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 후, 이진은 침착하게 윤이건의 옆에 앉아 우아하게 자신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었다.유연서는 자리로 돌아온 이진에게 밀려나며 달갑지 않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그녀 역시 숨을 참으며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질투에 차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이진 역시 유연서의 이상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음식을 먹었다.이진은 유연서가 아직 그 무슨 짓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연서가 간 다음 윤이건의 안색은 많이 좋아 졌고 계속 이진을 위해 고개를 세심하게 설고 소스까지 만들었다.“이거 내가 만든 소스인데 맛있을 거야, 먹어봐.”윤이건은 이진의 접시에 담긴 불고기에 소스를 뿌리며 그녀 귓가에 속삭였다.정희는 약간 감탄하며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윤이건은 정말 평소 그 냉담한 모습을 버리고 일거수일투족에서 귀족적인 기질을 한껏 드러냈지만, 모든 부드러움은 옆에 있는 이진에게만 주어지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여전히 냉담한 모습이었다.보아하니 확실히 진정한 사랑인 것 같았다. 정희는 안심하고, 곧 시큰둥한 눈으로 유연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진한테서 윤이건을 빼앗아? 어림도 없지.”민시우는 정희의 풍부한 표정을 보고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해져 고기를 썰어주기도 했다.“정희야, 이 고기 빨리 먹어봐.”민시우는 밝은 눈으로 이진을 보았다.민시우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정희는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시우가 정희에게 고기를 썰어주려고 할 때 맑은 전화벨 소리가 그의 동작을 멈추게 하였다.민시우는 약간 의심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전화를 한 사람은 그의 부하였다.다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음식을 먹었지만, 다음 순간 민시우의 얼굴빛은 순간 변했고 분노와 충격적인 얼굴로 입을 벌려 믿기지 않은 듯이 전화 저편의 계속되는 사과를 들었다.“무슨 일이예요?”정희는
다른 사람들은 이진의 설명을 듣고 크게 놀랐지만 곧 이해했고, 윤이건이 왜 이렇게 침착한지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예측대로 되었기 때문이다.“그런 거야? 그럼 왜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나 깜짝 놀랐단 말이야.”민시우가 불만을 얘기하며 자리에 앉았다.윤이건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말하지 않아도 눈치챘어야지.”그 뜻은 이진이 민시우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다.민시우는 기가 막혀 윤이건을 상대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앉아서 먹기만 하였다. 그리고 자꾸 윤이건에게 원망의 눈길을 던졌다.식사를 마친 윤이건은 일어나 이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어디 가는 거예요?”이진이가 몰라 윤이건에게 물었고 윤이건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하지는 않았지만 꽉 쥐고 있는 그 손에 이진은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꼈다.“바다가 드라이브하자.”윤이건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분이 좋은 표현이다. “드라이브? 나도 갈래.”윤이건의 말에 흥미를 느낀 민시우는 다가와 말했다.정희도 역시 함께 가고 싶어 했다. 해변에 온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해변 바람을 쐬지 못했다.정희의 기대를 눈치챈 민시우는 굳이 따라갔다.윤이건은 민시우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되찾고 양복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민시우는 재빨리 열쇠를 받고 의혹이 가득 찬 눈길로 윤이건을 보았다.“너 혼자 운전해.”윤이건은 말을 마치자 이진과 함께 차고에 있는 롤스로이스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진을 위해 조수석의 차 문을 열고 이진의 머리를 감싸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그의 세심함을 알아차린 이진은 얼굴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뒤에 민시우는 할 수 없이 다른 차에 정희와 유연서를 태웠다. 차량은 호텔을 떠나 해변의 해안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진은 창문을 열고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즐겼다. 짠내와 습한 냄새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이 아름다운 길을 감상했다.오후가 되어 온도가 조금 높았지만 다행히 날씨도
“이건 씨도 이렇게 로맨틱할 때가 있을 줄이야.”정희는 눈을 껌벅이며 윤이건이 구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에게 헬리콥터에 오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민시우는 이런 정희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이건이만 그럴 수 있나, 나도 당신을 위해 할 수 있어요.”정희는 민시우의 말에 얼굴을 내리며 답했다.“운전할 줄은 알아요?”민시우는 이제 입을 다물었다. 윤이건처럼 대단한 그가 아니기에 헬리콥터 운전은 쉽게 배울 수 없었다.이진은 자신을 극진히 초대한 윤이건을 보면서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절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데요?”“따라오면 알아.”윤이건은 모처럼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왜 내 기술 못 믿겠어?”그렇게는 생각하지 않고 윤이건의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고 이진은 약간 멍하니 있었다.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윤이건이 웃으며 말했다.“나 재산에 대해서는 이미 다 계획해 두었어, 난 올라갈 건데 넌 어쩔 거야, 따라올 자신 있어?”이진은 머뭇거리다가 윤이건의 말에 겁먹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정희에게 자신의 가방과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정말 탈 거야?”정희가 물었다. 그녀는 이진이가 윤이건의 제안을 거절할 줄 알았다.이진은 정희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그렇게 열정적으로 초대하는데 당연히 목숨 바치더라도 올라가야지.”말하고 나서 이진의 모두의 주목 아래 윤이건의 옆에 다가가 시원하게 승낙하였다.“가죠.”윤이건은 눈을 치켜들고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이진의 손을 잡고 헬리콥터에 올랐다.이를 본 유연서는 걷잡을 수 없이 앞으로 나와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정희는 재빨리 그녀를 껴안았다.“우리 다른 데도 가보자, 오랜만에 온 바다인데.”정희는 담담하게 말하며, 윤연서의 쓸쓸한 표정을 쳐다보고는 호의적이지 않다는 생각뿐이다.유연서는 정희에 의해 가로막혔고 자신이 윤이건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여전히 타협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진은 윤이건이 이 문제까지 고려했을 줄은 몰랐다.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는데,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편, 유연서는 건성으로 정희와 민시우 같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두 사람은 앞에서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지만, 혼자 뒤에 걸어가고 있는 유연서는 극도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때때로 방금 윤이건과 이진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려 유연서의 이상한 모습을 본 정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그녀 앞으로 돌아섰다.“어디 아파요?”정희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는 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유연서는 입을 비쭉거리며 답했다.“아니요, 그냥 좀 기운이 없는 것 같아요.”정희는 눈치를 채고 민시우에게 말했다.“우리 돌아갈까요? 그 두 사람도 아마 바로 호텔에 돌아갈 것 같은데 기다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요.”민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유연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두 사람이 돌아오면 윤이건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아마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정희는 유연서의 마음을 한눈에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고 결심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차에 올랐다.정희의 부축을 뿌리치지 못한 유연서는 그들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호텔에 도착한 후 여전히 분한 마음인 계속 윤이건이 호텔로 돌아왔는지 계속 주의하고 있었다.“그만 보고 얼른 들어가 쉬어요. 몸이 너무 허약한 거 같은데 돌아가 약 좀 먹어야 될 것 같네요.”정희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실은 유연서를 빨리 방으로 들어가게 재촉하고 있었다.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없이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원래 이진에 대한 대책을 다시 생각해보려 했지만, 전화 한 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기를 내어 휴대전화를 집어들고 나서야 한시혁이 전화가 아니라 낯선 전화 한 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여보세요?”유연서는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저예요.”조금 쉰 목소리를 듣고 유연서는 잠시 반응하다가 맞은편 사람
유연서가 하윤범의 전화를 끊은 후 숨을 돌리지 못하였는데 정희가 다시 와서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예요?”유연서는 두려움에 떨며 문을 열고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으며 덜 긴장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정희는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다가 무심코 말했다.“두 사람 돌아왔어요, 지금 내일 S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우리와 같이 갈래요?”묻는 말이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유연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같이 돌아갈게요.”정희는 방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곧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였다.“잠깐만, 정희 씨…….”유연서가 무엇을 말하려는 듯 그녀를 불렀다.정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의심스러운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이건이 돌아온 소식을 듣고 유연서는 속으로 궁금했지만 막상 물으려고 하니 겁이 났다.“또 무슨 일이 있죠?”정희는 약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요 며칠 유연서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쉽게 믿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정희의 감정을 알아차린 유연서는 입술을 깨물고 방으로 돌아와 약을 꺼내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오늘 해변에서 돌아온 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던데, 이건 전에 준 약이예요, 미리 먹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유연서가 말했다.조금 놀란 정희는 그래도 그 약을 받고는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요, 별일 없으면 저 이만 돌아갈게요.”유연서가 머리를 끄덕이고 정희가 떠난 후 문을 닫았다.“돌아가야 하네.”유연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눈빛에는 걱정과 조마조마함이 가득하였다. 어떻게 한시혁을 만나야 할지, 또 어떻게 하윤범의 일을 해결해야 할지 걱정되었다.다음날 아침 일찍 그들은 S시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였다.윤이건은 넓은 좌석에 앉았고 이진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민시우와 정희, 유연서는 원래대로 다른 차를 탔다. 민시우와 정희는 이것에 모두 익숙해졌지만 유연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진을 질투할 힘이 더 없었다.하윤범이
“뭐라고 말해요.”한시혁은 유연서의 귓가에 대고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경고했다.긴장을 한 유연서는 바로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저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드디어 돌아왔네요!”유연서는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볼륨을 높였다.한시혁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증오하는 눈빛으로 유연서를 풀어주고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 옆에 있는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이를 본 주변 매체들은 두 사람의 애틋한 교감 사진을 찍기 위해 힘을 보탰고, 많은 기자들이 꿈틀거리며 취재에 나섰다.한시혁이 유연서의 허리를 감싸고 선글라스를 벗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바른 미소를 짓고 기자들은 질문을 시작했다.“한시혁 씨, 왜 지금 귀국을 선택한 겁니까?”기자가 물었다.카메라를 향해 빈틈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한시혁은 유연서와 다정하게 눈을 마주친 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당연히 약혼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을 마치고 바로 돌아왔죠.”기자들은 가십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유연서에게 물었다.“유연서 씨, 한시혁 씨 귀국한 거 보고 기쁘시나요?”마음 같았으면 정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한시혁의 차가운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에 닿자 수줍은 척하며 말했다.“그럼요.”기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더 많은 기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순간 유연서 얼굴의 웃음은 굳어졌다. 한시혁이 왜 그녀에게 예쁘게 꾸미고 오라고 했는지 이해했다.“한시혁 씨, 앞으로 S시에서 장기적으로 발전하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관련 업무를 전개하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기자가 한시혁 일 문제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분명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다.한시혁은 얼굴은 차가워졌고 순간 조금 흉악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교묘하게 말을 돌렸다.“일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고, 지금은 제 약혼자랑 결혼날자를 잡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그는 말을 성공적으로 유연서에 돌렸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머리가 아주 무
기사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은 채 얼른 엑셀을 밟아 병원을 향해 빠르게 운전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시혁은 직접 연서를 안고 병실로 데려가 얼른 의사를 찾았다.의사는 한바탕 검사를 마친 후 시혁에게 말했다.“이 아가씨께서는 원래 몸이 허약하신 데다가 감기에 걸려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쓰러지신 겁니다.” 시혁은 의사의 쓸데없는 말들을 듣지도 않은 채 병실 내 소파에 털썩 앉아 차갑게 말했다.“그냥 치료나 하시죠.”의사는 시혁의 차가운 표정을 보더니 하려던 말을 멈추고는 얼른 간호사를 불러 연서에게 링거를 맞혔다.한편 연서는 불편한 몸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시혁은 간호사가 주사를 놓아주려고 할 때 몸을 떨며 발버둥 치는 연서를 보더니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눌렀다.링거를 꽂은 후 시혁은 담담하게 간호사를 보며 말했다.“옷 좀 갈아입혀 주시죠.”시간이 좀 지나자 연서는 마침내 깨어날 수 있었는데 링거를 맞은 탓인지 정신이 많이 좋아졌고 몸도 한결 나아졌다.연서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짙은 소독수 냄새를 맡더니 그제야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이어 병실 문이 열리더니 시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주머니 하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깨어나셨나 봐요?”시혁의 말투는 엄청 차가웠고 조금 비꼬는 것 같아 연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깨어나셨으면 대답이라도 하시죠.”연서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네, 깼어요. 당신이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신 건가요?”시혁은 주머니를 한쪽의 낮은 궤짝에 넣고 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연서는 안에 흰죽 한 그릇과 반찬이 들어있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시혁은 연서를 병원에 데려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먹을 것도 사주었는데 그의 이런 행동들이 연서를 감동시켰다.“안 드시고 뭐 하세요? 얼른 드시죠.”시혁은 말을 마치고는 다시 차갑게 소파에 앉았다.연서는 그가 가져온 흰죽을 들었는데 죽의 향긋한 냄새를 맡자 연서는 감동되어 눈물이 날 뻔했다. 연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시혁을 보더니 어
“제가 언제 거짓말 한적 있나요?”이진은 연서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 손에 놓인 죽을 받았다.“이것 봐요, 죽 한 그릇마저 놓기 아까워하시면서 정말 시혁이가 당신을 진심으로 대할 거라고 생각하세요?”이진의 주옥같은 말에 연서는 마음이 매우 언짢았다.“이진 씨 말이 맞아요. 그런데 제가 왜 이진 씨와 합작해야 되는 거죠?”연서는 이진을 쉽게 믿을 수 없었기에 물었다.“전 당신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줄 수 있어요.”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연서의 대답을 기다렸다.연서는 다소 감동받았지만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이진을 보면서 말을 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만만은 계속 병실 밖에서 기다리면서 그녀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를 찾아 안으로 들어왔다.이진은 만족스럽게 만만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연서를 보며 계속 말했다.“제가 드린 기회를 잡으신다면 저희는 동맹 관계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신 다면 이대로 시혁의 손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실 거예요.”연서는 그 말을 듣자 어리둥절했다. 시혁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긴 하지만 이진과 합작하는 것도 큰 모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시혁 씨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명 저뿐만 아니라 이진 씨도 다치게 만들 거예요.”연서는 어쩔 수 없이 차갑게 말했다.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연서가 조금 흔들린 것을 알아차리고는 계속 말했다.“시혁은 제가 이곳에 온 것을 모르고 있어요. 지금쯤 다른 일들을 처리하기 바쁠 테니 연서 씨께서 저와 합작하신다면 이 일이 절대로 들통나지 않게 제가 책임질 겁니다.”만만은 손에 계약서를 든 채 무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진이 눈짓을 보내자 바로 계약서를 연서에게 건넸다.연서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진을 보더니 계약서를 건네받았다.계약서에 적힌 ‘고용협력 ’을 보자 연서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진을 보았다.“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