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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을 폭파한 건 너야
이 사랑을 폭파한 건 너야
Author: 고슴도치

제1화

내 남자친구 장은후는 감식반 경찰이다. 한편 나는 그가 한때 감방에 보냈던 범인에게 납치를 당했다.

놈들은 내 몸에 폭탄을 장착했다.

악당 중 한 명이 날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바로 장은후 여자친구지? 지금 당장 장은후 이리로 튀어오라고 해.”

협박을 당한 나는 마지못해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장은후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근무 시간에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거야?!”

내가 재빨리 말했다.

“은후야, 나 지금 납치당했어. 이 사람들 너한테 복수하겠대. 절대 이리로 오지 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악당 중 한 명이 휴대폰을 낚아챘다.

이때 전화기 너머로 장은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반서윤, 너 미쳤어? 일하고 있다고 분명 말했는데 기어코 이런 농담을 해야겠어?”

“인아네 고양이가 사흘째 나무에서 내려오질 못해. 계속 이대로 놔두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그 와중에 날 돌아오게 하려고 이런 같잖은 핑계를 대? 차라리 이제 곧 죽는다고 하지?!”

나는 몸에 두른 폭탄을 내려다봤는데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았다.

“은후야...”

“됐어,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그만 집어치워. 인아는 이 고양이를 목숨처럼 아껴. 만약 고양이가 잘못돼서 인아까지 무슨 일 생기면 그땐 네가 바로 살인마야. 너 절대 가만 안 둘 거라고!”

전화기 너머로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너무 멋있어. 오빠가 짱이야. 정말 우리 아기 구해줬네.”

곧이어 통화가 끊겼다.

옆에 있던 깡패가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사람 잘못 납치했네. 장은후는 이 여자를 아예 신경 쓰지 않잖아.”

깡패들이 다 떠난 후 나는 몸에 두른 폭탄을 바라보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깡패들마저 한눈에 알아보는 사실을 나는 마지막 순간이 돼서야 깨닫게 되었다.

장은후가 말하는 오인아는 그의 소꿉친구였다.

연애 초기에 이 남자는 오인아를 단지 여동생이라고만 내게 설명했다.

나 또한 바로 믿어주었지만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을 땐 이미 이 남자를 깊이 사랑하게 된 터라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장은후는 언제 어디든 오인아의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갔다.

우리 부모님을 처음 뵙는 날에도 오인아가 어두운 게 무섭다며 전화하니 우리 가족 세 사람을 덩그러니 버려놓고 물불 안 가린 채 그 여자에게 달려갔다.

심지어 한 마디 해명도 없이 그저 일 있다고 바쁘다며 떠나가 버렸다.

나는 그런 그를 못 가게 말렸고 제발 우리 부모님 앞에서 한 번만 체면을 봐달라고 애원했었다.

다만 장은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쏘아붙였다.

“서윤아, 나랑 인아는 20여 년을 이렇게 지내왔어. 못 받아들이겠으면 나랑 결혼 안 해도 돼!”

그때 나는 묵묵히 나 자신을 위로했다. 장은후는 단지 오인아를 동생처럼 여길 뿐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에야 깨달았다.

이 남자는 애초에 날 사랑한 적이 없었고 마음속엔 오직 오인아 뿐이란 것을.

폭탄이 터지기 직전, 나는 장은후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이만 안녕, 다음 생에서도 영원히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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