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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뭐라도 좋아

배인호의 그 말에 나는 갑자기 뭐라고 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그 말을 들은 뒤, 조금 전까지 좋지 않았던 내 기분이 조금은 풀린듯했다.

“일부러 저에게 이런 말 할 필요 없어요.”

한참 뒤, 나는 겨우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일부러 아니야. 여기 온 것도 너 보려고 온 거야. 그러니 내려와.”

배인호의 말투에는 명령조가 섞여 있었지만 전혀 싫지만은 않았다.

나는 원래는 내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엄마가 깰까 봐 발끝을 들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갔다. 정원을 통해 큰 대문 앞에 도착하니, 배인호의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에 의해 비쳐 있었고, 그는 손에 담배 한 대를 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바로 담뱃불을 끄고는 옆 휴지통에 버렸고, 팔을 벌려 포옹의 사인을 보냈다.

“안 달려와?”

내가 어떻게 달려가서 그에게 안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조용히 걸어가 그에게 살며시 안겼다.

배인호는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나를 꽉 끌어안았고, 나는 거의 그 가슴팍에 몸이 붙어져 배인호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경이였다.

“오늘 질투할 줄도 알고. 잘했어.”

배인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서려 있었고, 그는 기쁜 표정을 숨길 수 없는 듯했다. 그는 나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언제쯤이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희망이 있는 건가?”

나는 몇초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모르는 거면 가능성은 있는 거네.”

배인호는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기만 한다면 난 뭘 해도 좋을 것 같아. 나보고 큰길에서 바닥 청소하라고 해도 난 괜찮을 것 같아.”

나는 바로 배인호가 큰길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아마 대표님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진 채 잘생긴 청소부라는 검색어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것만 같았다.

그 화면은 왠지 모르게 웃겼고,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더 웃기도 전에 내 입술에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고, 배인호는 내 허리를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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