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어디 또 도망갔을 지도 몰라. 어차피 호텔의 면적이 크지 않아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야.”정희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윤범 씨, 방금 저희가 왔을 때는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당신과 함께 온 지금은 사라져 버렸네요.”정희는 하윤범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하윤범은 그녀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만약 당신들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부하들을 시켜 한번 찾아보도록 할게요. 하지만 그 여자가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건지는 한번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어요.”정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진과 함께 떠났다.“하윤범 씨, 저희가 잘 못 본건 절대 아니니까 이 호텔을 잘 정돈하셔야 할 것 같네요.”이진은 하윤범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때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그러나 아직 잘 모르는 일이니 일단 증거를 찾고 진행하도록 할게요.”하윤범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이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오두막을 나섰다.하윤범은 깨끗이 정리된 오두막을 보고 입을 오므린 채 문을 닫았다.방으로 돌아오자 하윤범은 시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하윤범, 내가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지?”시혁의 화가 가득 난 목소리를 듣자 하윤범은 눈썹을 찡그리더니 곧 놀란 듯한 말투로 말했다.“벌써 들으셨어요?”“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두 똑똑히 알고 있어.”시혁은 소리를 높여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조용히 행동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지금 무슨 짓을 벌인 거야?”하윤범은 그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는데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태도를 바꾸어 변명하기 시작했다.“죄송해요,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참지 못해 그 여자한테 잠깐 손을 댄 것뿐인데 그 여자가 제가 없는 틈을 타 도망간 것도 모자라 이진 씨한테 발견될 줄을 몰랐어요.”하윤범은 계속 변명을 늘여갔다.“오두막 안의 물건들은 그렇게 이진 씨한테 들킨 거예요.”“지금 그딴 말들을 변명이라고 지껄
윤이건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YS 그룹과 AMC의 기획안이 모두 훌륭해 둘 다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하윤범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자 무대 아래에서 한바탕 의론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면 승부를 어떻게 가린다는 거지?’이건은 무의식적으로 이진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이진은 줄곧 하윤범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이건도 두 손을 꼭 잡은 채 하윤범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보려고 했다.“그래서 저는 이 두 회사에서 결승전을 통해 승자를 겨뤄 그중 승자와 합작을 하려고 합니다.”하윤범은 담담하게 말했다.이진은 가볍게 웃었는데 이 일은 절대로 이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입찰이 끝난 후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떠났다.“이진아, 할 말이 있어.”이건이 이진을 붙잡자 이진은 평온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하윤범은 분명 뭔가를 의도하며 이런 결과를 내린 거야. 이렇게 결승전을 벌이는 건 분명 우리 둘 사이의 모순을 심화시켜 서로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야.”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진은 그저 이건의 말을 우습게 생각하며 대답했다.“이번 입찰 결과는 실력으로 정할 것이니 윤이건 씨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시죠.”뒤이어 그녀는 냉정하게 몸을 돌리며 떠났다.이건은 망설임 없이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자 한숨을 쉬었다. ‘정말 싸우기라도 해야겠네.’연회장을 나서자 정희는 일찌감치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정희는 이진의 곁으로 다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그럼 너와 이건 씨가 한 번 더 비겨야 되는 거야?”이진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방금 이건이 한 말을 다시 떠올리더니 그의 말도 꽤나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윤이건 씨가 방금 말했는데 하윤범 씨가 이렇게 하는 건 나와 윤이건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라네.”정희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말했다.“윤이건 씨의 말이 일리가 있긴 해.”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하윤범의 행위와 이건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하윤범 씨가 굳이 나와 윤
이진은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에 굳이 현장에 가진 않았다.정희는 이 일을 알고는 바로 이진의 방 문을 두드렸다.“왜 입찰을 포기한 거야?”정희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난 항상 제멋대로잖아. 전에 우리가 나눴던 얘기가 일리 있다고 생각되어 포기한 거야.”이진은 담담하게 말을 하고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셨다.정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나는 네가 이 프로젝트를 엄청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양보하였네.”“넌 내가 이 프로젝트를 따냈으면 좋겠어?”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이 호텔에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겠어.”정희가 겁에 질린 모습을 보자 이진은 웃음을 터뜨렸다.이때 정희가 갑자기 물었다.“하루 종일 방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이진은 창밖의 화창한 날씨를 보았는데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호텔의 화원에 심은 꽃을 낮에 본다면 아주 예쁘다고 들었는데 산책이나 가봐야겠어.”정희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 두 사람은 함께 다시 화원에 왔다.낮의 화원에는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여있어 단번에 두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이 호텔은 장식에 엄청 신경 쓴 것 같아.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화원을 가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정희는 꽃을 감상하며 말했다.이진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었는데 갑자기 구석에 있는 물건에 시선이 끌렸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서 그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바로 천 조각이었다.‘이 화원에 어떻게 이런 이상한 천 조각이 나타날 수 있는 거지?’이진은 의심을 품고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날 밤 미친 여자의 치마가 갑자기 생각났다.‘이 재질과 무늬라면 그 여자가 입었던 거잖아?’이런 생각에 이진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는데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왜 그래? 천 조각일 뿐인데 뭘 그리 뚫어져라 보고 있어?”정희가 가까이 다가와 물었는데 그녀도 이 천 조각이 어딘가 낯익었다.“이거 혹시
이진이 말을 마친 후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갑자기 고요한 공기 속에서 어딘가 소리가 들려왔다.“저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정희가 말하자 이진은 바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고 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소리가 지하에 있으니 그 여자가 지하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이진은 차분하게 분석하고는 정희가 말을 하기도 전에 걸음을 내디뎌 지하실로 걸어갔다.시우는 정희를 단단히 감싸고 따라갔다.이진이 지하실 문을 열자 여자가 발버둥 치는 소리가 더욱 분명해졌다.“바로 여기야!”이진은 말을 하며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세 사람은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는데 시우는 손전등을 열어 지하실 한쪽을 밝게 비췄다.정희는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미친 여자는 지금 밧줄로 손발이 묶여 있었고 입은 테이프로 막혀있었다.여자는 그들을 보자 희망을 보았는지 얼른 몸을 비틀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앞으로 나가 여자의 몸에 있는 끈을 풀어주고 그녀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찢었다.“괜찮으세요?”이진은 여자의 상태를 살펴보며 물었다.여자는 전보다 정신이 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무서워하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자 이진이 말했다.“걱정 마세요. 저희는 당신이 남긴 천 조각을 보고 당신을 구하러 온 거예요.”여자는 그제야 좀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경계하며 이진과 그녀의 뒤에 있는 정희, 시우를 보고 있었다.“이제 어떡하지? 차라리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어때?”정희가 말했다.“일단 먼저 밖으로 나가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물어봐야겠어.”이진은 고개를 돌려 말한 뒤 땅에 앉아있는 여자를 부축했다.가까스로 여자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온 일행은 발각되지 않도록 은밀한 곳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이때 이진은 여자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하여 진지하게 여자를 보며 물었다.“아가씨, 이제 저희한테 당신의 신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이진은 방금 여자를 부축하고 나올 때 이미 여자
“내가 보기에 이 가짜 하윤범은 분명 뭔가 의도가 있을 거야.”이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드러나자 정희는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은 웬만해선 이런 표정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왜 갑자기 이런 표정이야?”정희는 다급하게 물었다.“전에 이건 씨가 한 말이 맞아. 이 중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야. 이사장부터 문제가 있다면 분명 호텔과 해변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있을 거야!”이진은 눈썹을 세게 찌푸리며 말했다.정희와 시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는데 그들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진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우를 보며 물었다.“시우 씨, 지금 이건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당장 가서 말해줘야 돼요!”시우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 아침에 이건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는데 오늘 그는 분명 하윤범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었다.“빨리 말씀하세요!”이진은 무척 긴장된 표정을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진정하려고 노력했다.“윤이건, 이건이는 오늘 계약을 체결하러 갔을 거예요.”시우는 그제야 말했다.“게다가 이미 시작되었을 거예요.”시우는 시계를 보았는데 이때는 이미 계약 시간이 지난지 오래되었다.“큰일 났어.”이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디서 계약하기로 했나요?”“어제 입찰회가 진행되었던 회의실에서 계약한다고 들었어요.”시우가 말을 마치자 이진은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이진아, 어디 가는 거야?”정희는 이진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그들의 옆에는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난 이건 씨를 찾으러 갈 테니 너희들은 먼저 저 여자분을 챙겨드려.”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이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로 가면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는 계속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이진은 점점 마음이 급했지만 그래도 기대를 품고 회의실로 달려
이진은 그의 이런 자화자찬을 듣자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돌려 회의장을 나섰다.이건은 이진이 자기를 무시하고 떠나려 하자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자기야, 방금까지 날 걱정했으면서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마치 날 따돌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이건은 흐뭇한 마음으로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는데 그의 시선은 시종 이진의 아름다운 옆태를 보고 있었다.“당신한테 별일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이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녀는 괜한 걱정 한 것 같아 기분이 좀 언짢았다.이건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진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이진은 평소와 같아 보였지만 이건의 말을 들으려고 발걸음을 서서히 늦추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 걸다가 호텔 로비에서 이건과 정희를 만났다. 정희는 이진과 이건이 함께 나오는 것을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이진 앞으로 걸아가 이건은 몇 번 보고는 이진에게 물었다.“어떻게 되었어?”“이미 하윤범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시고 그를 경찰서에 보내셨어.”이진은 담담하게 말했는데 사실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정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이건을 보았는데 그는 평소같이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눈빛은 줄곧 이진을 향해있었다.시우도 이건의 곁으로 다가가 놀란 모습으로 물었다.“왠지 요즘 바빠 보인다 싶었는데 이미 하윤범이 수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던 거네.”이건은 시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는 그저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이진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그 여자는?”“이미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었으니 걱정 마.”정희가 말했다. 그녀와 시우는 그 여자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준 후 이진을 찾으러 온 거다.이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이건이 바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자기야, 날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이건이 말을 꺼냈는데 그는 이진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 이진을 보던 눈빛이 매우 반짝였다
이진은 이건의 이런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멍하니 서있기만 했는데 이건은 한 마디만 하고는 벌써 포기하고 말았다.‘이런 애교를 부리는 건 그래도 좀…….’“당신!”이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결국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자기야, 이제 내 맘 알겠지? 아직도 화가 난 거야?”이건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진을 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정희와 시우도 전 과정을 목격했고 모두 기대하는 눈빛으로 이진을 보고 있었다.이진은 곧 기침을 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다신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세요.”이건은 이 말을 듣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진의 태도가 매우 분명했기에 화가 풀린 것이다.뒤이어 그들은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한편 시혁은 넓은 소파에 앉아 컴퓨터로 메일을 열어보았는데 그 안의 사진을 보자 순식간에 분노가 솟구쳐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반디 호텔에 숨겨둔 직원이 보낸 사진들이었는데 그 속에는 호텔에서 발생한 일들과 그들이 그 미친 여자를 찾은 일, 그 후의 모든 일이 포함되어 있었다.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시혁은 차가운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보스, 하윤범이 잡혔어요.”핸드폰 너머의 남자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계속 이진과 윤이건을 주시하고 있어. 무슨 상황이 생긴다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보고하도록 해.”시혁은 간결하게 분부한 뒤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그는 사진 속의 장면들을 주시하며 머릿속으로 호텔에서 발생한 일들을 정리한 뒤 두 손을 주먹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핏줄이 현명하게 보였는데 그의 화난 기분을 더 잘 보여주었다.시혁은 유연서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아 손을 뻗어 책상 위의 핸드폰을 들어 유연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방에 있던 유연서는 시혁이 걸어온 전화를 보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는데 결국 손을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았다.“한, 한시혁 씨, 무슨 일이세요?”유연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그녀는 최
“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할게.”한시혁이 간단하게 답했다.이진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마디 더하다가 전화를 유연서에게 돌려주었다.유연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들여다보니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아직 화해하지 않았어요?”이진은 이전에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아직 화해하지 않았지만, 괜찮아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유연서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정희가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와 손에 든 약을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그만해요, 이건 저와 이진이가 산 약이에요, 또 뭐가 필요하면 말해요.”한참을 찾고서야 겨우 다 찾은 정희는 조금 힘든 모습이다.“정말 고마워요.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쉬세요.”유연서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사를 표시했다.‘그래도 배려심은 있네’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희를 데리고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진은 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 몸을 돌려 말했다.“아, 민시우가 내일 우리를 데리고 불고기 먹으러 간다고 하던데, 쉴 겸 같이 가요.”이진은 유연서를 보며 초대의 마음을 전했다.이 일은 돌아오는 길에 민시우가 우연히 제기한 것인데, 반디 호텔에 불고기가 유명하다고 하였으나, 계속 맛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윤이건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윤이건도 이진이가 명확히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낙했고 가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유연서는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네.”답을 듣고 이진과 정희는 그제가 떠났다.방 안이 다시 조용해진 다음 유연서는 핸드폰을 다시 쳐다보았고 한시혁이 다시 전화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일정에서 윤이건이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다음날 오전, 약속대로 몇 사람이 호텔 로비에 모였다.민시우는 유연서를 보며 어제 자기가 불고기를 먹겠다고 했을 때 유연서를 부르지 않은 것을 알고 조금 어색했다.그러나 이미 온 이상 같이 먹는 것도 별문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