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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배인호는 소유욕이 강한지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한, 반드시 그것을 되돌릴 방법을 찾을 것이다.

만약 2년 전 그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고, 머리에는 마치 한편의 자서전 영화가 플레이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더는 이렇게만 있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바람을 쐬러 갔다.

내 병실은 3층이었고, 낮은 층수에 속하는지라 아래 작은 정원이 선명하게 보인다. 몇 개의 가로등이 조약돌 길에 여기저기 서 있었고, 그 불빛 아래 벤치에 배인호가 앉아있었다.

늦은 저녁이라 병원은 조용했고, 아래 정원에는 그 누구도 없었기에 배인호가 더욱더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했던 말에 대해 자세히 생각 좀 해봤으면 한다.

그는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곧 내 전화가 울렸다.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았다.

“우린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없어. 허지영, 내가 제대로 생각해 봤는데 나 그렇게 못 할 거 같아.”

핸드폰에서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만 내쉰 뒤 전화를 끊었다.

아니면 이제는 진짜로 새로운 남자를 찾아 시집이나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 그도 유부녀를 자꾸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부모님도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신랑감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

내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이우범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는 빠르게 그 생각을 접었다. 그를 또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은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되었고, 내가 퇴원하는 그날까지도 좋은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이 고민을 친구들한테 털어놨더니,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이우범을 추천했다.

특히 정아는 유독 난리였다.

“에이, 지영아. 그런 좋은 남자는 어디 가서도 찾기 어려울걸? 너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우리 주변 남자 무리 중에 가장 사생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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