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식은 앞에 저승사자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공포에 휩싸였다.남자는 피에 굶주린 맹수의 눈빛을 하고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겁에 질린 이현식은 연신 뒤로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너… 뭐 하려는 거야? 여기 정부 기관이야! 나 품질관리 이현식 부장이라고! 넌 도대체 누군데 나한테 이러는 거야?”한지훈은 한발 한발 다가가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나 강우연 남편 한지훈이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이현식의 안구를 조준하고 주먹을 휘둘렀다.이현식의 두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더니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악! 이 멍청한 백수 자식이! 너 미쳤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나 품질관리센터 이현식 부장이라고! 강우연이 가져온 샘플 내 허락이 있어야 통과시킬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네 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앞으로 너희가 보낸 자재는 절대 통과시켜 주지 않을 거야! 절대!”한지훈은 살짝 비웃음을 짓고는 말했다.“이현식 부장? 당신 권력이 그렇게 막강해? 정부 집행관 앞에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당연하지! 집행관은 내 매제야! 내가 말 한마디만 하면 요구에 따라줄 거라고!”이현식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벌벌 떨면서도 기죽지 않고 한지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 이제 넌 끝장이야! 강우연도 끝장이야! 오늘 이 일로 정신 손해 배상까지 전부 청구할 거야! 내 말 한마디면 강운은 절대 품질합격 결과서를 받아볼 수 없을걸?”“그래?”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입에 물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이 부장, 정말 막대한 권력을 가졌네?”“당연하지!”이 부장은 냉소를 지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한지훈을 내려다보았다.“이제 알았으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오지? 내 조건은 네 마누라를 일주일간 나한테 빌려주고 치료비 2억을 배상하는 거야! 그러면 품질보고서에 합격 도장을 찍어주지! 어때? 남는 장사 아니야?”
소지성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회의에 참석했던 고위 공무원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S시 시장 소지성이 이토록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기도 했다.“소 시장님, 품질관리센터 손 집행관께서 시장님과 회의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을 들은 소지성은 움찔하며 사람들 틈에 앉아 있는 손강호를 찾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여기 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손강호는 시장이 자신을 바라보자 덩달아 긴장했다.‘설마 내가 뭘 잘못한 건가?’한지훈은 이현식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싸늘한 시선으로 이현식을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자재 품질관리센터에 있는데 우리 집사람이 품질 문제로 두 번이나 샘플을 보내 검사를 진행했거든요? 전부 불합격이 나왔네요.”그 말을 들은 소지성은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한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품질관리센터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 제가 아무리 시장이라도 나서기 힘듭니다. 만약 사모님께서 자재 문제로 고민하신다면 제가 새로운 공급처를 알아봐 드리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아니라 시장님, 이 센터의 이현식 부장이 저한테 그러는데 샘플 품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통과시켜 주기 싫어서 불합격을 줬다고 하네요. 그리고 품질센터는 자기 말이 곧 법이라며 자기가 기분 좋으면 통과시켜 주고 기분 나쁘면 불합격이라는데요? 두 가지 샘플 중에 하나는 내가 군 공장에서 납품한 샘플입니다. 지금 이 부장은 제가 군인을 사칭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네요.”그 말을 들은 소지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이현식 이 자식이 감히 한 선생께 그런 말을 지껄였단 말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 집행관을 그리로 보내겠습니다!”“20분 드릴게요. 20분 안에 결과가 없으면 내가 스스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군요.”한지훈이 담담하게
손강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이게 다 무슨 소리지?이현식이 군 공장에서 나온 품질보고서를 찢어버렸다니?하지만 한 선생이나 한 선생 사모님은 그가 모르는 인물이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을 건드렸기에 시장이 이 정도로 화가 나신 걸까?“시장님, 그분들은 도대체 누굽니까? 일이 많이 심각한가요?”손강호는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며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소지성이 싸늘한 말투로 대꾸했다.“그분들 신분을 자네 같은 말단 공무원이 알 필요 없지! S시에서 시장인 나조차도 눈치를 보는 인물이야. 그분께서 S시에서 정권을 잡겠다고 하면 나도 순순히 물러나야 한다고! 그런데 이현식 그놈이 그런 분을 건드린 거야! 알아들었어?”소지성의 말에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한 선생이라는 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진 걸까?설마 수도에서 보낸 감찰관?손강호는 고개를 바짝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시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돌아가서 처리하겠습니다!”“20분이야! 자네한테 주어진 시간은 20분이라고! 20분 안에 모두 처리하고 나한테 연락해! 한 선생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나한테 전달하면 자네는 그 옷 벗어야 할 거야!”말을 마친 소지성은 씩씩거리며 먼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손강호는 지체할 시간 없이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그는 뛰면서 운전기사를 호출해서 입구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품질센터로 향하는 길에서 손강호는 이현식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조급해진 손강호는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이현식, 이 새끼 때문에 언제 한번 크게 사고 날 줄 알았어!”한편, 이현식의 사무실.이현식은 만면에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비아냥거렸다.“한지훈, 벌써 15분이 지났는데 손 집행관은 지금 어디쯤 왔대?”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한지훈은 번쩍 눈을 뜨고 싸늘한 말투로 대꾸했다.“집행관이 도착하면 넌 목숨 하나는 건질 수 있을 테지만 집행관이 안 오면 넌
그 말을 들은 이현식은 진심으로 당황했다.한지훈의 표정과 말투,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이현식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래도 체면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그는 헛기침하며 소리쳤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센터에서 살인하겠다고? 나 품질센터 이 부장이야! 내 매제가 여기 집행관이라고! 감히 내 구역에서 이상한 짓하면 바로 잡혀가서 처벌받아! 그때가 되면 네 마누라랑 네 딸년은 가장을 잃게 되겠지! 강운그룹은 네가 한 짓 때문에 모두의 비난을 받게 될 거야!”“그래? 이 부장, 넌 지금도 내가 한 말이 우습게 들리나 봐?”한지훈은 싸늘하게 말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겁에 질린 이현식은 연신 뒷걸음질 쳤지만, 뒤쪽은 창가라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오… 오지 마! 계속 다가오면 나 뛰어내릴 거야! 네가 여기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소리칠 거라고!”이현식은 완전히 당황했다. 한지훈은 그가 소문으로 듣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정말 이곳에서 살인을 저지르려는 걸까?“이 부장, 아래를 좀 내려다보고 뛰어내릴지 가만히 있을지 결정해.”한지훈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이현식은 당황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그 순간 이현식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래층에는 네 대의 군용 트럭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옆에 무장 군인들이 총을 들고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품질센터는 현재 군인들에게 새어나갈 틈도 없이 포위된 상태였다.모든 군인들의 총구는 이현식의 사무실을 겨누고 있었다.무장 군인들의 앞에는 임량이 살기를 번뜩이는 눈으로 사무실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품질센터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직원들은 안으로 밀고 들어온 군인들에게 제압되었다.강우연과 그녀의 직원들은 호위받으며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멀리서 실탄을 장전한 군인들과 맨 앞에 서 있는 임량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강우연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이현식의 사무실을 올려
군 공장!그들이 정말 군 공장 제품을 가져왔을 줄이야!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분명히 한정그룹이 망하고 혼자 살아남은 한지훈은 모든 걸 잃고 강운그룹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고 했다.그런 사람에게 인맥이라는 게 존재할 리 없었다.그리고 이때!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군복을 입은 임량이 총을 들고 신속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지훈을 보더니 공손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한 선생님, 지시하신 대로 백 명의 병사가 이 품질센터 건물을 포위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고개를 돌려 이현식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21분이 경과했네. 손 집행관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어. 그렇다면 이 부장, 이제 우리가 빚을 청산할 시간이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가 청사 전체를 집어삼켰다.아래층에서 대기하던 병사들과 제압된 직원들, 그리고 강우연 일행마저 그의 날카로운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정말 어마어마한 기운이었다.‘지훈 씨일까?’강우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으로 달려 들어가려 했지만,병사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안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공무집행 중입니다!”강우연은 조바심이 나서 다급히 말했다.“우리 남편이 안에 있다고요!”그 말을 들은 병사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확실해요? 안에는 우리 임 대위님하고 또 다른 장관님 한 분을 제외하면 이 사건 관련 용의자밖에 없는데요? 저희가 하는 일에 협조해 주시고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강우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한 분의 장관?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창문을 바라보았다.‘지훈 씨가… 장관이었어?’그 시각, 이현식은 한지훈이 한발 한발 다가오자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쾅!한지훈이 발로 복부를 걷어차자, 그는 힘없이 공중을 날아 사무실 책상에 허리를 부딪히고 쓰러졌다. 원목 재질로 된 사무실 책상이 엄청난 힘에 밀려 뒤로 1미터나 이동했다!이현식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급급히 달려온 손강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이마에 식은땀이 돋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는 총을 발사했을 것이다.이현식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강호를 보자 그는 이때다 싶어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손 집행관, 빨리 나 좀 구해줘! 우린 가족이잖아! 나 정말 죽을 뻔했다고!”이현식은 사실 손강호보다 나이가 어렸다. 손강호의 누나가 젊은 이현식을 보고 한눈에 반해 결혼식을 올린 것이었다.손강호는 당장이라도 이현식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누나의 부탁이 없었으면 절대 저런 놈을 요직에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이현식이 어떤 놈인지 손강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안타깝게도 그의 누나는 이현식의 감언이설에 속아 무슨 일만 생기면 그를 찾아와서 울고불고 하소연하고는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손강호도 그를 도와줄 자신이 없었다. 그는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을 건드렸다.안으로 들어간 손강호는 분노한 얼굴로 이현식의 귀뺨을 때렸다. 순식간에 이현식은 이빨이 부러지면서 입에서 피를 토했다.“이현식! 너 정말 미쳤구나! 지금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알기나 해? 내가 너 같은 놈을 믿고 요직에 추천한 게 잘못이지! 내가 네 뒷수습한 게 올해만 해도 몇 건이야! 도대체 넌 왜 그 모양이야?”이현식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변명했다.“매제, 그래도 내가 형부잖아. 누나를 봐서라도 나 좀 살려줘….”손강호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현식의 배를 걷어차고는 공손한 자세로 한지훈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한 선생님이시죠?”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강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손 집행관님, 지각하셨네요.”손강호는 순간 당황했다. 한지훈의 뒤에는 군부 대위가 지키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지만 늦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자재를 가져왔는데 압류당했다고 하셨죠?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손강호가 장담하듯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의 반응은 싸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기태식? 그 J그룹 후계자?”“너한테 묻잖아!”손강호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재촉했다.“네! 그 J그룹 자제가 맞습니다.”이현식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울며 말했다.“집행관님, 한 선생님, 아시다시피 저는 일개 공무원에 지나지 않아요. 제가 무슨 수로 자본 세력에 맞서겠습니까. 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요. 목숨만 살려주세요!”말을 마친 이현식은 바닥에 쾅쾅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한지훈은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놈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기태식과 J그룹이라!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현식에게 말했다.“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말 안 해도 알겠지?”이현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옆에 있던 손강호는 다가가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사모님께 합격 결과서를 내어드리지 않고!”“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갈게요!”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이현식은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다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멀리서 강우연 일행이 보이자, 그는 비굴한 자세로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강우연 씨, 죄송해요. 전에는 제가 눈이 돌아가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지금 바로 합격 결과서를 내어드릴게요!”강우연은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기괴한 웃음을 짓는 이현식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이 부장님, 괜찮은 거죠?”뒤에 있던 직원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현식을 노려보았다.이현식은 다급히 휴지로 입가를 닦고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급하게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좀 굴렀어요. 그것보다 강우연 씨, 이쪽으로 오시죠.”잠시 후, 이현식은 직접 강우연에게 품질 합격 결과서를 건네주었다.결과서를 받은 강우연은 뭔가 어안이 벙벙했지만,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이걸 받아냈네. 당장 공장에 연락해서 생산라인 가동하라고 지시해요! 오늘 저녁 야근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뭐? 그런 일이 있었어? 잘못 들었겠지. 자재는 친구를 통해 군 공장에서 가져온 거잖아. 그런데 이현식이 군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으니,군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난 그냥 방관자에 불과해. 이제 일도 끝났으니 집에 가자.”강우연은 입을 삐죽이며 여전히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고마워요, 지훈 씨. 지훈 씨 아니었으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이현식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역겨운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저런 사람이 정부 요원이라니!”강우연은 지금 생각해도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이제 다 지나갔어.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 이현식은 분명 해고당할 거야. 경찰에 끌려가 심문을 받을지도 모르지.”강우연은 한지훈의 따뜻한 품에서 안정감을 찾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그와 한지훈 사이에는 스킨십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거리에서 서로 포옹한 적도 거의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그게 사실인가요?”강우연은 그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당연하지! 이미 집행관한테 이현식의 뇌물 수수와 공금횡령 정황을 증거로 제출했어. 저런 놈은 당연히 콩밥을 맛봐야 정신을 차리지.”한지훈이 정색하며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현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수갑을 차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정말 이대로 체포됐다고요?”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다시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아무리 봐도 이 일은 지훈 씨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잡혀갈 거라고 얘기하자마자 수갑 차고 끌려갔는데… 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요?”한지훈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