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그 일이 발생하고 오늘 처음 만났다. 지금까지 배인호는 나에게 연락을 한 적도 그렇다고 찾아온 적도 없었기에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는 연주회를 들으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전에 내가 첼로를 연주하면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배인호가 나타나자 슬금슬금 내 쪽으로 다가오던 두 양아치는 서로 눈을 맞추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갔다.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희롱하러 온 양아치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도 저들이 한 짓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눈앞에 놓인 위기는 잠시 해제되었다. 나는 배인호와 더 지체하기 싫어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이 기사님한테 전화해 데리러 오는 김에 타이어도 처리해 달라고 할 셈이었다.“일부러 못 본척하는 거야?”배인호가 190은 족히 되는 키로 내 앞을 막아서자 나는 더 이상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기사님, 드림홀 쪽으로 좀 와주세요. 타이어가 펑크 났어요.”나는 이 기사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야 배인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용건 있어요?”서란의 일이 마무리된 후 나는 그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그렇게 거리 둘 필요 없어.”“그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데요?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계속 주인 보면 헤헤거리는 개가 될까요?”많이 흥분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다 배인호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였다.아이도 잃고 서란이 했던 일도 다 알았으니 우리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서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었다.“보상해 줄게. 네가 뭘 원하든지 다 해줄게.”배인호의 눈빛에서 죄책감이 느껴졌다.“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사과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나는 배인호에게 이런 말을 날리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상처가 “미안해” 한마디로 흘려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
그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이내 나를 발견했다. 잔잔하던 그의 눈빛이 살짝 변하는 게 느껴졌다.나는 시선을 거두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배 씨 그룹 대표 배인호 씨 아닌가요? 지영 씨 전남편?”이모건이 물었다.회사 관리에는 참여하지 않는 그가 이런 가십거리는 또 알고 있었다.“네.”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때 배인호 맞은편에 서 있던 여자가 화를 못 이겨 자리를 떠났다.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티슈 한 장을 뽑아 얼굴에 묻은 와인을 닦아내고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이모건이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쳐다봤다.“이모건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죠?”배인호가 우리 테이블에 다가서며 이모건을 쳐다봤다.재벌들은 서로 친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지는 아는 사이였다.이모건이 예의를 갖추며 답했다.“선보는 중입니다.”배인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이씨 집안 도련님이 어쩌다 선을 보는 지경까지 된 거죠?”이모건은 맞선 상대가 나는 아니라고 설명하지 않았고 나도 침묵을 지켰다. 배인호처럼 막무가내인 성격에 전처가 다른 남자랑 맞선을 보고 있으니, 그가 어떤 기분일지 예상이 되었다.내가 아무런 대답도 없자 배인호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온몸으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다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희가 돌아왔다. 세희는 예쁘고 세련되게 화장을 고쳤고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모건은 그런 그녀를 보는 순간 눈빛이 밝아졌다. 잘 될 분위기라 나는 얼른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타려는데 배인호가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나는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차에 타려 했으나 배인호가 차 문을 손으로 막았다. 그의 표정은 아주 언짢아 보였다.“맞선에 실패했나 봐? 이렇게 빨리 내려온 걸 보면?”“인호 씨, 자꾸만 내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거 같은데, 그럴 필요 있을까요?”나는 차에 타는 걸 포기하고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하지. 전처가 어떻게
이상했다. 직감이 말했다. 그 여자는 절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고 말이다.이때 세희가 떠올랐다. 워커홀릭 세희는 거의 매일 접대하면서 기타 회사의 사정을 연구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에 갑자기 신분 있는 여자가 나타난다면 세희가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나는 바로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맞선은 어떻게 됐어? 시간 나면 문자 줘. 물어볼 거 있어.」1분 뒤, 나는 세희의 전화를 받았다.“쯧쯧, 지영아, 그 이모건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 나 보고 있는데 침 흘릴 뻔했잖아!”세희는 이모건에 대한 호감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그래서 전에 내가 다른 남자한테는 눈길이 안 갔던 거였어. 나 이런 스타일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 뭐야. 이 언니 이모건으로 결정했어. 나 이모건이랑 만날 거야!”“봄바람이 살살 불어 들었네! 좋을 때다.”나는 그런 세희를 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관심이 있는 남자가 생겼다는 건 그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나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너는 집에 도착했어?”세희가 물었다.“응, 도착했어. 물어볼 게 있어. 서울시에 요즘 새로 나타난 사람 없어? 성은 하 씨고 한 50대쯤 되는 여자야.”나는 대략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년 여성에 대해 아는 게 적었고 드림홀 앞에서 두 번 본 게 전부였다.세희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떠오르는 사람 없어. 아니면 내가 돌아가서 물어볼까?”“그래. 알아낸 거 있으면 연락해.”내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잠을 청하기 위해 와인을 한 잔 따랐다. 한잔을 거의 비울 때쯤 세희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지영아, 진짜 그런 사람이 있더라? 이름은 하미선. 외국에서 금방 들어왔고 남편은 외국 회사 시에나 그룹 부대표이사야. 이번에 귀국한 건 국내에 투자해서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래. 아는 사람이야?”세희가 물었다.“아는 사람은 아니야. 근데... 전에 정아랑 같이 연주회에 갔을 때 만난 적이 있거든. 근데 그때 아빠 동료분이랑 같이 대화를 나누고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우범은 전화를 끊었다. 나는 서란이 돌아온 일에 대해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이우범이 출근 중이라 내일 저녁에 만나면 말해주려 했다.집에 돌아가기 싫어 차를 몰고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지나간 일들이 하나씩 떠올라 마음이 씁쓸해졌다. 전생은 유방암에 걸렸고 이번 생은 아직 살아 있지만 영원히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얼떨결에 나는 차를 운전해 세화 프로젝트 근처까지 왔다. 밤이 어두워지고 있었고 원래 서란이 살던 낡은 아파트는 이미 평지가 되어있었다. 밤에 보니 더 한적했고 모든 것이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난 왜 여기로 온 거지?’짙은 밤처럼 내 사색도 점점 멀리 가고 있었다.전생대로라면 윤선과 서중석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고 훗날 점점 더 잘살 것이었지만 이제 모든 게 늦어버렸다.그들은 성공해도 서란 덕이고 실패해도 서란 탓이었다.나는 유유히 한숨을 쉬고 차에 시동을 걸려는데 한 무리의 사람이 이쪽 공사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남자는 사오십 대쯤 되어 보였고 양아치처럼 알록달록한 외투를 입고 있었고 표정이 엄청 험상궂어 보였다. 그 뒤로 한 무리의 양아치 청년들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다.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배 씨 그룹의 세화 프로젝트 공사장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일까.순간 그 무리가 내 차 옆에 멈췄다. 내 차는 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창문만 조금 열어 환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나는 최대한 몸을 수여 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이따 용이 형님은 들어가자마자 부셔요. 그 망할 놈들이 형님 동생을 다치게 했는데 배상 안 하면 끝장을 봐야죠!”두목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삼식이 형님, 오스카 주연상 받은 사람처럼 연기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용이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배 씨 그룹의 프로젝트에 양아치들이 감히 와서 설치다니, 용기가 대단했다.“젠장, 배 씨
“이우범 씨, 저 때문에 굳이 배인호와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요?”나는 답답한 마음에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제 입장은 생각 안 해요? 조금 전 그 상황에서 다른 이유라도 댈 수 있었잖아요!”“우리가 이상한 관계도 아닌데 왜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하죠?”이우범이 되물었다. 나는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우범은 오히려 평소와 같았고, 우리 둘은 차 옆에 꿈쩍하지 않고 서 있었다.나는 속으로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 약간의 썸씽도 없었다고? 항상 어딘가 이상했는데?갑자기 이우범이 몸을 숙여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옷에서는 은은한 비누 향이 풍겨 아주 향기로웠다.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아니면, 우리 둘 사이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돼서 찔리는 건가요?”나는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지만, 이우범은 참을 수 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요, 저는 가끔 지영씨가 찔리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나는 찔린다기보다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이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저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더는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몰라 인사 한마디 건네고 내 차로 신속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우범은 원래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고, 다행히 나를 따라 차에 타지는 않았다. 만약 나 따라 차까지 탔었다면, 더 민망한 상황이 초래됐을 거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도착했고, 엄마와 아빠는 아직 주무시지 않았다. 두 분은 양아치들이 세화 쪽에 가서 난동을 피웠다는 뉴스를 보고 계셨다. 내가 들어 온 걸 본 엄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지영아, 어디 갔다 오는 거야?”“또 그 배 씨 녀석 찾으러 간 건 아니지?”아빠는 더 직설적으로 물으셨다.두 분은 매일같이 나에게 배인호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하셨다.나는 바로 부인했다.“그런 거 아니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엄마와 아빠는 서로 마주 보더니 계속 이어서
이 사람은 예전부터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내가 못 봤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난처하게 만들다니.“아 그래요? 전 진짜 못 봤어요.”나는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아빠와 하기백 아저씨가 오랜 친구라서요. 아저씨한테 급하게 선물 주러 와서 정신이 없었어요.”“그럼 같이하죠? 저도 때마침 아버지 대신 그림 하나 구매하러 왔거든요.”이우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더는 캐묻진 않았지만, 여전히 나를 난처하게 했다.나는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어제 나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착각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갤러리는 총 두 층으로 되어있었고, 나와 이우범은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상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은 경우면, 나는 서란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조차 하기도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우범은 나에게 근대 미술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얘기해 줬고, 나는 그가 근대 미술에 대해 아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하기백은 2층에 있었고, 나와 이우범이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배인호와 마주쳤다. 그의 뒤에는 전에 몇 번 봤던 그의 비서가 있었고, 비서의 손에는 이미 포장된 그림이 들려 있었다.나는 처음부터 아빠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안 됐다.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거듭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어제 일어난 일을 계기로, 배인호와 이우범의 오래된 우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이 두 사람의 운명은 마치 미리 정해진 것만 같았다. 수년간의 우정이 전생에서부터 같은 여자로 인해 손 뒤집듯 쉽게 뒤집히니 말이다. “우리가 비켜줄게.”이우범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배인호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면서 내 허리를 팔로 감쌌고,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배인호는 차가운 눈으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더니 곧 계단을 몇 개 더 내려와서는 내 옆에 멈춰 섰다.그는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나
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네?”“지영씨 어머니 병세 좀 확인하려고요. 딸로서 어머니 상태에 대해서도 몰랐어요? 얼마 전 심장 문제로 또 병원에 검사받으러 왔었어요. 현재는 제가 그 담당 의사고요.”이우범은 안전벨트를 하며 차분하게 말했다.엄마 상태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 봐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듯하다.“근데 담당 의사가 가정방문까지 하는 게 맞나요?”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상황에 따라 다르죠. 가요.”이우범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차분하고 냉담했다.나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엄마 건강에 관한 일이라 그를 거절할 수 없었고, 묵묵히 운전하여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 후, 이우범을 본 엄마는 기쁨 섞인 말투로 반갑게 그를 맞이해 줬다.“이우범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얼른 들어와요. 때마침 점심시간인데 같이 밥 먹어요!”“엄마, 밥 모자라지 않아?”나는 엄마에게 어떻게든 그를 돌려보내라는 눈치를 줬다.엄마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호탕하게 대답하셨다.“아니, 아주 충분해.”엄마와 내 사이에 텔레파시란 없는 듯하다.내가 한창 어이없어하던 찰나, 엄마와 이우범은 이미 거실로 가 엄마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오히려 내가 집에 방문한 손님 같았다. 하지만 나도 그 옆에서 엄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지영아, 이우범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난 얼른 가서 반찬 좀 더 준비해야겠다.”엄마는 입이 귀에 걸리셨고,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내가 결혼할 신랑감이라도 데리고 온 듯한 광경이었다.젠장, 내가 생각해 낸 비유지만 이건 적절하지 못한 비유다!엄마가 주방으로 들어간 후, 나와 이우범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우범이 나를 좋아할까 봐 겁이 났다.결국, 나는 TV를 켜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
배인호는 침대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한줄기 낯선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이따 너희 집에서 너 보러 올 거야. 푹 쉬어.”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의자의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를 떠났다.내가 그한테 물은 거에 대해서는 답을 듣지 못했다.그 뒤 경찰들이 찾아와 내 교통사고를 조사한 후, 나는 그제야 배인호가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마침 배인호가 그곳을 지나가다 발견했다고 한다.그와 동시에 나를 치고 간 그 두 사람은 석방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계속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머리가 아파 났다. 나한테는 왜 이런 일들만 생기는 걸까?그 두 사람은 조금 전 내가 들었던 유삼식이라는 사람의 부하라고 했다. 설마 내가 몰래 신고한 걸 알게 된 걸까?경찰이 떠난 뒤, 내 전화가 울렸고, 깨진 액정화면에는 「박정아」라는 이름 세글자가 떴다.“지영아, 괜찮아? 나 지금 바로 갈게!”정아는 많이 조급해 보였다.“너 아직 임신 중인데 진정 좀 해. 난 괜찮아. 얼굴에 그냥 조금 외상이 났을 뿐이야.”내가 답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번 교통사고는 누군가가 일부러 너를 해치려 했을 수 있어. 배인호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아. 네 차를 박은 그 두 사람을 석방하고 지금은 그 둘을 어디 데려갔는지도 모르겠어. 배인호가 혹시라도 큰 사고 칠까 봐 노성민이 지금 많이 걱정하고 있거든! ”정아는 단숨에 많은 얘기를 털어놓았다.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을 석방 시킨 게 배인호였다니?이때 정아 옆에서 노성민의 소리가 들려왔다.“지영 씨, 인호 형한테 전화해서 인호 형 좀 말려줘요. 오늘 기분도 안 좋아 보였는데, 때리는 건 괜찮아도 그 둘을 반쯤 죽여놓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렇게나 심각하다고? 나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인호는 워낙 성격도 좋지 않은 데다 평소에도 안하무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말려야 되는 게 맞는 걸까?전화를 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