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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이우범과 함께

이 사람은 예전부터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내가 못 봤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난처하게 만들다니.

“아 그래요? 전 진짜 못 봤어요.”

나는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아빠와 하기백 아저씨가 오랜 친구라서요. 아저씨한테 급하게 선물 주러 와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럼 같이하죠? 저도 때마침 아버지 대신 그림 하나 구매하러 왔거든요.”

이우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더는 캐묻진 않았지만, 여전히 나를 난처하게 했다.

나는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어제 나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착각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갤러리는 총 두 층으로 되어있었고, 나와 이우범은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상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은 경우면, 나는 서란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조차 하기도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우범은 나에게 근대 미술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얘기해 줬고, 나는 그가 근대 미술에 대해 아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기백은 2층에 있었고, 나와 이우범이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배인호와 마주쳤다. 그의 뒤에는 전에 몇 번 봤던 그의 비서가 있었고, 비서의 손에는 이미 포장된 그림이 들려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아빠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안 됐다.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거듭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어제 일어난 일을 계기로, 배인호와 이우범의 오래된 우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의 운명은 마치 미리 정해진 것만 같았다. 수년간의 우정이 전생에서부터 같은 여자로 인해 손 뒤집듯 쉽게 뒤집히니 말이다.

“우리가 비켜줄게.”

이우범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배인호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면서 내 허리를 팔로 감쌌고,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배인호는 차가운 눈으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더니 곧 계단을 몇 개 더 내려와서는 내 옆에 멈춰 섰다.

그는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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