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범 씨, 저 때문에 굳이 배인호와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요?”나는 답답한 마음에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제 입장은 생각 안 해요? 조금 전 그 상황에서 다른 이유라도 댈 수 있었잖아요!”“우리가 이상한 관계도 아닌데 왜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하죠?”이우범이 되물었다. 나는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우범은 오히려 평소와 같았고, 우리 둘은 차 옆에 꿈쩍하지 않고 서 있었다.나는 속으로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 약간의 썸씽도 없었다고? 항상 어딘가 이상했는데?갑자기 이우범이 몸을 숙여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옷에서는 은은한 비누 향이 풍겨 아주 향기로웠다.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아니면, 우리 둘 사이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돼서 찔리는 건가요?”나는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지만, 이우범은 참을 수 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요, 저는 가끔 지영씨가 찔리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나는 찔린다기보다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이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저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더는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몰라 인사 한마디 건네고 내 차로 신속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우범은 원래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고, 다행히 나를 따라 차에 타지는 않았다. 만약 나 따라 차까지 탔었다면, 더 민망한 상황이 초래됐을 거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도착했고, 엄마와 아빠는 아직 주무시지 않았다. 두 분은 양아치들이 세화 쪽에 가서 난동을 피웠다는 뉴스를 보고 계셨다. 내가 들어 온 걸 본 엄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지영아, 어디 갔다 오는 거야?”“또 그 배 씨 녀석 찾으러 간 건 아니지?”아빠는 더 직설적으로 물으셨다.두 분은 매일같이 나에게 배인호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하셨다.나는 바로 부인했다.“그런 거 아니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엄마와 아빠는 서로 마주 보더니 계속 이어서
이 사람은 예전부터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내가 못 봤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난처하게 만들다니.“아 그래요? 전 진짜 못 봤어요.”나는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아빠와 하기백 아저씨가 오랜 친구라서요. 아저씨한테 급하게 선물 주러 와서 정신이 없었어요.”“그럼 같이하죠? 저도 때마침 아버지 대신 그림 하나 구매하러 왔거든요.”이우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더는 캐묻진 않았지만, 여전히 나를 난처하게 했다.나는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어제 나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착각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갤러리는 총 두 층으로 되어있었고, 나와 이우범은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상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은 경우면, 나는 서란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조차 하기도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우범은 나에게 근대 미술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얘기해 줬고, 나는 그가 근대 미술에 대해 아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하기백은 2층에 있었고, 나와 이우범이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배인호와 마주쳤다. 그의 뒤에는 전에 몇 번 봤던 그의 비서가 있었고, 비서의 손에는 이미 포장된 그림이 들려 있었다.나는 처음부터 아빠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안 됐다.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거듭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어제 일어난 일을 계기로, 배인호와 이우범의 오래된 우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이 두 사람의 운명은 마치 미리 정해진 것만 같았다. 수년간의 우정이 전생에서부터 같은 여자로 인해 손 뒤집듯 쉽게 뒤집히니 말이다. “우리가 비켜줄게.”이우범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배인호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면서 내 허리를 팔로 감쌌고,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배인호는 차가운 눈으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더니 곧 계단을 몇 개 더 내려와서는 내 옆에 멈춰 섰다.그는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나
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네?”“지영씨 어머니 병세 좀 확인하려고요. 딸로서 어머니 상태에 대해서도 몰랐어요? 얼마 전 심장 문제로 또 병원에 검사받으러 왔었어요. 현재는 제가 그 담당 의사고요.”이우범은 안전벨트를 하며 차분하게 말했다.엄마 상태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 봐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듯하다.“근데 담당 의사가 가정방문까지 하는 게 맞나요?”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상황에 따라 다르죠. 가요.”이우범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차분하고 냉담했다.나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엄마 건강에 관한 일이라 그를 거절할 수 없었고, 묵묵히 운전하여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 후, 이우범을 본 엄마는 기쁨 섞인 말투로 반갑게 그를 맞이해 줬다.“이우범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얼른 들어와요. 때마침 점심시간인데 같이 밥 먹어요!”“엄마, 밥 모자라지 않아?”나는 엄마에게 어떻게든 그를 돌려보내라는 눈치를 줬다.엄마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호탕하게 대답하셨다.“아니, 아주 충분해.”엄마와 내 사이에 텔레파시란 없는 듯하다.내가 한창 어이없어하던 찰나, 엄마와 이우범은 이미 거실로 가 엄마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오히려 내가 집에 방문한 손님 같았다. 하지만 나도 그 옆에서 엄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지영아, 이우범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난 얼른 가서 반찬 좀 더 준비해야겠다.”엄마는 입이 귀에 걸리셨고,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내가 결혼할 신랑감이라도 데리고 온 듯한 광경이었다.젠장, 내가 생각해 낸 비유지만 이건 적절하지 못한 비유다!엄마가 주방으로 들어간 후, 나와 이우범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우범이 나를 좋아할까 봐 겁이 났다.결국, 나는 TV를 켜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
배인호는 침대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한줄기 낯선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이따 너희 집에서 너 보러 올 거야. 푹 쉬어.”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의자의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를 떠났다.내가 그한테 물은 거에 대해서는 답을 듣지 못했다.그 뒤 경찰들이 찾아와 내 교통사고를 조사한 후, 나는 그제야 배인호가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마침 배인호가 그곳을 지나가다 발견했다고 한다.그와 동시에 나를 치고 간 그 두 사람은 석방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계속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머리가 아파 났다. 나한테는 왜 이런 일들만 생기는 걸까?그 두 사람은 조금 전 내가 들었던 유삼식이라는 사람의 부하라고 했다. 설마 내가 몰래 신고한 걸 알게 된 걸까?경찰이 떠난 뒤, 내 전화가 울렸고, 깨진 액정화면에는 「박정아」라는 이름 세글자가 떴다.“지영아, 괜찮아? 나 지금 바로 갈게!”정아는 많이 조급해 보였다.“너 아직 임신 중인데 진정 좀 해. 난 괜찮아. 얼굴에 그냥 조금 외상이 났을 뿐이야.”내가 답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번 교통사고는 누군가가 일부러 너를 해치려 했을 수 있어. 배인호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아. 네 차를 박은 그 두 사람을 석방하고 지금은 그 둘을 어디 데려갔는지도 모르겠어. 배인호가 혹시라도 큰 사고 칠까 봐 노성민이 지금 많이 걱정하고 있거든! ”정아는 단숨에 많은 얘기를 털어놓았다.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을 석방 시킨 게 배인호였다니?이때 정아 옆에서 노성민의 소리가 들려왔다.“지영 씨, 인호 형한테 전화해서 인호 형 좀 말려줘요. 오늘 기분도 안 좋아 보였는데, 때리는 건 괜찮아도 그 둘을 반쯤 죽여놓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렇게나 심각하다고? 나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인호는 워낙 성격도 좋지 않은 데다 평소에도 안하무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말려야 되는 게 맞는 걸까?전화를 끊은
기선우는 시선을 돌렸고,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얼굴색은 더욱 창백해졌다.“지영 언니, 언니 교통사고 났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어요.”서란은 들고 온 영양제를 침대 옆에 놓고는 부스스한 파마머리를 만지작거렸다.“근데 배인호 씨는 언니 보러 안 왔나 봐요?”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실망에 찬 듯한 눈빛이었다.서란은 내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라, 배인호가 여기 있을 줄 알고 그를 만나러 온 듯했다.“네가 여긴 왜 왔어?”이때 기선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가득했다.“기선우, 결국에는 이렇게 둘이 만나나 봐?”서란은 비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너랑 내가 다른 게 뭔데? 결국은 다 잘살아 보겠다고 이러는 거잖아. 그런 네가 뭔 자격으로 나와 배인호 씨 문자 기록 공개하고 나를 궁지로 밀어!”기선우는 서란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는 화를 참지 못해 그녀가 가져온 영양제를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내가 넌 줄 알아? 난 너처럼 돈 때문에 감정을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이만 내 눈앞에서 꺼져!”한때는 서로 사랑하며 잘 만나고 있던 커플이, 이제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모습을 나는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서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흐흐, 너 되게 고상한 척한다? 기선우, 내가 너랑 사귀는 동안 매일 마라탕 같은 거나 먹고, 옷도 유행 다 지난 세일 상품들만 사 입었고, 매일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만 탄 거로는 부족한 거야? 너 심장 하나 바꾸는 데 얼마 드는지는 알아? 나 너랑 계속 만났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그 말에 화가 난 기선우는 얼굴까지 빨개졌다. 그는 분명 달콤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건데, 서란한테 있어서는 단지 저렴한 추억인 듯하다.“기선우, 네가 학력이 높으면 또 뭐 어찌할 건데? 네가 진짜로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서란은 동정 섞인 눈빛으로 기선우를 쳐다보며 말했다.그녀는 일부러 기선우를 자극하는 말만 했고, 그의 모든 걸 부정하고 싶은 듯했다.서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배인호는 소유욕이 강한지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한, 반드시 그것을 되돌릴 방법을 찾을 것이다.만약 2년 전 그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나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고, 머리에는 마치 한편의 자서전 영화가 플레이되는 것만 같았다.나는 더는 이렇게만 있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바람을 쐬러 갔다.내 병실은 3층이었고, 낮은 층수에 속하는지라 아래 작은 정원이 선명하게 보인다. 몇 개의 가로등이 조약돌 길에 여기저기 서 있었고, 그 불빛 아래 벤치에 배인호가 앉아있었다.늦은 저녁이라 병원은 조용했고, 아래 정원에는 그 누구도 없었기에 배인호가 더욱더 쓸쓸해 보였다.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했던 말에 대해 자세히 생각 좀 해봤으면 한다.그는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곧 내 전화가 울렸다.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았다.“우린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없어. 허지영, 내가 제대로 생각해 봤는데 나 그렇게 못 할 거 같아.”핸드폰에서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만 내쉰 뒤 전화를 끊었다.아니면 이제는 진짜로 새로운 남자를 찾아 시집이나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 그도 유부녀를 자꾸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부모님도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근데 신랑감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내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이우범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는 빠르게 그 생각을 접었다. 그를 또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내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은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되었고, 내가 퇴원하는 그날까지도 좋은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이 고민을 친구들한테 털어놨더니,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이우범을 추천했다.특히 정아는 유독 난리였다.“에이, 지영아. 그런 좋은 남자는 어디 가서도 찾기 어려울걸? 너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우리 주변 남자 무리 중에 가장 사생활이
“그 입 닥쳐! 이 변태 새끼야!”기선우는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막아섰고, 그가 이동원한테 손을 댄다면, 그 뒤에는 아마 더 복잡해질 것이다.“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이동원은 화가 나 말했다.“너 다시 말해봐. 이게 너희가 부탁하러 온 태도인 거야?!”나는 그 둘 사이를 막아섰고, 약간 짜증이 났다.“이 사장님, 많이 취하셨네요. 저 일단 동생 데리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원래는 이 정도까지 일은 아니었는데, 결국은 이동원의 주사로 인해 내 기분까지 다 잡쳤다. 나는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통해 부탁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이 병에 있는 술 다 마시고 나한테 동생 대신 사과하거나, 아니면 여기 와서 나랑 키스하면 그냥 넘어가 줄게요. 아니면 꺽~이거 이대로 쉽게 안 넘어갈 겁니다!”이동원은 술에 취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했고, 이제는 아예 무리한 요구까지 하기 시작했다.내가 답을 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손을 뻗어 그 병에 술을 이동원 머리에 부어버렸다. 술은 그의 머리와 얼굴에 마구 흘러내렸다.이동원은 단번에 술이 확 깬 듯, 배인호의 그 무서운 얼굴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배 대표님, 이게 뭐 하는 짓인 거죠?”배인호는 술을 다 부은 후, 빈 술병으로 이동원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당신 대신해서 술 깨주려고.”이동원의 머리에서는 곧 피가 흘러내렸고, 그는 주사를 부리며 반격하려 했으나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나는 이동원 못지않게 깜짝 놀랐고, 배인호가 나를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영 누나, 이거...”기선우는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동원을 보고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때린 거니까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긴장할 거 없어.”배인호는 냅킨 몇 장을 들고 손에 묻은 술을 닦아냈다. 조금 전의 분노 가득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누군가를 기절시키게 만든 거에 대한 당황한 기색도 더욱이 보이
그 자리를 뜨면서, 엄마는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여기 별로야, 풍수지리도 안 좋고. 점 보러와서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도 만나고!”“엄마, 보살님이 뭐래? 설마 나 죽을 때까지 혼자 늙어 죽는대?”나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우리 딸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어떻게 한평생 혼자야? 이런 건 정확하지 않아! 잠깐, 내 핸드폰이 어딨지?”엄마는 갑자기 핸드폰을 두고 오신 듯 여기저기 찾으셨고, 한참을 찾아도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는 심장도 좋지 않기에 여기까지 오는 거도 애를 먹었다. 엄마가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을 갖고 오는 건 무리인 것 같아 내가 엄마 대신 핸드폰 가지러 돌아갔다.내가 다시 천인당에 들어섰을 때 보살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감정을 너무 강요하지 마! 그 사람은 당신과 인연이 아냐.”그 소리를 따라 다가가 보니, 서란이 점괘를 다 보고 보살님과 밖에서 얘기 중이었고,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면 저 여자 사주는 어떤데요?”“아가씨, 그건 저 아가씨 개인 정보라 얘기해 줄 수 없어.”보살님이 담담하게 답했다.서란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다. 아마 결과가 좋지 않은듯하다.그녀가 어떤 점괘를 봤든, 결과가 어떻든 나와 상관도 없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바로 돌아갔고, 뒤에 서란과 민예솔도 소리 없이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뒤에 마치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나는 걸음에 속도를 줬다.얼마 안 가서 서란한테 전화가 온 듯 서란의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진짜? 유정아 너 진짜 대단하다!”그 전화로 인해 서란의 기분은 갑자기 좋아진 듯했고, 몹시 흥분돼 보였다.“좋아, 언제쯤 오는데? 같이 밥이나 먹자. 너희 지훈 오빠보고 사라고 해.”음? 서란의 대답에 따라 대충 종합해 보면, 우지훈과 유정이 사귀는 건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