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메뉴를 대충 보고 몇 가지 요리를 가리켰고, 나머지는 민시우가 바쁘게 움직였다.이진 옆에 앉은 윤이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내밀어 식탁 밑에서 이진의 손을 꼭 잡았다.이진은 원래 몇 번 반항했지만 윤이건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얼마만에 다시 잡은 손인데 더 잡아야지.”윤이건이 서운한 듯 말했다.뭐라고 꾸중도 할 수 없는 이진은 그냥 내버려두고 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식닥에서 이진은 윤이건과 함께 앉았고, 정희와 민시우는 그들 맞은편에 앉았고 유연서만 혼자 앉았다.마음이 불쾌한 유연서는 윤이건이 이진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또 시선을 돌려 그들이 꽉 잡은 손을 보고 미칠 것만 같이 질투하였다. 그리하여 얼굴표정도 아주 나빴다.얼마 안지나 불고기가 나왔다. 이 옥상에서는 즉석 구이를 채택하고 요리사는 손님의 메뉴에 따라 옆에 있는 그릴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요리사가 불고기 굽는 것도 볼 수 있었다.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은 이진의 얼굴을 보고 윤이건이 말했다.“이따가 많이 먹어, 내가 고기 썰어 줄게.”이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해요.”“안 돼. 너 살 빠진 거 좀 봐.”윤이건이 말이 끝나자 옆이 종업원도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이곳의 요리사 기술은 일품이고 구운 고기도 매우 맛있었다. 이진은 특급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어 맛보았는데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그녀는 칭찬의 표시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윤이건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돌아서서 그녀를 위해 더 많은 고기를 썰어 그녀의 접시에 담았다.이를 본 민시우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포착되자 몸을 돌려 쑥에게 음식을 집었다.“자, 많이 먹고 살 쪄요.”민시우가 빙그레 웃으며 정희에게 말했다.정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래도 즐겁게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이렇게 좋은 고기인데 많이 먹어줘야지.’옆에서 외톨이 유연서는 완전히 배제된 느낌이다. 비록 그녀들의 요청을 받고 왔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 속
모두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 후, 이진은 침착하게 윤이건의 옆에 앉아 우아하게 자신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었다.유연서는 자리로 돌아온 이진에게 밀려나며 달갑지 않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그녀 역시 숨을 참으며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질투에 차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이진 역시 유연서의 이상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음식을 먹었다.이진은 유연서가 아직 그 무슨 짓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연서가 간 다음 윤이건의 안색은 많이 좋아 졌고 계속 이진을 위해 고개를 세심하게 설고 소스까지 만들었다.“이거 내가 만든 소스인데 맛있을 거야, 먹어봐.”윤이건은 이진의 접시에 담긴 불고기에 소스를 뿌리며 그녀 귓가에 속삭였다.정희는 약간 감탄하며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윤이건은 정말 평소 그 냉담한 모습을 버리고 일거수일투족에서 귀족적인 기질을 한껏 드러냈지만, 모든 부드러움은 옆에 있는 이진에게만 주어지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여전히 냉담한 모습이었다.보아하니 확실히 진정한 사랑인 것 같았다. 정희는 안심하고, 곧 시큰둥한 눈으로 유연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진한테서 윤이건을 빼앗아? 어림도 없지.”민시우는 정희의 풍부한 표정을 보고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해져 고기를 썰어주기도 했다.“정희야, 이 고기 빨리 먹어봐.”민시우는 밝은 눈으로 이진을 보았다.민시우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정희는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시우가 정희에게 고기를 썰어주려고 할 때 맑은 전화벨 소리가 그의 동작을 멈추게 하였다.민시우는 약간 의심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전화를 한 사람은 그의 부하였다.다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음식을 먹었지만, 다음 순간 민시우의 얼굴빛은 순간 변했고 분노와 충격적인 얼굴로 입을 벌려 믿기지 않은 듯이 전화 저편의 계속되는 사과를 들었다.“무슨 일이예요?”정희는
다른 사람들은 이진의 설명을 듣고 크게 놀랐지만 곧 이해했고, 윤이건이 왜 이렇게 침착한지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예측대로 되었기 때문이다.“그런 거야? 그럼 왜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나 깜짝 놀랐단 말이야.”민시우가 불만을 얘기하며 자리에 앉았다.윤이건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말하지 않아도 눈치챘어야지.”그 뜻은 이진이 민시우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다.민시우는 기가 막혀 윤이건을 상대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앉아서 먹기만 하였다. 그리고 자꾸 윤이건에게 원망의 눈길을 던졌다.식사를 마친 윤이건은 일어나 이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어디 가는 거예요?”이진이가 몰라 윤이건에게 물었고 윤이건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하지는 않았지만 꽉 쥐고 있는 그 손에 이진은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꼈다.“바다가 드라이브하자.”윤이건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분이 좋은 표현이다. “드라이브? 나도 갈래.”윤이건의 말에 흥미를 느낀 민시우는 다가와 말했다.정희도 역시 함께 가고 싶어 했다. 해변에 온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해변 바람을 쐬지 못했다.정희의 기대를 눈치챈 민시우는 굳이 따라갔다.윤이건은 민시우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되찾고 양복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민시우는 재빨리 열쇠를 받고 의혹이 가득 찬 눈길로 윤이건을 보았다.“너 혼자 운전해.”윤이건은 말을 마치자 이진과 함께 차고에 있는 롤스로이스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진을 위해 조수석의 차 문을 열고 이진의 머리를 감싸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그의 세심함을 알아차린 이진은 얼굴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뒤에 민시우는 할 수 없이 다른 차에 정희와 유연서를 태웠다. 차량은 호텔을 떠나 해변의 해안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진은 창문을 열고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즐겼다. 짠내와 습한 냄새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이 아름다운 길을 감상했다.오후가 되어 온도가 조금 높았지만 다행히 날씨도
“이건 씨도 이렇게 로맨틱할 때가 있을 줄이야.”정희는 눈을 껌벅이며 윤이건이 구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에게 헬리콥터에 오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민시우는 이런 정희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이건이만 그럴 수 있나, 나도 당신을 위해 할 수 있어요.”정희는 민시우의 말에 얼굴을 내리며 답했다.“운전할 줄은 알아요?”민시우는 이제 입을 다물었다. 윤이건처럼 대단한 그가 아니기에 헬리콥터 운전은 쉽게 배울 수 없었다.이진은 자신을 극진히 초대한 윤이건을 보면서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절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데요?”“따라오면 알아.”윤이건은 모처럼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왜 내 기술 못 믿겠어?”그렇게는 생각하지 않고 윤이건의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고 이진은 약간 멍하니 있었다.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윤이건이 웃으며 말했다.“나 재산에 대해서는 이미 다 계획해 두었어, 난 올라갈 건데 넌 어쩔 거야, 따라올 자신 있어?”이진은 머뭇거리다가 윤이건의 말에 겁먹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정희에게 자신의 가방과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정말 탈 거야?”정희가 물었다. 그녀는 이진이가 윤이건의 제안을 거절할 줄 알았다.이진은 정희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그렇게 열정적으로 초대하는데 당연히 목숨 바치더라도 올라가야지.”말하고 나서 이진의 모두의 주목 아래 윤이건의 옆에 다가가 시원하게 승낙하였다.“가죠.”윤이건은 눈을 치켜들고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이진의 손을 잡고 헬리콥터에 올랐다.이를 본 유연서는 걷잡을 수 없이 앞으로 나와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정희는 재빨리 그녀를 껴안았다.“우리 다른 데도 가보자, 오랜만에 온 바다인데.”정희는 담담하게 말하며, 윤연서의 쓸쓸한 표정을 쳐다보고는 호의적이지 않다는 생각뿐이다.유연서는 정희에 의해 가로막혔고 자신이 윤이건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여전히 타협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진은 윤이건이 이 문제까지 고려했을 줄은 몰랐다.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는데,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편, 유연서는 건성으로 정희와 민시우 같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두 사람은 앞에서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지만, 혼자 뒤에 걸어가고 있는 유연서는 극도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때때로 방금 윤이건과 이진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려 유연서의 이상한 모습을 본 정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그녀 앞으로 돌아섰다.“어디 아파요?”정희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는 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유연서는 입을 비쭉거리며 답했다.“아니요, 그냥 좀 기운이 없는 것 같아요.”정희는 눈치를 채고 민시우에게 말했다.“우리 돌아갈까요? 그 두 사람도 아마 바로 호텔에 돌아갈 것 같은데 기다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요.”민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유연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두 사람이 돌아오면 윤이건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아마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정희는 유연서의 마음을 한눈에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고 결심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차에 올랐다.정희의 부축을 뿌리치지 못한 유연서는 그들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호텔에 도착한 후 여전히 분한 마음인 계속 윤이건이 호텔로 돌아왔는지 계속 주의하고 있었다.“그만 보고 얼른 들어가 쉬어요. 몸이 너무 허약한 거 같은데 돌아가 약 좀 먹어야 될 것 같네요.”정희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실은 유연서를 빨리 방으로 들어가게 재촉하고 있었다.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없이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원래 이진에 대한 대책을 다시 생각해보려 했지만, 전화 한 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기를 내어 휴대전화를 집어들고 나서야 한시혁이 전화가 아니라 낯선 전화 한 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여보세요?”유연서는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저예요.”조금 쉰 목소리를 듣고 유연서는 잠시 반응하다가 맞은편 사람
유연서가 하윤범의 전화를 끊은 후 숨을 돌리지 못하였는데 정희가 다시 와서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예요?”유연서는 두려움에 떨며 문을 열고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으며 덜 긴장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정희는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다가 무심코 말했다.“두 사람 돌아왔어요, 지금 내일 S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우리와 같이 갈래요?”묻는 말이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유연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같이 돌아갈게요.”정희는 방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곧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였다.“잠깐만, 정희 씨…….”유연서가 무엇을 말하려는 듯 그녀를 불렀다.정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의심스러운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이건이 돌아온 소식을 듣고 유연서는 속으로 궁금했지만 막상 물으려고 하니 겁이 났다.“또 무슨 일이 있죠?”정희는 약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요 며칠 유연서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쉽게 믿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정희의 감정을 알아차린 유연서는 입술을 깨물고 방으로 돌아와 약을 꺼내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오늘 해변에서 돌아온 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던데, 이건 전에 준 약이예요, 미리 먹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유연서가 말했다.조금 놀란 정희는 그래도 그 약을 받고는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요, 별일 없으면 저 이만 돌아갈게요.”유연서가 머리를 끄덕이고 정희가 떠난 후 문을 닫았다.“돌아가야 하네.”유연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눈빛에는 걱정과 조마조마함이 가득하였다. 어떻게 한시혁을 만나야 할지, 또 어떻게 하윤범의 일을 해결해야 할지 걱정되었다.다음날 아침 일찍 그들은 S시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였다.윤이건은 넓은 좌석에 앉았고 이진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민시우와 정희, 유연서는 원래대로 다른 차를 탔다. 민시우와 정희는 이것에 모두 익숙해졌지만 유연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진을 질투할 힘이 더 없었다.하윤범이
“뭐라고 말해요.”한시혁은 유연서의 귓가에 대고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경고했다.긴장을 한 유연서는 바로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저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드디어 돌아왔네요!”유연서는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볼륨을 높였다.한시혁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증오하는 눈빛으로 유연서를 풀어주고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 옆에 있는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이를 본 주변 매체들은 두 사람의 애틋한 교감 사진을 찍기 위해 힘을 보탰고, 많은 기자들이 꿈틀거리며 취재에 나섰다.한시혁이 유연서의 허리를 감싸고 선글라스를 벗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바른 미소를 짓고 기자들은 질문을 시작했다.“한시혁 씨, 왜 지금 귀국을 선택한 겁니까?”기자가 물었다.카메라를 향해 빈틈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한시혁은 유연서와 다정하게 눈을 마주친 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당연히 약혼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을 마치고 바로 돌아왔죠.”기자들은 가십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유연서에게 물었다.“유연서 씨, 한시혁 씨 귀국한 거 보고 기쁘시나요?”마음 같았으면 정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한시혁의 차가운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에 닿자 수줍은 척하며 말했다.“그럼요.”기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더 많은 기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순간 유연서 얼굴의 웃음은 굳어졌다. 한시혁이 왜 그녀에게 예쁘게 꾸미고 오라고 했는지 이해했다.“한시혁 씨, 앞으로 S시에서 장기적으로 발전하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관련 업무를 전개하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기자가 한시혁 일 문제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분명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다.한시혁은 얼굴은 차가워졌고 순간 조금 흉악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교묘하게 말을 돌렸다.“일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고, 지금은 제 약혼자랑 결혼날자를 잡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그는 말을 성공적으로 유연서에 돌렸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머리가 아주 무
기사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은 채 얼른 엑셀을 밟아 병원을 향해 빠르게 운전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시혁은 직접 연서를 안고 병실로 데려가 얼른 의사를 찾았다.의사는 한바탕 검사를 마친 후 시혁에게 말했다.“이 아가씨께서는 원래 몸이 허약하신 데다가 감기에 걸려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쓰러지신 겁니다.” 시혁은 의사의 쓸데없는 말들을 듣지도 않은 채 병실 내 소파에 털썩 앉아 차갑게 말했다.“그냥 치료나 하시죠.”의사는 시혁의 차가운 표정을 보더니 하려던 말을 멈추고는 얼른 간호사를 불러 연서에게 링거를 맞혔다.한편 연서는 불편한 몸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시혁은 간호사가 주사를 놓아주려고 할 때 몸을 떨며 발버둥 치는 연서를 보더니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눌렀다.링거를 꽂은 후 시혁은 담담하게 간호사를 보며 말했다.“옷 좀 갈아입혀 주시죠.”시간이 좀 지나자 연서는 마침내 깨어날 수 있었는데 링거를 맞은 탓인지 정신이 많이 좋아졌고 몸도 한결 나아졌다.연서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짙은 소독수 냄새를 맡더니 그제야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이어 병실 문이 열리더니 시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주머니 하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깨어나셨나 봐요?”시혁의 말투는 엄청 차가웠고 조금 비꼬는 것 같아 연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깨어나셨으면 대답이라도 하시죠.”연서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네, 깼어요. 당신이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신 건가요?”시혁은 주머니를 한쪽의 낮은 궤짝에 넣고 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연서는 안에 흰죽 한 그릇과 반찬이 들어있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시혁은 연서를 병원에 데려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먹을 것도 사주었는데 그의 이런 행동들이 연서를 감동시켰다.“안 드시고 뭐 하세요? 얼른 드시죠.”시혁은 말을 마치고는 다시 차갑게 소파에 앉았다.연서는 그가 가져온 흰죽을 들었는데 죽의 향긋한 냄새를 맡자 연서는 감동되어 눈물이 날 뻔했다. 연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시혁을 보더니 어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