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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그냥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요

공항에서 그 일이 발생하고 오늘 처음 만났다. 지금까지 배인호는 나에게 연락을 한 적도 그렇다고 찾아온 적도 없었기에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는 연주회를 들으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전에 내가 첼로를 연주하면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배인호가 나타나자 슬금슬금 내 쪽으로 다가오던 두 양아치는 서로 눈을 맞추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갔다.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희롱하러 온 양아치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도 저들이 한 짓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위기는 잠시 해제되었다. 나는 배인호와 더 지체하기 싫어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이 기사님한테 전화해 데리러 오는 김에 타이어도 처리해 달라고 할 셈이었다.

“일부러 못 본척하는 거야?”

배인호가 190은 족히 되는 키로 내 앞을 막아서자 나는 더 이상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사님, 드림홀 쪽으로 좀 와주세요. 타이어가 펑크 났어요.”

나는 이 기사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야 배인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용건 있어요?”

서란의 일이 마무리된 후 나는 그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렇게 거리 둘 필요 없어.”

“그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데요?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계속 주인 보면 헤헤거리는 개가 될까요?”

많이 흥분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다 배인호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였다.

아이도 잃고 서란이 했던 일도 다 알았으니 우리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서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보상해 줄게. 네가 뭘 원하든지 다 해줄게.”

배인호의 눈빛에서 죄책감이 느껴졌다.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사과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

나는 배인호에게 이런 말을 날리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상처가 “미안해” 한마디로 흘려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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