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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초엿샛날이 되자 김시연이 본가에서부터 돌아왔다.

김시연은 캐리어를 한쪽에 치워둔 채 소파 위에 널브러져 귀찮은 듯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누가 봐도 한껏 지친 모습이었다.

“왜 그래요?”

온하랑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며 물었다.

“어휴…”

김시연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침묵을 지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온몸에서 우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모든 일에 항상 활력 넘치고 밝은 미소로만 대해왔던 김시연이었기에 온하랑은 이런 김시연의 모습을 처음 봤다.

“시연 씨, 왜 그래요? 아저씨랑 아주머니 어디 아프시대요?”

김시연은 눈을 내리깔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랑 씨, 남자들은 혹시 하반신으로만 생각하는 동물인가요?”

잠시 멈칫한 온하랑의 마음속에 안 좋은 예감이 피어올랐다.

김시연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우리 아빠가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근데 밖에서 애까지 낳았대요. 글쎄 그 애가 벌써 대학생이래요! 어쩐지 자꾸 나한테 맞선 보라고 하더라니!”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정하게만 보였던 아저씨도 역시나…

온하랑은 묵묵히 김시연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김시연은 가만히 온하랑의 어깨에 기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천장을 바라보며 추억했다.

“제가 엄청나게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셨거든요. 엄마가 떠나고 나서 다시는 안 돌아왔어요. 이미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는데 함께 했던 추억들은 짧게 짧게 떠오르는 거 있죠… 사실 저도 뒤늦게 동네 사람들한테서 들은 건데요. 저희 엄마가 밖에서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났대요. 그래서 아빠가 엄마랑 헤어져 준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한때는 정말 힘들고 막막하고 화나고 그랬어요. 그때는 만약 엄마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왜 그랬느냐고도 묻고 싶었어요…”

온하랑이 잠시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한테는 만날 기회라곤 주어질 리가 없었어요. 엄마는 아마 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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