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닥쳐! 이 변태 새끼야!”기선우는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막아섰고, 그가 이동원한테 손을 댄다면, 그 뒤에는 아마 더 복잡해질 것이다.“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이동원은 화가 나 말했다.“너 다시 말해봐. 이게 너희가 부탁하러 온 태도인 거야?!”나는 그 둘 사이를 막아섰고, 약간 짜증이 났다.“이 사장님, 많이 취하셨네요. 저 일단 동생 데리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원래는 이 정도까지 일은 아니었는데, 결국은 이동원의 주사로 인해 내 기분까지 다 잡쳤다. 나는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통해 부탁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이 병에 있는 술 다 마시고 나한테 동생 대신 사과하거나, 아니면 여기 와서 나랑 키스하면 그냥 넘어가 줄게요. 아니면 꺽~이거 이대로 쉽게 안 넘어갈 겁니다!”이동원은 술에 취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했고, 이제는 아예 무리한 요구까지 하기 시작했다.내가 답을 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손을 뻗어 그 병에 술을 이동원 머리에 부어버렸다. 술은 그의 머리와 얼굴에 마구 흘러내렸다.이동원은 단번에 술이 확 깬 듯, 배인호의 그 무서운 얼굴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배 대표님, 이게 뭐 하는 짓인 거죠?”배인호는 술을 다 부은 후, 빈 술병으로 이동원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당신 대신해서 술 깨주려고.”이동원의 머리에서는 곧 피가 흘러내렸고, 그는 주사를 부리며 반격하려 했으나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나는 이동원 못지않게 깜짝 놀랐고, 배인호가 나를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영 누나, 이거...”기선우는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동원을 보고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때린 거니까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긴장할 거 없어.”배인호는 냅킨 몇 장을 들고 손에 묻은 술을 닦아냈다. 조금 전의 분노 가득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누군가를 기절시키게 만든 거에 대한 당황한 기색도 더욱이 보이
그 자리를 뜨면서, 엄마는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여기 별로야, 풍수지리도 안 좋고. 점 보러와서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도 만나고!”“엄마, 보살님이 뭐래? 설마 나 죽을 때까지 혼자 늙어 죽는대?”나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우리 딸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어떻게 한평생 혼자야? 이런 건 정확하지 않아! 잠깐, 내 핸드폰이 어딨지?”엄마는 갑자기 핸드폰을 두고 오신 듯 여기저기 찾으셨고, 한참을 찾아도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는 심장도 좋지 않기에 여기까지 오는 거도 애를 먹었다. 엄마가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을 갖고 오는 건 무리인 것 같아 내가 엄마 대신 핸드폰 가지러 돌아갔다.내가 다시 천인당에 들어섰을 때 보살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감정을 너무 강요하지 마! 그 사람은 당신과 인연이 아냐.”그 소리를 따라 다가가 보니, 서란이 점괘를 다 보고 보살님과 밖에서 얘기 중이었고,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면 저 여자 사주는 어떤데요?”“아가씨, 그건 저 아가씨 개인 정보라 얘기해 줄 수 없어.”보살님이 담담하게 답했다.서란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다. 아마 결과가 좋지 않은듯하다.그녀가 어떤 점괘를 봤든, 결과가 어떻든 나와 상관도 없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바로 돌아갔고, 뒤에 서란과 민예솔도 소리 없이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뒤에 마치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나는 걸음에 속도를 줬다.얼마 안 가서 서란한테 전화가 온 듯 서란의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진짜? 유정아 너 진짜 대단하다!”그 전화로 인해 서란의 기분은 갑자기 좋아진 듯했고, 몹시 흥분돼 보였다.“좋아, 언제쯤 오는데? 같이 밥이나 먹자. 너희 지훈 오빠보고 사라고 해.”음? 서란의 대답에 따라 대충 종합해 보면, 우지훈과 유정이 사귀는 건가?나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서울시에서 그래도 난다긴다하는 친구들한테 연락해, 이훈을 같이 찾아주길 원했다.집에 도착 후, 단톡방을 확인해 보니 정아가 문자가 와 있었다.「헐, 지영아. 서란 친구가 우지훈이랑 만나는 같던데? 그래서 노성민한테 밥 먹으러 오라고 했나 봐. 눈 진짜 낮네?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해.」나는 그녀들이 단톡방에서 그 사실에 대해 논의하든 말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정아의 연속된 Call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아주 흥분 상태였다.“지영아, 배인호가 나한테 사진 한 장 보내줬는데, 이훈 손이 부러져 있어. 근데 본인이 한 건 아니래. 다른 사람 시켜서 조사 해봤나 봐!”“응? 대체 뭔 뜻인 거지?”나는 아직 좀 혼란스러웠다.“나도 모르겠어. 혹시 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일부러 우리한테 안 알려 주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정아는 이런저런 상황을 추측했다.“네가 본인을 찾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거 아닐까.”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배인호가 이젠 나한테 이런 방법까지 쓴다고?만약 나에게 시간을 좀 더 준다면 나는 이훈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이훈의 정황으로 보아, 이훈이 살아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를 찾은 후면 아마 반 불구가 된 상태일 거다.“좋아, 내가 직접 배인호를 찾아가 볼게!”나는 한때 이훈이 나를 도와준 대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 이따가 노성민이 배인호 만나러 갈 거거든. 내가 그 주소 보내줄게.”정아가 답했다.그 주소를 받은 후, 나는 운전하여 바로 그 목적지로 향했다.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배인호가 문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그의 옆에는 노성민과 우지훈이 앉아있었고, 이우범은 그와 멀리 떨어져 앉아있었다.서란, 유정, 민예솔은 나를 보더니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다.나를 본 이우범의 눈빛은 미묘하게 변했고, 특히 그 금테 안경을 쓰고 다른 사람을 보는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다.나는 최대한
식사 자리 분위기는 말 그대로 축 처져 있었고, 다들 아무런 말도 없었다. 특히 배인호와 이우범은 오늘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 말 많던 노성민마저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오직 정아와 몇 마디 나눈 후 서란과 다른 사람과는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만약 우지훈과의 관계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거다.서란은 몇 번이나 배인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부 무시만 당했고, 결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이때, 서란의 전화벨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깨며 울렸다.그녀는 발신자를 한번 확인하고는 어색한 얼굴로 유정에게 속닥거리더니, 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갔다.“정아야, 나 입맛이 없어서 먼저 가볼게.”나는 얼마 먹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오늘 주요하게 이훈의 일에 대해 왔지만 별 큰 수확은 얻지 못했고, 식사 분위기까지 어색해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그래!”정아는 내가 불편해하는 걸 알고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인사를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 내 차는 호텔 문 앞에 세워졌고 차에 타려는 순간, 조수석 문이 열렸다.“여긴 왜 타요?”나는 조수석에 앉은 배인호를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대체 언제 따라 나온 거지?“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고.”배인호의 옆모습은 말 그대로 정교했고, 은은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렇게만 봤을 때,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모습은 아닌듯했다.나는 살짝 의아한 듯 물었다.“그럼 신세 안 갚아도 되는 거예요?”“갚아야지.”배인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같이 영화나 보러 가는 건 어때?”그의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하지만 영화 한 편만 보는 정도면,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나는 깊게 고민 후 입을 열었다.“그래요, 일단 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요.”배인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로 주소 하나를 보내 줬고, 그와 동시에 다른 한 가지 사실도 알려줬다.“유인웅이 데려갔어.
이어서 엄마는 내 핸드폰을 꺼버렸다.나는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봤다. 배인호는 내가 일부러 그를 속이고 그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엄마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지라 나는 그한테 연락할 수 없었다.“엄마, 대체 누가 배인호도 거기 있었다고 말해줬어요?”나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정아와 노성민은 얘기했을 리 없고, 서란이나 나머지 사람들도 우리 엄마 연락처는 없을 건데…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심스러운 한 사람은 바로... 이우범이였다.하지만 그는 뒤에서 이런 고자질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엄마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누가 말했는지는 알 거 없고, 아무튼 배인호랑은 다시는 엮이지 마. 너 이미 배인호 때문에 그렇게 상처받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거야?”“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나는 엄마한테 이훈의 일에 관해 설명해 줬다.엄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답은 역시 똑같았다. “아무튼, 너 다시는 배인호와 연락하지 마!!”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시간은 이미 12시를 향해갔으며,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엄마는 끝까지 내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으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쉬어야 했다.잠자리에 들기 전, 밖에서는 차 소리가 들려왔고,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나는 바로 베란다로 가서 상황을 살폈고, 문밖에 검은 링컨 한 대가 불빛이 켜진 채 조용히 서 있었다.배인호는 반쯤 열린 차창으로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듯했지만, 그의 표정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다.나를 보러 온 건가? 내가 아무 말 없이 약속을 어겨 그는 아마 화나 있을 것이다.나는 아래로 내려가 그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내가 대문 앞까지 왔을 때, 배인호의 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나는 대문 앞에 서서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이어서, 엄마와 아빠는 이 기사님더러 나를 감시하게 했고, 그들은 일이 바쁜 관계로 계속하여 나를 감시할 수 없었다.이 기사님과
“그래요, 엄마, 아빠도 이젠 올 시간이네요.”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얼마 안 지나 아래로 내려가 보니 저녁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침실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 내 문 앞에 왔는진 모르겠지만 세희가 내 침실 문 앞에 와있었다.“세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나는 이게 환각인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배인호가 다쳤대. 정아가 너희 집 기사님한테 전화해서 너 전해주라고 했는데 너 몰랐어?”세희는 내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정아와 노성민 지금 병원에 있어. 지금 배인호 부모님께도 감히 알리지 못하고, 언론에서 알아서도 안 되는 상황이야.”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배인호가 다쳤다고? 심각한 거야?”“비교적 심각한 상황이라, 내가 너한테 말해주러 왔어.”세희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머리를 크게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야 한대.”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배인호가 다른 사람한테 맞아서 머리가 상했다고?“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내가 답했다.“배인호 아직 술도 덜 깼나 봐. 그래서 지금 치료도 안 받으려 한대. 그게 아니면 정아가 굳이 나보고 너한테 전달해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우리도 네가 배인호랑 다시 엮이는 건 원하지 않는데…”세희는 답답한 듯 말했다.“배인호 그 사람은 원래부터 이렇게 유치한 거야?”그건 유치한 게 아니라, 자신한테 화풀이하는 거다.이때 노성민이 세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좀 바꿔 달라고 했다.노성민은 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지영씨, 제발 도와줘요. 얼른 와서 인호 형 좀 말려봐요! 저희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노성민의 간곡한 부탁을 들으니, 며칠 전 내가 배인호와의 약속을 어겼던 일이 생각났다…“저 있다가 바로 갈게요. 근데 주사 부리는 거라 제가 말한다 해도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어요.”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은 근심스러웠다.“그래요, 그래요. 얼른 와요!”노성민은 기뻐하며 답했다.세희는 이모건과 같이 우리 집에 방문했고, 그는
나는 말문이 막혔다.역시나 당하고만 있을 배인호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그만 이렇게 다쳤고 상대는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은 줄 알았다.“왜 싸운 거예요?”세희가 참지 않고 물었다.박준은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큼큼, 그 이동원이라는 사람이 지영 씨에 대해서 불쾌한 말을 하고 있었어요. 인호도 술을 많이 마신 터라 화를 참지 못했고요.”나는 말없이 이마를 짚었다. 모두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러게 지영이가 그토록 사랑할 땐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인제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예요?”정아는 거침없이 얘기했다.노성민은 재빨리 정아를 다독였다.“여보, 화내지 마. 그때는 인호 형의 잘못이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 우리 그만 꾸짖자, 이러다 형 미치겠어.”이모건이 입을 열었다.“나도 몇 년 전에 배 사장님하고 여자 연예인이 스캔들 난 거 봤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요.”노성민과 박준은 나를 붙잡아 배인호를 달래 그가 치료를 잘 받게 하려고 계획했지만 결국 모두 배인호를 꾸짖고 있었다.두 사람은 난감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애당초 배인호와 함께 나를 배척하던 두 공신이었다.잠시 후 배인호는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웠고 모든 사람을 스캔한 후 그의 시선은 나에게 멈췄다.전생에 암세포가 퍼져 나갔을 때 나는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배인호는 나와 이혼을 상의하는 것 외에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이우범은 왜 오지 않았지?이런 상황에서 이우범은 항상 배인호를 걱정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적대적으로 변한 것일까?“난 그만 돌아가 볼게. 인호 씨, 치료 잘하고 빠른 쾌유를 빌어요.”나는 생각을 멈추고 배인호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배인호가 나를 불러 세웠다.“잠깐만!”배인호의 피부는 유난히 희고 상처를 입어 피를 흘려서 그런지 더 창백해 보였다. 또렷한 눈썹과 어두운 눈동자가 그의 얼굴과 대조되어 흑백 만화에 나오는 사람 같았다.“인호 씨, 어떻게 된
이모건은 그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아빠는 이미 잠드셨고 엄마가 아직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죄송합니다. 다들 즐겁게 밥 먹고 얘기 나누느라 늦었습니다.”이모건은 엄마를 보고 먼저 입을 열어 변명했다.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세희가 나의 친구고 이모건은 세희의 남자친구이니 불편한 기색을 내시지 않으셨다.“돌아왔으면 됐죠.”엄마가 대답했다.“저희는 돌아가 볼게요.”세희가 재빨리 도망쳤다.“그래, 운전 조심하고.”엄마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세희와 이모건이 떠나는 것을 보고 엄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점점 사라지셨다. 엄마는 내게 물으셨다.“정말 쟤들이랑 밥 먹은 거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만약 이번에도 엄마가 또 내가 병원에 배인호를 만나러 간 걸 아시게 된다면 나는 뒤에서 고자질 한 사람이 이우범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떼며 물을 따라 마신 뒤, 엄마가 말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엄마는 더 묻지 않으시고 그저 진지하게 나를 다독이셨다.“그래, 그럼 됐어. 매일 널 단속하는 것도 맞는 행동은 아니고. 지영아, 네가 알아서 잘해야 해.”감금을 해제시켜 주시는 건가?엄마는 핸드폰을 꺼내 내게 돌려주셨다.“핸드폰 받아. 가서 얼른 자.”“알겠어요.”나는 기쁘게 핸드폰을 받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21세기 신세대 여성이 핸드폰이 없으니, 너무 슬펐다. 거기에 나는 계속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컴퓨터도 없었고 매일 지루하게 보냈다.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켰다.켜자마자 20통가량의 전화가 와 있었다. 절반이 넘게 모두 배인호가 한 것이다. 그리고 몇 개는 이우범과 정아, 기선우였다.카톡에는 99개 이상의 메시지가 있었다.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답장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배인호의 대화창에서 멈췄다.「이 영화 좋아해?」「왜 대답이 없어? 전화는 왜 안 받아?」「허지영, 지금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