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형님.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만약 눈앞의 인물이 북양의 총사령관인 걸 알았더라면 절대 형님 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잠깐, 젊은 친구. 아직 내 인사도 받지 않고 어딜 가?”최 장군은 만면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도운 것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한지훈은 다급히 다가가서 노장군의 팔을 부축했다. 그는 용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군인을 고개 숙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최 장군은 흐뭇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인성 좋고 노인 공경할 줄도 아는 남자다운 청년!만약 그가 20년 젊었더라면 이 청년을 끌고 연병장으로 달려가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었다.한지훈은 그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룸을 나와 도설현을 찾아갔다. 직원에게서 도설현이 이미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달받고 호텔을 나오는데 입구에서 한무리 사내들이 들이닥쳤다.“이게 누구야? 한지훈 아니야? 수갑 채워서 끌고 가!”제복을 입은 남자가 한지훈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소리쳤다.조국진은 오후에 송천우의 연락을 받은 뒤,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 입구에서 잠복하며 한지훈을 기다렸다.“제가 뭘 잘못했죠?”한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조국진에게 물었다.조국진은 손에 번쩍이는 수갑을 들고 흔들거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하, 뭘 잘못했냐고?”그는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듯,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오늘 오후 도영그룹에서 손님들에게 폭행을 휘두른 게 너지? 폭력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아! 나랑 같이 조용히 서로 가자고. 조사를 해서 아무 문제 없다는 게 밝혀지면 곱게 돌려보내 줄 거야. 법대로 진행하는 거니까 힘빼지 말고 따라와.”“하!”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법대로 진행한다고요? 그 사람들이 일부러 회사에 쳐들어와서 난동을 부린 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아는데요? 그 사람들이 먼저
당황한 조국진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형사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야! 형사 비방죄로 죄명을 추가할 수도 있어!”30분 전, 조국진은 시키는 일을 성사시키면 2천만 원을 주겠다는 송천우의 연락을 받았다.자세히 들어보니 싸움에 휘말린 서민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이었고 이런 일은 조국진이 자주 해온 일이었다.그는 한지훈에게 다가와서 귓가에 대고 말했다.“살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조사에 협조하면 부드럽게 대해줄 거야. 하지만 계속 이렇게 반항하면 너한테도 좋을 거 없어!”한지훈은 덤덤한 얼굴로 조진국을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왜 웃어?”조진국은 점점 더 짜증이 치밀었다. 아무리 봐도 상대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궁금해?”한지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날뛰는 당신 모습이 우스워서 말이야.”“이 자식이!”분노한 조진국이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데 호텔 로비에서 한무리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이야!”유건실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조진국을 알아본 그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예전에 한번 지나가다가 봤던 사람인데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조국진은 유건실을 알아보고 얼굴색이 급격하게 밝아졌다.그는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유 청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S시 동해구 경찰청 청장 유건실은 그의 직속 상관의 상사라고 할 수 있었다.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승진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꽃길만 걸을 수 있었다.하지만 유건실은 싸늘한 눈빛으로 조국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꾸중하듯 물었다.“무슨 일인데 주변이 이렇게 시끄러워? 지금 뭐 하는 거야?”그는 포위당한 한지훈을 알아보고 매서운 눈길로 주변 상황을 살폈다.“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곧 끝나갑니다.”조국진은 다급히 부하에게 눈짓하며 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유건실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지훈 동생은 신묘한 의술로 최 장군을 살려낸 정의로운 청년이야! 그런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저질렀을 리 없어! 똑바로 조사하고 보고해!”신묘한 의술?최 장군을 살려내?조국진은 머리가 어지럽고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유건실이 극진히 모시는 최 장군을 한지훈이 살려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불과 몇분 사이에 조국진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살벌한 위기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만약 지금 시점에서 한지훈이 말 한마디라도 하면 그는 불구덩이에 던져질 판이었다.한지훈은 그의 그런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고 웃으며 말했다.“형님, 조 팀장님이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돌아가서 다시 조사를 해보고 나중에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그 말을 들은 조국진은 감격에 겨워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우리 애들이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돌아가서 다시 조사해 볼게요.”유건실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조국진을 바라보며 지시했다.“똑바로 조사해! 백성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우리는 한번의 실수로 무고한 백성을 잡아들이는 과오는 절대 저지르면 안 돼!”조국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가르침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서 조사하겠습니다.”“지훈 동생, 이 정도면 만족해?”유건실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물었다.그 모습이 조국진에게는 더 무섭게 비춰졌다.유건실 청장이 이 정도로 한지훈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이야!그는 하마터면 저승길에 발을 내딛을 뻔했다며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겸손하게 말했다.“형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조 팀장님도 열심히 일하다가 사소한 오해로 벌어진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는 일부러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조국진을 힐끗 바라보았다.조국진은 눈빛으로 한지훈에게
송천우는 병실에 누워 핸드폰에 대고 포효하고 있는 중이었다.그의 부하들은 전부 고개를 푹 숙이고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의 팔다리를 잘라버려! 당장 인력을 추가해서 그쪽으로 보내!”송천우는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조국진까지 잡혀갔다는 소리에 분노가 진정이 되지 않았다.무능한 녀석들!송천우는 부글거리는 화를 억누르며 오늘 밤은 무조건 한지훈을 혼내줘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도설현을 놓친 것도 짜증 나는데 자신은 병원에 입원한 신세가 되었으니 더 화가 났다.“한지훈, 지옥이 뭔지 맛보게 해주겠어!”그는 주먹으로 침대를 치며 이를 갈았다.알아본 결과 한지훈은 백수에 마누라한테 빌붙어 사는 무능한 인간이었다.그게 더 화가 치밀었다.리양 제약의 대표이자 후계자로서 한낱 백수한테 밀린 게 너무 화가 났다.한편, 호텔을 나선 한지훈은 차를 타고 집으로 갈 생각으로 길가로 나갔다.그와 멀지 않은 곳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양아치들이 그를 보자마자 담배를 버리고 몰래 그의 뒤를 쫓아갔다.어둠이 내려앉은 밤길, 한지훈은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정처없이 걸었다. 그의 뒤를 양아치들이 건들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앞에서 가는 한지훈은 이미 그들을 발견하고 냉소를 짓고 있었다.호텔을 나온 뒤로 놈들이 따라붙었다는 걸 알았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누군가가 자꾸 그에게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그는 한참 걷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를 따르던 양아치들은 이때다 싶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그들은 흩어져서 두 명은 한지훈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고 둘은 남아서 입구를 지켰다.그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신호를 받고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저 자식 가슴팍에 칼을 꽂아넣으면 천만 원이 생긴단 말이지!”그는 이렇게 쉽고 가성비 좋은
“내가 뭐? 어디 덤벼봐!”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다시 주먹을 들어 문신남의 얼굴을 쳤다.문신남은 주먹이 날아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가 돌아가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그게 끝이 아니었다.그 뒤로 골목에서는 퍽퍽퍽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한지훈은 살짝 힘이 들다고 느꼈을 때쯤에야 일방적인 폭력을 멈추었다.물론 힘조절은 완벽했기에 상대가 심하게 다치는 일은 없었다.그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절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문신남은 이미 얼굴이 묵사발이 되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상황을 해결한 한지훈은 골목 입구에서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양아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혀… 형님! 목숨만 살려주세요!”겁에 질린 양아치 녀석이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엉금엉금 기어와서 한지훈의 다리에 매달렸다.모시는 형님마저 이 낯선 남자에게 맞아 바닥을 구르는 상황에 당연히 그에게 덤빌 엄두는 내지 못했다.‘뭐야? 싸움을 할 줄 아는 자였잖아!’이제 그 양아치는 누가 양아치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눈빛 한번에 겁을 집어먹은 양아치는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을 올려다보았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차라리 너 스스로 귀뺨을 때려. 백 번 정도면 되려나?”“예?”놈의 두 눈에 짙은 공포가 서렸다.‘그럼 형님처럼 얼굴이 묵사발이 될 텐데?’“혀… 형님, 열 번이면 안 되겠습니까?”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지훈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 할인은 없어. 너무 많으면 내가 도와줘?”“아… 아닙니다! 할게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양아치는 손을 쳐들고 스스로 귀뺨을 때렸다.짝!짝!한지훈은 리듬감 있는 소리를 들으며 골목 입구를 지키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조금 전 상황을 멀리서 지켜본 그들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지린 상태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한지훈이 슬금슬금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걸음아 나 살려라
그들이 차에 오르자 놀란 승객들은 슬금슬금 길을 비켰다.“형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들개 형님 얼굴을 반죽으로 만들었어요!”빡빡이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놈이 맨 뒤쪽에 앉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도망가는 게 하도 불쌍해서 내버려뒀더니 지원병을 불러왔어?”큰형님으로 보이는 빡빡이는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키에 배가 불룩 나온 근육돼지였다.그는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옆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쟤야? 들개 그 녀석 요즘 운동을 너무 게을리한 거 아니야? 저런 놈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나까지 동원하게 만들어? 딱 봐도 비실비실해 보이는구만, 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부하 녀석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그게 아니라… 저놈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비실비실하게 생겨서 몸놀림이 심상치 않아요!”형님이라는 녀석은 짜증스럽게 부하를 밀치더니 한지훈의 옆으로 가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았다.“친구, 내 동생을 때렸다는 얘기 들었어. 동생이 맞았는데 형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앞으로 내가 이 도시에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딱 봐도 비실해 보이는데 차라리 이건 어때? 지금 내 앞에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현금 2천만 원을 내놓으면 없던 일로 해주지.”한지훈은 멍청이를 보는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제안 별로인데? 차라리 이렇게 하자. 너희가 나한테 2천만 원 주면 내가 그냥 넘어가 줄게. 어때?”“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양아친은 제 귀를 의심했다.건방진 자식!그의 뒤를 따라온 부하들이 발끈하며 소리쳤다.“형님, 이 자식이 우릴 무시하는 것 같은데 본때를 보여줍시다!”“건방진 자식, 지금 누구한테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이 일대의 왕을 자처하며 괴롭힘을 일삼핬던 그들 일당에게 이는 커다란 수치심을 안겨주었다.형님이라는 작자는 그 자리에서 한지훈의 허리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이걸 제대로 맞는다면 허리가
부하 녀석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씩씩거리며 다시 주먹을 다잡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맨 앞에 다가오는 놈의 볼에 주먹을 날려버렸다.퍽! 퍽퍽!동작이 너무 빨라서 그들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고개가 돌아가고 입가가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일부는 이미 의자에 주저앉았고 일부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쳇, 약골들이네.”한지훈은 팔목을 우드득 꺾으며 혼비백산한 우두머리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차갑게 물었다.“어때? 이제는 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어?”우두머리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그는 상대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빡빡이가 부하들에게 눈짓하자 겁에 질린 부하들은 저마다 호주머니를 털어 겨우 백만 원 정도를 내놓았다.그 모습을 본 빡빡이의 손에 땀이 고였다. 그는 두 손으로 돈을 한지훈에게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저희가 가진 현금은 이것뿐이에요. 이 정도로 어떻게 안 될까요?”솔직히 그는 두려웠다. 심기가 뒤틀린 한지훈이 자신의 남은 다리마저 부러뜨릴 것 같았다.안타까운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던 승객들은 상황이 역전된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한지훈은 꾸깃꾸깃한 현금뭉치를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이 자식들이 누굴 거지로 보나!”그 말을 들은 빡빡이 우두머리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 쥐여짜며 말했다.“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도 집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단 말입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의 부하 녀석들도 덩달아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평소에 약한 시민을 괴롭히며 이 일대에서 온갖 횡포를 일삼던 놈들은 이 순간이 수치스럽고 억울했다.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안 되겠는데?”이런 녀석들에게 숨겨둔 금고가 존재하지 않을 리 없었다.결국 빡빡
“결혼식 날에 북양 30만 대군과 8대 용장, 천성전 인원들을 본식에 초대할 거야. 다른 4대 전쟁부에도 초대장을 보내고 총사령관을 초대하도록. 용각과 천자각은 내가 직접 초대장을 들고 방문할 생각이야.”한지훈의 두 눈이 생기로 반짝였다.“알겠습니다, 사령관님.”용일이 격앙된 표정으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의 결혼식, 그리고 용국을 뒤흔들 성대한 국혼이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릴 것이다.5대 주국의 수령들이 축하인사를 하러 몰려들 것이며 전국적으로 생중계될 것이다.용일은 이 성대한 파티의 일원으로서 자부감을 느꼈다.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한지훈이 물었다.“한지훈 씨 맞아요? 저 소예민이에요. 시간 괜찮으면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요.”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날 케빈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 의사를 기억해냈다.그런데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을까?한지훈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소 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 지금 출근하러 나가는 길인데요.”소예민은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그럼 저녁에는 시간 어떠세요?”한지훈은 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밤중에 외간남자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지?“시간 괜찮습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소예민은 확연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녁에 모시러 갈게요. 어디 출근해요?”“도영그룹이요.”통화를 끝낸 한지훈은 고운이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도영그룹으로 출근했다.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인사도 받지 않고 다급히 자리를 떠버렸다.한지훈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마케팅부서로 가자 직원들이 연말 보너스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떠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입을 꾹 닫았다.분위기는 삭막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가라앉았다.한지훈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