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최소 그의 보스와 거의 맞먹는 실력이었다.영찬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망치자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손을 꽉 잡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개를 든 한지훈은 다리를 들어 영찬의 복부를 걷어찼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영찬은 담벼락에 허리를 부딪히며 추락했다.담벼락이 무너지며 영찬을 뒤덮었다.영찬은 당장에서 피를 토하며 자신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오는 한지훈을 절망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넌… 누구야? 무식하게 세네.”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영찬이 입은 부상은 심각했다. 오장육부가 파열된 느낌이었다.더 절망적인 건 상대가 힘을 아꼈다는 사실이었다. 한지훈이 만약 진심으로 응했다면 영찬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한지훈은 영찬의 앞으로 다가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영찬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었다.“누가 보냈는지만 말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 너한테 기회는 한번뿐이야.”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토해내는 영찬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말하면 정말 살려줄 거야?”“쓸데없이 말이 많네.”이어진 싸늘한 목소리.영찬은 고민에 잠겼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말할게. 난 사이트에서 의뢰를 받고 왔어.”“의뢰? 무슨 의뢰?”한지훈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킬러넷이라고 살인 의뢰를 받는 사이트가 있어. 누가 4천만 원에 이 집에 사는 사람들 팔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리라고 의뢰를 올렸더라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킬러넷이라. 몇 년 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이야.”그 말을 들은 영찬이 움찔하며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킬러넷을 알아?”3년 전, 킬러넷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살 조직이었다.수천 명의 전문 킬러를 육성한 이 거대 조직은 비밀 리에 운영되고 있지만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킬
한지훈의 말에 영찬은 움찔하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었다.등골이 오싹하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당신은… 3년 전 그 사건에 참여했던… 전신급 전사 중 한 명인가요?”영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시무시한 실력과 그 전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과거 킬러넷 소탕 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서방의 조직원을 제거한 용국의 여덟 전사와 그들의 사령관뿐이었다.설마 그 여덟 전사 중의 한 명일까?영찬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미쳐버릴 것 같았다.‘내가 지금 무슨 의뢰를 받은 거지? 고작 4천만 원 벌자고 신급의 전사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은 건가?’허탈한 웃음이 나왔다.이 사람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궁한다면 본진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영찬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왜 하필이면 나지?왜 하필 그 의뢰를 받아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거지?그는 용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한지훈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 여덟 전사는 내 부하들인데?”청천벽력 같은 말에 영찬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여덟 전사의 상사?여덟 전사 중 한 명도 아니고 그들의 총사령관이 눈앞에 있었다.용국의 수호신이자 동방의 용왕으로 불리는 존재!그가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용국의 수호신으로 불렀다.그리고 3년 전 킬러넷 소탕 작전을 경험한 유럽의 시민들은 그를 경외하여 동방의 용왕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전 유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영찬은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자칫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과거 킬러넷 본진을 일망타진한 동방의 용왕이라니!영찬은 없는 힘까지 쥐어짜내서 기어나와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소인 영찬, 동방의 용왕님을 뵙습니다….”“동방의 용왕? 그건 또 뭐야?”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영찬이 말했다.“저는 킬러넷 휘하의 암살 점조직의 일원 영찬이라고 합니다. 동방의 용왕이란 호칭
말을 마친 영찬은 이마에 피가 터지도록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동방의 용왕이라. 재밌군. 아까도 말했지만 기회는 한번뿐이야. 누가 보냈어?”영찬이 다급히 대답했다.“용왕 어르신, 저는 킬러넷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같은 하층 조직원은 고용주의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킬러 업계에서 의뢰는 전부 익명으로 받게 되어 있었다.고용주가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킬러넷 같은 대형 킬러 집단도 고용주의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무릇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뢰는 유럽 암흑 세력의 선별을 거쳐 정보가 가려진 채로 게시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유럽의 킬러 조직이 돌아가는 상황은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고 있는 영찬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돌아가서 네 배후의 관리자한테 전해. 3일 시간을 줄 테니 알아서 해산하라고. 암살 조직의 구성원은 스스로 팔목을 잘라 그 사이트에 계시하도록. 그리고 용국 침입 불가라는 글도 함께 게시해. 알겠어?”영찬은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비천한 목숨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왕 어르신.”“꺼져.”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영찬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절뚝거리며 정원을 나섰다. 더 이상 한지훈의 살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날로 비행기를 타고 용국을 떠났다.한지훈은 쓰러진 담벼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일 할 일이 생겼네.”침실로 돌아오자 강우연과 고운이는 달게 자고 있었다. 한지훈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침대머리에 놓인 다 타버린 향초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그것은 깊은 수면에 들게 하는 특수한 향초였다. 몸에는 별로 해가 되지 않지만 다음 날 일어나면 피로감이 드는 부작용이 있었다.군부대에 있을 때 군의관에게서 전수 받은 향초였다.비록 자주 의술을 쓰지는 않지만 수면향을 만드는 것쯤은 손쉽게 할 수 있었다.그 시각, 오관우와 강
조영호의 고함에 오관우는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형님, 정말 숨기는 거 없어요. 그 인간 퇴역 군인 출신 맞아요. 5년 전에 그룹이 망하고 혼자만 살아남은 놈이에요. 정말 별거 아닌 놈이에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조영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지금부터 더 이상 나한테 연락하지 마. 우린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는 거야!”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오관우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지?옆에서 듣고 있던 강희연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자기, 어떻게 됐어?”오관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문제가 좀 생겼어. 의뢰는 실패했대.”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씩씩거리며 그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내 그럴 줄 알았어! 그 인간들 믿을 놈들이 아니라니까! 킬러는 무슨, 그냥 사기꾼들이네!”오관우는 인상을 쓰며 조영호가 했던 말을 곰곰이 되짚었다.‘영호 형이 설마 나한테 거짓말을?’거대 조직이 운영하는 킬러넷이 한지훈 같은 일반인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분노한 오관우는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호통쳤다.“젠장! 또 속았어! 한지훈 그 멍청한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게 무슨 킬러야!”그는 생각할수록 분이 치밀어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씩씩거리던 강희연이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자기, 화 풀어. 그 자식 그냥 내버려 두자. 어차피 우리 결혼 날짜도 곧 다가오는데 그때가 되면 S시의 모든 유명 인사들이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잖아. 그거로 우린 강우연 한지훈을 제대로 짓밟을 수 있어. 그날에 그것들을 통쾌하게 한번 망신 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오관우는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을 껴안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 한지훈 콧대를 꺾고 화려한 결혼식을 치르는 게 가장 현명한 복수지!”“그럼!”다음 날.한지훈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망가진 담벼락을 수리했다.잠에서 깬 강우연은 피곤한 얼굴로 정원에 나왔다가 담벼락을 수리하는 한지훈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담이 왜 무너
강우연은 별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한지훈은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이분은 누구시죠?”한 담당자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물었다.강우연은 웃으며 그를 사람들에게 소개했다.“제 남편 한지훈 씨예요.”담당자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아… 그 집에서 전업주부를 한다는… 남편분이셨군요.”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한지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일부러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발언에 일일이 반응해 줄 필요는 없었다.강우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진행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배가 좀 나온 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는 한데 사소한 문제가 좀 있어요.”“어떤 문제요?”강우연이 물었다.민학그룹과의 협력 사업이 걸린 문제라 대충 넘어갈 수 없었다.강운그룹은 공사 업체에 외주를 맡겼는데 강문복과 친분이 있는 업체였다.처음에 강우연이 직접 업체를 알아보려 했지만 강문복이 이사 직책을 이용해서 그녀를 건너뛰고 이 업체랑 계약을 했다.업체 사장 서해철이 웃으며 말했다.“자재를 거의 다 써가네요. 새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지정한 업체 자재가 불량품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직접 주문을 넣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 많은 자재를 다 썼다고요?”그녀는 자재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에 주문한 자재가 거덜이 나 있었다.강우연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이렇게 빨리 소모되었을 리가 없는데?서해철이 다급히 해명했다.“강 부장님, 자재가 빨리 소모된데는 이유가 있어요. 폐기율이 20퍼센트가 넘거든요.”“폐기율이 왜 그렇게 높아요?”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화들짝 놀라며 재차 물었다.“예전에도 이랬나요?”서해철은 여러 담당자들과 시선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요. 예전에 강 이사님과 같이 일을 할 때는 폐기율이 25퍼센트에 육박했어요. 민학그룹과 사업을
그 시각, 강문복은 서해철 일행이 아침에 가져온 1억 5천만 원이 넘는 현금을 금고에 넣고 있었다.그는 강우연의 질문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아, 보고 받았어. 서 사장은 우리 강운과 오랜 친구 같은 사이야. 폐기율 20퍼센트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이미 최저 수치야. 서 사장이 요구하는 거 잘 들어줘.”강우연은 인상을 쓰며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서 사장님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자재 주문을 넣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좋지. 우린 서 사장을 믿어야 해. 그 친구는 인테리어 경험도 우리보다 풍부하니 절대 문제 없을 거야. 우연아, 민학그룹과의 이번 사업은 우리 강운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에 최대 프로젝트야. 백 선생과의 사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이번 백화점 인테리어 사업은 그 어떤 착오도 있어서는 안 돼. 그러니까 이런 일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맡겨야지. 너도 서 사장 보고 많이 배워둬. 알겠지?”말을 마친 강문복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강우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강문복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별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부장님, 강 이사님은 뭐래요?”서해철이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진행하라고 하시네요.”그 말을 들은 서해철은 서류가방에서 문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사님까지 별문제 없다고 하셨으니 여기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강 부장님 사인이 있어야 자재를 현장까지 운반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 확인해 보았다. 각종 자재의 단가가 표기된 서류였다.“서 사장님, 이 서류는 돌아가서 단가를 확인해 보고 사인할게요.”강우연의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그 말을 들은 서해철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강 이사님, 자재의 단가는 시장 최저가로 책정했어요. 자재에도 아무 문제 없고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강 이사님과 오랜 시간 같이 일했어요. 강 이사님도 저희를 믿으니까 이렇게 큰 공
“맞아요! 하루종일 자재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재가 안 들어오면 우린 뭐 해요? 이럴 거면 하루 쉬고 말지.”“빨리 사인하시고 진행합시다. 다들 바쁜 사람인데.”많은 사람들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강우연은 한지훈에게 구원의 시선을 보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알겠습니다. 서 사장님을 믿어볼게요.”서해철은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요. 강 부장님,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능구렁이들의 입가에 간사한 미소가 걸렸다.강우연이 펜을 들고 사인하려는데 침묵만 지키고 있던 한지훈이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류에 문제가 조금 있는 것 같아.”그 말 한마디에 현장에 정적이 찾아왔다.서해철을 비롯한 담당자들과 작업자들, 강우연까지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서류에 문제가 있다니?“한지훈 씨, 헛소리하지 마세요. 대체 서류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공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 모함하지 마세요!”서해철이 음침한 얼굴로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니까! 당신이 인테리어에 대해 알아? 자재에 대해 알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끼어들어?”“강 부장님, 남편분 대체 왜 저런답니까?”몇몇 담당자들도 옆에서 거들었다.주변에 모여든 작업자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당황한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지훈 씨, 왜 그래요? 서류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저분들은 큰아버지랑 오래 일하셨던 전문 업체예요. 공사 일정이 긴박해서 좀 예민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건….”“나 믿어?”한지훈이 물었다.그 말에 강우연은 놀란 눈을 뜨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정말 문제가 있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잊었어? 예전에 한정그룹이 건재할 때 나도 일선 경영진이었어.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접촉해 본 공사 현장이 당신보다 적지 않아. 인테리어 업계가 돌아가는 사정을 나도 알고 있어.”그제야 강우연은 기억을 떠올렸
서해철은 음침한 얼굴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물었다.“강 부장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남편분께서 하신 말은 강 부장님 개인의 뜻입니까, 아니면 회사의 뜻인가요?”“그러니까요! 일개 백수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중대한 결정에 참여한다는 겁니까!”“강 부장님, 빨리 사인하세요! 그래야 자재가 오늘 안에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몇몇 담당자들은 슬슬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돌아가서 단가를 대조한다면 수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강우연을 압박해서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받아낼 계획이었다.그래야 일이 발생해도 강우연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작업자들은 소매를 걷어올리고 음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 누구야? 여기 당신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다고 주제넘게 나서고 그래?”“죽고 싶어? 그 입 조심해서 놀려! 안 그러면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어디서 굴러온 백수 자식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말이야!”작업자들이 달려들 기세로 몰려오자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앞을 가로막고 미안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서 사장님. 이 서류는 돌아가서 대조해 보고 사인하도록 할게요.”강우연까지 이런 말을 하자 서해철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작업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님, 조심성이 많은 건 좋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일을 방해하기 마련이죠. 지금 이 서해철의 인품을 의심하시는 거 아닙니까! 전 이런 취급 당하며 일 못해요. 강 이사님께 말씀드리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강문복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 이사님, 자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강 부장님이 사인을 안 해주십니다. 서류 들고 돌아가서 대조하고 사인해 주신답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를 쉬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강문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