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에서 온하랑이 최동철에게 카메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들은 각도나 색감 모두 괜찮다고 최동철은 긍정을 보냈고 또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저 온하랑이 몇 번이나 촬영 각도를 바꿨으나 마음에 드는 각도를 찾지 못해 최동철이 온하랑 뒤에 서서 그녀에게 제일 좋은 각도를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부승민의 시선에서 그 장면은 마치 최동철이 온하랑을 품에 안은 것처럼 더없이 다정하게 보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마에는 푸른 핏줄이 서렸고 그는 부시아를 데리고 성큼성큼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거의 다 왔는데 최동철이 손을 놓고 온하랑의 옆에 와 카메라를 보이며 말했다.“어때?”온하랑은 카메라속의 사진을 자세히 살피더니 웃으며 최동철을 힐끔 쳐다봤다.“정말이네요? 같은 경치인데 이 각도에서 찍으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요.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토그래퍼답네요!”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 최동철은 온하랑의 티 없이 맑은 피부, 탄력 가득한 얼굴, 길고 짙은 속눈썹, 검고 빛나는 아름다운 동공, 진솔함이 담긴 명랑한 웃음을 더없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최동철은 그 모습에 홀려 심장이 멈추는 듯 해 입꼬리를 올렸다.그 모습에 부승민은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눈언저리에는 깊은 분노가 넘실거렸고 금방이라도 분출해 낼 것 같았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하랑아, 다코야키 먹을래?”말을 듣고 온하랑이 머리를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먹을래.”온하랑은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손목을 풀고는 꼬챙이로 다코야키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아 뜨, 아 뜨거워...이게 다코야키야? 우 씨, 이거 그냥 반죽 덩어리 아니고?”부승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옆의 최동철의 입꼬리가 굳어졌고 부승민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최동철 씨도 드실래요?”최동철은 웃으면서 거절했다.“두 분이 드세요. 전 저쪽에 가볼 테니.”멀어져
부승민은 온하랑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까 얘기를 듣고서야 온하랑이 얼마나 그 사람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려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했으니. 도대체 누군 거야?온하랑은 차석 졸업이었고 그 뒤에 BX 그룹에 입사했다. 이런 이력은 이미 상당히 대단한 수준이었고 거기다가 부씨 가문의 배경까지 더해져 누구와 만나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었는데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온하랑을 눈에 차 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래도 그 사람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안 그러면 부승민한테 기회도 없었을 것이었다. 부승민은 모래라도 삼킨 듯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고백은 안 해봤어?”“아니. 내가 그 사람을 알게 됐을 때 이미 그 사람한테 여자 친구가 있었어. 두 사람 관계도 돈독했고...그래서 그 사람 앞에서 한 번도 내 감정을 드러내 본 적 없어...”부승민은 주먹을 너무 꽉 쥔 나머지 피부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마치 바닷물이라도 마신 듯 씁쓸하고 떫은 것이 입안까지 셔왔다. 그 사람이 여자 친구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 걸 보면서 온하랑이 얼마나 아파하고 그럼에도 감히 드러내지 못하고 환히 웃어 보이며 그저 구석에 숨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깊은 밤에 숨죽여 흐느꼈을 장면을 떠올리니 부승민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부승민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질투가 끓어올랐다. 만약 온하랑이 사랑하는 게 그였다면 그는 절대 온하랑을 이리 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넌 아직도 그 사람이 좋아? 그 사람과 다시 만나볼 생각이 있는 거야? 그 사람이 만약 지금 널 좋아해서 따라다니면 너 만나줄 거야?”“아니.”온하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원래 당사자보다 제삼자가 더 제대로 보아내는 법이지. 그땐 사랑에 빠져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무시하고 우점만 확대했거든. 제삼자가 돼서 보니까 그 사람도 결국 그저 그렇더라고. 남성우월주의에 속도 좁고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감도 아주 낮고 갑질에 다른 사람 존중할 줄도 모르더라고.”부승민은 티 안
연도진이 핸드폰을 빼앗아 김시연한테 전달할 때 김시연은 하나도 받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김시연은 어쩔 수 없이 건네받고는 화면을 닦았다.“고마워.”“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연도진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금테 안경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김시연이 차갑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여기가 경치가 좋다길래 와서 산책 좀 하다가 우연히 널 보게 됐어.”김시연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연도진은 사람들이 붙잡은 도적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김시연한테 말했다.“경찰 금방 온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온하랑은 큰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시연 씨, 괜찮아요?”김시연이 얘기했다.“괜찮아요. 다들 먼저 가서 볼일 봐요. 경찰이 오면 진술하고 나서 찾으러 갈게요.”“연도진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온하랑은 옆에 있는 연도진을 힐끔 쳐다봤다. 김시연은 눈을 흘기고는 옆의 부승민을 힐끔 쳐다봤다.“여기 와서 산책했대요. 누가 알겠어요?”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부승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연도진을 힐긋 쳐다봤다. 두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도진은 시선을 거두고 김시연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부승민도 시선을 돌려 품에 안긴 부시아한테 다코야키를 찍어 입에 넣어줬다. 온하랑은 김시연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원래 시간이 부족한데 얼른 탐사해요.”“그럼 일이 끝나면 전화해요.”“네.”온하랑은 부승민한테 말했다.“가자.”두 사람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연도진은 힐끔 부승민의 옆모습을 살폈다. 문득 낯에 익은 것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미묘한 익숙함은 최동철과 닮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던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부승민이 해외로 출장 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연도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이 BX 그룹 새 회장 부승민 씨야?”“그래.”“두 사람 이혼한
김시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그래, 못 할 것도 없지.”전화가 연결됐고 수화기 너머에서 온하랑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시연 씨, 일 끝났어요? 우리 지금...”“하랑 씨, 지금 연도진이랑 밥 먹으러 가려고요. 지금 못 갈 것 같아요. 다 먹은 뒤에 얘기하죠.”온하랑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당연한 거죠. 그래도 몸조심해요, 뭔 일 있으면 연락해요.”“안심해요.”전화를 끊은 뒤 온하랑은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는 몇 미터밖에 서있는 부승민과 부시아를 향해 말했다.“조금 더 붙어... 오케이. 그 상태로 웃자... 좋아!”부승민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부시아가 하도 같이 찍자길래 어쩔 수 없이 같이 찍었다. 부승민이 걸어와 온하랑 카메라의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아까는 김시연 씨 전화야?”“응. 잠시 못 온대.”온하랑은 진지하게 카메라의 사진들을 살피며 대답했다.“전 남자 친구 혼혈이야?”온하랑은 잠시 이해가 안 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눈이랑 얼굴 골격이.”“글쎄 시연 씨가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온하랑이 대답했다. 그녀는 부승민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로 생각했다. 연도진의 오관이 뚜렷하긴 해도 한 번 봐서 혼혈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연도진은 사전에 맛집을 알아보고 현지 특색을 잘 반영한 샤브샤브집을 골랐다.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와서 말했다.“두 분 뭐 드실 건가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와서 저희 가게에서 커플 세트 요리를 런칭했답니다. 가성비가 짱인데 드셔보실래요?”“됐어요.”“그거로 주세요.”김시연과 연도진은 동시에 대답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김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그냥 주문하면 돼. 내가 돈을 못 낼 형편도 아니고.”연도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놀리듯 말했다.“김씨 집안 아가씨가 통도 크시네요!”말을 마치고 그는 메뉴판을 넘겨받아 하나하나 메뉴를 읊기
온하랑이 말한 것과 같이 김시연은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연도진이 핸드폰을 빼앗아 김시연한테 전달할 때 김시연은 하나도 받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김시연은 어쩔 수 없이 건네받고는 화면을 닦았다.“고마워.”“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연도진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금테 안경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김시연이 차갑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여기가 경치가 좋다길래 와서 산책 좀 하다가 우연히 널 보게 됐어.”김시연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연도진은 사람들이 붙잡은 도적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김시연한테 말했다.“경찰 금방 온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온하랑은 큰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시연 씨, 괜찮아요?”김시연이 얘기했다.“괜찮아요. 다들 먼저 가서 볼일 봐요. 경찰이 오면 진술하고 나서 찾으러 갈게요.”“연도진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온하랑은 옆에 있는 연도진을 힐끔 쳐다봤다. 김시연은 눈을 흘기고는 옆의 부승민을 힐끔 쳐다봤다.“여기 와서 산책했대요. 누가 알겠어요?”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부승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연도진을 힐긋 쳐다봤다. 두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도진은 시선을 거두고 김시연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부승민도 시선을 돌려 품에 안긴 부시아한테 다코야키를 찍어 입에 넣어줬다. 온하랑은 김시연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원래 시간이 부족한데 얼른 탐사해요.”“그럼 일이 끝나면 전화해요.”“네.”온하랑은 부승민한테 말했다.“가자.”두 사람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연도진은 힐끔 부승민의 옆모습을 살폈다. 문득 낯에 익은 것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미묘한 익숙함은 최동철과 닮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던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부승민이 해외로 출장 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연도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
말하며 연도진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김시연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두 남자가 그곳에 서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김시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그래, 못 할 것도 없지.”전화가 연결됐고 수화기 너머에서 온하랑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시연 씨, 일 끝났어요? 우리 지금...”“하랑 씨, 지금 연도진이랑 밥 먹으러 가려고요. 지금 못 갈 것 같아요. 다 먹은 뒤에 얘기하죠.”온하랑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당연한 거죠. 그래도 몸조심해요, 뭔 일 있으면 연락해요.”“안심해요.”전화를 끊은 뒤 온하랑은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는 몇 미터밖에 서있는 부승민과 부시아를 향해 말했다.“조금 더 붙어... 오케이. 그 상태로 웃자... 좋아!”부승민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부시아가 하도 같이 찍자길래 어쩔 수 없이 같이 찍었다. 부승민이 걸어와 온하랑 카메라의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아까는 김시연 씨 전화야?”“응. 잠시 못 온대.”온하랑은 진지하게 카메라의 사진들을 살피며 대답했다.“전 남자 친구 혼혈이야?”온하랑은 잠시 이해가 안 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눈이랑 얼굴 골격이.”“글쎄 시연 씨가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온하랑이 대답했다. 그녀는 부승민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로 생각했다. 연도진의 오관이 뚜렷하긴 해도 한 번 봐서 혼혈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연도진은 사전에 맛집을 알아보고 현지 특색을 잘 반영한 샤브샤브집을 골랐다.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와서 말했다.“두 분 뭐 드실 건가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와서 저희 가게에서 커플 세트 요리를 런칭했답니다. 가성비가 짱인데 드셔보실래요?”“됐어요.”“그거로 주세요.”김시연과 연도진은 동시에 대답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김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그냥 주문하면 돼. 내가 돈을 못 낼 형편도 아니고.”연도진이 입꼬리를
김시연의 표정이 평온하고 질투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연도진은 입술을 다물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이엘리아는 혜안을 갖고 있다고 늘 사람들한테서 칭찬받아.”“흥, 그래봤자지.”“...”웨이터가 하나둘 음식을 올렸는데 그중에는 비싼 고량주도 한 병 있었다. 김시연은 술을 따 자기한테 한 잔 붓고는 연도진한테 한 잔 부었다. 연도진은 마시지 않았고 김시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잔을 비워버렸다. 김시연이 계속 자신의 잔에 들이붓는 걸 보고 연도진은 주의를 주었다.“너무 많이 마시지 마.”“너랑 뭔 상관인데?”김시연은 예의 차리지 않고 맞받아치고는 자신의 잔을 가득 채웠다. 마셔버리려는데 연도진이 웃을락 말락 한 표정으로 놀리는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너 혹시 내가 여자 친구가 있어서 질투하는 건 아니지?”김시연은 멈칫하고는 웃긴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내가? 내가 왜 질투를 해? 웃겨 진짜. 꿈 깨!”“그럼 왜 갑자기 술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건데?”“안 좋은 일이 떠올라서, 안 돼?”“내가 보기엔 너 질투하는 거야.”“아니라니까!”“맞는데 뭘.”김시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는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안 먹어. 안 먹는다고. 됐지?”“아휴, 난 또 네가 나 못 잊은 줄 알았지.”“하!”...시간이 쫓기던 터라 온하랑 일행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온 하루 고되게 걸었던 터라 온하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곤했고 발바닥은 시큰시큰 아파졌다. 중간에 부승민이 업긴 했어도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호텔에 돌아온 뒤 온하랑은 침대에 널브러져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김시연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왔고 휴식을 조금 취한 뒤 시내에 나가서 쇼핑을 즐기다 이내 돌아왔다. 녹초가 된 온하랑과 주현을 보면서 그녀는 주동적으로 배달 음식 4인분을 시켰다. 배달 음식이 도착할 때쯤, 온하랑은 기력을 조금 되찾았고 김시연에게 물었다.“점심에 연도
안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들어와.”최동철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아버지, 찾으셨어요?”최동철의 아버지, 최국환의 나이는 예순을 넘었다. 원래는 신체가 건강한 편이었지만, 얼마 전에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며 기력이 몹시 쇠해졌다. 그러나 근엄한 외모와 살짝 주름이 잡힌 미간, 또렷한 눈동자를 비롯한 온몸 곳곳에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고위층의 권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최국환의 용모는 최동철과 매우 닮아 있었다. 젊었을 때 그도 조각 미남이었다는 걸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내가 듣기로 너 최근에 쭉 강남에 있었다며?”최국환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너 강남에 가서 대체 뭐하고 돌아다닌 거야?”멈칫하던 최동철이 눈을 들자 아버지의 시선과 마주쳤다.“아시잖아요. 아니면 왜 저를 불렀어요?”최국환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바로 명령했다.“프로젝트를 따냈으면 경영에나 신경 쓸 것이지. 당장 경주로 돌아와. 앞으로 부씨 일가를 겨냥하는 일은 그만 둬.”최동철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전 부씨 일가를 겨냥한 적이 없어요. 그저 엄격하게 회사 미래 발전 계획에 따라 비즈니스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아마 그 계획이 부씨 일가의 계획과 충돌이 있어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최국환이 냉소를 흘렸다.“미래 발전 계획? 너 지금 내가 나이 들었다고 무시하는 거야? 이제 감히 이 아비까지 기만하려고 드는 게야?”“아닌데요.”최동철은 곧바로 부인했다.“그럼 얌전히 경주에 있어. 내가 너한테 최씨 일가를 맡긴 건 네가 사업을 더 발전시켜 한층 위로 끌어올리게 하길 바라서지, 네 알량한 복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최씨 가문을 아무 때나 위험에 빠트리게 하라는 게 아니야!” 최동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최씨 가문을 위험에 빠트린다고요? 최씨 가문이 걱정돼서 이러시는 건지 아니면 그 모자가 마음 아파 이러시는 건지 아버지께서 제일 잘 알고 계시겠죠!”최국환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달싹였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