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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이유 없이 화내다

서란은 사실 아주 예리한 성격이다. 배인호가 나에 대한 태도가 조금만 달라도 모든 걸 쉽게 눈치채곤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으니, 배인호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즉, 서란은 벽에 대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 그녀는 분노의 시선을 거두고, 일부러 소리 나게 몸을 등받이에 쾅 하고 기대었다.

이런 유치한 행동으로는 당연히 배인호의 시선을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가는 내내 차 안은 조용했고, 그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배인호는 나를 유하가든에 데려다준 뒤, 서란이를 데려다줬다.

“지영 씨 왔어요?”

기선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빠르게 나를 부축했다.

“어디 다친 거예요? 많이 심각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등에 상처가 조금 났어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이따가 언니 부모님도 도착하실 거니까 휴식 좀 할 수 있게 우리 집에서 아무 방이나 일단 마련해줘요.”

기선혜는 큰 문을 기웃거렸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부모님을 보고 싶어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다만 이 기사님이 배인호보다 운전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므로, 아마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래요. 진짜 고마워요. 앞으로 제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꼭 이 은혜에 꼭 보답할게요!”

기선혜는 감격에 차서 나에게 말했고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가 환생 후 기선우에게 일부러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전생의 결말처럼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을 거다.

이윽고 기선혜는 방을 청소하러 들어갔고, 나는 혼자 문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배인호 어머니도 아직 그 차에 있으니, 아무리 어째도 맞이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이미 잠에 드셨으니, 여기에 대해 뭐라 할까 봐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약 30분이 지났을 때쯤, 차는 정원 앞에 세워졌다. 큰 문밖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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