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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질투를 느끼다

그날의 그 통화 이후로 나와 배인호는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필요한 논의 외에는 다른 일로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일단 기선혜 부모님이 거주할 곳을 마련해준 후, 미도 그룹의 정황에 대해 파악할 방법을 생각하곤 했다. 그들은 불법 자금 세탁에 연루된 이상 분명 허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허점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었다.

“지영 씨, 지금 아주머니가 제 핸드폰으로 아주머니 친구분들에게 연락하고 싶다 하는데 어떡할까요?”

기선혜가 초조한 말투가 나에게 물었다.

“저 내일 엄마 친구분들 집에 초대할 거예요. 그러니 그냥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두뇌 사용 시간을 줄이라고 했다고 알려주세요. 조금 나아지면 그때 핸드폰 사용하게 해준다고요.”

나는 기선혜에게 당부했다.

기선혜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이런 변명만으로는 끝까지 속일 수 없다는 거도 잘 알고 있고, 엄마도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의심할 것이다.

나는 집에서 파일을 가진 후 이 기사님더러 술자리 장소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이 술자리는 진명수가 주선한 것이다. 그 자리에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도착해 보니, 역시나 내 예상대로 하미선, 서란, 민예솔이 있었지만, 다행히 배인호는 없었다.

하미선도 간덩이가 부은 듯하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이렇게 당당히 진명수와 산다는 게 대단할 지경이였고,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아예 신경도 안 쓰는듯했다.

“허 대표님 왔어요? 얼른 앉아요.”

하미선은 나를 보더니 가식적인 미소로 보이며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나도 웃어 보이며 의자를 끌어당겼고, 서란과 마주 보며 앉게 되었다.

이번에 나를 보는 서란의 눈빛은 예전의 질투심과 적개심이 아닌, 승리자의 차분함이 담긴 눈빛이었고, 거기에는 약간의 의기양양함도 섞여 있었다.

아마 요즘 배인호가 그녀에게 잘해주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란에게서 저런 눈빛이 나오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배인호가 이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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