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히 달려온 손강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이마에 식은땀이 돋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는 총을 발사했을 것이다.이현식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강호를 보자 그는 이때다 싶어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손 집행관, 빨리 나 좀 구해줘! 우린 가족이잖아! 나 정말 죽을 뻔했다고!”이현식은 사실 손강호보다 나이가 어렸다. 손강호의 누나가 젊은 이현식을 보고 한눈에 반해 결혼식을 올린 것이었다.손강호는 당장이라도 이현식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누나의 부탁이 없었으면 절대 저런 놈을 요직에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이현식이 어떤 놈인지 손강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안타깝게도 그의 누나는 이현식의 감언이설에 속아 무슨 일만 생기면 그를 찾아와서 울고불고 하소연하고는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손강호도 그를 도와줄 자신이 없었다. 그는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을 건드렸다.안으로 들어간 손강호는 분노한 얼굴로 이현식의 귀뺨을 때렸다. 순식간에 이현식은 이빨이 부러지면서 입에서 피를 토했다.“이현식! 너 정말 미쳤구나! 지금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알기나 해? 내가 너 같은 놈을 믿고 요직에 추천한 게 잘못이지! 내가 네 뒷수습한 게 올해만 해도 몇 건이야! 도대체 넌 왜 그 모양이야?”이현식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변명했다.“매제, 그래도 내가 형부잖아. 누나를 봐서라도 나 좀 살려줘….”손강호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현식의 배를 걷어차고는 공손한 자세로 한지훈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한 선생님이시죠?”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강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손 집행관님, 지각하셨네요.”손강호는 순간 당황했다. 한지훈의 뒤에는 군부 대위가 지키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지만 늦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자재를 가져왔는데 압류당했다고 하셨죠?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손강호가 장담하듯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의 반응은 싸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기태식? 그 J그룹 후계자?”“너한테 묻잖아!”손강호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재촉했다.“네! 그 J그룹 자제가 맞습니다.”이현식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울며 말했다.“집행관님, 한 선생님, 아시다시피 저는 일개 공무원에 지나지 않아요. 제가 무슨 수로 자본 세력에 맞서겠습니까. 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요. 목숨만 살려주세요!”말을 마친 이현식은 바닥에 쾅쾅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한지훈은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놈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기태식과 J그룹이라!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현식에게 말했다.“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말 안 해도 알겠지?”이현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옆에 있던 손강호는 다가가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사모님께 합격 결과서를 내어드리지 않고!”“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갈게요!”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이현식은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다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멀리서 강우연 일행이 보이자, 그는 비굴한 자세로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강우연 씨, 죄송해요. 전에는 제가 눈이 돌아가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지금 바로 합격 결과서를 내어드릴게요!”강우연은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기괴한 웃음을 짓는 이현식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이 부장님, 괜찮은 거죠?”뒤에 있던 직원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현식을 노려보았다.이현식은 다급히 휴지로 입가를 닦고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급하게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좀 굴렀어요. 그것보다 강우연 씨, 이쪽으로 오시죠.”잠시 후, 이현식은 직접 강우연에게 품질 합격 결과서를 건네주었다.결과서를 받은 강우연은 뭔가 어안이 벙벙했지만,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이걸 받아냈네. 당장 공장에 연락해서 생산라인 가동하라고 지시해요! 오늘 저녁 야근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뭐? 그런 일이 있었어? 잘못 들었겠지. 자재는 친구를 통해 군 공장에서 가져온 거잖아. 그런데 이현식이 군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으니,군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난 그냥 방관자에 불과해. 이제 일도 끝났으니 집에 가자.”강우연은 입을 삐죽이며 여전히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고마워요, 지훈 씨. 지훈 씨 아니었으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이현식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역겨운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저런 사람이 정부 요원이라니!”강우연은 지금 생각해도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이제 다 지나갔어.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 이현식은 분명 해고당할 거야. 경찰에 끌려가 심문을 받을지도 모르지.”강우연은 한지훈의 따뜻한 품에서 안정감을 찾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그와 한지훈 사이에는 스킨십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거리에서 서로 포옹한 적도 거의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그게 사실인가요?”강우연은 그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당연하지! 이미 집행관한테 이현식의 뇌물 수수와 공금횡령 정황을 증거로 제출했어. 저런 놈은 당연히 콩밥을 맛봐야 정신을 차리지.”한지훈이 정색하며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현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수갑을 차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정말 이대로 체포됐다고요?”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다시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아무리 봐도 이 일은 지훈 씨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잡혀갈 거라고 얘기하자마자 수갑 차고 끌려갔는데… 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요?”한지훈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앞으로는 당신과 고운이가 내 전부야! 평생 옆에서 지켜줄게.”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요. 우리 가족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그렇게 일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강우연은 힘든 5년을 보내고 드디어 진짜 행복과 평화를 찾았다.그녀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한지훈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반쯤 먹었을 때, 강우연이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참, 지훈 씨. 최근에, 어린이집에 관한 자료와 광고를 찾아보고 있는데 고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친구도 사귀고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앞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도 될 거고요. 당신도 직장을 구했다면서요? 매일 고운이 옆에만 붙어 있을 수 없게 됐잖아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운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고운아, 어린이집 가고 싶어?”고운이는 크고 맑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가고 싶어.”한지훈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고운이도 원하니 당신이 알아서 해.”강우연은 여태 수집한 자료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미리 봐둔 곳이 몇 곳 있어요. 총 세 곳인데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한지훈은 서류를 잠깐 훑어보고 그녀에게 물었다.“어디가 가장 좋아 보여?”강우연은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요. 신아 사립 유치원이라고 어린이집도 같이 운영하는 곳인데 평판이 좋아요. 기초 시설 같은 것도 다른 곳보다 월등히 우월하고요. S시 최고의 명문 유치원이라는데 해외에서 투자해서 설립된 곳이라고 해요. 그런데 안 좋은 점이 있어요.”“뭔데?”한지훈은 그녀의 말투에서 강우연이 이미 이 유치원을 비교적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강우연은 한숨을
다음 날, 예진그룹.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비서가 하이힐을 신고 급급히 기태식의 사무실을 찾았다.“대표님, 큰일 났어요!”소파에서 느긋하게 엄마와 통화 중이던 기태식은 급하게 달려 들어온 비서를 보자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었다.“무슨 일인데 노크도 없이 들어와?”여비서는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며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방금 전에 제가 품질관리 센터로 가서 이 부장을 찾았는데 직원들이 말하기를 이 부장이 글쎄 어제 오후에 뇌물 수수와 무고죄로 경찰에 잡혀갔다지 뭐예요?”“뭐라고? 이현식이 체포됐어? 그걸 왜 이제야 말해?”기태식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현식이 잡혀갔다니?분명 집행관이 손강호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대표님, 저도 몰랐어요. 우리 공장 자재도 아직 이 부장한테 있는데 우린 이제 어떡하죠?”여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짜증스럽게 사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던 기태식이 말했다.“내가 직접 손강호 집행관을 만나봐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사무실을 나가 손강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서 부랴부랴 품질관리 센터로 왔다.그 시각, 집행관 사무실에서 손강호는 업무를 보고 있었다.비서실장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공손히 말했다.“집행관님, 밖에 예진그룹 기태식 대표가 찾아왔는데 집행관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하는군요.”그 말을 들은 손강호가 인상을 찌푸렸다.“그 J그룹 후계자 말하는 거야? 기태식?”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손강호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서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그 인간이 나는 왜 찾아왔지? 설마 이현식 때문에?”잠시 고민하던 손강호가 말했다.“나 최근에는 외부인 안 만난다고 해.”손강호는 이 시기에 기태식을 만나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상대는 J그룹 2세였다.H시에서는 이류 기업이라고 하지만 종합적인 실력만 따지면 S시에서는 일류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이었다.오히려 S시 재벌가들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
비서실장이 난감해하는 사이, 뒤늦게 밖으로 나온 손강호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막 돌아왔어요.”기태식은 손강호를 보고 얼른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손 집행관님, 안녕하세요. 예진그룹 기태식이라고 합니다.”손강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기 대표님 존함이야 많이 들었죠. 갑시다.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해요.”두 사람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강호의 사무실로 향했다.손강호는 차를 우려내 찻잔에 담아 기태식에게 건넸다.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손강호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기 대표님,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괜한 일로 오셨을 것 같지는 않은 데 각자 시간낭비 하지 말고 솔직하게 용건부터 얘기합시다.”기태식은 어색하게 헛기침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집행관님은 참 통쾌한 분이시군요.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여비서를 시켜 준비한 선물을 손강호에게 건네며 말했다.“집행관님, 이건 제가 H시에서 이쪽으로 올 때 챙겨온 산삼인데 정력 보강에 아주 효과가 좋대요. 업무를 보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우려서 드세요.”손강호는 물건을 받는 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 대표님도 참, 뭔 이런 걸 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적인 선물을 받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세요.”기태식은 조금 당황했지만,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비서에게 눈짓하고 말했다.“제가 경솔했네요.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도 질질 끌지 않고 본론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아침에 소식을 입수했는데 여기서 일하시는 이현식 부장님이 검찰에게 잡혀갔다면서요?”손강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을 하면서 규정을 위반하여 조사받으러 갔습니다만 그건 왜요?”“그게… 우리 회사 원자재를 최근에 이 부장님께 검수를 맡겼는데 품질 보고서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해서요.”잠시 고민하던 손강호가 말했다.“그것 때문에 오셨군요. 속이 많이 타시겠어요. 지금 상
고개를 든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도호헌을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그 모습을 본 도호헌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한 번도 누구한테 무시를 당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그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흠모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그에게는 도영그룹이라는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도영그룹은 S시 신설 기업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기업이었다.게다가 본사는 S시가 아닌 H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H시 본사는 일류기업으로 자산규모가 10조를 돌파했다.도영은 H시에서도 일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이었다.도호헌은 S시뿐만 아니라 H시에 있는 본사에도 20퍼센트가 넘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아버지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절대 이 시골구석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존재인데 한지훈이 자신을 무시하자 그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그가 굳이 입을 열 필요도 없이 그의 뒤를 따르던 여비서가 한지훈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당신 누구야? 대표님 봤으면 일어서서 인사는 하지 못할망정! 도대체 예의를 어디에 팔아먹었어? 당신 어디 부서 사람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도호헌의 뒤에는 큰 키에 쭉쭉빵빵한 몸매를 가진 여비서가 타이트한 오피스룩을 입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잡지를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도설현 이사님께서 새로 모집한 경호원입니다. 저에게 직속 상사는 도 이사님뿐이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그 말을 들은 로비의 사람들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많은 신입을 봐왔지만, 이 사람처럼 거만한 신입은 처음이었다.감히 회사 대표를 대놓고 무시하다니!도호헌은 도영그룹에서 공공연히 인정한 차세대 후계자이자 본사 지분을 20퍼센트나 보유한 대주주였다. 도호헌과 도설현이 요즘 승계권 다툼을 진행 중이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이미 회사 내부에서도 세력이 두 갈래로 갈라진 상태였다.새로 들어온 신입마저, 도호헌이 있는
한예는 시뻘겋게 부어오른 볼을 손으로 감싸며 경악한 표정으로 도설현을 노려보더니 도호헌의 팔짱을 끼며 울먹였다.“대표님,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매를 맞을 정도로?”도호헌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말했다.“도설현! 한 비서가 아무리 그래도 나랑 오래 같이 일한 비서인데 직원들 보는 앞에서 손찌검하는 게 어딨어? 지금 오빠인 나까지 무시하는 거야?”도설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도호헌을 노려보며 말했다.“그게 뭐? 도호헌 넌 아랫사람 관리나 똑바로 해! 나 도설현이야! 도영그룹 외동딸, 언제부터 일개 비서 따위가 내가 고용한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됐지? 한지훈 씨는 내가 어제 면접을 통과시킨 경호원이야. 이 사람을 건드리는 자는 나와 적을 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어!”뒤돌아선 도설현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지훈에게 말했다.“내 사무실로 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도호헌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한지훈 역시 조금 전 보여준 도설현의 카리스마에 살짝 당황했다.연약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재빨리 도설현의 뒤를 쫓았다.그런데 뒤따라온 도호헌이 음산한 표정으로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야, 적당한 핑계 대서 사직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언제든 기회를 봐서 죽여버릴 테니까! 너 어제 집에 딸이 있다고 했지?”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도 대표님, 내 가족에게 해를 가한다면 당신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생각 잘하고 행동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자리에 남겨진 도호헌은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쫙 돋았다.어떻게 된 거지?상대의 카리스마가 너무 압도적이라 반박조차 못 하고 있었다.정말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마치 사신의 경고를 받은 것처럼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분명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어디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