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말을 마친 후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갑자기 고요한 공기 속에서 어딘가 소리가 들려왔다.“저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정희가 말하자 이진은 바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고 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소리가 지하에 있으니 그 여자가 지하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이진은 차분하게 분석하고는 정희가 말을 하기도 전에 걸음을 내디뎌 지하실로 걸어갔다.시우는 정희를 단단히 감싸고 따라갔다.이진이 지하실 문을 열자 여자가 발버둥 치는 소리가 더욱 분명해졌다.“바로 여기야!”이진은 말을 하며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세 사람은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는데 시우는 손전등을 열어 지하실 한쪽을 밝게 비췄다.정희는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미친 여자는 지금 밧줄로 손발이 묶여 있었고 입은 테이프로 막혀있었다.여자는 그들을 보자 희망을 보았는지 얼른 몸을 비틀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앞으로 나가 여자의 몸에 있는 끈을 풀어주고 그녀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찢었다.“괜찮으세요?”이진은 여자의 상태를 살펴보며 물었다.여자는 전보다 정신이 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무서워하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자 이진이 말했다.“걱정 마세요. 저희는 당신이 남긴 천 조각을 보고 당신을 구하러 온 거예요.”여자는 그제야 좀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경계하며 이진과 그녀의 뒤에 있는 정희, 시우를 보고 있었다.“이제 어떡하지? 차라리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어때?”정희가 말했다.“일단 먼저 밖으로 나가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물어봐야겠어.”이진은 고개를 돌려 말한 뒤 땅에 앉아있는 여자를 부축했다.가까스로 여자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온 일행은 발각되지 않도록 은밀한 곳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이때 이진은 여자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하여 진지하게 여자를 보며 물었다.“아가씨, 이제 저희한테 당신의 신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이진은 방금 여자를 부축하고 나올 때 이미 여자
“내가 보기에 이 가짜 하윤범은 분명 뭔가 의도가 있을 거야.”이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드러나자 정희는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은 웬만해선 이런 표정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왜 갑자기 이런 표정이야?”정희는 다급하게 물었다.“전에 이건 씨가 한 말이 맞아. 이 중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야. 이사장부터 문제가 있다면 분명 호텔과 해변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있을 거야!”이진은 눈썹을 세게 찌푸리며 말했다.정희와 시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는데 그들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진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우를 보며 물었다.“시우 씨, 지금 이건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당장 가서 말해줘야 돼요!”시우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 아침에 이건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는데 오늘 그는 분명 하윤범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었다.“빨리 말씀하세요!”이진은 무척 긴장된 표정을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진정하려고 노력했다.“윤이건, 이건이는 오늘 계약을 체결하러 갔을 거예요.”시우는 그제야 말했다.“게다가 이미 시작되었을 거예요.”시우는 시계를 보았는데 이때는 이미 계약 시간이 지난지 오래되었다.“큰일 났어.”이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디서 계약하기로 했나요?”“어제 입찰회가 진행되었던 회의실에서 계약한다고 들었어요.”시우가 말을 마치자 이진은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이진아, 어디 가는 거야?”정희는 이진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그들의 옆에는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난 이건 씨를 찾으러 갈 테니 너희들은 먼저 저 여자분을 챙겨드려.”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이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로 가면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는 계속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이진은 점점 마음이 급했지만 그래도 기대를 품고 회의실로 달려
이진은 그의 이런 자화자찬을 듣자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돌려 회의장을 나섰다.이건은 이진이 자기를 무시하고 떠나려 하자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자기야, 방금까지 날 걱정했으면서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마치 날 따돌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이건은 흐뭇한 마음으로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는데 그의 시선은 시종 이진의 아름다운 옆태를 보고 있었다.“당신한테 별일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이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녀는 괜한 걱정 한 것 같아 기분이 좀 언짢았다.이건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진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이진은 평소와 같아 보였지만 이건의 말을 들으려고 발걸음을 서서히 늦추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 걸다가 호텔 로비에서 이건과 정희를 만났다. 정희는 이진과 이건이 함께 나오는 것을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이진 앞으로 걸아가 이건은 몇 번 보고는 이진에게 물었다.“어떻게 되었어?”“이미 하윤범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시고 그를 경찰서에 보내셨어.”이진은 담담하게 말했는데 사실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정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이건을 보았는데 그는 평소같이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눈빛은 줄곧 이진을 향해있었다.시우도 이건의 곁으로 다가가 놀란 모습으로 물었다.“왠지 요즘 바빠 보인다 싶었는데 이미 하윤범이 수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던 거네.”이건은 시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는 그저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이진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그 여자는?”“이미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었으니 걱정 마.”정희가 말했다. 그녀와 시우는 그 여자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준 후 이진을 찾으러 온 거다.이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이건이 바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자기야, 날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이건이 말을 꺼냈는데 그는 이진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 이진을 보던 눈빛이 매우 반짝였다
이진은 이건의 이런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멍하니 서있기만 했는데 이건은 한 마디만 하고는 벌써 포기하고 말았다.‘이런 애교를 부리는 건 그래도 좀…….’“당신!”이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결국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자기야, 이제 내 맘 알겠지? 아직도 화가 난 거야?”이건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진을 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정희와 시우도 전 과정을 목격했고 모두 기대하는 눈빛으로 이진을 보고 있었다.이진은 곧 기침을 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다신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세요.”이건은 이 말을 듣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진의 태도가 매우 분명했기에 화가 풀린 것이다.뒤이어 그들은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한편 시혁은 넓은 소파에 앉아 컴퓨터로 메일을 열어보았는데 그 안의 사진을 보자 순식간에 분노가 솟구쳐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반디 호텔에 숨겨둔 직원이 보낸 사진들이었는데 그 속에는 호텔에서 발생한 일들과 그들이 그 미친 여자를 찾은 일, 그 후의 모든 일이 포함되어 있었다.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시혁은 차가운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보스, 하윤범이 잡혔어요.”핸드폰 너머의 남자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계속 이진과 윤이건을 주시하고 있어. 무슨 상황이 생긴다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보고하도록 해.”시혁은 간결하게 분부한 뒤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그는 사진 속의 장면들을 주시하며 머릿속으로 호텔에서 발생한 일들을 정리한 뒤 두 손을 주먹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핏줄이 현명하게 보였는데 그의 화난 기분을 더 잘 보여주었다.시혁은 유연서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아 손을 뻗어 책상 위의 핸드폰을 들어 유연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방에 있던 유연서는 시혁이 걸어온 전화를 보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는데 결국 손을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았다.“한, 한시혁 씨, 무슨 일이세요?”유연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그녀는 최
“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할게.”한시혁이 간단하게 답했다.이진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마디 더하다가 전화를 유연서에게 돌려주었다.유연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들여다보니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아직 화해하지 않았어요?”이진은 이전에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아직 화해하지 않았지만, 괜찮아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유연서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정희가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와 손에 든 약을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그만해요, 이건 저와 이진이가 산 약이에요, 또 뭐가 필요하면 말해요.”한참을 찾고서야 겨우 다 찾은 정희는 조금 힘든 모습이다.“정말 고마워요.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쉬세요.”유연서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사를 표시했다.‘그래도 배려심은 있네’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희를 데리고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진은 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 몸을 돌려 말했다.“아, 민시우가 내일 우리를 데리고 불고기 먹으러 간다고 하던데, 쉴 겸 같이 가요.”이진은 유연서를 보며 초대의 마음을 전했다.이 일은 돌아오는 길에 민시우가 우연히 제기한 것인데, 반디 호텔에 불고기가 유명하다고 하였으나, 계속 맛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윤이건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윤이건도 이진이가 명확히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낙했고 가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유연서는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네.”답을 듣고 이진과 정희는 그제가 떠났다.방 안이 다시 조용해진 다음 유연서는 핸드폰을 다시 쳐다보았고 한시혁이 다시 전화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일정에서 윤이건이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다음날 오전, 약속대로 몇 사람이 호텔 로비에 모였다.민시우는 유연서를 보며 어제 자기가 불고기를 먹겠다고 했을 때 유연서를 부르지 않은 것을 알고 조금 어색했다.그러나 이미 온 이상 같이 먹는 것도 별문제 아
이진은 메뉴를 대충 보고 몇 가지 요리를 가리켰고, 나머지는 민시우가 바쁘게 움직였다.이진 옆에 앉은 윤이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내밀어 식탁 밑에서 이진의 손을 꼭 잡았다.이진은 원래 몇 번 반항했지만 윤이건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얼마만에 다시 잡은 손인데 더 잡아야지.”윤이건이 서운한 듯 말했다.뭐라고 꾸중도 할 수 없는 이진은 그냥 내버려두고 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식닥에서 이진은 윤이건과 함께 앉았고, 정희와 민시우는 그들 맞은편에 앉았고 유연서만 혼자 앉았다.마음이 불쾌한 유연서는 윤이건이 이진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또 시선을 돌려 그들이 꽉 잡은 손을 보고 미칠 것만 같이 질투하였다. 그리하여 얼굴표정도 아주 나빴다.얼마 안지나 불고기가 나왔다. 이 옥상에서는 즉석 구이를 채택하고 요리사는 손님의 메뉴에 따라 옆에 있는 그릴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요리사가 불고기 굽는 것도 볼 수 있었다.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은 이진의 얼굴을 보고 윤이건이 말했다.“이따가 많이 먹어, 내가 고기 썰어 줄게.”이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해요.”“안 돼. 너 살 빠진 거 좀 봐.”윤이건이 말이 끝나자 옆이 종업원도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이곳의 요리사 기술은 일품이고 구운 고기도 매우 맛있었다. 이진은 특급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어 맛보았는데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그녀는 칭찬의 표시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윤이건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돌아서서 그녀를 위해 더 많은 고기를 썰어 그녀의 접시에 담았다.이를 본 민시우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포착되자 몸을 돌려 쑥에게 음식을 집었다.“자, 많이 먹고 살 쪄요.”민시우가 빙그레 웃으며 정희에게 말했다.정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래도 즐겁게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이렇게 좋은 고기인데 많이 먹어줘야지.’옆에서 외톨이 유연서는 완전히 배제된 느낌이다. 비록 그녀들의 요청을 받고 왔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 속
모두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 후, 이진은 침착하게 윤이건의 옆에 앉아 우아하게 자신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었다.유연서는 자리로 돌아온 이진에게 밀려나며 달갑지 않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그녀 역시 숨을 참으며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질투에 차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이진 역시 유연서의 이상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음식을 먹었다.이진은 유연서가 아직 그 무슨 짓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연서가 간 다음 윤이건의 안색은 많이 좋아 졌고 계속 이진을 위해 고개를 세심하게 설고 소스까지 만들었다.“이거 내가 만든 소스인데 맛있을 거야, 먹어봐.”윤이건은 이진의 접시에 담긴 불고기에 소스를 뿌리며 그녀 귓가에 속삭였다.정희는 약간 감탄하며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윤이건은 정말 평소 그 냉담한 모습을 버리고 일거수일투족에서 귀족적인 기질을 한껏 드러냈지만, 모든 부드러움은 옆에 있는 이진에게만 주어지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여전히 냉담한 모습이었다.보아하니 확실히 진정한 사랑인 것 같았다. 정희는 안심하고, 곧 시큰둥한 눈으로 유연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진한테서 윤이건을 빼앗아? 어림도 없지.”민시우는 정희의 풍부한 표정을 보고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해져 고기를 썰어주기도 했다.“정희야, 이 고기 빨리 먹어봐.”민시우는 밝은 눈으로 이진을 보았다.민시우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정희는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시우가 정희에게 고기를 썰어주려고 할 때 맑은 전화벨 소리가 그의 동작을 멈추게 하였다.민시우는 약간 의심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전화를 한 사람은 그의 부하였다.다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음식을 먹었지만, 다음 순간 민시우의 얼굴빛은 순간 변했고 분노와 충격적인 얼굴로 입을 벌려 믿기지 않은 듯이 전화 저편의 계속되는 사과를 들었다.“무슨 일이예요?”정희는
다른 사람들은 이진의 설명을 듣고 크게 놀랐지만 곧 이해했고, 윤이건이 왜 이렇게 침착한지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예측대로 되었기 때문이다.“그런 거야? 그럼 왜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나 깜짝 놀랐단 말이야.”민시우가 불만을 얘기하며 자리에 앉았다.윤이건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말하지 않아도 눈치챘어야지.”그 뜻은 이진이 민시우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다.민시우는 기가 막혀 윤이건을 상대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앉아서 먹기만 하였다. 그리고 자꾸 윤이건에게 원망의 눈길을 던졌다.식사를 마친 윤이건은 일어나 이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어디 가는 거예요?”이진이가 몰라 윤이건에게 물었고 윤이건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하지는 않았지만 꽉 쥐고 있는 그 손에 이진은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꼈다.“바다가 드라이브하자.”윤이건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분이 좋은 표현이다. “드라이브? 나도 갈래.”윤이건의 말에 흥미를 느낀 민시우는 다가와 말했다.정희도 역시 함께 가고 싶어 했다. 해변에 온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해변 바람을 쐬지 못했다.정희의 기대를 눈치챈 민시우는 굳이 따라갔다.윤이건은 민시우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되찾고 양복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민시우는 재빨리 열쇠를 받고 의혹이 가득 찬 눈길로 윤이건을 보았다.“너 혼자 운전해.”윤이건은 말을 마치자 이진과 함께 차고에 있는 롤스로이스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진을 위해 조수석의 차 문을 열고 이진의 머리를 감싸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그의 세심함을 알아차린 이진은 얼굴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뒤에 민시우는 할 수 없이 다른 차에 정희와 유연서를 태웠다. 차량은 호텔을 떠나 해변의 해안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진은 창문을 열고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즐겼다. 짠내와 습한 냄새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이 아름다운 길을 감상했다.오후가 되어 온도가 조금 높았지만 다행히 날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