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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지금 당장 전화해서 헤어지겠다고 해.”

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온하랑을 보면서 말했다. 온하랑은 몇 초간의 침묵 후 망설이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민지훈과의 연애에서 잘못한 건 그녀였다. 원래는 민지훈과 직접 만나서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었다. 정중히 말해야만 민지훈에게도 조금의 위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화로 헤어지자고 하는 건, 그것도 부승민 앞에서 말하는 건 온하랑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온하랑이 아무 말도 안 하자 부승민은 그녀를 흘끗 보고는 압박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왜, 싫어? 싫으면 내가 할게.”

부승민은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전화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민지훈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그 모습을 본 온하랑은 다급히 그의 손목을 잡고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부승민, 선 넘지 마!”

머리를 들어 올린 부승민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눈썹은 잔뜩 올라간 채 눈빛은 더없이 단호해 보였다.

“내가 선 넘었다고? 난 늘 이랬어. 너도 알고 있었잖아?”

온하랑은 말문이 막혔다.

“...”

이 개 같은 자식은 늘 이런 식이었다.

두 사람은 눈에서 불꽃을 튀기며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마치 전쟁을 치른 적군 같았다. 결국 몇 초 뒤 온하랑이 이 대치에서 물러났다. 눈을 내리깔고 등을 좌석에 기대며 휴대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 눌러.”

부승민이 지시했다.

“쓸데없는 참견은.”

온하랑은 눈을 흘기며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통하자 건너편에서 민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차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민지훈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말투는 지금 상황을 떠보는 듯한 기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온하랑은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 지훈 씨.”

건너편에 있는 민지훈은 온하랑의 감정 변화를 느낀 듯 갑자기 당황해하며 말했다.

“누나, 지... 지금 저랑 헤어지려고 그래요?”

“... 미안해요, 지훈 씨.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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