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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너 대신 술 깨줄게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1-09 19:00:00
“그 입 닥쳐! 이 변태 새끼야!”

기선우는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막아섰고, 그가 이동원한테 손을 댄다면, 그 뒤에는 아마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동원은 화가 나 말했다.

“너 다시 말해봐. 이게 너희가 부탁하러 온 태도인 거야?!”

나는 그 둘 사이를 막아섰고, 약간 짜증이 났다.

“이 사장님, 많이 취하셨네요. 저 일단 동생 데리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원래는 이 정도까지 일은 아니었는데, 결국은 이동원의 주사로 인해 내 기분까지 다 잡쳤다. 나는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통해 부탁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병에 있는 술 다 마시고 나한테 동생 대신 사과하거나, 아니면 여기 와서 나랑 키스하면 그냥 넘어가 줄게요. 아니면 꺽~이거 이대로 쉽게 안 넘어갈 겁니다!”

이동원은 술에 취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했고, 이제는 아예 무리한 요구까지 하기 시작했다.

내가 답을 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손을 뻗어 그 병에 술을 이동원 머리에 부어버렸다. 술은 그의 머리와 얼굴에 마구 흘러내렸다.

이동원은 단번에 술이 확 깬 듯, 배인호의 그 무서운 얼굴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배 대표님, 이게 뭐 하는 짓인 거죠?”

배인호는 술을 다 부은 후, 빈 술병으로 이동원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당신 대신해서 술 깨주려고.”

이동원의 머리에서는 곧 피가 흘러내렸고, 그는 주사를 부리며 반격하려 했으나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나는 이동원 못지않게 깜짝 놀랐고, 배인호가 나를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영 누나, 이거...”

기선우는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동원을 보고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때린 거니까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긴장할 거 없어.”

배인호는 냅킨 몇 장을 들고 손에 묻은 술을 닦아냈다. 조금 전의 분노 가득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누군가를 기절시키게 만든 거에 대한 당황한 기색도 더욱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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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리를 뜨면서, 엄마는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여기 별로야, 풍수지리도 안 좋고. 점 보러와서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도 만나고!”“엄마, 보살님이 뭐래? 설마 나 죽을 때까지 혼자 늙어 죽는대?”나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우리 딸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어떻게 한평생 혼자야? 이런 건 정확하지 않아! 잠깐, 내 핸드폰이 어딨지?”엄마는 갑자기 핸드폰을 두고 오신 듯 여기저기 찾으셨고, 한참을 찾아도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는 심장도 좋지 않기에 여기까지 오는 거도 애를 먹었다. 엄마가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을 갖고 오는 건 무리인 것 같아 내가 엄마 대신 핸드폰 가지러 돌아갔다.내가 다시 천인당에 들어섰을 때 보살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감정을 너무 강요하지 마! 그 사람은 당신과 인연이 아냐.”그 소리를 따라 다가가 보니, 서란이 점괘를 다 보고 보살님과 밖에서 얘기 중이었고,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면 저 여자 사주는 어떤데요?”“아가씨, 그건 저 아가씨 개인 정보라 얘기해 줄 수 없어.”보살님이 담담하게 답했다.서란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다. 아마 결과가 좋지 않은듯하다.그녀가 어떤 점괘를 봤든, 결과가 어떻든 나와 상관도 없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바로 돌아갔고, 뒤에 서란과 민예솔도 소리 없이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뒤에 마치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나는 걸음에 속도를 줬다.얼마 안 가서 서란한테 전화가 온 듯 서란의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진짜? 유정아 너 진짜 대단하다!”그 전화로 인해 서란의 기분은 갑자기 좋아진 듯했고, 몹시 흥분돼 보였다.“좋아, 언제쯤 오는데? 같이 밥이나 먹자. 너희 지훈 오빠보고 사라고 해.”음? 서란의 대답에 따라 대충 종합해 보면, 우지훈과 유정이 사귀는 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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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서울시에서 그래도 난다긴다하는 친구들한테 연락해, 이훈을 같이 찾아주길 원했다.집에 도착 후, 단톡방을 확인해 보니 정아가 문자가 와 있었다.「헐, 지영아. 서란 친구가 우지훈이랑 만나는 같던데? 그래서 노성민한테 밥 먹으러 오라고 했나 봐. 눈 진짜 낮네?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해.」나는 그녀들이 단톡방에서 그 사실에 대해 논의하든 말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정아의 연속된 Call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아주 흥분 상태였다.“지영아, 배인호가 나한테 사진 한 장 보내줬는데, 이훈 손이 부러져 있어. 근데 본인이 한 건 아니래. 다른 사람 시켜서 조사 해봤나 봐!”“응? 대체 뭔 뜻인 거지?”나는 아직 좀 혼란스러웠다.“나도 모르겠어. 혹시 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일부러 우리한테 안 알려 주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정아는 이런저런 상황을 추측했다.“네가 본인을 찾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거 아닐까.”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배인호가 이젠 나한테 이런 방법까지 쓴다고?만약 나에게 시간을 좀 더 준다면 나는 이훈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이훈의 정황으로 보아, 이훈이 살아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를 찾은 후면 아마 반 불구가 된 상태일 거다.“좋아, 내가 직접 배인호를 찾아가 볼게!”나는 한때 이훈이 나를 도와준 대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 이따가 노성민이 배인호 만나러 갈 거거든. 내가 그 주소 보내줄게.”정아가 답했다.그 주소를 받은 후, 나는 운전하여 바로 그 목적지로 향했다.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배인호가 문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그의 옆에는 노성민과 우지훈이 앉아있었고, 이우범은 그와 멀리 떨어져 앉아있었다.서란, 유정, 민예솔은 나를 보더니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다.나를 본 이우범의 눈빛은 미묘하게 변했고, 특히 그 금테 안경을 쓰고 다른 사람을 보는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다.나는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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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자리 분위기는 말 그대로 축 처져 있었고, 다들 아무런 말도 없었다. 특히 배인호와 이우범은 오늘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 말 많던 노성민마저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오직 정아와 몇 마디 나눈 후 서란과 다른 사람과는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만약 우지훈과의 관계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거다.서란은 몇 번이나 배인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부 무시만 당했고, 결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이때, 서란의 전화벨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깨며 울렸다.그녀는 발신자를 한번 확인하고는 어색한 얼굴로 유정에게 속닥거리더니, 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갔다.“정아야, 나 입맛이 없어서 먼저 가볼게.”나는 얼마 먹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오늘 주요하게 이훈의 일에 대해 왔지만 별 큰 수확은 얻지 못했고, 식사 분위기까지 어색해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그래!”정아는 내가 불편해하는 걸 알고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인사를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 내 차는 호텔 문 앞에 세워졌고 차에 타려는 순간, 조수석 문이 열렸다.“여긴 왜 타요?”나는 조수석에 앉은 배인호를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대체 언제 따라 나온 거지?“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고.”배인호의 옆모습은 말 그대로 정교했고, 은은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렇게만 봤을 때,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모습은 아닌듯했다.나는 살짝 의아한 듯 물었다.“그럼 신세 안 갚아도 되는 거예요?”“갚아야지.”배인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같이 영화나 보러 가는 건 어때?”그의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하지만 영화 한 편만 보는 정도면,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나는 깊게 고민 후 입을 열었다.“그래요, 일단 이훈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요.”배인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로 주소 하나를 보내 줬고, 그와 동시에 다른 한 가지 사실도 알려줬다.“유인웅이 데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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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엄마는 내 핸드폰을 꺼버렸다.나는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봤다. 배인호는 내가 일부러 그를 속이고 그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엄마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지라 나는 그한테 연락할 수 없었다.“엄마, 대체 누가 배인호도 거기 있었다고 말해줬어요?”나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정아와 노성민은 얘기했을 리 없고, 서란이나 나머지 사람들도 우리 엄마 연락처는 없을 건데…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심스러운 한 사람은 바로... 이우범이였다.하지만 그는 뒤에서 이런 고자질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엄마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누가 말했는지는 알 거 없고, 아무튼 배인호랑은 다시는 엮이지 마. 너 이미 배인호 때문에 그렇게 상처받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거야?”“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나는 엄마한테 이훈의 일에 관해 설명해 줬다.엄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답은 역시 똑같았다. “아무튼, 너 다시는 배인호와 연락하지 마!!”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시간은 이미 12시를 향해갔으며,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엄마는 끝까지 내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으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쉬어야 했다.잠자리에 들기 전, 밖에서는 차 소리가 들려왔고,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나는 바로 베란다로 가서 상황을 살폈고, 문밖에 검은 링컨 한 대가 불빛이 켜진 채 조용히 서 있었다.배인호는 반쯤 열린 차창으로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듯했지만, 그의 표정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다.나를 보러 온 건가? 내가 아무 말 없이 약속을 어겨 그는 아마 화나 있을 것이다.나는 아래로 내려가 그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내가 대문 앞까지 왔을 때, 배인호의 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나는 대문 앞에 서서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이어서, 엄마와 아빠는 이 기사님더러 나를 감시하게 했고, 그들은 일이 바쁜 관계로 계속하여 나를 감시할 수 없었다.이 기사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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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80화 배인호가 다치다

    “그래요, 엄마, 아빠도 이젠 올 시간이네요.”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얼마 안 지나 아래로 내려가 보니 저녁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침실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 내 문 앞에 왔는진 모르겠지만 세희가 내 침실 문 앞에 와있었다.“세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나는 이게 환각인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배인호가 다쳤대. 정아가 너희 집 기사님한테 전화해서 너 전해주라고 했는데 너 몰랐어?”세희는 내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정아와 노성민 지금 병원에 있어. 지금 배인호 부모님께도 감히 알리지 못하고, 언론에서 알아서도 안 되는 상황이야.”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배인호가 다쳤다고? 심각한 거야?”“비교적 심각한 상황이라, 내가 너한테 말해주러 왔어.”세희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머리를 크게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야 한대.”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배인호가 다른 사람한테 맞아서 머리가 상했다고?“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내가 답했다.“배인호 아직 술도 덜 깼나 봐. 그래서 지금 치료도 안 받으려 한대. 그게 아니면 정아가 굳이 나보고 너한테 전달해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우리도 네가 배인호랑 다시 엮이는 건 원하지 않는데…”세희는 답답한 듯 말했다.“배인호 그 사람은 원래부터 이렇게 유치한 거야?”그건 유치한 게 아니라, 자신한테 화풀이하는 거다.이때 노성민이 세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좀 바꿔 달라고 했다.노성민은 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지영씨, 제발 도와줘요. 얼른 와서 인호 형 좀 말려봐요! 저희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노성민의 간곡한 부탁을 들으니, 며칠 전 내가 배인호와의 약속을 어겼던 일이 생각났다…“저 있다가 바로 갈게요. 근데 주사 부리는 거라 제가 말한다 해도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어요.”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은 근심스러웠다.“그래요, 그래요. 얼른 와요!”노성민은 기뻐하며 답했다.세희는 이모건과 같이 우리 집에 방문했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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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81화 내가 부탁해서 온 거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역시나 당하고만 있을 배인호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그만 이렇게 다쳤고 상대는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은 줄 알았다.“왜 싸운 거예요?”세희가 참지 않고 물었다.박준은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큼큼, 그 이동원이라는 사람이 지영 씨에 대해서 불쾌한 말을 하고 있었어요. 인호도 술을 많이 마신 터라 화를 참지 못했고요.”나는 말없이 이마를 짚었다. 모두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러게 지영이가 그토록 사랑할 땐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인제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예요?”정아는 거침없이 얘기했다.노성민은 재빨리 정아를 다독였다.“여보, 화내지 마. 그때는 인호 형의 잘못이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 우리 그만 꾸짖자, 이러다 형 미치겠어.”이모건이 입을 열었다.“나도 몇 년 전에 배 사장님하고 여자 연예인이 스캔들 난 거 봤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요.”노성민과 박준은 나를 붙잡아 배인호를 달래 그가 치료를 잘 받게 하려고 계획했지만 결국 모두 배인호를 꾸짖고 있었다.두 사람은 난감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애당초 배인호와 함께 나를 배척하던 두 공신이었다.잠시 후 배인호는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웠고 모든 사람을 스캔한 후 그의 시선은 나에게 멈췄다.전생에 암세포가 퍼져 나갔을 때 나는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배인호는 나와 이혼을 상의하는 것 외에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이우범은 왜 오지 않았지?이런 상황에서 이우범은 항상 배인호를 걱정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적대적으로 변한 것일까?“난 그만 돌아가 볼게. 인호 씨, 치료 잘하고 빠른 쾌유를 빌어요.”나는 생각을 멈추고 배인호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배인호가 나를 불러 세웠다.“잠깐만!”배인호의 피부는 유난히 희고 상처를 입어 피를 흘려서 그런지 더 창백해 보였다. 또렷한 눈썹과 어두운 눈동자가 그의 얼굴과 대조되어 흑백 만화에 나오는 사람 같았다.“인호 씨, 어떻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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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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