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내 몸은 산산조각이 나듯 바닥에 널브러졌고 본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나의 영혼은 허공에 붕 뜬 채 부서진 내 몸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전혀 슬프다거나 속상하진 않았다. 죽음은 지금 내게 일종의 해탈이니까.

그렇게 한참 허공을 떠다니고 있을 때 장은후가 도착했다.

그는 한 무리 경찰들 뒤에서 사진 찍고 기록하며 주변 사람들과 소통했다.

이때 경찰 중 한 명이 말했다.

“현장에서 일부 화약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가 직접 폭탄을 제작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사망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장은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내 시신을 바라봤다.

뜻밖에도 나는 가당치도 않은 갈망이 샘솟으며 가슴이 움찔거렸다.

나인 걸 알아보고 후회하진 않을까?

결국 나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두 눈동자에서 일말의 친숙함이라도 느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장은후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여자인 것 같군요. 입고 있는 옷 조각들이 최근에 유행하는 옷 스타일이에요.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실종자 여성분들을 조사해보세요.”

“자, 감식반 이리로 오세요.”

나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장은후는 끝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랬다. 그는 애초에 나를 신경 쓰지 않으니 알아볼 리도 없었다.

사체수습을 마친 후 내 시신은 경찰서로 인도받았다.

내 영혼도 허공을 떠돌다가 장은후와 함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장은후는 조수석에 앉고 운전은 안시완이 했다. 이 남자는 그의 동료이자 그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은후야, 너 휴대폰 꺼놨어? 아까 서장님께서 너 연락 안 돼서 나한테 전화 오셨어.”

장은후는 불쾌한 일이라도 떠오른 듯 미간을 구겼다.

“이게 다 반서윤 걔 때문이잖아. 귀찮아 죽겠어 정말. 근무 시간에 전화하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했는데 한사코 전화 오는 거야.”

물론 귀가 닳도록 들어온 그의 말투이지만 혐오에 찬 얼굴까지 보고 있자니 여전히 질식할 따름이었다. 마치 누가 내 심장을 움켜쥐기라도 한 듯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안시완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도 서윤 씨는 다 널 관심해서 그런 거겠지. 너무 뭐라 하진 마.”

장은후는 코웃음만 칠뿐 아무 말도 없었다.

휴대폰 전원을 켜자 내가 보낸 메시지가 가장 먼저 화면에 떴다.

이제 드디어 나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걸까? 나는 저도 몰래 가슴이 움찔거렸다.

이때 장은후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이런 게 관심이라고? 영원히 보지 말자는데?”

그는 곧장 내게 전화를 걸었지만 알다시피 난 이젠 받을 수가 없었다.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니 그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그래 알았어. 웬만하면 썩 멀리 꺼져버려. 평생 돌아오지 마!”

곧이어 내 번호를 서슴없이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단 일 초라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팠지만 나는 그 어떤 리액션도 할 수가 없었다.

진작 알아챘어야 했다.

장은후는 내가 안중에 없고 내게 신경을 쓰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다 죽은 몸인데 왜 아직도 가당치 않은 환상을 품고 있는 걸까?

나는 시신과 함께 경찰서에 도착했다. 부검 명령이 떨어진 후 장은후가 나를 밀고 해부실로 들어갔다.

내 영혼은 허공에 붕 뜬 채 그와 함께 이동했다. 이어서 그가 내 시신을 해부하는 걸 직접 지켜봤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장은후를 보고 나서부터 내 영혼은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그의 옆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었고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