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민은 주방 입구에 서서 온하랑의 행동을 관찰하며 말했다.“아까 저녁에 말만 하느라 몇 입 먹지도 못했어. 나 물만두 좀 삶아줘.”온하랑은 고개를 돌리고는 그를 째려봤다. 부승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거실로 떠났다. 그 순간, 식탁에 올려두었던 온하랑의 전화가 울렸다. 부승민이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잠금화면에서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동철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고 무슨 내용인지는 뜨지 않았다.부시아가 예전에 최동철은 온하랑이 등록한 사진 학원의 사진작가라고 했고 두 사람이 같이 촬영 장소 탐사를 나갈 것이라고 부승민한테 얘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현과 부시아가 온하랑과 함께라서 부승민은 온하랑이 정말 촬영을 잘 배워보려는 마음인 줄 알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들어와서 그릇 좀 내가!”주방에서 온하랑의 외침이 전해져왔다. 부승민은 들어가서 한 손에 한 그릇씩 들고나와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온하랑은 바로 뒤따라 나왔는데 손에는 젓가락과 접시가 들려있었고 접시 안에는 식초랑 다진 마늘이 담겨있었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물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부시아는 보면 볼수록 먹고 싶어져 보다 못한 부승민이 깨끗한 그릇을 가져와 몇 개 덜어내 부시아의 그릇에 놓아줬다.식사를 마친 뒤 부승민은 더 이상 남아있을 핑계가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나야 했다. 그는 가기 직전에 신신당부하며 말했다.“이마에 상처 잊지 말고 제때 약 발라.”온하랑은 대답 없이 문을 닫았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부승민의 눈앞에는 문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는 겸연쩍은 듯 코를 문지르고는 엘리베이터에 앉아 차고로 향했다. 차에 앉은 뒤 그는 바로 시동 걸지 않고 온하랑이 오늘 저녁 레스토랑에서 있은 일을 알아보라고 연민우한테 문자를 보냈다.온하랑은 그릇들과 젓가락을 치운 뒤 노곤하게 소파를 파고들었다. 핸드폰 잠금을 해제해 보니 최동철한테서 문자가 와있었다.“왜 오늘 수업 안 왔어?”“죄송해요. 오늘 밤에 일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우리도 방금 도착했어.”최동철은 온하랑을 한번 스캔해 보더니 물었다.“이마에 상처 뭐야? 심한 거야?”“괜찮아요.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몇 년이나 안 봤는데 넌 여전히 대학 때처럼 예쁘네.”“무슨 소리예요.”온하랑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동철 오빠, 소개를 못 했네요. 이 두 사람은 제 친한 친구예요. 여기는 김시연 씨고 여기는 주현 씨예요. 주현 씨도 사진작가예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아이는 제 조카고요.”김시연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잘생긴 오빠, 안녕하세요! 전 김시연이라고 해요.”속상하다는 감정은 김시연 몸에서 오래 머무른 적이 없었다. 김시연은 늘 저절로 소화해 내 훌훌 털어버리고 명랑함을 되찾곤 했다. 주현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주현입니다.”최동철의 눈길이 김시연에게로 옮겨졌다가 멈칫했다. 이내 그는 주현을 바라보며 젠틀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전 하랑이 선생님이고 최동철이라고 합니다. 낭천에 도착하면 우리 같이 토론해 보죠.”제일 마지막 한마디는 주현에게 하는 말이었다. 주현도 웃으며 답했다.“저야 고맙죠.”최동철 뒤로는 금방 차에서 내린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주동적으로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다.“예쁜 아가씨들 안녕하세요? 저는 최 선생님 어시예요. 이름은 이석이고요. 편하게 석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온하랑의 눈썹이 꿈틀댔다.“그 시골의 이석 조교님인가요?”“네, 저 맞아요.”“시간이 늦었으니 다들 얼른 차에 타서 출발하죠?”최동철이 말을 꺼냈다.“그러죠.”일행은 각자의 차로 돌아가 낭천으로 향했다. 낭천은 바로 옆의 도, 강남 시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리적 위치와 지세 등 원인으로 기후가 온화하고 사계절이 봄 같았다, 거기다 자연풍경이 아름다워 탐사를 나가기 적당한 도시였다.차 안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던 부시아가 뒷좌석의 온하랑을 돌아보며 말했다.“숙모, 저 차 주의 깊게 봤어요?”“응?”“내가 아까 봤을
오후 다섯 시경, 일행은 낭천에 도착했고 탑승했던 차는 일사천리로 이미 예약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온하랑은 차에서 내린 뒤 부시아를 안아 내렸다. 그리고 캐리어를 챙기고는 김시연과 주현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김시연이 캐리어를 끌면서 주위를 둘러봤다.“그 사람들은요?”“차를 저쪽에 세워뒀을 거예요. 우리가 먼저 올라가서 체크인하죠.”온하랑의 대답에 김시연은 볼 부은 소리를 했다.“여기도 빈자리가 있는데 왜 굳이 저리로 가서 세웠대요.”“누가 알겠어요.”세 사람은 부시아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 체크인했다. 카운터의 여직원은 신분을 입력하고는 방 키를 건넸다.“다 됐습니다. 여러분들 방 번호는 1605번이고요, 이쪽에서 엘리베이터 탑승하시고 16층에 도착한 뒤에 좌회전해서 네 번째 방이에요.”그들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거실 하나에 방이 세 개 딸린 방을 선택했다. 한 사람이 한 방을 차지하고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한 방을 썼다.“네.”온하랑은 방 키를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마침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네 사람은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바로 옆 지하 1층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최동철 삼인방이 걸어 나왔다.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걸 보고 이석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최동철 옆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아마 벌써 올라간 것 같아요.”“네.”젊은 남자는 무표정으로 말했다.방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모두 배가 고파질 때쯤, 온하랑이 입을 열었다.“우리 호텔 뷔페에 내려가서 먹죠?”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김시연이 냉큼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좋아요! 최동철 씨 일행도 부르죠.”온하랑은 눈썹을 꿈틀댔다.“그래요, 제가 물어볼게요.”“아, 저한테 연락처 좀 보내줘 봐요.”“그래요.”온하랑은 최동철에게 밥을 먹을지 문자를 보냈고 이내 그의 연락처를 김시연한테 보내주었다.“답장이 왔어요. 뷔페에서 보자네요. 얼른 가죠.”“네?”김
“시연아, 또 만나네? 새해 복 많이 받아.”연도진이 온화한 웃음을 띠며 김시연 옆의 개수대에서 손을 씻었다. 김시연이 불편한 심기로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일이 있어서. 넌?”연도진은 옆의 벽에서 종이 타월 두 장을 뽑아내 손을 닦았는데 하나하나의 동작이 화보 속 한 장면 같았다.“놀려고.”김시연은 딱딱하게 한마디 내뱉고는 손의 물기를 털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 김시연의 팔을 연도진이 잡았다.“같이 밥 먹을 수 있을까?”“안 돼.”김시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화장실을 걸어 나갔다. 식사 자리에 돌아오니 온하랑은 그녀의 안 좋은 안색을 눈치채고 물어왔다.“무슨 일 있어요?”김시연은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쓰레기를 봤더니 기분이 안 좋네요.”온하랑은 이내 누굴 얘기하는지 알아차렸다.“그 사람 여기 있어요?”“네.”김시연은 집히는 대로 두 입 먹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전 안 먹을래요. 먼저 방에 돌아가려고요. 밤에 나갈 계획 있나요?”온하랑은 최동철을 바라봤고 최동철은 시계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8시에 나가서 야경 찍는 법 가르쳐 드릴게요.”“그래요, 그럼. 전 먼저 가서 좀 누워있을래요.”김시연은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떴다.“숙모, 저도 배불러요. 그만 갈래요.”부시아도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온하랑은 최동철을 향해 말했다.“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요. 이따 8시에 로비에서 봐요.”“그래.”온하랑 일행이 뜨자 자리에는 최동철과 이석 두 사람만 남았다. 이석은 머뭇거리다 말했다.“최 대표님, 아까 꼬맹이가 온하랑 씨한테 숙모라고 부르던데요.”“들었어.”최동철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온하랑 남편이 누군지 알아봐.”“네.”이때 연도진이 접시를 들고 걸어와 최동철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그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다 돌아갔어요?”“응.”이석이 놀리듯 말했다.“시연 씨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돌아가겠다던데요? 쓰레기를 봤다는지 하하하.
“...네...”연 비서는 숨을 참으며 겨우 대답했다. 부승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떠났다. 연 비서는 그제야 겨우 숨을 길게 내쉬고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호텔을 예약했다.온하랑 일행은 8시경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도시 외곽을 따라 걸으면서 셔터를 눌러댔고 김시연은 가끔 모델 역할을 해주었다. 매번 온하랑이 찍은 사진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최동철은 직접 시범해 보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부시아가 힘들어서 투덜대자 이석은 시아를 번쩍 안아 들고 걸었다.열 시가 조금 넘어서 호텔에 돌아와 세수를 마친 뒤 온하랑은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다양한 지식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부시아는 이미 곯아떨어졌고 그녀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불을 끄고는 잠을 청했다.그날 밤, 이상하게도 온하랑은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해도 깨어날 수 없었다. 꿈속에서 사람들과 둘러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어떤 옷차림이 멋진 남자가 술잔을 들고 헌팅하러 왔다. 온하랑은 간단하게 넘기고 귀찮다는 듯 화장실로 갔는데 무심코 거울을 본 뒤 놀라서 깨어났다.눈이 크게 떠졌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방안은 칠흑같이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아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만삭의 임산부 같았는데 배가 불러있었다.아니,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수가 있지? 설마 아이가 너무 갖고 싶은 건가?온하랑은 가까스로 숨을 토해내고는 부시아가 그녀의 품에 안겨서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며 손을 내밀어 아이의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꿈은 희한하게 최동철이 했던 얘기와 맞아떨어졌다. 그가 얘기한 다른 이야기들도 그녀를 속이는 것 같지 않았으나 그녀는 어떻게 머리를 쥐어짜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는 곰곰이 기억을 되새겼다. 그때, 머리에 날카로운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스읍.
“삼촌!”명랑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 부시아가 먼저 반응하고 깡충깡충 뛰어왔다.“삼촌 여기 왜 왔어요?”“일이 있어서 왔지, 너랑 숙모도 볼 겸.”부시아한테 하는 얘기였지만 부승민의 눈은 온하랑을 보고 있었다. 걱정 섞인 말투로 부승민은 입을 열었다.“너도 그래. 이마에 난 상처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발목도 어제 금방 나았고. 의사 선생님이 안정을 취하라 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탐사하면 어떡해. 몸 좀 잘 챙겨야지.”육감이 온하랑을 알려주고 있었다. 부승민은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를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온하랑은 모르는 척하며 평온하게 말했다.“끄떡없어. 가서 볼일 봐. 우린 탐사 나가야 해.”온하랑의 시선이 최동철에게로 옮겨졌다.“가죠, 가이드가 이미 도착했겠어요.”온하랑이 부승민을 차갑게 대하는 걸 보고 최동철의 얼굴에는 보일락말락 한 웃음이 서렸다.“그래.”온하랑은 잊지 않고 부시아한테도 물었다.“시아는 삼촌이랑 갈래 아니면...”온하랑이 채 말을 맺기도 전에 부승민이 대답했다.“어디 가서 탐사해? 나도 낭천은 처음이라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같이 가자.”온하랑은 부승민을 째려봤다.“...”온하랑의 눈길에도 부승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네가 걷다가 힘들면 널 업어줄 수도 있고 말이야.”부승민을 바라보는 최동철의 눈이 번뜩였다.“부 대표님께서는 공사다망하신 줄로만 알았는데 이러한 취미도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최동철 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최씨 가문을 책임지는 동시에 사진작가를 하면서 탐사를 다닐 여유도 있고.”부승민의 말투는 평온했다. 온하랑은 부승민의 옆구리를 꼬집고는 최동철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없으니 그만 출발하죠.”최동철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앞장서서 로비를 나섰다. 이석은 눈에 띄지 않게 부승민과 온하랑을 살피고는 뒤를 따랐다. 김시연은 부승민을 곁눈질하고 주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가며 작게 속삭였다.“연도진 그 자식이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
낯선 아저씨의 입이 놀라움에 떡 벌어졌다. 아니 어떻게 이런 멍청한 남자가 있단 말인가?186센티미터나 되는 높은 키는 관광버스 내를 한없이 비좁게 만들어 부승민은 허리를 살짝 굽히고 주위를 살폈다. 김시연은 머리를 써서 주현과 갈라앉아 온하랑이 차에 오르자마자 온하랑더러 자기 옆에 앉으라 손짓했다. 그래서 부승민은 부시아를 데리고 온하랑의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설 연휴가 지났어도 낭천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 자연경관 명소에 도착한 뒤 온하랑은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부동한 경치는 부동한 표현수법이 있는 법이라 최동철은 한쪽으로 걸으면서 한쪽으로 자신의 습관에 대해 소개했다. 온하랑은 열심히 그 말을 들었고 주현도 틈틈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했다. 김시연은 촬영에 대해 잘 몰랐기에 옆에서 혼자 사진을 찍거나 모델이 되어주었다.부승민은 원망 섞인 눈으로 온하랑을 쳐다보며 부시아와 함께 경치를 감상했다. 관광지에는 많은 잡상인들이 현지 특색의 먹거리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부시아는 보는 족족 가서 구경하고 싶어 했다.“삼촌, 나 저거 먹고 싶어요.”부시아는 한 가게 앞에 우뚝 멈춰서 입술을 핥았다. 부승민이 가게 간판은 보니 떡꼬치를 파는 가게였다. 부승민은 가격을 물은 뒤 그 자리에서 10꼬치를 사버렸다. 부시아는 아직 위가 작아 한 꼬치를 들고 천천히 베어먹었다.부승민은 고개를 들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온하랑이 방금 찍은 사진을 최동철한테 보여주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깝다 못해 거의 머리와 머리가 닿을 지경이었다. 부승민은 얼른 한 손으로 부시아를 안아 들고 앞으로 걸어가 두 사람의 교류를 차단하고는 손에 들린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떡꼬치 너무 많이 샀는데 좀 먹을래?”고개를 들자 온하랑은 순식간에 군침이 돌았다. 그녀는 봉투를 건네받아 떡꼬치 하나를 입에 넣고는 옆에 있던 최동철에게 물었다.“동철 오빠, 먹을래요?”온하랑이 최동철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부승민은 안
멀지 않은 곳에서 온하랑이 최동철에게 카메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들은 각도나 색감 모두 괜찮다고 최동철은 긍정을 보냈고 또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저 온하랑이 몇 번이나 촬영 각도를 바꿨으나 마음에 드는 각도를 찾지 못해 최동철이 온하랑 뒤에 서서 그녀에게 제일 좋은 각도를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부승민의 시선에서 그 장면은 마치 최동철이 온하랑을 품에 안은 것처럼 더없이 다정하게 보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마에는 푸른 핏줄이 서렸고 그는 부시아를 데리고 성큼성큼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거의 다 왔는데 최동철이 손을 놓고 온하랑의 옆에 와 카메라를 보이며 말했다.“어때?”온하랑은 카메라속의 사진을 자세히 살피더니 웃으며 최동철을 힐끔 쳐다봤다.“정말이네요? 같은 경치인데 이 각도에서 찍으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요.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토그래퍼답네요!”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 최동철은 온하랑의 티 없이 맑은 피부, 탄력 가득한 얼굴, 길고 짙은 속눈썹, 검고 빛나는 아름다운 동공, 진솔함이 담긴 명랑한 웃음을 더없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최동철은 그 모습에 홀려 심장이 멈추는 듯 해 입꼬리를 올렸다.그 모습에 부승민은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눈언저리에는 깊은 분노가 넘실거렸고 금방이라도 분출해 낼 것 같았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하랑아, 다코야키 먹을래?”말을 듣고 온하랑이 머리를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먹을래.”온하랑은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손목을 풀고는 꼬챙이로 다코야키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아 뜨, 아 뜨거워...이게 다코야키야? 우 씨, 이거 그냥 반죽 덩어리 아니고?”부승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옆의 최동철의 입꼬리가 굳어졌고 부승민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최동철 씨도 드실래요?”최동철은 웃으면서 거절했다.“두 분이 드세요. 전 저쪽에 가볼 테니.”멀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