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8화 불이 나다

나는 직접 기선혜의 부모님을 데리러 올 필요는 없었다. 그냥 기선우가 나고 자란 곳을 돌아보고 싶었다.

저녁이 되었고 나는 기선우의 침대를 쓰게 되었다. 깔끔하고 심플한 방에 기선우의 학창 시절 사진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기선우를 보았다. 기선우는 바에서 바텐더 알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선우야, 요즘 잘 지내고 있어?”

기선우는 나를 향해 쾌활하면서 눈부시게 웃어 보이더니 여전히 상큼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나, 나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일어났을 땐 이미 베개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이때 밖에서 기선혜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일어나서 아침 먹을래요?”

“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계획대로라면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하는 건데 가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 기선혜의 아버지를 찾으러 왔고 토지와 관련된 얘기를 했다. 나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보니 하루가 꼬박 지났고 서울로 돌아가는 계획을 하루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는 이날 밤 벌어졌다.

고민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배인호가 전화를 걸어왔고 나도 거절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지영아, 어디야? 왜 혼자서 그렇게 멀리까지 갔니?”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건 배인호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많이 조급해 보였지만 목소리에서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다.

“그래도 인호 전화를 받으니 좋구나.”

“아주머니, 저 괜찮아요. 그냥 선혜 언니 부모님 데리러 온 거예요.”

겨우 짜낸 졸음도 한꺼번에 사라졌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배인호 어머니가 왜 배인호 전화로 전화를 걸었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배인호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영아, 나는 인호와 서란이 사귀는 거 결사반대야. 아까도 한 소리 했어. 만약 진짜 서란과 사귀겠다고 한다면 모자의 연을 끊겠다고 했어.”

배인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