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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곧이어 부검 결과가 나왔다.

“사망자 나이는 26세 좌우예요. 납치범이 피해자에게 큰 원한을 품은 것 같아요. 생전에 극심한 학대를 당하다가 폭탄 폭파로 사망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사망자 뱃속에 임신 2개월 된 아기가 있었어요...”

이 말이 떨어진 순간 모든 이가 침묵했다.

학대와 폭파로 두 생명이 사망하다니.

그야말로 섬뜩할 따름이었다.

나는 장은후의 말을 들으며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나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임신을 했었다고?

작고 소중한 새 생명을, 심지어 나조차도 몰랐던 새 생명을 강제로 몰살해버린 걸까?

문득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장은후는 옅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딱한 분이네요. 다들 서두르시고 얼른 이 사건 마무리합시다. 고인에게 정의를 되돌려드려야죠. 저도 마침 맡은 사건이 없으니 여러분들과 함께 이 사건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장은후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망자가 나란 걸 알아도 지금처럼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부검을 마친 후 장은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시완과 함께 마당에 움츠려 앉아 담배를 피웠다.

안시완이 먼저 그를 타일렀다.

“은후야,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 서윤 씨가 화났으면 네가 먼저 달래주면 될 거 아니야.”

이에 장은후가 피식 웃었다.

“달래? 걔는 그러면 점점 더 심하게 굴 거야. 오늘은 근무 시간에 나한테 전화해서 협박했지. 두고 봐, 다음번엔 아예 죽었다고 거짓말할걸.”

그가 모르는 일이 하나 있다면 이번엔 내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과연 오늘 한 말을 후회할까?

물론 나도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이젠 정말 그의 곁에서 완전히 떠나버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니까.

안시완은 고집스러운 그의 모습에 옅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번 사건은 우선 실종자 명단에서부터 수사를 착수했다. 안시완은 사무실에서 며칠이나 조사했지만 조건에 부합되는 실종 여성을 몇 명밖에 색출하지 못했다.

이때 장은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소꿉친구이자 단짝인 오인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빠, 집에 언제 돌아와? 오늘 오빠 찾으러 갔는데도 안 보이고...”

장은후는 꼬박 밤을 지새우며 음침해졌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오빠 요즘 수사 때문에 바빴어. 다 마무리하거든 돌아가서 우리 인아랑 함께해줄게.”

오인아는 애교 조로 속삭였다.

“근데 오빠, 나 공포 영화 보고 싶은데 오빠가 없으니 감히 못 보겠어.”

“이전에는 줄곧 내 옆에 있어 줬잖아.”

장은후는 그녀가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화내긴커녕 되레 자상하게 다독였다.

“그래, 알았어. 이번 사건만 끝내면 바로 휴가 내고 함께 여행 가자.”

오인아가 무심코 물었다.

“응. 오빠 이번엔 무슨 사건이야?”

“한 여자가 납치범에게 납치당하고 폭탄 폭파로 사망했어. 지금 이 사망자 신원을 조사하는 중이야. 납치범들이랑 원한을 맺은 것 같아.”

그는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세한 건 더 얘기 안 할게. 우리 인아 겁쟁이라서 괜히 밤잠 설칠라.”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경우인가.

그는 심지어 오인아가 두려울까 봐 걱정할 여유는 있으면서 여태껏 내가 어디 갔는지 신경조차 안 쓴다.

이 남자는 나와 오인아를 대할 때 완전히 극과 극인 태도였다.

전화를 끊은 후 장은후는 계속 안시완과 함께 실종자 명단을 살펴봤다.

새벽이 되고 나서야 모든 조사를 마쳤는데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한순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다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안시완은 나의 시체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피해자 신원을 공개합시다. 아직 실종 신고를 안 한 분들도 계실지 모르잖아요.”

그는 곧바로 현지 방송국에 연락했다.

10분도 채 안 돼 내 정보가 도시 전체에 퍼졌다.

잠시 후 장은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려댔다.

나는 흐리멍덩한 채 그의 옆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휴대폰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화기 너머로 아빠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후야, 서윤이가 며칠째 연락이 안 돼. 경찰서에서 공개한 정보가 서윤이랑 너무 비슷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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