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화

작가: 박성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감히 어르신을 저주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안달 났나 보군. 우리 이 가의 미움을 사면 반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르나 보네!"

소태진의 뒤를 따르던 이 가네 가족들은 갑자기 수군대며 임지환을 욕하기 시작했다.

"성봉 씨, 큰일 났어요!"

"어르신의 몸이 갑작스레 쇠약해지기 시작했고 지금 바이탈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르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이때 방에 남아 이 어르신을 돌보던 장하명이 비틀대며 달려 나왔다.

"뭐라고요?"

이성봉은 안색이 급격히 변했고 시선은 소태진을 향했다.

"소 어르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소태진의 안색은 바로 하얗게 질렸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이 선생, 당황하지 말아요, 내가 다시 침을 놓아볼 테니."

"늦었어요, 지금 상황으로 어르신은 10분도 버티기 어려울 거예요."

장하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말을 듣자 소태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10분?

저 임 씨 녀석이 말한 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었다!

설마... 어르신은 정말 죽기 직전 잠깐 기운을 차리신 걸까?

이 어르신에게 정말 무슨 변고가 생겨 이 씨 집안에게 밉보이면 그도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임 선생, 멈춰주세요!"

집안 어르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을 듣고 이성봉은 체면을 차릴새도 없었다.

그는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임지환을 따라잡고 그의 길을 막아섰다.

"왜 그러시죠?"

임지환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 그는 전혀 멈춰 설 의향이 없었다.

"임명의, 죽음을 보고도 지나치시면 안 됩니다!"

"방금 무례하게 굴었다면 무릎을 꿇고 사죄할게요."

이성봉은 말을 하며 임지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릎부터 바로 꿇었다.

"말은 이미 했지만 믿지 않은 건 그쪽이니 다른 사람을 탓하면 안 되죠."

임지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임명의, 멈춰주세요!"

"제 아버지는 젊었을 때 나라를 위해 출정을 하고 충성을 다했습니다."

"아버지가 나라의 유용한 장군인 걸 봐서라도 제발 그를 살려주십시오!"

이성봉은 눈물을 머금고 애통한 표정을 지었다.

임지환은 발걸음을 멈추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일단 일어나서 얘기합시다."

"그렇다면... 승낙하신 겁니까?"

"안 좋은 얘기부터 하자면, 전 완벽한 확신이 없습니다."

"기사회생을 할 수 있을진, 어르신 본인의 운명에 달렸습니다."

임지환은 말을 확실히 하지 않았다.

"임명의께서 손만 써주신다면 생사는 불문하겠습니다!"

이성봉은 감격에 겨워 벌떡 몸을 일으키며 약속을 했다.

"그래요, 제가 한번 시도해 보죠."

모든 사람들이 에워싸는 가운데 임지환은 다시 이 가로 돌아갔다.

이성강은 속으로 끊임없이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고 안색은 좋지 않았다.

출세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그저 이렇게 사라지다니!

...

같은 시각. 이 어르신 방안의 각종 기기들은 미친 듯이 에러가 뜨고 있었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의료진들은 이런 상황하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어르신의 몸은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입안에선 선혈이 계속 흘러나왔다.

상황은 매우 위급하다!

임지환은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가 상자에서 은침을 꺼내놓았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으로 어르신의 아랫배를 천천히 두드렸다!

‘펑!’

거대한 힘이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왔고 병상의 어르신은 마치 진동을 받은 듯 몸을 끊임없이 떨었다.

순간 그의 눈, 귀, 코, 입을 합한 일곱 개의 구멍에서 끊임없이 검은 피가 흘러넘쳤다...

관련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17화

    검은 피가 다 흐르고 난 뒤, 임지환의 손은 마치 꽃밭을 날아지나는 벌처럼 은침을 어르신의 몸 곳곳에 찔러 넣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어르신은 고슴도치처럼 찔려졌다.모든 것을 마치고 임지환은 옆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다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어르신은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 가네 사람들은 점차 인내를 잃어갔다."어떻게 된 거지? 왜 할아버지는 아직도 일어나시질 않는 거야?""내가 보기에 저 자는 전혀 능력이 없어, 그저 우리의 환심을 사려 할 뿐.""어르신 너무 불쌍하세요, 임종에 이런 죄까지 당하셔야 하다니.""..."그들의 재잘거림에 임지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득만 생각하고 교훈을 잊는 사람들이다.이성봉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고 머릿속은 온통 엉망진창이었다.만약 이 가네 어르신이 돌아가신다면 집안의 기반도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 어떤 소란들이 생기게 될지 모른다.이때 이성강만 옆에 서서 음침한 표정을 하고 냉소를 짓고 있다.어르신이 죽기만 하면, 그는 철저히 분가해 첫째와 가업을 뺏을 생각이다."시끄러워! 나 아직 잘 살아있잖아!""어르신..."모든 이 씨집안 사람들은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귀신이라도 본듯했다.어르신은 언제 깨어나신 건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이 꼴통들, 일은 제대로 못하고 날 죽어라 저주하는 건 아주 하나같이 부지런하네."이 어르신의 목청은 아주 높았고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정기가 충만한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몇 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 같지 않았다."정말 신의 한 수입니다! 임명의는 정말 신이라 할 수 있어요!"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소태진은 이 모습을 보고는 바로 두 눈을 크게 뜬 채 흥분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어르신, 방금 깨어나셨으니 지금은 조용히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이 은침은 제가 한 시간 뒤에 뽑을 겁니다.""그리고 보름만 요양하시면, 어르신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임지환은 귀띔을 해준 후 이내 어르신

  • 은침 날리는 용왕   제18화

    "지금 바로 이렇게 주시면 시장님의 체면을 구기는 게 아닌가요?""더군다나 저 임 씨는 그저 의사일 뿐인데, 저희 이 씨 집안의 증정을 받을 자격이나 됩니까?"이성강은 분노가 얼굴에 가득 찼고 내키지 않는듯해 보였다.용은 저택은 비록 어르신의 명의로 되어있지만 평소 대부분 그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그 저택을 자신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만약 어르신이 임지환에게 선물한다면 그것은 그의 몸에서 살덩어리를 떼어내는 것과도 같다.그것도 몇백억 대의 비계다!"어리석다! 임 선생이 어떤 인물인지 감히 너 따위가 추측할 수 있는 거야?"나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가 있는 분이다, 그저 저택 하나일 뿐이니 준다면 주는 것이다.""이 일엔 더 이상 끼어들지 마, 시장이 정말 탓을 하려 한다면 당연히 내가 해명을 할 테니."이장호의 태도는 단호했다."하지만..."이성강이 입을 열기도 전, 이장호는 소리를 내어 끊어버렸다."둘째야 그만하고 좀 조용히 해, 방에 가 있으면서 반성하거라."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이 나자 이성강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는 임지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악물고 있던 이 사이로 한마디 내뱉었다."이제 두고 보자!"뒤이어 그는 콧방귀를 뀌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났다."임 선생,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우리 둘째가 집에서 워낙 오냐오냐하다 보니 혹시 듣기 거북한 말을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게나."이장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개가 짖는다 생각하죠 뭐."이장호처럼 팔방미인인 사람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임명의, 스카이 호텔에 이미 만찬을 준비했으니 걸음을 옮겨 얘기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요?"이성봉이 적당한 시기에 말을 꺼냈다."임명의, 먹으면서 얘기를 잘 나눠봐요."소태진도 아부를 떨며 말했다."난 아직 물어보고 싶은 의술 상의 문제들이 많네, 선생한테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임지환의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목격한 후, 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19화

    "언니가 오해했어, 진 도련님이랑 약속을 잡은 건 단지 프로젝트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야."배지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재빨리 설명했다."알았어, 먼저 밥 먹고 얘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어차피 감정은 천천히 키워나갈 수 있잖아.""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한테 맡겨."전화를 끊은 후, 배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구름과 안개가 감도는 청용산을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강인함이 스쳐지났다."언젠가 이 청용산에 배 가의 자리가 생길 거야!"...스카이 호텔은 강남구의 상업중심에 위치했고 한강과 가까운 강한 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5성급 호텔이다.저녁 무렵, 새 벤츠 C 클래스 한 대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오피스룩을 한 한수경이 하이힐을 신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배지수가 진 가와 연관이 생긴 후 그녀의 외출용 차량도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전에 타던 파사트에서 지금의 신상 벤츠 C 클래스까지, 그야말로 비약이라 할 수 있다.이 모든 건 전부 진 가에 감사해야 한다.그러니 오늘의 저녁식사도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한수경은 곧장 프런트 데스크로 가 룸을 예약하려 했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한수경이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서있던 웨이터가 마중을 나왔다."루프탑에 룸 하나 예약해 주세요, 여기서 제일 좋은 룸으로!"한수경이 패기 있게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 루프탑 연회장은 전부 예약되었습니다."웨이터가 답했다."네?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그렇게 멀리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나랑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매니저 불러와요, 오늘 정말 믿기질 않네."한수경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여사님, 저희는 충분히 자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웨이터가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저희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한수경은 직원을 힐긋 쳐다보고, 고양이 같은 눈매에 분노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알아들어요? 얘기를 하더라도 로비 매니저랑 할 거예요, 당신이 뭔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20화

    이내 그는 허리춤의 무전기를 꺼내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루프탑에 사람 두 명 보내서 그 여자 쫓아내!"이 호텔에서 경호대장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 중 능구렁이가 아닌 사람은 없다.진 가는 비록 겉보기에 이 가와 차이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 년에야 흥한 터라 기반이 불안하다.이 씨 집안이라는 지역의 명문과는 전혀 비교할 가치가 없다.어느 쪽이 가볍고 어느 쪽이 중요한지 그의 마음속엔 자연스레 판단할 저울이 있다.그 시각 호텔 지배인 이민정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벤츠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고 이 씨네 집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임지환이 차에서 내렸고 손에는 등나무로 엮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장 집사님, 안녕하세요.""분부대로 이미 사람을 시켜 루프탑 전체의 예약을 미루라고 했습니다.""그러니 그곳은 전부 이가의 손님을 초대하는 연회에 쓰일 것입니다."이민정은 전형적인 강남 여자의 생김새였고 몸매가 가늘어 호텔에서 주문 제작한 직업복까지 입고나니 꽤나 눈 호강이 되었다."이 분은 용성수 명의십니다, 오늘 어르신께서 초대할 귀빈이에요."장 집사가 이민정에게 소개를 했다."용성수 명의요?"이민정은 궁금함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이 호텔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격을 맞춰 입고 온다.임지환처럼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녀도 처음 본다.이 차림새에 어딜 봐서 명의라는 거지?마음속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민정은 바른 예의를 갖추어 손을 내밀었다."명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지만 임지환은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상대가 미녀라 해서 지나치게 열정적이진 않았다.‘예의없게 굴긴!’임지환이 악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이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운 손을 거두었다."용성수 선생님은 귀한 손님이시니 반드시 잘 대접해야 합니다."장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말하자면 용성수 선생이야말로 오늘 밤의 주인공이니까요!"냉

  • 은침 날리는 용왕   제21화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임지환과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힐 때까지 경호대장 이휘와 다른 사람들은 계속 허리를 굽신거리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임지환?"한수경은 그 뒷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의혹스러웠다."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는 알아보기 위해 따라가려고 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기도 전, 이휘와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막혀버렸다."이건 VIP 손님을 위해 준비한 엘리베이터라 관계자 외 출입 금지예요."이휘가 차갑게 말했다."VIP?""방금 들어간 남자,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임지환이라고."한수경이 말했다."임지환? 난 전혀 모르겠는데요.""방금 들어간 건 이 씨 집안 장 집사예요, 그리고 다른 귀빈은 용성수 선생이시고.""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요, 아니면 내가 손을 써도 탓하지 말아요."이휘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사람들이 또 포위하려 하자 한수경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큰소리로 말했다."나 건드리지 말라고, 알아서 갈 거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허겁지겁 로비로 왔다."설마 방금 잘못 본 건가? 방금 그 사람은 임지환이 아닌 건가?""하긴... 그 병신이?""걔가 무슨 자격으로 이 씨 집안의 귀한 손님이 돼서 이런 5성급 고급 호텔에 드나들겠어?"터무니없는 생각을 없앤 후 한수경은 구석진 곳을 찾아가 배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알았어, 그럼 1층 룸으로 바꿔줘."배지수는 전화를 끊은 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이 씨 집안은 역시나 호탕하다. 천금을 투척해 가장 좋은 루프탑 전체를 예약하다니.비록 배 가도 위를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강한 시의 명문들과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이러한 차이는 배지수가 위로 기어오르려는 결심을 철저히 자극했다.그런 생각을 안고 그녀는 문을 열어 병실로 들어갔다.배준영은 유옥진이 깎아 준 사과를 먹으면서 한창 즐겁게 동영상을 보며 허허 넉넉 거리고 있었다.그는 미닫이문 소리를 듣자마자 사과를 뱉어내고 이불

  • 은침 날리는 용왕   제22화

    "진 도련님?"유옥진과 배준영은 시선을 마주치고 바로 기뻐했다."이번에 가서 얘기한 일은 어떻게 됐어? 순조로워?""아주 순조로워요,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되면 우리 회사에는 180억의 순이익을 낼 수 있어요."배지수가 웃으며 말했다."180억?"유옥진과 배준영은 펄쩍 뛸 번 했다.180억 원의 이익이면 아주 큰 계약이다.진 가를 가까이한 가치가 있다!"진 가 도련님이 너한테 참 잘해주네."유옥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누나. 내가 듣기론 진 도련님이 누나한테 호감 있다던데.""만약 둘이 잘되면 우리 배씨 집안 아주 날아다닐 수 있는 거 아니야?"배준영이 옆에서 흥분에 겨워 손을 비볐다."헛소리하지 마, 우린 그저 협력관계일 뿐이야."배지수의 얼굴이 붉어졌다.진화는 얼굴이 잘생겼고 분위기도 범상치 않으며 가정 형편도 넉넉해 둘도 없는 골드 미스터다.사실 배지수에 대한 그의 사모의 뜻은 다른 이들도 알고 있다."뭐가 무서울 게 있어, 어차피 누나 이혼했잖아. 안될게 뭐 있어?"배준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진 도련님이 누나 재혼인 거 싫어하지만 않으면 무서울게 뭐 있어?""네 동생 말이 맞아.""넌 아직 젊으니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시간 더 끌다가는 딴 년한테 빼앗기겠어."유옥진은 힘껏 맞장구를 쳤다.그들의 눈에는 진화야말로 사윗감 선택지 중 최고의 선택이다.그리고 임지환은... 말을 말자!"다음에 얘기해요. 먼저 돌아가서 준비할게요."배지수는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잠깐만."유옥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집에 가서 잃어버린 물건 없는지 확인해봐.""왜요?"배지수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다."그 녀석이 나갈 때 보니까 상자가 아주 묵직해 보이던데.""돈 나가는 집안 물건 꽤나 가져간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유옥진이 귀띔했다."임지환 그런 사람은 아닐 거에요."배지수가 고개를 저었다."사람은 겉만 알지 속은 누가 알아? 누가 그 녀석이 어떤 사람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23화

    어둠이 내려앉자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호텔 루프탑의 연회홀에서는 이 씨 가족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하지만 주인석에 앉은 건 이 씨 가주인 이성봉이 아니라 임지환이었다.멀리서 온 소항명의 소태진도 끝자락에 앉아 그를 공손히 모실 수밖에 없었다.이성봉의 마음속에서 임지환이 얼마나 심상치 않고 높은 위치에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임명의, 이번에는 정말 명의 덕분에 어르신이 완쾌할 수 있었어요.""이 술은, 제가 명의께 권하죠!"이성봉은 두 손으로 잔을 들고일어나, 잔속에 담긴 50년 된 모태을 단숨에 마셨다.임지환은 그저 상징적으로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이성봉은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정성스레 임지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호텔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그들이 올라오기 전, 이민정은 이미 오늘 손님의 신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120%의 정신을 차리라 했고 절대 아무런 실수도 하면 안 된다 했다.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연스레 이성봉의 최고 재벌 신분을 알게 되었다.그럴수록 그들은 더욱 궁금했다.상석에 앉은 젊은이가 대체 어떤 큰 인물이기에, 강한 시 최고 재벌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게 할 수 있는 걸까?"임명의, 명의의 그런 침술은 난 한평생 처음 보네.""혹시 체면을 봐줄지 모르겠네만, 의술 방면에서 나를 좀 지적해 줄 수 있겠나?""걱정하지 말게, 내 절대 헛수고시키지 않을 테니.""허락만 해준다면, 무슨 요구든지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다 승낙하겠어!"임지환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지, 소태진은 직설적으로 성의를 표했다."의술만 놓고 말하면 사실 당신은 저보다 많이 부족하지 않아요, 저도 지적할게 별로 없어요."임지환이 고개를 저었다."임명의, 알고 있네!""의술의 전수는 항상 사승을 중요시하지.""내 나이가 많은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 자네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소태진은 마음을 먹고 임지환이 동의를 하든 말든 다짜고짜 의자를 제치고

  • 은침 날리는 용왕   제24화

    그리고 그의 뒤에는 젊은이 한 명이 따르고 있었다.그 중년이 나타나자 식탁의 이 씨 가족들은 모두 일어섰다.이성봉도 아예 몸을 일으켜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홍 시장님 장난이 심하시네요, 시장님이 오시는 건 저희 이 가의 영광이죠."홍진!강한 시 시장으로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다!"세상에! 오늘 이건 대체 무슨 대단한 식사 자린 거야, 강한 시 시장님 홍진까지 오시고!""드물긴 하지만 이상할 건 없지! 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봐. 최고 재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별로여봤자 어느 정도겠어?""하지만 상황을 보니, 홍 시장님 좋은 의도로 오신 건 아닌 거 같은데, 이 식사 분위기 안좋아지는건 아니겠지?""..."호텔 종업원들은 옆에서 낮은 소리로 수군댔다."됐어, 인사치레는 그만하지.""난 오늘 식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소항 명의인 소태진을 만나러 왔어."말을 마치고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소태진을 힐긋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군!"소태진은 얼굴을 붉혔다. 지금와서 일어나지도 계속 꿇고 있을수도 없었다."사람을 만났다 하면 꿇는 의사가 무슨 능력이 있겠나?""소위 말하는 명의도 그저 사람을 농락하는 것에 불과하군! 정말 너무 실망스럽구먼!"홍 시장은 뒷짐을 지고 얼굴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시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 제가 소홀한 탓입니다, 이렇게 괜한 발걸음을 하게 만들고."이성강이 곁에서 말했다.그와 홍진은 동서지간이다.이런 관계가 있기에 그는 이 씨 집안에서 가주 이성봉과 대립할 수 있었다."시장님, 오해십니다.""의술을 논하자면, 소 어르신은 확실히 명의라는 칭호에 걸맞습니다."이성강이 그를 도와 설명했다.소태진도 이 가에서 청해온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그는 자연스레 소태진이 모욕을 당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홍 시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확실히 명의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소태진이 스스로 일어났다."흥, 그래도

최신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7화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