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한숨에 총을 든 해적들을 전부 쓰러뜨렸다.그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몸에 총을 맞고 피를 뿜으며 갑판에 쓰러졌다.남은 해적들은 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순식간에 반전된 상황에 모두가 놀랐다.한지훈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놈들의 무기를 전부 수거한 뒤, 선장에게 던졌다.그가 말했다.“다들 꼼짝 말고 여기 있어. 이따가 너희를 데리러 올 거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곧장 선실로 뛰어들어갔다.그 시각, 선실 내부에서 양천엽과 백청강은 음침한 미소를 띤 채,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렸다.“밖에 시끄러운 걸 보니 내 사람들이 벌써 도착했나 보군요.”양천엽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따가 애들이 강우연 데리고 이쪽으로 들어올 거예요. 즐거운 밤 보내세요.”백청강은 술기운에 취해 강우연을 품에 안는 상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때, 사신을 닮은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전해졌다.“누구랑 즐거운 밤을 보낸다고?”손에 총을 든 한지훈이 한발 한발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주변으로 진한 살기가 흩어지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양천엽과 백청강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 어떻게 내려왔어? 애들이 널….”당황한 양천엽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횡설수설했다.“바깥에 있는 해적들이 날 꼼짝도 못하게 만들고 너희는 이 기회에 밖에 있는 여자들한테 몹쓸 짓을 하려고 한 거야?”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가까이로 다가갔다.양천엽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네가 밖에 있는 해적들 해치웠어?”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총구로 양천엽의 머리를 쳐서 쓰러뜨렸다.“쓰레기 같은 놈.”그가 차갑게 욕설을 내뱉었다.양천엽은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정녕 한지훈 혼자서 밖에 있는 해적들을 전부 해치웠단 말인가!반면 이미 취기가 오른 백청강은 상황 파악이 덜 된 건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한지훈에게 욕
양천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지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감히 내 요트에서 사람을 때리다니! 게다가 상대는 백영그룹 황태자라고!”짝!한지훈은 다가가서 놈의 귀뺨을 날렸다. 강력한 한방에 양천엽은 그 자리에서 이빨이 부러지며 피를 토했다.“다시 한번 묻는다. 네가 했어?”한지훈이 싸늘하게 물었다.“아니야!”양천엽은 지금 잘못을 인정하면 끝장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한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밖에서 해적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 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물었다.“누가 보내서 왔어?”겁에 질린 해적이 울먹이며 말했다.“해성 형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형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저도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절대 사람을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머릿수만 채우려고 온 거라고요….”“해성 형님이 누구지? 이 요트에 있어?”한지훈이 물었다.해적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있긴 한데 형님이 죽여버렸잖아요…..”한지훈은 처음으로 당황했다.일이 이렇게 흘러간다고?그 시각,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양천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와 거래를 한 자가 죽었으니 증거는 사라진 셈이었다.다행인 건 아직 돈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하마터면 이대로 꼬리가 밟힐 뻔했다.한지훈도 더 이상 증거를 캐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한지훈! 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 내가 그런 비겁한 사람으로 보여?”양천엽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리쳤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양천엽을 노려보며 말했다.“적당히 해.”말을 마친 그는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그 시각 요트 주변에는 이미 경찰을 태운 보트가 배회하고 있었다.보트에서 무장 해경들이 요트로 올라왔다.그들은 신속하게 현장을 정리했다.한지훈을 발견한 강우연이 울먹이며 달려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지훈 씨, 정말 무서웠어요….”한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괜찮아
며칠 뒤, 정오.오군 부두에 호화 요트 한척이 상륙했다.그것은 백영그룹에서 보낸 요트였다.갑판의 최전방에 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싸늘한 풍채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이틀 전 요트에서 한지훈에게 먼지 나도록 맞았던 백청강이었다.이틀이 지나 상처를 회복한 그에게서는 전에 없던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한지훈, 내가 돌아왔어. 누가 이길지 두고 보자고.”남자는 살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뒤로 짙은 회색의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따르고 있었다. 깡마른 체형에 얼핏 보면 인자해 보이지만 주변으로 강압적인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부친께서는 오군에서 크게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일을 해결하라고 하셨습니다.”“알아요. 하지만 화가 나는 걸 어떡해요.”백청강은 망원경으로 전방에 있는 고층건물을 노려보며 분개해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다친 자존심은 회복해야겠어요. 백영그룹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걱정 마세요. 백 명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중년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도련님의 뜻이 정 그렇다면야 따를 수밖에 없지요.”백청강은 눈앞의 고층건물을 노려보며 살기를 번뜩였다.지난번 사건이 있은 뒤, 양천엽은 회사에 틀어박혀 회사 업무에 몰두했다. 그가 창립한 천용그룹은 심기일전으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이날 아침, 양천엽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부두로 가서 백청강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그는 멀리서 갑판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온몸에 긴장을 곤두세웠다.지난번에 일이 실패로 돌아간 뒤로 백청강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는 완전히 백청강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고 백영그룹과의 인연도 여기서 끝이 나는 것이다.양천엽은 오늘을 위해 이틀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번에 백영에서 오군에 상업 회담을 오는 일을 빌미
백청강은 양천엽이 준비한 밴에 올라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가는 내내 그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백 대표님, 이번에는 강운그룹을 어떻게 요리하실 생각인가요? 바로 인수에 들어가실 겁니까?”양천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백청강은 창밖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양 대표, 뭐가 그렇게 급해?”양천엽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급히 해명했다.“오해세요. 저도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거죠. 성공적으로 강운을 인수한다면 강우연은 대표님 손바닥 안에 있는 거 아닙니까. 물론 차질이 생기더라도 제쪽에서 미리 대비해 두겠습니다.”백청강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말했다.“일단 강운그룹으로 가서 얘기하자고.”“네.”양천엽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백청강을 태운 차가 강운그룹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백청강은 건물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양천엽과 이현철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강운그룹 경비원들은 그 기세를 보고 다급히 달려와서 인사했다.양천엽이 앞장서서 백청강을 안내하며 건물로 들어갔다.안내데스크 직원은 양천엽과 백청강을 보자 곧바로 회장 비서실에 사실을 알렸다.잠시 후, 양천엽이 신비의 남자와 함께 그룹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회사 전체에 퍼졌다.한편, 한지훈은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침에 강우연을 회사에 데려다주고 바로 떠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지켰다.결혼식이 곧 다가오는만큼, 업무는 용이에게 맡기고 강우연과 시간을 더 보내려고 내린 결정이었다.최근에 그가 자주 회사에 방문했기에 어느새 강운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졌다.그가 몇몇 직원들과 함께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입구에 강문복과 강희연이 나타났다.“강 이사님이 급하게 어디를 가시는 걸까요?”한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런데 이때, 무언가를 발견한 한지훈이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옆에 있던 직원은 그에게서 풍기는 살벌한 기운에 놀라서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한지훈이 지켜보
강운그룹 회의실.강우연은 오늘 검은 정장 치마에 흰 셔츠를 맞춰 입고 위에 베이지 톤의 정장 외투를 걸쳤다. 머리는 굵은 웨이브로 마무리하고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한 메이크업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회의실로 들어와서 앉았다.어떤 남자가 봐도 군침을 흘릴만한 외모를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백청강은 벌써 탐욕스러운 눈을 하고 그녀를 대놓고 관찰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이 여자를 가질 것이다!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상석에는 강문복이 앉고 강희연이 그의 옆에 앉았다. 물론 회사의 고위 임원들도 자리했다.“우연아, 네가 담당자니까 얘기는 너랑 백 대표님이 하고 있어. 우린 이만 나가볼게.”자리에서 일어선 강문복이 사람들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보냈다.이곳으로 오기 전, 양천엽이 미리 언질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건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백영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강운그룹에는 큰 기회가 되는 셈이었다.강문복은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했던 대로 사람들을 끌고 회의실을 나갔다.“백 대표님, 그래서 어떤 사업을 저희랑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강우연이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담담히 물었다.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탐욕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만 봐도 소름이 돋았다. 그가 백영그룹의 황태자만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지난번 요트에서 벌어진 일도 그렇고 그에게 좋은 기억은 없었다.그날 이후, 한지훈은 그녀에게 백청강과 양천엽을 경계하라고 말했었다.백청강도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연 씨 미모는 여전하네요. 요트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아쉬웠었거든요. 밤낮 가리지 않고 우연 씨가 떠올라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물론 오늘은 강운그룹이랑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온 거예요.”“그래요, 우연 씨. 백 대표님은 백영그룹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온 거예요. 강운에 대해 잘 알아야 같이 사업도 하는 거죠. 이 사업이 성공하
강우연도 이것이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역시 우리 우연 씨는 얼굴도 예쁘고 시원시원하시네요.”백청강이 능글맞게 웃으며 양천엽에게 눈치를 주었다.그러자 양천엽이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연 씨, 백 대표님의 뜻은 아주 간단해요. 강운그룹을 인수하는 겁니다. 우연 씨 생각은 어떠한가요?”대놓고 너희 회사를 삼키겠다고 선포한 것이었다.강우연은 입가에 희미한 조소를 머금고 둘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강운을 인수하고 싶다고요? 그건 백영의 뜻인가요?”“우연 씨, 생각해 봐요. 백영그룹은 H시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에요. 방대한 인맥과 자금력을 가졌죠. 백영이 강운을 인수하면 그때부터 강운은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양천엽이 능구렁이처럼 간사하게 웃었다.백청강은 상석에 앉아 강우연의 매끈한 다리를 감상했다.“강우연 씨, 가격은 만족스럽게 쳐드릴 거예요. 절대 가격으로 실망할 일 없다는 얘기예요.”“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네요. 강운은 인수 제안을 거절하겠습니다.”강우연이 대놓고 거절하자 순식간에 회의실 안에 냉기가 감돌았다.“가격만 합리적이면 성사 안 될 장사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가격을 말해 보세요.”백청강이 탐욕스럽게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훑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같이 사업을 하는 거면 몰라도 인수는 절대 안 됩니다.”강우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싸늘하게 말했다.“살펴 가세요.”백청강이 인상을 확 구기며 음침하게 물었다.“강우연 씨, 지금 나의 제안을 거절한 건가요?”“거절하면 안 되는 제안이었나요?”강우연이 냉소를 지으며 받차쳤다“나를 거절한 사람은 우연 씨가 처음이네요. 상황을 잘 분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나는 백영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왔어요. 백영이 강운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죠. 나를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적나라한 협박이 담긴 말이었다.강우연도 인상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누가 와도 답은 같아요. 인
“아이고, 우연 씨. 사실 백 대표님도 강운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인수 제안에 동의하면 백영그룹이 강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업계 1위도 노려볼 수 있고 강우연 씨도 부장에서 승진도 해야죠.”옆에 있던 양천엽이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그는 백청강의 강압적인 태도를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그가 계획했던 것과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이다.“아니요! 강운은 인수 제안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에요!”강우연이 분노한 얼굴로 목청을 높였다.“그럼 협상은 이로써 끝이로군요.”백청강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거만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옆에 있던 이현철에게 말했다.“아저씨, 저 여자 끌고 가세요.”이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우연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중년 남자에게서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아가씨, 미안하게 됐어.”말을 마친 이현철이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런데 이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지훈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그는 얼굴에 태연한 미소를 머금고 강우연에게 말을 걸었다.“여보, 나 찾았어?”모두가 당황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분노와 긴장, 당혹스러운 표정이 뒤섞였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안으로 들어오며 회의실 문을 잠갔다.“여보, 무슨 일 있어?”이미 밖에서 듣고 있던 한지훈이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강우연에게 물었다.“한지훈? 제 발로 찾아왔네.”백청강은 한지훈이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그는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을 가리켰다.반면 양천엽은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뒤로 두 발 물러섰다.이런 상황에서 그는 조용히 관망하는 것을 택했다.“뭐야? 백 대표가 여긴 어쩐 일이야? 올 때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그럼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백청강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백청강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이
위기에 처했던 강우연은 구명줄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는 한지훈에게 눈치를 보내며 싸늘하게 말했다.“백영에서 우리 강운그룹을 인수하고 싶대요. 나는 안 된다고 거절했고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리고 백청강에게 물었다.“백 대표, 강운을 인수할 생각이야?”백청강은 가까이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을 보고 짜증스럽게 대꾸했다.“그래! 뭐 문제 있어? 네가 여기 책임자라도 돼?”“그래, 맞아.”한지훈이 말했다.“협상은 나랑 할까?”백청강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강우연을 바라봤다.“강우연 씨,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강우연은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남편이랑 얘기해 보세요.”백청강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어쩔 수 없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이현철이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갑자기 얘기하기가 싫어졌네.”“지금 장난해?”백청강이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한테 장난친 놈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네가 봤어야 했는데!”한지훈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지난번에 내가 누구를 개 패듯이 때렸던 것만 기억나. 그때도 얘기했을 텐데. 우리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다고.”백청강이 분노에 치를 떨며 고함쳤다.“좋아! 그렇게 나온다 그거지? 아저씨, 저 인간에게 나와 대적한 대가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세요!”옆에 있던 이현철이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기운이 한지훈을 덮쳤다.이현철은 주먹이 강렬한 기를 담아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백청강은 피식피식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그러길래 얌전히 있었어야지!’그는 벌써 한지훈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양천엽도 속으로 냉소를 짓고 있었다. 이현철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가늠이 되지는 않지만 백가의 가주 신변을 지키던 사람이라면 절세의 고수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