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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날 가만두지 않을 거다

기선우는 시선을 돌렸고,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얼굴색은 더욱 창백해졌다.

“지영 언니, 언니 교통사고 났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어요.”

서란은 들고 온 영양제를 침대 옆에 놓고는 부스스한 파마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근데 배인호 씨는 언니 보러 안 왔나 봐요?”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실망에 찬 듯한 눈빛이었다.

서란은 내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라, 배인호가 여기 있을 줄 알고 그를 만나러 온 듯했다.

“네가 여긴 왜 왔어?”

이때 기선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기선우, 결국에는 이렇게 둘이 만나나 봐?”

서란은 비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랑 내가 다른 게 뭔데? 결국은 다 잘살아 보겠다고 이러는 거잖아. 그런 네가 뭔 자격으로 나와 배인호 씨 문자 기록 공개하고 나를 궁지로 밀어!”

기선우는 서란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는 화를 참지 못해 그녀가 가져온 영양제를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내가 넌 줄 알아? 난 너처럼 돈 때문에 감정을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이만 내 눈앞에서 꺼져!”

한때는 서로 사랑하며 잘 만나고 있던 커플이, 이제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모습을 나는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서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너 되게 고상한 척한다? 기선우, 내가 너랑 사귀는 동안 매일 마라탕 같은 거나 먹고, 옷도 유행 다 지난 세일 상품들만 사 입었고, 매일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만 탄 거로는 부족한 거야? 너 심장 하나 바꾸는 데 얼마 드는지는 알아? 나 너랑 계속 만났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그 말에 화가 난 기선우는 얼굴까지 빨개졌다. 그는 분명 달콤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건데, 서란한테 있어서는 단지 저렴한 추억인 듯하다.

“기선우, 네가 학력이 높으면 또 뭐 어찌할 건데? 네가 진짜로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서란은 동정 섞인 눈빛으로 기선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일부러 기선우를 자극하는 말만 했고, 그의 모든 걸 부정하고 싶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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