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하루종일 자재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재가 안 들어오면 우린 뭐 해요? 이럴 거면 하루 쉬고 말지.”“빨리 사인하시고 진행합시다. 다들 바쁜 사람인데.”많은 사람들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강우연은 한지훈에게 구원의 시선을 보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알겠습니다. 서 사장님을 믿어볼게요.”서해철은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요. 강 부장님,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능구렁이들의 입가에 간사한 미소가 걸렸다.강우연이 펜을 들고 사인하려는데 침묵만 지키고 있던 한지훈이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류에 문제가 조금 있는 것 같아.”그 말 한마디에 현장에 정적이 찾아왔다.서해철을 비롯한 담당자들과 작업자들, 강우연까지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서류에 문제가 있다니?“한지훈 씨, 헛소리하지 마세요. 대체 서류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공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 모함하지 마세요!”서해철이 음침한 얼굴로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니까! 당신이 인테리어에 대해 알아? 자재에 대해 알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끼어들어?”“강 부장님, 남편분 대체 왜 저런답니까?”몇몇 담당자들도 옆에서 거들었다.주변에 모여든 작업자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당황한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지훈 씨, 왜 그래요? 서류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저분들은 큰아버지랑 오래 일하셨던 전문 업체예요. 공사 일정이 긴박해서 좀 예민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건….”“나 믿어?”한지훈이 물었다.그 말에 강우연은 놀란 눈을 뜨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정말 문제가 있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잊었어? 예전에 한정그룹이 건재할 때 나도 일선 경영진이었어.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접촉해 본 공사 현장이 당신보다 적지 않아. 인테리어 업계가 돌아가는 사정을 나도 알고 있어.”그제야 강우연은 기억을 떠올렸
서해철은 음침한 얼굴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물었다.“강 부장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남편분께서 하신 말은 강 부장님 개인의 뜻입니까, 아니면 회사의 뜻인가요?”“그러니까요! 일개 백수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중대한 결정에 참여한다는 겁니까!”“강 부장님, 빨리 사인하세요! 그래야 자재가 오늘 안에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몇몇 담당자들은 슬슬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돌아가서 단가를 대조한다면 수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강우연을 압박해서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받아낼 계획이었다.그래야 일이 발생해도 강우연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작업자들은 소매를 걷어올리고 음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 누구야? 여기 당신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다고 주제넘게 나서고 그래?”“죽고 싶어? 그 입 조심해서 놀려! 안 그러면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어디서 굴러온 백수 자식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말이야!”작업자들이 달려들 기세로 몰려오자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앞을 가로막고 미안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서 사장님. 이 서류는 돌아가서 대조해 보고 사인하도록 할게요.”강우연까지 이런 말을 하자 서해철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작업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님, 조심성이 많은 건 좋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일을 방해하기 마련이죠. 지금 이 서해철의 인품을 의심하시는 거 아닙니까! 전 이런 취급 당하며 일 못해요. 강 이사님께 말씀드리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강문복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 이사님, 자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강 부장님이 사인을 안 해주십니다. 서류 들고 돌아가서 대조하고 사인해 주신답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를 쉬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강문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뭐?
강문복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젠장! 또 한지훈 이 녀석이야? 예의도 없는 녀석! 말이 안 끝나는데 전화까지 끊고 말이야. 내 이 녀석을 그냥!”그는 사무실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그 시각, 전화를 끊은 한지훈은 핸드폰을 서해철에게 던져주고는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제 집에 가자.”그 모습을 본 서해철이 분노한 얼굴로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누가 가도 된다고 했어! 서류에 사인하기 전에는 여길 못 나가!”고함과 함께 서해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작업자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고 한지훈과 강우연을 포위했다.강우연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느꼈던 피로감이 점점 심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수면향 부작용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 작업자들을 둘러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서 사장, 지금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겁니까?”서해철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너랑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강 부장님, 제 입장은 여전해요. 이 서류 사인하기 전까지는 나갈 생각하지 마세요!”서해철의 공공연한 협박에 강우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리고 서해철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녀를 속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이 서류에 적힌 단가가 정말 문제가 있다는 거겠군요.”강우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서해철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강 부장은 역시 듣던 대로 똑똑하시네요. 하지만 너무 똑똑한 건 오히려 건강에 해롭죠. 맞아요. 서류에 적힌 단가에 장난 좀 쳤수다. 하지만 이미 강 이사님과 협의된 내용이에요. 그러니 문제 크게 일으키지 말고 그냥 넘어가세요. 나중에 내가 1억 정도 더 챙겨드리지요. 어때요?”“조사를 해봤는데 따님이 귀족 유치원에 다니시더라고요? 거기 등록금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1억이면 애 등록금 문제는 한동안 걱정 없겠네요.”“강 부장님, 잘 생각해 보시고 사인하세요.”서해철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다른 담당자들도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압박을
겁에 질린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인부들을 향해 발길을 날렸다.쾅!맨 앞에 섰던 인부가 복부를 맞고 그대로 바닥에 굴렀다.그의 뒤를 따르던 인부들마저 충격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이게 무슨….”당황한 인부들은 더 이상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더니 내가 만만해 보여?”그 모습을 본 서해철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다 같이 달려들어서 저 놈 잡아! 여럿이 덤비면 혼자서 감당할 수 없어! 두려워하지 말고 같이 덤비라고!”“맞아! 상대는 혼자야. 가자!”“팔 하나 부러뜨리고 시작하자고!”“가자!”흥분한 인부들은 망치와 스패너를 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일반인이었다면 이 기세를 보고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애원했겠지만 그들의 상대는 한지훈이었다.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인부들을 노려보았다. 원래는 순박한 사람들이었겠지만 서해철의 꼬임에 잘못 들어 악의 무리가 된 사람들이었다.한지훈은 그대로 주먹을 들어 맨 앞에서 달려오는 인부의 가슴을 쳤다.순식간에 그 인부는 공중을 날아 모래더미에 파묻혔다.이어지는 한지훈의 공격에 열명이 넘는 인부들이 전부 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바닥에 굴렀다. 그들은 다친 팔다리를 부여잡고 처참한 비명을 질러댔다.그 광경을 목격한 서해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괴물인가?사람의 힘이 어떻게 이렇게 강할수가 있지?잠시 후, 한지훈은 마지막 남은 인부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서 서해철과 다른 담당자들 발치에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인부는 서해철이 보는 앞에서 기절해 버렸다.서해철과 기타 담당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제 네놈들 차례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당황한 서해철은 연신 뒤로 뒷걸음질치며 소리쳤다.“너…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너랑 나는 신분 자체
하지만!한지훈은 가볍게 다리를 들어 서해철의 어깨를 힘껏 짓밟고는 그를 걷어차서 쓰러뜨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방금 했던 소리 다시 해봐. 내 가족들을 어쩐다고?”“악!”한지훈의 발에 짓밟힌 서해철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이거 치워! 뼈가 부러질 것 같아… 이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이 발 좀 치워줘!”서해철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뼈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이 온몸에 만연했다.곧 죽어버릴 것 같은 숨막히는 공포가 그의 모든 이성을 날려버렸다. 그는 그대로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살고 싶어? 간단해. 강문복과 결탁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사실을 처음부터 하나도 빼놓지 말고 말해. 거짓말 한마디라도 섞으면 평생 휠체어에서 살게 될 줄 알아!”말을 마친 한지훈은 발목에 힘을 조금 풀어주었다.서해철은 얼굴이 백지장이 되어 거친 숨을 토해냈다.“말할게! 말할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서해철은 비굴하게 그에게 매달렸다.다른 담당자들도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일 수 있지?서해철은 강문복과 짜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을 하나도 숨김없이 토해냈다.한지훈과 강우연은 전 과정을 녹음파일에 저장했다.일이 대충 마무리된 뒤, 강우연이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큰아버지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회사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다니… 지훈 씨, 이제 어떡하면 좋죠? 이걸 할아버지한테 알려야 하나요?”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하던 한지훈이 말했다.“당신이 알아서 해. 난 강운 사람도 아니고 이 일에 간섭할 입장이 아니야.”강우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릴 거예요. 이대로 계속하다가는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망하게 생겼어요.”한지훈은 그녀의 용기에 감탄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랑 같이 가자.”강우연은 조금 전 서해철이 내민 서류와 녹음 파일을 들고 한
거실에 있던 강운 일가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강우연! 헛소리하지 마! 어떻게 큰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모함할 수 있어!”설해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강우연을 향해 소리쳤다.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강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강희연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분노한 얼굴로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강우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화난 게 있으면 나한테 풀면 되지 왜 아빠까지 끌어들여? 증거는 무슨! 이거 네가 조작한 거잖아!”“할아버지, 이건 강우연이 아빠를 모함하는 거예요!”강희연은 강 회장에게 다가가서 애교를 부렸다.강준상은 굳은 표정으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강우연,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조금 전 네가 했던 말에 한치 거짓이라도 있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강학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우연에게 다가가며 눈짓으로 그만하라고 눈치를 주었다.“우연아, 고집 그만 피우고 할아버지랑 큰어머니한테 사과해. 그러는 거 아니야.”“강우연, 미칠 거면 너 혼자 미쳐! 가족들에게까지 피해주지 말고!”서경희도 급급히 강우연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나섰다.“너 큰아버지랑 큰어머니한테 당장 사과드려! 우리까지 너 때문에 피해를 보게 생겼잖아!”“그러니까 누나!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 큰아버지네 가족이 마음에 안 들면 누나 혼자 싸워.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짜 증거를 조작해서 들이밀면 안 되지!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까지 피해를 본단 말이야!”강신도 조바심이 났다.만약 강우연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들 가족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될 상황이었다.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준상을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가져와!”강준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그는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뒷주머니를 챙길 필요가 뭐가 있을까?강준상이 어느 날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더라도 회사는 강준
“회장님,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에요. 저희들의 피땀으로 개인이 이득을 취한 것 아닙니까!”“그래요, 회장님! 강 이사 불러서 대질 심문해야 합니다!”뭇 사람들의 분노에 강준상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꽉 움켜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설해연과 강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강 이사 이러고 다니는 거 둘은 알고 있었어?”당황한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다급히 말했다.“할아버지, 믿으시면 안 돼요. 이건 강우연이 조작한 거예요!”“조작이라고 했니?”강준상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맞아요! 조작된 거예요! 저는 이런 일 한 적 없어요!”갑자기 문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땀범벅이 된 강문복이 뛰어들어오더니 분노한 눈빛으로 강우연과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강준상에게 다가갔다.“아버지,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회사에 피해를 줄 일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건 강우연 저년이 일부러 증거를 조작한 겁니다. 저는 결백해요. 못 믿겠으면 제 명의로 된 모든 계좌와 부동산을 조사해 보세요. 전 그런 짓 한 적 없어요.”강준상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강문복의 표정을 보니 많이 억울해 보였다.강준상 회장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강문복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의 귀뺨을 치며 소리쳤다.“강우연! 네가 기용하고 싶어하는 업체를 건너뛰고 다른 업체와 계약했다고 이러는 거야? 나 네 큰아버지야! 어떻게 가족끼리 이럴 수 있어!”하지만 그의 손은 허공에서 빗나갔다.앞으로 나선 한지훈은 그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니까 폭력을 쓰시는 겁니까!”강문복이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한지훈, 이건 우리 집안 일이고 넌 간섭할 자격 없어! 당장 저리 꺼져!”한지훈은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든든하게 강우연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나도 당신들 집안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 아내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당연히 막아야지!”한지
거실을 찢어버릴 것 같은 고함에 강문복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버지, 전 하지 않았어요.”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짝!강준상은 그대로 손을 번쩍 들어 아들의 귀뺨을 치고는 고함쳤다.“넌 이 아비가 벌써 치매로 보여? 오랫동안 네가 단가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해줬다. 넌 내 아들이고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어야지! 우연이한테 들켜버리기까지 하고! 너 회사 망하게 할 작정이야?”“아버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당황한 강문복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강준상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거친 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말했다.“네 사무실 금고에 따로 빼둔 돈을 전부 회사 계좌로 돌려놔!”“네, 지금 처리할게요.”강문복이 다급히 말했다.강준상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반성하라는 말을 남기고 거실을 나가 버렸다.강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 강문복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강우연, 한지훈! 절대 용서 못해!”그 시각, 본가를 나온 뒤 강우연의 표정은 줄곧 좋지 못했다.“지훈 씨, 할아버지는 왜 나를 안 믿어주실까요?”한지훈은 긴 한숨을 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강문복은 당신 할아버지의 장남이라서 그래. 당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강운을 강문복한테 물려주실 생각이었어. 가장 믿는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장남의 치부를 까발렸을 때 당신 할아버지도 수치심을 느끼셨을 거야. 그분은 원래 공정한 분이 아니셨고 당신도 가문에서 예쁨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강문복을 감싸는 건 당연한 결과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 서글픔이 가득했다.“그럼 큰아버지가 하는 대로 계속 내버려둬야 하나요?”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당신 할아버지가 치매가 걸리지 않은 이상 그러지는 않을 거야. 아마 지금쯤 할아버지는 강문복을 혼내고 돈을 돌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