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뭐? 그런 일이 있었어? 잘못 들었겠지. 자재는 친구를 통해 군 공장에서 가져온 거잖아. 그런데 이현식이 군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으니,군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난 그냥 방관자에 불과해. 이제 일도 끝났으니 집에 가자.”강우연은 입을 삐죽이며 여전히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고마워요, 지훈 씨. 지훈 씨 아니었으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이현식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역겨운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저런 사람이 정부 요원이라니!”강우연은 지금 생각해도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이제 다 지나갔어.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 이현식은 분명 해고당할 거야. 경찰에 끌려가 심문을 받을지도 모르지.”강우연은 한지훈의 따뜻한 품에서 안정감을 찾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그와 한지훈 사이에는 스킨십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거리에서 서로 포옹한 적도 거의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그게 사실인가요?”강우연은 그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당연하지! 이미 집행관한테 이현식의 뇌물 수수와 공금횡령 정황을 증거로 제출했어. 저런 놈은 당연히 콩밥을 맛봐야 정신을 차리지.”한지훈이 정색하며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현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수갑을 차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정말 이대로 체포됐다고요?”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다시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아무리 봐도 이 일은 지훈 씨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잡혀갈 거라고 얘기하자마자 수갑 차고 끌려갔는데… 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요?”한지훈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앞으로는 당신과 고운이가 내 전부야! 평생 옆에서 지켜줄게.”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요. 우리 가족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그렇게 일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강우연은 힘든 5년을 보내고 드디어 진짜 행복과 평화를 찾았다.그녀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한지훈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반쯤 먹었을 때, 강우연이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참, 지훈 씨. 최근에, 어린이집에 관한 자료와 광고를 찾아보고 있는데 고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친구도 사귀고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앞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도 될 거고요. 당신도 직장을 구했다면서요? 매일 고운이 옆에만 붙어 있을 수 없게 됐잖아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운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고운아, 어린이집 가고 싶어?”고운이는 크고 맑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가고 싶어.”한지훈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고운이도 원하니 당신이 알아서 해.”강우연은 여태 수집한 자료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미리 봐둔 곳이 몇 곳 있어요. 총 세 곳인데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한지훈은 서류를 잠깐 훑어보고 그녀에게 물었다.“어디가 가장 좋아 보여?”강우연은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요. 신아 사립 유치원이라고 어린이집도 같이 운영하는 곳인데 평판이 좋아요. 기초 시설 같은 것도 다른 곳보다 월등히 우월하고요. S시 최고의 명문 유치원이라는데 해외에서 투자해서 설립된 곳이라고 해요. 그런데 안 좋은 점이 있어요.”“뭔데?”한지훈은 그녀의 말투에서 강우연이 이미 이 유치원을 비교적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강우연은 한숨을
다음 날, 예진그룹.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비서가 하이힐을 신고 급급히 기태식의 사무실을 찾았다.“대표님, 큰일 났어요!”소파에서 느긋하게 엄마와 통화 중이던 기태식은 급하게 달려 들어온 비서를 보자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었다.“무슨 일인데 노크도 없이 들어와?”여비서는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며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방금 전에 제가 품질관리 센터로 가서 이 부장을 찾았는데 직원들이 말하기를 이 부장이 글쎄 어제 오후에 뇌물 수수와 무고죄로 경찰에 잡혀갔다지 뭐예요?”“뭐라고? 이현식이 체포됐어? 그걸 왜 이제야 말해?”기태식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현식이 잡혀갔다니?분명 집행관이 손강호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대표님, 저도 몰랐어요. 우리 공장 자재도 아직 이 부장한테 있는데 우린 이제 어떡하죠?”여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짜증스럽게 사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던 기태식이 말했다.“내가 직접 손강호 집행관을 만나봐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사무실을 나가 손강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서 부랴부랴 품질관리 센터로 왔다.그 시각, 집행관 사무실에서 손강호는 업무를 보고 있었다.비서실장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공손히 말했다.“집행관님, 밖에 예진그룹 기태식 대표가 찾아왔는데 집행관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하는군요.”그 말을 들은 손강호가 인상을 찌푸렸다.“그 J그룹 후계자 말하는 거야? 기태식?”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손강호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서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그 인간이 나는 왜 찾아왔지? 설마 이현식 때문에?”잠시 고민하던 손강호가 말했다.“나 최근에는 외부인 안 만난다고 해.”손강호는 이 시기에 기태식을 만나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상대는 J그룹 2세였다.H시에서는 이류 기업이라고 하지만 종합적인 실력만 따지면 S시에서는 일류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이었다.오히려 S시 재벌가들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
비서실장이 난감해하는 사이, 뒤늦게 밖으로 나온 손강호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막 돌아왔어요.”기태식은 손강호를 보고 얼른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손 집행관님, 안녕하세요. 예진그룹 기태식이라고 합니다.”손강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기 대표님 존함이야 많이 들었죠. 갑시다.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해요.”두 사람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강호의 사무실로 향했다.손강호는 차를 우려내 찻잔에 담아 기태식에게 건넸다.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손강호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기 대표님,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괜한 일로 오셨을 것 같지는 않은 데 각자 시간낭비 하지 말고 솔직하게 용건부터 얘기합시다.”기태식은 어색하게 헛기침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집행관님은 참 통쾌한 분이시군요.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여비서를 시켜 준비한 선물을 손강호에게 건네며 말했다.“집행관님, 이건 제가 H시에서 이쪽으로 올 때 챙겨온 산삼인데 정력 보강에 아주 효과가 좋대요. 업무를 보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우려서 드세요.”손강호는 물건을 받는 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 대표님도 참, 뭔 이런 걸 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적인 선물을 받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세요.”기태식은 조금 당황했지만,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비서에게 눈짓하고 말했다.“제가 경솔했네요.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도 질질 끌지 않고 본론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아침에 소식을 입수했는데 여기서 일하시는 이현식 부장님이 검찰에게 잡혀갔다면서요?”손강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을 하면서 규정을 위반하여 조사받으러 갔습니다만 그건 왜요?”“그게… 우리 회사 원자재를 최근에 이 부장님께 검수를 맡겼는데 품질 보고서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해서요.”잠시 고민하던 손강호가 말했다.“그것 때문에 오셨군요. 속이 많이 타시겠어요. 지금 상
고개를 든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도호헌을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그 모습을 본 도호헌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한 번도 누구한테 무시를 당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그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흠모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그에게는 도영그룹이라는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도영그룹은 S시 신설 기업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기업이었다.게다가 본사는 S시가 아닌 H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H시 본사는 일류기업으로 자산규모가 10조를 돌파했다.도영은 H시에서도 일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이었다.도호헌은 S시뿐만 아니라 H시에 있는 본사에도 20퍼센트가 넘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아버지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절대 이 시골구석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존재인데 한지훈이 자신을 무시하자 그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그가 굳이 입을 열 필요도 없이 그의 뒤를 따르던 여비서가 한지훈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당신 누구야? 대표님 봤으면 일어서서 인사는 하지 못할망정! 도대체 예의를 어디에 팔아먹었어? 당신 어디 부서 사람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도호헌의 뒤에는 큰 키에 쭉쭉빵빵한 몸매를 가진 여비서가 타이트한 오피스룩을 입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잡지를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도설현 이사님께서 새로 모집한 경호원입니다. 저에게 직속 상사는 도 이사님뿐이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그 말을 들은 로비의 사람들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많은 신입을 봐왔지만, 이 사람처럼 거만한 신입은 처음이었다.감히 회사 대표를 대놓고 무시하다니!도호헌은 도영그룹에서 공공연히 인정한 차세대 후계자이자 본사 지분을 20퍼센트나 보유한 대주주였다. 도호헌과 도설현이 요즘 승계권 다툼을 진행 중이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이미 회사 내부에서도 세력이 두 갈래로 갈라진 상태였다.새로 들어온 신입마저, 도호헌이 있는
한예는 시뻘겋게 부어오른 볼을 손으로 감싸며 경악한 표정으로 도설현을 노려보더니 도호헌의 팔짱을 끼며 울먹였다.“대표님,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매를 맞을 정도로?”도호헌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말했다.“도설현! 한 비서가 아무리 그래도 나랑 오래 같이 일한 비서인데 직원들 보는 앞에서 손찌검하는 게 어딨어? 지금 오빠인 나까지 무시하는 거야?”도설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도호헌을 노려보며 말했다.“그게 뭐? 도호헌 넌 아랫사람 관리나 똑바로 해! 나 도설현이야! 도영그룹 외동딸, 언제부터 일개 비서 따위가 내가 고용한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됐지? 한지훈 씨는 내가 어제 면접을 통과시킨 경호원이야. 이 사람을 건드리는 자는 나와 적을 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어!”뒤돌아선 도설현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지훈에게 말했다.“내 사무실로 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도호헌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한지훈 역시 조금 전 보여준 도설현의 카리스마에 살짝 당황했다.연약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재빨리 도설현의 뒤를 쫓았다.그런데 뒤따라온 도호헌이 음산한 표정으로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야, 적당한 핑계 대서 사직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언제든 기회를 봐서 죽여버릴 테니까! 너 어제 집에 딸이 있다고 했지?”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도 대표님, 내 가족에게 해를 가한다면 당신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생각 잘하고 행동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자리에 남겨진 도호헌은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쫙 돋았다.어떻게 된 거지?상대의 카리스마가 너무 압도적이라 반박조차 못 하고 있었다.정말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마치 사신의 경고를 받은 것처럼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분명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어디
“엄마, 고운이 너무 아파….”아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아우성쳤다.강우연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상처에 묻은 흙을 닦아주며 달래주었다.“고운이 뚝, 울지 마. 이따가 엄마랑 같이 양호실에 한번 가보자.”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눈앞의 금발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따졌다.“가만히 있는 애를 왜 밀쳤니?”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 남자애는 팔짱을 끼고는 턱을 빳빳이 쳐들고 강우연을 바라보며 중지손가락을 치켜들더니 영어로 욕설을 내뱉었다.“멍청이!”네 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서 거친 욕설이 나오자, 강우연도 순간 당황했다.이 나이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으면 애가 이토록 거칠고 예의가 없을가!“너 지금 욕했어? 부모님 어디 계시니?”강우연은 화가 났지만 네 살짜리 꼬마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부모부터 찾았다.이때, 검은색 마이바흐에서 한 중년 여성이 내리더니 달려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금발 꼬마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우리 꼬마 도련님, 괜찮은 거죠?”금발의 남자애는 바로 고운이를 손가락질하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저 용국 멍청이가 내 길을 막았어!”그 말을 들은 중년 여자는 곧장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과 고운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들은 누구야? 당장 길 안 비켜? 여기 이 아이는 이국 대사관 헨리 외무부장의 아들이야. 우릴 잘못 건드렸다가는 감옥 밥을 먹게 될 거라고! 당장 꺼져!”가정부로 보이는 중년 여자는 자신이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을 무시했다.그녀는 평소에도 이국 대사 헨리의 빽을 믿고 사람들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유형이었다.헨리의 아들을 유치원에 픽업할 때도 그녀는 꼭 마이바흐를 타고 다녔다.허영심 때문이었다.강우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외교부 장관의 아들이라고?가정부가 말한 대로 존귀한 신분인 건 맞지만 분명히 잘못은 저쪽에서 했는데!그래서 강우연은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얘가 누구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얘가
중년 여자가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그래서 뭐? 능력 있으면 지금 신고해서 우리 도련님 잡아가라고 해!”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금발 아이는 고개를 돌리고 강우연을 향해 중지를 치켜올리더니 욕설을 내뱉었다.“용국의 멍청이!”고운이는 속상해서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를 찾았다.강우연은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봐야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외무부 장관 아들과 일반인이 무슨 수로 싸운단 말인가!“고운아, 울지 마. 일단 엄마랑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자.”강우연은 울음을 삼키며 길 가던 택시를 잡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도영그룹.한지훈은 도설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도설현은 진지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물었다.“아까 정말 카리스마 있었어요. 도호헌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지훈 씨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쫓겨났겠죠.”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경비원들은 내 상대가 아니에요.”도설현은 생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요. 살랑까지 쓰러뜨린 인물인데 S시에서는 한지훈 씨를 상대할 사람이 별로 없겠어요. 그런데 대체 그 기술은 어디서 배웠어요? 이력서를 봤는데 퇴역 군인이라면서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전쟁부에 있을 때 익힌 기술이죠.”도설현은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거짓말! 당신 퇴역 군인 아니잖아요! 살랑은 3성 병왕급 실력자예요. 1분 안에 그를 쓰러뜨렸다는 건 최소 4성 천급 병왕 이상의 실력이라는 건데 그 실력으로 전쟁부에 있었으면 최소 군단장 급이었겠죠! 그 실력으로 일개 경호원 면접을 보러 왔다는 게 말이 돼요?”한지훈은 살짝 당황하며 인상을 찌푸렸다.그냥 예쁜 여자인 줄만 알았는데 꽤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이 말이 없자 도설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사람은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