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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잠깐 스쳐 지나간 옆모습

밥을 먹고 이우범은 집에 가서 쉬려고 했고 나는 차에 타려는데 그가 나를 불러세웠다.

“지영 씨, 이 일 인호한테 말할 생각 없어요? 인호한테도 책임이 있는데 혼자 짊어지는 건 힘들잖아요.”

“괜찮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 10년을 버틴 것만큼 힘들까요?

내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이미 절망과 억울함, 그리고 죽음을 맛본 사람에게 이런 좌절 따윈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요, 그럼 들어가서 일찍 쉬어요.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할게요.”

이우범이 웃으며 말하더니 자신의 차에 올랐고 나보다 먼저 출발했다. 나도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갔고 엄마가 거실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울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오늘은 이렇게 늦었어?”

“친구랑 잠깐 밖에서 외식했어요. 엄마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나는 엄마 쪽으로 다가가 앉았고 엄마의 팔짱을 꼈다. 엄마의 충혈된 눈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엄마는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내가 계속 캐묻자, 내 손을 잡으며 마음 아프다는 듯 말했다.

“그냥 엄마는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래. 그리고 우리 불쌍한 손주, 태어나서 세상 구경 한번 못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내 눈시울도 붉어졌다. 요즘 그 고통을 잊으려고 노력했는데 순간 다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잃어버린 내 아이가 너무나도 사무쳤다. 특히 정아의 배가 불러오는 걸 보면서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몸조리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임신만 할 수 있으면 못 할 게 없었다.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요. 그래도 인호 씨와 완전히 끝낸 건 좋은 일이잖아요.”

마음속에 북받치는 감정들을 억누르며 엄마를 다독였다.

“그래, 지영아. 앞으로 다시는 그놈이랑 만나지 마. 네가 그놈한테 바친 대가가 너무 크다.”

엄마가 당부했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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