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2화

Author: 고운
온하랑은 이상한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든지.”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

부승민이 뒤따라 오며 온하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냥 산책 좀 하는 거야.”

온하랑이 성가시다는 듯한 말투로 대꾸했다.

“방금 형수님이랑 얘기하고 있던데. 뭔 얘기하고 있었어?”

부승민이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온하랑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부승민을 흘겨보며 말했다.

“넌 모르겠어? 아주버님 오늘따라 형님한테 말도 잘 안 걸고, 평소랑 다른 게 뻔한데.”

“난 몰랐지. 너만 보느라.”

온하랑이 눈을 부릅뜨고 부승민을 째려보았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게.”

“그래?”

부승민은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으쓱 치켜들었다.

온하랑이 고개를 홱 돌리더니 잠깐 멈칫하다가 물었다.

“아무래도 아주버님한테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은데. 넌 뭐 아는 거 있어?”

“몰라.”

부승민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무슨 오해가 생긴 건 아닐까?”

부승민은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먼저 좋다고 쫓아다닌 쪽은 부민재였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같이 자라온 사람으로서 부승민이 아는 부민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부민재는 소청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 결혼 생활을 해오며 부부 사이도 아주 화목했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는 귀여운 아이까지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바람이 난다고?

온하랑이 비웃었다.

“형님이 아주버님한테서 나는 여자 향수 냄새를 맡으셨대. 여자 머리카락도 같이 발견했고. 게다가 몸에서 여자 손톱에 긁힌 자국까지 있는데 그 여자랑은 아무 사이 아니라고 잡아떼셨다더라. 그래서 그 여자가 누구냐고 형님이 물어보니까 막상 대답은 안 하고. 왜? 이래도 형님이 지금 오해 하는 것 같아?”

온하랑의 대답에 부승민이 입을 다물었다.

온하랑이 우습다는 듯 부승민을 바라보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역시 두 사람 형제 맞네. 이렇게나 서로한테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523화

    온하랑은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부승민은 뒤따라 가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자신이 절대 밤을 새우지 못 할 것을 직감했다. 온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 위해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잠옷을 입고 화장실을 나선 온하랑이 침대 위에 누웠을 때였다. 갑자기 방문 밖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부시아가 돌아온 줄로만 알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방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부시아가 아니라 부승민이었다.온하랑이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부승민은 열린 문틈을 통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왜 들어온 거야?”온하랑이 뒤늦게 부승민이 들어오려는 것을 눈치채고 발걸음을 옮겨 두 팔을 뻗은 채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부승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온하랑의 질문에 대답했다.“자려고.”온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 방에서 자겠다고? 지금 장난해?”“여긴 우리 방이야.”부승민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온하랑의 표정이 부승민의 말에 멍해졌다.둘이 이혼을 하기 전, 이 방은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내던 장소이긴 했다.“우리 이미 이혼했어. 잘 거면 다른 방 가서 자.”“없던데.”“뭐가 없다는 거야?”“둘째 삼촌이랑 둘째 숙모가 한 방, 부현승이 한 방, 고모가 한 방, 큰 형이 한 방, 형수님이랑 윤민이 한 방. 이렇게 해서 손님방은 이미 다 찼어. 남은 방 두 개는 이불도 없고 청소도 안 했던데.”도우미 아주머니가 부민재와 소청하의 각방 생활을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온하랑이 부승민의 답변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큰 형님이든 셋째 형님이든 아무나 찾아서 같이 자든지 해. 나 찾아와서 이러지 말고.”“갔었어. 부현승은 여자친구랑 밤 새 통화한다 그러고, 큰 형은 지금 다른 사람이랑 영상통화나 하고 있고. 소리 들어보니까 여자랑 통화 중인 것 같던데…”부승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부승민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부민재는 정말로

  • 위태로운 제안   제524화

    “음?”목울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짧고 간결하면서도 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묵직하고 매력적인 몸짓이 귓가를 스치더니 가까이에서 온하랑의 고막을 두드렸다. 한 줄기의 전류가 몸 안을 뚫고 흐르듯 뼈 사이 사이가 짜릿짜릿했다.창밖에서 터지는 폭죽의 불꽃이 어두운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몸을 뒤척인 온하랑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승민의 섹시한 목울대와 각이 선명한 턱선이었다.그대로 멈칫한 온하랑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몸을 일으켰다.“왜 내 이불 속까지 기어들어 온 거야?”부승민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실눈을 뜬 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랬어?”온하랑은 덮고 있던 이불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그럼 아니야? 눈 크게 뜨고 한 번 봐…”온하랑은 하던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그만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손에 쥔 이불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이 이불… 아무래도… 부승민 것 같은데…온하랑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이불을 발견했다.그 순간, 바닥에 발을 딛고 선 온하랑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부승민은 침대에 누운 채 웃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웃음기는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뭘 봐?”“… 아무것도 아니야…”온하랑은 조용히 몸을 돌려 침대를 벗어나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이불을 끌어안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부승민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온하랑은 생각할 수록 민망하고 수치스러워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손을 뻗어 부승민을 한 번 내리치더니 말했다.“웃지 마!”온하랑은 표정을 굳힌 채 잔뜩 화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부승민의 귀에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웃고 싶은 걸 어떡해.”부승민은 온하랑의 말에 더 크게 웃어 보였다. 일부러 정갈하고 새하얀 이빨까지 내보이며 해맑게 웃었다.온하랑은 부승민의 웃음에 잠깐

  • 위태로운 제안   제525화

    부승민은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큰 보폭으로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방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부시아가 울면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이의 눈망울이 눈물로 인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삼촌 으아아앙…”부승민은 부시아의 등 너머를 바라보았다. 부선월이 한 손님방 입구에 가만히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웠다.부승민의 냉랭한 눈빛과 부선월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부시아를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와 물었다.“시아야, 왜 그래?”부시아가 이렇게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부승민의 마음이 아파왔다.온하랑은 진작에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부시아에게 다가갔다.“시아야, 왜 울어? 숙모한테 얘기해줄래?”“으아앙…”부시아의 두 눈은 하도 울어 벌겋게 부어있었다. 아직 울음기가 남아있는 아이는 계속해서 훌쩍이며 온하랑을 향해 팔을 뻗었다.자신에게 의지하는 아이의 표정을 마주하자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진 온하랑이 부시아를 끌어안고 침대맡에 걸터앉았다.부시아는 온하랑의 품속에 고개를 파묻고 조심스레 그녀의 잠옷 옷자락을 꼭 쥔 채 훌쩍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랑은 부시아가 이렇게 우는 것에 분명 부선월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굳이 아이에게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아직도 훌쩍대며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부시아의 등을 살살 토닥일 뿐이었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부시아가 점점 울음을 멈추고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이의 얼굴에는 기분 나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랑은 부승민에게 따뜻한 수건 한 장을 갖고 전해달라 부탁했다. 그녀는 부승민에게서 건네받은 수건으로 부시아의 얼굴을 살살 닦아주며 말했다.“시아야, 불꽃놀이 보러 가지 않을래?”부시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럼 우리 같이 자자. 어때? 시아는 삼촌이랑 숙모 사이에서 자는 거야.”부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부시아는 자리에 누운 후에도 여전히 온하랑의 

  • 위태로운 제안   제526화

    온하랑이 가볍게 “응.”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보아하니 부승민은 이미 부시아를 곁에 두기로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온하랑은 눈을 내리깔아 부시아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손에 한 움큼의 신사임당을 쥐고 소파에 앉아 열심히 돈을 세고 있었다.“삼촌은 얼마 줬어?”아이는 돈을 세며 대답했다.“200만 원 될걸요? 아직 다 못 세어봤어요.”“그럼 우리 시아한테 천만 원 있는 거야? 부자네!”부시아는 고개를 들어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다시 돈을 세는 데 집중했다.온하랑은 부시아가 돈을 안 센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아침 먹어야 하니까 돈 봉투는 일단 내려놓을까?”“싫어요.”부시아는 보물이라도 숨기듯 돈 봉투를 옷 주머니에 하나씩 쑤셔 넣었다.그 순간,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온하랑은 위층에서 내려오던 부선월과 눈이 마주쳤다.온하랑은 옅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고모님.”부선월은 온하랑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하고 코웃음을 치며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왔다.고개를 들어 부선월의 얼굴을 확인한 부시아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물 들었다.“할머니.”부시아는 부선월을 부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호주머니에 숨겨뒀던 돈 봉투들을 꺼냈다.“시아야, 할머니한테 와.”부선월은 부시아의 맞은 편에 있는 소파 위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시아가 고개를 들고 잠시 머뭇거렸다.부선월은 품에서 돈 봉투를 꺼내더니 부시아에게 흔들어 보였다.“할머니가 세뱃돈 줄게.”부시아는 그제야 천천히 부선월에게 다가가 나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고맙습니다. 세배 올릴게요. 할머니, 새로운 한 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착하지.”부선월은 부시아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다.“시아야, 할머니가 사과하마. 어젯밤에는 할머니가 너무 흥분해서 시아를 다치게 했어. 한 번만 할미 용서해주지 않으련?”부시아는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할머니, 시아

  • 위태로운 제안   제527화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상가 안에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다.온하랑은 옷을 들고 탈의실에서 나오며 매장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포장 해주세요. 그리고 방금 제가 입어봤던 그 두 개도요.”“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매장 직원은 기쁜 표정으로 옷을 받아들고 계산대로 걸음을 옮겼다.온하랑은 매장 직원을 뒤따라가며 무의식적으로 입구에서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부현승도 온하랑을 발견하고 같이 온 일행과 함께 온하랑에게 다가갔다.온하랑도 함께 그쪽으로 걸어가며 웃는 얼굴로 외쳤다.“오빠, 진짜 신기하다.”“우연치고는 진짜 신기하긴 하네. 혼자 왔어?”부현승이 고개를 숙이며 온하랑의 등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부승민이 함께 있을 것이라 예상한 모양이다.“응.”온하랑은 부현승의 곁에 있는 젊은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젊은 여자 역시 동시에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오빠, 소개 안 해줘?”부현승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있던 사람에게 슬쩍 눈길을 주었다.“소개할게. 여기는 내 여자친구 서혜민이야. 혜민아, 여긴 내 여동생, 온하랑.”“안녕하세요, 하랑 씨.”서혜민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온하랑은 서혜민을 바라보며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혜민 씨,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서혜민은 손가락으로 가방끈을 꼭 잡고 말했다.“저희 온천 리조트에서 만난 적 있잖아요. 거기 식당에서 저희 사촌 언니가 하랑 씨한테 인사할 때 제가 옆에 있었거든요.”온하랑은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수현 씨가 사촌 언니셨군요. 수현 씨 잘 지내죠?”어찌 됐든 다 부승민이 온하랑 때문에 저지른 짓이 있던 터라 온하랑의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서혜민이 가방끈을 꽉 쥐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부현승을 바라보고는 말했다.“사촌 언니요? 잘 지내죠. 큰아버지께서 신장 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됐대요. 설날 지나면 곧바로 수술 들어갈 거라 요즘 기분 엄청 좋아 보여요.”“아

  • 위태로운 제안   제528화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손가락은 옷소매를 꽉 쥔 채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이 층에는 온하랑과 김시연의 집 하나밖에 없었다. 집 밖으로는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고 엘리베이터 옆으로 소방 대피 통로가 있는 구조였다.주위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저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잔잔한 소음만이 이따금 들려올 뿐이었다.하지만 온하랑은 소방 대피 통로 문 뒤로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쩌면 이 종이를 두고 간 사람이 그 뒤에 숨어 온하랑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지도 몰랐다.온하랑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몸을 돌려 문을 굳게 잠갔다.그녀는 문에 등을 지고 기댄 채 온몸의 힘이 스르륵 풀려버렸다.몇 분 정도가 지나자 겨우 안정을 되찾은 온하랑은 그 종잇장의 사진을 찍어 관리 사무실 카카오톡으로 보내 CCTV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전에 살해 협박을 한 번 받았을 때 온하랑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이번 일을 조사하는 데에도 큰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다.일이 이미 이렇게까지 된 판에 온하랑도 그저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온하랑은 휴대전화를 들어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하자마자 온하랑이 바로 입을 열었다.“승민아, 나한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시아 데리고 돌아갈래? 요 며칠 동안은 시간이 없을 것 같아…”자신에게는 무슨 일이 생기든 별로 상관없었지만 부시아까지 끌어들여 큰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수화기 너머의 부승민이 말했다.“나 이미 너희 집 앞인데.”“먼저 돌아갈래?”“허.”“…”2분 정도가 지나자 문밖에서 또 한 번의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이번에는 인터폰으로밖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부승민과 부시아인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안심하고 문을 열어주었다.부시아는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바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고양이에게 장난을 치며 웃

  • 위태로운 제안   제529화

    만약 단순한 장난이었다면 가장 좋은 결과일 것이다.만약 그게 아니라면…“응, 알겠어.”“맞다, 서우현 의뢰인은 찾아봤어?”“찾았어.”“누구야?”“… 온하랑.”육광태가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부승민이 순간적으로 흠칫하더니 옆에 있던 현관문을 슬쩍 바라보고는 물었다.“확실해?”“확실하고 말고를 넘어서 확신이야. 서우현한테 의뢰를 맡기기 전에 두 사람이 따로 만난 적도 있더라. 아마 의뢰하려고 만났겠지.”부승민이 침묵을 지켰다.온하랑이 사립탐정에게 그 시절 납치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니, 대체 왜일까?육광태가 웃으며 말했다.“에이, 제수씨가 아직 너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래서 알아보고 있는 거 아니야? 한번 계속 알아보라고 해. 어차피 지금 추서윤이랑 완전히 헤어진 거 아니야? 그럼 굳이 숨겨줄 필요도 없잖아.”지금 인터넷에는 그 납치사건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일에 대해선 부승민의 공로가 컸다.그러니 온하랑이 사립탐정을 찾아 의뢰를 맡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부승민이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 나와 추서윤 사이가 지금 어떻든, 추서윤이 그 납치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만약 이 일에 네티즌들에 의해 까발려지게 된다면 많은 사람은 물론 추서윤을 안타까워하겠지만 더 많은 시궁창 속 쥐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연예인 피해자에 대한 비판과 조롱, 비하를 일삼을 게 뻔했다.그때 그 일은 추서윤의 남자 친구로서 부승민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었다.부승민은 그날 납치사건에 관련된 모든 뉴스를 지워달라는 추서윤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한 번 약속을 한 이상 그것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부승민 역시 이 일로 추서윤을 협박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지금 추서윤의 처지도 자업자득인 격이었으니 부승민은 지금의 추서윤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품지 않았다.육광태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그건 그래.”통화를 마치고 부승민은 다시 온하랑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530화

    초엿샛날이 되자 김시연이 본가에서부터 돌아왔다.김시연은 캐리어를 한쪽에 치워둔 채 소파 위에 널브러져 귀찮은 듯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누가 봐도 한껏 지친 모습이었다.“왜 그래요?”온하랑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며 물었다.“어휴…”김시연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침묵을 지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온몸에서 우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모든 일에 항상 활력 넘치고 밝은 미소로만 대해왔던 김시연이었기에 온하랑은 이런 김시연의 모습을 처음 봤다.“시연 씨, 왜 그래요? 아저씨랑 아주머니 어디 아프시대요?”김시연은 눈을 내리깔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하랑 씨, 남자들은 혹시 하반신으로만 생각하는 동물인가요?”잠시 멈칫한 온하랑의 마음속에 안 좋은 예감이 피어올랐다.김시연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우리 아빠가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근데 밖에서 애까지 낳았대요. 글쎄 그 애가 벌써 대학생이래요! 어쩐지 자꾸 나한테 맞선 보라고 하더라니!”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정하게만 보였던 아저씨도 역시나…온하랑은 묵묵히 김시연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었다.“너무 슬퍼하지 말아요.”김시연은 가만히 온하랑의 어깨에 기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랑은 천장을 바라보며 추억했다.“제가 엄청나게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셨거든요. 엄마가 떠나고 나서 다시는 안 돌아왔어요. 이미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는데 함께 했던 추억들은 짧게 짧게 떠오르는 거 있죠… 사실 저도 뒤늦게 동네 사람들한테서 들은 건데요. 저희 엄마가 밖에서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났대요. 그래서 아빠가 엄마랑 헤어져 준 거라고 하더라고요….”“저도 한때는 정말 힘들고 막막하고 화나고 그랬어요. 그때는 만약 엄마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왜 그랬느냐고도 묻고 싶었어요…”온하랑이 잠시 웃더니 말을 이었다.“그런데 저한테는 만날 기회라곤 주어질 리가 없었어요. 엄마는 아마 나 같은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