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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부드러운 속삭임

“인호 씨, 이 얘기는 그만 얘기해요. 네?”

나는 더 이상 이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우범하고 만나지 마. 그게 내 유일한 부탁인 걸 넌 몰라?”

배인호의 싸늘하게 굳은 표정에 틈이 벌어지더니 거기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 일 때문에 좋아져 가던 그와 나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았다.

거실 분위기는 딱딱해졌고 나는 계속 서 있고 배인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누구도 침묵을 깨기 위해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 배인호에게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배인호는 빨랐고 나는 현관문을 나서기도 전에 이미 그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그는 화를 내며 내게 물었다.

“이젠 화도 내네. 다른 남자와 단둘이 밥을 먹었으면서, 뭘 잘했다고?”

“배인호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줄래요?”

나는 정말로 화가 났다.

“그때 도시아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요? 그런데도 정말 도시아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해요?”

“그 여자가 죽든지 말든지 도대체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배인호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배인호 씨. 이렇게 냉정할 필요 있어요?”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도시아를 보니깐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인호 씨도 도시아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도시아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최선을 다해 나의 감정을 자제했지만, 배인호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너 자살하려고 한 적 있어?”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당황하며 배인호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자살 시도를 한 건 맞지만 그건 전생의 일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배인호 이상함을 눈치챈 듯 다시 나에게 물었다.

“대답해.”

“아니에요. 그냥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상황이 나와 같아서요. 이우범도 당신하고 똑같아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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