 보고 두 사람의 약속을 떠올리고는 정신을 차렸다.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진을 자신의 작은 방으로 초대했다.“신의가 오신다고 해서 제가 어제 특별히 방 청소했어요. 봐 보세요 깨끗한지, 그 신의 친구분이 마음에 들어 할가요?”Root는 분명 그의 눈앞에 있는 이진이가 그들이 오랫동안 언급해 온 '신의'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예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요.” Root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에게 질문했다.“근데 신의는 언제 오시나요?”신의가 오면 할머니 병을 고칠 수 있고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끝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Root도 많이 기뻤다.이
이진은 도구를 치우면서 Root에게 말했다.“마침 저도 가볼 일이 있어서 같이 갑시다. 비행기 티켓은 비서한테 예약해 놓으라고 할게요. 어떤 가요?” 새로 개발한 창산고원 지역은 현재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머지않아 이 땅은 분명 매우 경쟁력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되었다. 그래서 이진도 항상 땅을 노려보고 있었다.이번 기회를 빌어서 이진도 현지에 가서 땅의 시장가치를 잘 확인하려고 하였다.이진의 제안을 들은 Root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어차피 백 년 된 성학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이진이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그리고 이것이 그가 이진의 진영에 합류한 것을 의미하는지는 이젠 중요하지 않다.“알았어요, 출발 시간이 정해지면 알려줄게요.”이진은 회사에 다른 볼일이 있어 Root의 집에 많이 머물지 않았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곧장 떠났다.한편 윤이건은 이미 아침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그의 앞에는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번쩍이는 스크린에는 그가 결재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회의록이 자세히 보였다.윤이건의 두 눈은 이렇게 멍하니 위의 검은 글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은 다른 곳에 팔고 있었다.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아침 이진이 남긴 아침식사를 되새겼다.‘샌드위치 정말 맛있었는데…….’따뜻한 우유도 그가 평소 마시던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한 것 같았다.그리고 어젯밤, 이진의 작은 입고 향긋하고 달콤했다.윤이건의 생각은 점점 멀어져갔고, 낮 12시가 되어 컴퓨터 안의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바로 일어서서 의자 등받이에 있는 양복 외투를 집어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이진을 찾아가 같이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다.윤이건은 차를 몰고 질주하여 곧 회사에 도착했지만 강해란을 통해 이진이 아직 회의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진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는 강해란이 소식을 전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대신 이진을 놀라게
윤이건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진을 품에 안았다.이진은 윤이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코웃음 하였다.“환절기라 흩날리는 꽃들이 참 많네요!”‘질투했네, 근데 아니라고, 여자들이란!’근데 이런 이진도 윤이건에게 치명적인 유혹이다.윤이건은 몸을 숙이고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여자의 부드러운 어깨너머에 묻은 다음 입가를 헤벌리고 혼자 슬그머니 웃었다.이때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창산고원 그 프로젝트 며칠 동안 현장 조사를 갈 거예요. 마침 Root 할머니를 치료할 벽년성학연도 거기에 있으니 그것도 찾아와야 되고요.”“제가 집에 없는 동안 몸조리 잘하고 밥 잘 챙겨 먹어요.”그 말에 윤이건은 미소가 굳어지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오전만 헤어졌는데도 이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도 제대로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 며칠이면 아예 그리워 죽을 수도 있다.‘나 짝사랑 안 해, 며칠이라도 안 돼!’이진이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나 현장 조사 가는 거예요. 할머니 치료 약도 찾아야 하고, 놀러간 거 아니거든요.”“알아. 나도 그냥 가는 게 아니야. 나 경험 있어. 프로젝트 분석도 도와줄 수 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거야.”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너 혼자 보내기에는 그 산이 너무 위험해, 난 널 지키고 싶어.”“나 거기 가본적이 있으니까 너희들 가이드도 될 수 있어.”이렇게까지 말하니 이진도 더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사실 이진도 마음속으로 윤이건이 함께 가기를 바랬지만 그에게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진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하였다.그러나 그 눈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과 달콤함으로 가득 차 있다.이때 마침 이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Root의 전화이다.전화를 받자마자 Root의 당황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방금 이영의 전화가 왔어요. 회사자료를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가요?”이진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이건 Root가 나랑 같은 전선에 서겠다는 뜻인가?’‘좋아!’Root와 손을
이 말을 들은 이진과 윤이건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이건이 뭘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다른 한 승무원이 한 사람 부축하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였다. 그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걸어와 이진 옆자리에 앉았다.손님이 자리를 잡자 두 승무원의 얼굴에는 적절한 예의의 미소가 번졌다.“즐거운 여행 되십시오!”이 말을 마치자 그녀들은 자리를 떠나 다른 승객들을 도와주었다.승무원이 떠나자 넋을 잃고 있던 한시혁의 눈빛도 다시 청명을 찾고 깊어졌다. 마치 아까 눈먼 척을 하며 동정을 받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온화하고 유려했지만 이진과 윤이건 눈에는 오히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보였다.윤이건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그의 먹빛 눈동자에는 찬 빛이 번쩍였다. 이번에도 역시 한시혁이 몰래 비행기 좌석에 손을 댄 것이 분명하다.장애인인 척하면 좌석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미리 좌석을 정했더라도 그가 입을 열면 항공사 직원들은 먼저 조율해서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장애인들 앞에서 윤이건의 신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였고 항공사 직원들도 자연히 윤이건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자리를 바꾸면서 윤이건의 좌석은 일등석 맨 뒷줄로 바뀌었고, 이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있었다.이진도 그 경위를 깨닫고 이를 갈며 말했다.“넌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어. 장애인을 ‘방패’ 로 삼다니, 짐승만도 못해!”이진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한시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기만 했다. 그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참 묘한 인연이야. 나 마침 창산에 촬영하러 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가는 길에 여러모로 많이 부탁해.”윤이건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참 만에야 이 염치없는 얼굴에 잔혹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파렴치한 이 사람과 교감할 생각이 없는 윤이건은 돌아서서 승무원을 찾아갔다.“난 자리 바꾸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 장애인 아니예요.
“여러분, 이번 C타운행 비행기는 이륙했습니다…….”비행기는 곧 활주 궤도에 올라 고공으로 날아갔다.한시혁은 멀지 않은 곳의 윤이건을 돌아보며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윤이건의 눈에 비친 경고를 무시하고 한시혁은 자꾸 이진을 건드렸다.“진아, 오늘 날씨도 좋은데 내리고 나랑 밥 먹자.”“진아, 창산고원의 그 프로젝트를 조사하기 위해 C타운에 가는 거야?”“진아…….”이진은 옆에서 자꾸 자기를 ‘진’이라고 부르며 혼잣말을 하는 남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이진은 한시혁에서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약간 몸을 돌려 눈을 감고 잠자는 척하였다.하지만 한시혁은 모처럼의 이 윤이건을 쓰러뜨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한시혁은 이진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그는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가벼운 숨소리를 내더니 다음 순간 그는 이진의 귓불을 한 입에 물고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두 사람의 자세는 갑자기 애매해졌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윤이건은 이걸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만약 지금 비행 중이 아니라면 그는 분명 한시혁을 평생 동안 침대에서 보내게 죽도록 팼을 것이다.이진은 몸을 움찔하더니 문득 눈을 떴다. 그녀의 예쁜 눈에는 살의가 겹겹이 번졌다.그리고 한시혁을 향해 바로 한 주먹을 날렸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주먹이 한시혁의 아랫배에 무겁게 내려앉았다.“장애인이 되고 싶으면 내가 만들어 줄게!”“한번만 날 더 건드리면 정말 무릎 꿇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테니까. 한번 해보시던가!”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이건도 당연히 이 상황을 보았다. 한시혁의 자신의 여자에게 심하게 당한 것을 보고 그는 속으로 기뻐하였다.남은 시간 한시현은 과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진도 조용히 잠을 잘 수 있었다.두 시간 후 비행기는 무사히 창산공항에 착륙했다.그들은 VIP 통로를 빠져나왔고 한시혁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승무원의 부축을 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