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훈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이 소연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이튿날 아침, 남지훈과 소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했다. 남지훈은 이제 소연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이제 몇 가지만 더 연습한다면 소연과 실력이 얼추 비슷해질 것 같았다. 소연은 기쁘면서도 조금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남지훈은 괴물 같았다.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이 정도로 실력이 늘다니. 어릴 때부터 했더라면 지금은 무술 사부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왜?” 소연의 시선을 느낀 찰나 남지훈은 어색하게 말했다. 소연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 이미 대단해. 이 정도까지 왔으면 엄청 대단한거야. 나머지는 너 혼자 깨달아야 해.” “내일부터는 무술에서의 여러 가지 수법을 가르쳐줄게.”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벌써 들뜨기 시작했다. 3개월이나 연습했는데 드디어 무술 수법을 배울 수 있다니! 때려잡기도 무술 수법이긴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소연이 말했다. “오늘은 먼저 간단하게 얘기하고 내일부터 연습할 거야. 기억해 둬야 해. 꼭!” 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소연이 말하는 것은 무술을 배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연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티비에서 보던 무술들은 사실 진정한 무술이라고 할 수 없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지. 공연 무술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러나 진정한 무술과는 천지 차이야!” “예로부터 무술은 필살기로 불렸어. 가장 빠른 속도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적을 죽이는 거지.” “오늘 내가 말하려는 중점은 무술을 배운 뒤 절대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상대방이 죽을 수도 있어. 알겠어?” 남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정한 무술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다들 저렇게 주고받기만 하는 거지?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그러나 무술은 이런 원인
무술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가장 중요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였다. 그러나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면 대충 연습만 해도 다른 사람의 10년, 심지어는 10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재능이 중요성이었다. 로마로 향하는 길은 몇천 갈래라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로마로 향하려 할 때 애초에 로마에 출생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남들이 평생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종착역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에도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소연의 말을 들은 남지훈은 점점 더 기대되었다. 모든 남자는 어릴 적 한 번쯤은 히어로가 되는 꿈을 품어 봤을 것이다. 히어로는 항상 정의적이고 늠름했다. 남지훈은 자신이 진짜로 무술 대가가 된다면 티브이에 나오는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지 라는 상상까지 했다. 남지훈과 소연은 아침을 먹고 S그룹으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누나 남가현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용걸네가 네일샵에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네일샵은 S그룹과 차로 10여 분 되는 얼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남지훈과 소연이 도착했을 때 네일샵 밖에는 이미 남씨 집안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남지훈과 소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남세형과 남현동은 눈의 둥그레졌다. 멋진 차와 미녀, 이것이 바로 인생 승자가 아니겠는가!가게 안에서는 남지훈의 둘째 숙모와 셋째 숙모들이 진열대의 화장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이것도 괜찮네! 가현아, 이거 한 병 주면 안 돼?” “이것도 좋아 보이는데 한 박스 어때?” 남가현의 의견을 묻는 거로 보였지만 남가현이 대답도 하기 전에 그들은 화장품을 가져온 봉투 안에 쓸어 담았다. 남가현은 가족들한테 어느 정도 나눠주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선을 넘고 있었다. 그녀들은 가져온 쇼핑백이 흘러넘치자 또 다른 봉투를 꺼냈다. 진열대를 거덜 낼 셈인 것 같았다. “작은엄마, 막내 작은엄마.” 남지훈은 더
화가 잔뜩 나서 방망이를 들고 서 있는 남용걸을 보고도 김계현과 허민화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남용걸을 지나쳐 물건들을 품 안에 안고 밖에 세워진 차로 달려가려 했다. 남용걸의 안색이 가라앉더니 방망이를 치켜들며 말했다. “지금 누가 움직여!” 김계현과 허민화는 남지훈과 남가현한테는 웃어른이었기에 그들은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남용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계현과 허민화는 높게 들린 방망이를 보고는 그제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허민화가 말했다. “가현이 가게가 곧 망하게 생겼는데 우리한테 좀 주면 어때서요?” “너...” 남용걸은 화가 났다. 남용걸은 학력도 높지 못했고 교양 있는 말도 할 줄 몰랐다. 그저 방망이를 손에 부서질 듯 쥐고는 말했다. “오늘 누가 우리 딸 가게 물건을 갖고 나간다면 난 그 자식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난 때릴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까지 할 거야! 너희들이 내 딸 물건을 훔쳐 간다고!” 허민화와 김계현은 절도를 하고 있었다. 남용걸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남용진은 허허 웃으며 나서고는 남용걸 손에 들린 방망이를 잡고 말했다. “형, 가족끼리 왜 이래요?” “그리고 오늘 이러려고 온 것도 아니고요.” 그가 김계현과 허민화에게 눈치를 주자 그녀들은 품 안의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용걸은 남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무슨 말을 하러 온 건데?” 남용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터넷에서의 일도 그는 이미 다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을 잘 몰랐기에 이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알지 못했다. 남용진은 웃으며 말했다. “형, 형은 잘 모르겠지만 지훈과 가현, 그리고 소연은 잘 알 거에요. 쟤네들더러 말하라 그러죠!” 이틀 동안 사람을 모아 여론을 형성하더니 이미 사건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화두에 올랐다. 이제는 조건을 내걸 차례였다. 남용걸은 코웃음을 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확실히 잘
천천히 비닐을 열어본 후에야 남지훈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남용걸이 남지훈의 친 부모님을 찾기 위해 신문사를 찾아 게재했던 광고문이었다.30년 가까이 되는 광고를 정성그럽게 잘라서 모아둔 것이었다.남용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몇 년 간, 우리도 너를 낳아준 부모님을 찾는 데만 열중했었다. 신문에도 내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찾아봤지만 아무 결과도 없었어. 나랑 네 엄마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거야.""네 엄마랑 나를 미워하지 말아 줘, 우리도 찾으려고 노력 많이 했어...""아버지..."부모님들이 그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을 알게 된 남지훈은 가슴이 먹먹해졌다.30년 전 광고에 적힌 휴대폰 번호를 아버지가 지금까지도 사용 중인 것을 보고 그는 아버지의 고된 노력을 깨달았다.그 당시 1년 수입으로 휴대폰을 살 형편이 안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용걸은 그를 찾기위해 휴대폰을 샀고, 혹시나 올지 모르는 연락을 기대하며 그 번호를 지금까지 사용 중이었다.남용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찾고 싶어도 찾을 힘이 없다. 너한테 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빠가 미안하다. 이 물건들은 이제 네가 갖고 있거라.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SNS에 올리면 네 부모님이 보시고 찾아올지도 모르잖아."남용걸은 물건을 남지훈 앞에 내밀었다.곰 공갈젖꼭지를 물고 있는 귀여운 아기 사진이 있었다.아마도 남지훈의 아기 때 사진인 것 같았다.휴대폰을 들고 있던 소연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힐끔 쳐다봤다.흑백 사진에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느껴졌고, 화질도 꽤나 선명했다.남지훈은 사진을 건네받은 후, 말 없이 탁자에서 라이터를 찾아 바로 사진에 불을 붙였다."지훈아, 뭐 하는 거야?"남용걸이 황급히 불길을 끄기 위해 발로 밟으려하자 남지훈이 그를 막았다.남지훈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이제 안 찾아요, 두 분이 제 친부모님이에요."남용걸은 수십 년 동안 간직해 온 물건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도둑이 제발 저리다'라고 옛말이 틀린 적 없었다.그들은 남지훈, 남가현, 소연과 관련된 불공평한 비난을 퍼뜨리려는 것이었다.남지훈과 소연이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리에 그들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경찰 조사로 진실이 밝혀지면 남용진과 그 일행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손해가 없었다.남용진과 남용민은 가족들을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떴다. 네일 숍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남가현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소연 씨, 또 신세 지게 되었네, 미안해서 어쩌지?"소연은 남씨 집안 며느리로 손색이 없었다. 남가현은 남씨 집안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 소연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몰랐다.남가현이 소연에게 감격해 마지않았다.소연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뭘요, 한 집안 식구끼리 뭘 그러세요? 그나저나 둘째 삼촌이랑, 셋째 삼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번에 한 방에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남지훈은 눈썹을 한껏 치켜올렸다.'한 식구? 무슨 의미지? 설마…나에게도 봄이 온 건가?'그는 삼촌들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소연의 입에서 나온 ‘한 식구’라는 단어만 신경 쓰일 뿐이었다.소연의 말을 들은 남용걸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이었다.강하게 대응을 하지 않으면 남용진과 남용민이 계속해서 그 돈에 눈독을 들일 게 뻔했다.남용진, 남용민의 가족들이 오후 내내 걱정하고 있을 때, 변호사로부터 서한을 받았다."젠장!"남세형이 변호사의 서한을 탁자 위에 내던지며 외쳤다."소연이 그 계집애, 진심이었어."소연은 그들에게 내일이라고 말했지만, 변호사의 서한은 오후에 도착했다.내용도 매우 간단했다.금일 내로 게시물에 올린 허위 내용을 지우고, 공개사과한 뒤,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하라는 내용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내일 당장 그들을 소송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었다."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까?"남용진과 남용민은 겁에 질려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남용걸이 지역
게다가 남지훈은 남씨 집안의 핏줄이 아니니,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훨씬 수월했다.남지훈은 잠이 드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조금 뒤척였다.소연이가 낮에 했던 '한 식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그는 소연의 마음을 확실히 느꼈다. 그녀는고등학교 시절이나혼인신고를 갓 했을 때처럼 냉정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밤에 소연의 방에 몰래 들어가 볼까?'마음속에 피어오른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그는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심호흡을 길게 하고 소연의 방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방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휴..."입김을 크게 내뱉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다시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방에서 소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 지훈이, 너야?"남지훈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소연이가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그는 용기를 내어 외쳤다."응, 나야, 목이 말라서 물 마시러 나왔어."말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얼른 정수기 쪽으로 걸어가 시원한 물을 연거푸 마셨다. '큰일 날 뻔했네, 안 들어가길 잘했어! 들어갔다면 우리 사이도, 이제 끝이겠지?'뒤늦게 이성을 찾은 남지훈이 홀로 생각에 잠겼을 무렵 소연이가 방에서 나왔다.시스루 슬립 원피스 사이로 그녀의 도도하고 매혹적인 몸매가 어렴풋이 보였다.남지훈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전혀 거리낌없이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남녀 단둘이 한 공간에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소연도 남지훈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여자 처음 봐?"소연은 남지훈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한 번만 더 쳐다보면 네 눈을 찔러 버리는 수도 있어!""어..."남지훈이 황급히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그녀의 매혹적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남지훈은 30대에 접어드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너지가
방 안에선 소연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쁜 자식!"남지훈이 그녀에게 강요하려는 사실에 화가 났다.]그 순간,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알림음이 그녀를 진정시켰다.저녁 식사 후, 그녀는 20년 전 J 도시의 신문을 확인하던 중 아주 운 좋게 인터넷에서 남용걸이 게재했던 광고를 발견했다.그녀는 남지훈이 입에 물고 있던 공갈젖꼭지에 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었다.공갈젖꼭지가 유일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28년 전, 그 시절 경제는 그리 풍요롭지 않았다.고추나무로 치발기를 만들어 쓰던 시골에서는 노리개젖꼭지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우선 비용이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는 노리개젖꼭지 자체가 귀해서 시골 지역에서는 구할 수도 없었다.남지훈이 입에 물고 있는 곰 공갈젖꼭지는 서울에서 생산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았다.자세한 건 천천히 조사해야 했다. 아직 도움이 될 만한 특별한 단서가 없었다.확실한 건 남지훈이 서울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소연은 눈썹을 문지르면서 고민에 빠졌다.'더 조사해야 되나? 그냥 관둘까?'남지훈의 친부모님이 먼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허탕 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오히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싶었다.댓글 알바들을 찾아 글을 올리면 인기 검색어에 오르게 될 것이고, 남지훈의 친 부모님이 그걸 목격하게 될 더 커질 것 같았다.하지만 남지훈이 부모님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글을 올리게 되면 자연스레 남지훈도 글을 보게 될 것이다.소연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몇 가지만 더 확인하고 친부모 찾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나중에 남지훈이 마음이 바뀌면 그때 다시 도와줄 생각이었다.소연이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남지훈은 킁킁 코를 골면서 단잠에 빠졌다.자신을 낳아준 친 부모님보다도 잠을 자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했다.소연이가 남지훈에게 격투 기술을 가르쳐 주기로 했기에아침 일찍
'이 녀석 아직도 나한테 삐쳤나?'두 사람은 여전히 스파링 한 번 못해보고 운동을 끝냈다.아침 식사 후 둘은 함께 S 그룹으로 향했다.소연이 고용한 변호사는 이미 남용진 일당을 고소하러 가고 없었다.S 그룹에 도착한 소연은 책상에 앉아 두 손으로 뺨을 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소한진이 들어와 물었다."소연아, 무슨 생각 해?"소연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오빠, 오빠는 펀치 하나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어?""바람?"소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못하지, 아마 이번 생엔 힘들 것 같은데, 넌 가능하지 않아? 우리 집안에서 네가 격투기를 제일 잘하잖아."소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나도 안 돼! 아침에 내가 지훈에게 펀치랑 킥을 가르쳐 줬다? 근데 펀치가 얼마나 세던지 강한 바람까지 일으키더라고.""뭐?"소한진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진짜야? 격투기를 배운 지 석 달도 안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소연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오빠, 우리 둘의 관계가 밝혀질 때까지는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겠어."소한진은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남지훈이 그렇게 강한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은 소한진도 생각 못 했던 것이었다.그는 말을 이어갔다."소연아, 매제가 진짜 격투기 고수가 맞긴 맞나 봐! 언제 스승님께 한 번 말씀드려 봐, 스승님도 엄청 기뻐하실 거야."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더 이상 자신이 남지훈을 가르칠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확실히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었다.한편, 남용진과 그 일행들은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법정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남세형이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왜 이렇게 빨라? 어제 금방 변호사 서한을 보내놓고, 오늘 소환장이라니..."소환장을 받은 후 재판 날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게 보편적이었지만 이건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남용진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