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진이 핸드폰을 빼앗아 김시연한테 전달할 때 김시연은 하나도 받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김시연은 어쩔 수 없이 건네받고는 화면을 닦았다.“고마워.”“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연도진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금테 안경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김시연이 차갑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여기가 경치가 좋다길래 와서 산책 좀 하다가 우연히 널 보게 됐어.”김시연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연도진은 사람들이 붙잡은 도적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김시연한테 말했다.“경찰 금방 온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온하랑은 큰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시연 씨, 괜찮아요?”김시연이 얘기했다.“괜찮아요. 다들 먼저 가서 볼일 봐요. 경찰이 오면 진술하고 나서 찾으러 갈게요.”“연도진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온하랑은 옆에 있는 연도진을 힐끔 쳐다봤다. 김시연은 눈을 흘기고는 옆의 부승민을 힐끔 쳐다봤다.“여기 와서 산책했대요. 누가 알겠어요?”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부승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연도진을 힐긋 쳐다봤다. 두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도진은 시선을 거두고 김시연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부승민도 시선을 돌려 품에 안긴 부시아한테 다코야키를 찍어 입에 넣어줬다. 온하랑은 김시연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원래 시간이 부족한데 얼른 탐사해요.”“그럼 일이 끝나면 전화해요.”“네.”온하랑은 부승민한테 말했다.“가자.”두 사람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연도진은 힐끔 부승민의 옆모습을 살폈다. 문득 낯에 익은 것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미묘한 익숙함은 최동철과 닮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던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부승민이 해외로 출장 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연도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이 BX 그룹 새 회장 부승민 씨야?”“그래.”“두 사람 이혼한
김시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그래, 못 할 것도 없지.”전화가 연결됐고 수화기 너머에서 온하랑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시연 씨, 일 끝났어요? 우리 지금...”“하랑 씨, 지금 연도진이랑 밥 먹으러 가려고요. 지금 못 갈 것 같아요. 다 먹은 뒤에 얘기하죠.”온하랑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당연한 거죠. 그래도 몸조심해요, 뭔 일 있으면 연락해요.”“안심해요.”전화를 끊은 뒤 온하랑은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는 몇 미터밖에 서있는 부승민과 부시아를 향해 말했다.“조금 더 붙어... 오케이. 그 상태로 웃자... 좋아!”부승민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부시아가 하도 같이 찍자길래 어쩔 수 없이 같이 찍었다. 부승민이 걸어와 온하랑 카메라의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아까는 김시연 씨 전화야?”“응. 잠시 못 온대.”온하랑은 진지하게 카메라의 사진들을 살피며 대답했다.“전 남자 친구 혼혈이야?”온하랑은 잠시 이해가 안 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눈이랑 얼굴 골격이.”“글쎄 시연 씨가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온하랑이 대답했다. 그녀는 부승민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로 생각했다. 연도진의 오관이 뚜렷하긴 해도 한 번 봐서 혼혈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연도진은 사전에 맛집을 알아보고 현지 특색을 잘 반영한 샤브샤브집을 골랐다.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와서 말했다.“두 분 뭐 드실 건가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와서 저희 가게에서 커플 세트 요리를 런칭했답니다. 가성비가 짱인데 드셔보실래요?”“됐어요.”“그거로 주세요.”김시연과 연도진은 동시에 대답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김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그냥 주문하면 돼. 내가 돈을 못 낼 형편도 아니고.”연도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놀리듯 말했다.“김씨 집안 아가씨가 통도 크시네요!”말을 마치고 그는 메뉴판을 넘겨받아 하나하나 메뉴를 읊기
온하랑이 말한 것과 같이 김시연은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연도진이 핸드폰을 빼앗아 김시연한테 전달할 때 김시연은 하나도 받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김시연은 어쩔 수 없이 건네받고는 화면을 닦았다.“고마워.”“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연도진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금테 안경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김시연이 차갑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여기가 경치가 좋다길래 와서 산책 좀 하다가 우연히 널 보게 됐어.”김시연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연도진은 사람들이 붙잡은 도적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김시연한테 말했다.“경찰 금방 온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온하랑은 큰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시연 씨, 괜찮아요?”김시연이 얘기했다.“괜찮아요. 다들 먼저 가서 볼일 봐요. 경찰이 오면 진술하고 나서 찾으러 갈게요.”“연도진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온하랑은 옆에 있는 연도진을 힐끔 쳐다봤다. 김시연은 눈을 흘기고는 옆의 부승민을 힐끔 쳐다봤다.“여기 와서 산책했대요. 누가 알겠어요?”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부승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연도진을 힐긋 쳐다봤다. 두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도진은 시선을 거두고 김시연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부승민도 시선을 돌려 품에 안긴 부시아한테 다코야키를 찍어 입에 넣어줬다. 온하랑은 김시연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원래 시간이 부족한데 얼른 탐사해요.”“그럼 일이 끝나면 전화해요.”“네.”온하랑은 부승민한테 말했다.“가자.”두 사람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연도진은 힐끔 부승민의 옆모습을 살폈다. 문득 낯에 익은 것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미묘한 익숙함은 최동철과 닮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던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부승민이 해외로 출장 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연도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
말하며 연도진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김시연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두 남자가 그곳에 서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김시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그래, 못 할 것도 없지.”전화가 연결됐고 수화기 너머에서 온하랑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시연 씨, 일 끝났어요? 우리 지금...”“하랑 씨, 지금 연도진이랑 밥 먹으러 가려고요. 지금 못 갈 것 같아요. 다 먹은 뒤에 얘기하죠.”온하랑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당연한 거죠. 그래도 몸조심해요, 뭔 일 있으면 연락해요.”“안심해요.”전화를 끊은 뒤 온하랑은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는 몇 미터밖에 서있는 부승민과 부시아를 향해 말했다.“조금 더 붙어... 오케이. 그 상태로 웃자... 좋아!”부승민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부시아가 하도 같이 찍자길래 어쩔 수 없이 같이 찍었다. 부승민이 걸어와 온하랑 카메라의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아까는 김시연 씨 전화야?”“응. 잠시 못 온대.”온하랑은 진지하게 카메라의 사진들을 살피며 대답했다.“전 남자 친구 혼혈이야?”온하랑은 잠시 이해가 안 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눈이랑 얼굴 골격이.”“글쎄 시연 씨가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온하랑이 대답했다. 그녀는 부승민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로 생각했다. 연도진의 오관이 뚜렷하긴 해도 한 번 봐서 혼혈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연도진은 사전에 맛집을 알아보고 현지 특색을 잘 반영한 샤브샤브집을 골랐다.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와서 말했다.“두 분 뭐 드실 건가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와서 저희 가게에서 커플 세트 요리를 런칭했답니다. 가성비가 짱인데 드셔보실래요?”“됐어요.”“그거로 주세요.”김시연과 연도진은 동시에 대답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김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그냥 주문하면 돼. 내가 돈을 못 낼 형편도 아니고.”연도진이 입꼬리를
김시연의 표정이 평온하고 질투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연도진은 입술을 다물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이엘리아는 혜안을 갖고 있다고 늘 사람들한테서 칭찬받아.”“흥, 그래봤자지.”“...”웨이터가 하나둘 음식을 올렸는데 그중에는 비싼 고량주도 한 병 있었다. 김시연은 술을 따 자기한테 한 잔 붓고는 연도진한테 한 잔 부었다. 연도진은 마시지 않았고 김시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잔을 비워버렸다. 김시연이 계속 자신의 잔에 들이붓는 걸 보고 연도진은 주의를 주었다.“너무 많이 마시지 마.”“너랑 뭔 상관인데?”김시연은 예의 차리지 않고 맞받아치고는 자신의 잔을 가득 채웠다. 마셔버리려는데 연도진이 웃을락 말락 한 표정으로 놀리는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너 혹시 내가 여자 친구가 있어서 질투하는 건 아니지?”김시연은 멈칫하고는 웃긴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내가? 내가 왜 질투를 해? 웃겨 진짜. 꿈 깨!”“그럼 왜 갑자기 술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건데?”“안 좋은 일이 떠올라서, 안 돼?”“내가 보기엔 너 질투하는 거야.”“아니라니까!”“맞는데 뭘.”김시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는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안 먹어. 안 먹는다고. 됐지?”“아휴, 난 또 네가 나 못 잊은 줄 알았지.”“하!”...시간이 쫓기던 터라 온하랑 일행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온 하루 고되게 걸었던 터라 온하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곤했고 발바닥은 시큰시큰 아파졌다. 중간에 부승민이 업긴 했어도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호텔에 돌아온 뒤 온하랑은 침대에 널브러져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김시연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왔고 휴식을 조금 취한 뒤 시내에 나가서 쇼핑을 즐기다 이내 돌아왔다. 녹초가 된 온하랑과 주현을 보면서 그녀는 주동적으로 배달 음식 4인분을 시켰다. 배달 음식이 도착할 때쯤, 온하랑은 기력을 조금 되찾았고 김시연에게 물었다.“점심에 연도
안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들어와.”최동철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아버지, 찾으셨어요?”최동철의 아버지, 최국환의 나이는 예순을 넘었다. 원래는 신체가 건강한 편이었지만, 얼마 전에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며 기력이 몹시 쇠해졌다. 그러나 근엄한 외모와 살짝 주름이 잡힌 미간, 또렷한 눈동자를 비롯한 온몸 곳곳에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고위층의 권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최국환의 용모는 최동철과 매우 닮아 있었다. 젊었을 때 그도 조각 미남이었다는 걸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내가 듣기로 너 최근에 쭉 강남에 있었다며?”최국환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너 강남에 가서 대체 뭐하고 돌아다닌 거야?”멈칫하던 최동철이 눈을 들자 아버지의 시선과 마주쳤다.“아시잖아요. 아니면 왜 저를 불렀어요?”최국환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바로 명령했다.“프로젝트를 따냈으면 경영에나 신경 쓸 것이지. 당장 경주로 돌아와. 앞으로 부씨 일가를 겨냥하는 일은 그만 둬.”최동철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전 부씨 일가를 겨냥한 적이 없어요. 그저 엄격하게 회사 미래 발전 계획에 따라 비즈니스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아마 그 계획이 부씨 일가의 계획과 충돌이 있어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최국환이 냉소를 흘렸다.“미래 발전 계획? 너 지금 내가 나이 들었다고 무시하는 거야? 이제 감히 이 아비까지 기만하려고 드는 게야?”“아닌데요.”최동철은 곧바로 부인했다.“그럼 얌전히 경주에 있어. 내가 너한테 최씨 일가를 맡긴 건 네가 사업을 더 발전시켜 한층 위로 끌어올리게 하길 바라서지, 네 알량한 복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최씨 가문을 아무 때나 위험에 빠트리게 하라는 게 아니야!” 최동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최씨 가문을 위험에 빠트린다고요? 최씨 가문이 걱정돼서 이러시는 건지 아니면 그 모자가 마음 아파 이러시는 건지 아버지께서 제일 잘 알고 계시겠죠!”최국환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달싹였다.“물
한편, 온하랑은 내일 추서윤의 회사로 가서 보고해야 하기에 부시아를 부승민한테 맡기려고 생각했다.야외 촬영이 끝나면 부선월은 분명 부시아를 로스앤에 데려가려고 할 거지만, 부승민이 부시아를 국내에 남겨두려고 할지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내버려둘지 알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부승민에게 문자를 보낸 후 온하랑은 주현에게 말했다.“주현 씨, 앞에서 세워줘요. 나랑 시아는 여기서 내릴게요.”“기다릴까요?”“아니요. 부승민에게 할 말이 있어요.”주현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 온하랑과 부시아가 차에서 내리고 주현이 떠나자마자 부승민의 차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온하랑은 뒷문을 열고 부시아와 함께 뒷좌석에 올라탔다. 부승민은 커다란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손목에는 값비싼 메탈 시계를 차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낸 부승민은 백미러를 통해 온하랑을 보며 물었다.“저녁 뭐 먹을래?”“난 아무거나 상관없어.”“시아는 뭐 먹고 싶어?”부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오리 로스구이 먹고 싶어요.”“좋아, 그럼 오리 로스구이 먹으러 가자.”먹보 부시아는 입 주위에 기름을 가득 바르며 야무지게 먹었다. 온하랑은 기회를 틈타서 부시아에게 물었다.“시아야, 오늘 삼촌이랑 돌아갈래?”부시아는 머뭇거리더니 부승민과 온하랑을 번갈아 보며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왜요?”“고모가 며칠 동안 할 일이 있어서 시아를 돌봐 줄 시간이 없어.”부시아가 묻기도 전에 부승민이 먼저 물었다.“무슨 일이야?”온하랑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 부시아를 달랬다.“아주 중요한 일이야. 고모가 일이 끝나면 다시 시아랑 놀아 줄게. 돼?”부시아는 어른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숙모 일 빨리 끝내고 시아 데리러 와야 해요. 시아가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그래, 빨리 끝내고 시아 데리러 갈게.”어린아이를 달래고 난 후, 온하랑은 부승민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흘끗 보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차분한 얼굴로 밥을 먹었다.아랫입
그녀는 그렇게 그가 미덥지 못해 선을 그으려고 하는 건가?화가 치미는 동시에 마음이 욱신거렸다. 온강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도대체 무슨 심정이었을까?온하랑은 매우 진지한 사람이며 매사에 진중하고 열정적이다. 그녀는 절대 한눈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기억 속의 사람을 계속 되새긴다.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온강호가 죽은 지 10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보복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강호와 같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버텨왔다.전화를 끊은 부승민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룸으로 돌아갔다. 온하랑과 부시아는 한창 게가 왜 옆으로 걷는지 열렬하게 토론하고 있었다. 부승민은 그녀의 하얗고 예쁜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아직 저녁 식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부시아는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승민은 꼬마를 안아 뒷좌석에 앉히고 시동을 걸었다. 어느덧 저녁 9시가 되어 차창 밖 가로등이 어렴풋이 밝아졌다. 때때로 자동차가 지나가며 울리는 경적이 들려왔다.차 안은 매우 조용하여 숨소리만 들릴 정도였다. 부승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동안 무슨 할 일이 있는데?”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야외 촬영이 끝나면 고모가 시아를 데려갈 거라고 하시던데,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동의할 거야?”“아니, 시아를 데려가지 못해.”“고모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텐데.”“내가 알아서 할 게.”부승민은 백미러로 온하랑을 보며 말했다.“너 아직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어.”“내 사적인 일이야. 굳이 오빠한테 보고할 의무가 없잖아.”온하랑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럼 질문을 바꿀게. 그날 음식점에서 추서윤이 널 계단 아래로 밀어트리고 때렸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부승민은 낭천에서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